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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빵 터지는 삶’

작성자송암haemoon|작성시간26.06.23|조회수81 목록 댓글 0

   모바일 청첩장을 카톡으로 받는다. 포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였다. ‘아무개와 아무개, 저희 결혼합니다.’란 내용이었다. 지인의 딸이 결혼한단다.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인사성이 밝았다. 당시 주말부부인 나는 지인과 함께 저녁 술자리를 한 후 집에서 기다리는 지인의 아이들 생각 때문에 빵집에 들러 지인의 손에 번번이 빵을 보내기도 했다. 결혼 당사자인 딸은 날 보고 ‘빵 아저씨’라고 달갑지 않게 불리게 되었으며, 그 딸은 수년 전 아이의 조모가 별세했을 때 다정하게 빵 아저씨라 부르며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식장 3층 식당에서 뒤풀이가 시작되고 있었으며, 우리도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일행들과 서로 회포를 풀기 여념이 없었다. 잔칫집에 술잔이 돌기 시작했으며, 몇 순배가 돈 후 드디어 혼주 내외와 혼인당사자 두 사람이 테이블에 도착하여 찾아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일행들도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특히 신랑에게 “어릴 때 내가 신부에게 빵을 사 주었듯이 이제부터 평생을 신부에게 ‘빵 터지는 삶’을 선사해주기 바란다.”라며 덕담을 했다.

   요즘은 남녀가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것을 ‘결혼’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혼이라는 말에는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간다는, 말하자면 장가든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인’은 신부가 의지하여 사는 곳, 곧 신랑의 집을 의미한다. 요컨대 ‘혼인’이라는 말에는 ‘신랑은 장가들고, 신부는 시집간다.’라는 의미가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남자가 결혼하는 것을 ‘장가丈家 간다.’, 여자가 결혼하는 것을 ‘시집媤宅 간다.’라 말하지만, 이 두 단어는 단순히 ‘결혼한다.’라는 의미 이상의 의무와 권리를 내포한다. ‘시집간다.’라는 것은 신부가 신랑의 본가(시댁) 생활권에 합류하게 되고, 나중에 죽어서는 시댁 선산에 묻히는 것을 말한다. ‘장가간다.’라는 본래 의미는 신랑이 처가의 생활권에 편입되어 살다가 죽어서는 처가 선산에 묻히는 걸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혼’이라고 하면 신랑이 장가간다는 뜻만 있게 된다. 신부는 그저 신랑이 드는 장가의 부속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가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늘날, 혼인 대신 결혼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혼인을 단지 어르신들이나 쓰는 옛말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신부 측에 내는 축의금 봉투에 ‘축 결혼’이라고 쓰면 ‘장가드는 것을 축하한다.’라는 뜻이 되니, 어처구니가 없어도 한참 어이없는 노릇이다. 어느 소개서를 보니 참으로 가관이다. ‘축 결혼 祝 結婚’은 신랑 측에, ‘축 화혼 祝 華婚’은 신부 측에 쓴다는 것이다. 요컨대 ‘혼인을 축하합니다.’ 정도로 쓰는 것이 제일 무난할 것 같다. 너무 어려운 말을 찾아 쓰기보다는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 바랍니다’라거나 ‘아름다운 가정 이루어 행복하게 지내십시오’라고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고, 개인적으로 ‘축 성혼 祝 成婚’이라 적는다. 예절도 시대에 따라 적절히 변화해가야 한다. 시대가 크게 바뀌었는데도 예법을 지키자며 근엄하게 과거의 습속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뿐이다.

   잘 모르면서 어려운 말을 써서 우스꽝스러워지는 것보다도 축하하려는 심정을 솔직하게 쓰는 편이 오늘날 예절에 더 부합하는 일이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나가면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축의금을 내는 풍습을 과감히 바꾸는 일이다. 예식을 치르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도운다는 생각이겠지만, 그것도 간소하고 작은 예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을 불러 똑같이 꾸며놓은 공간에서 거의 같은 절차로 판에 박은 듯이 혼례식을 치르는 건 사실 보기에 딱하고 민망하다. 무리해서라도 화려하게 예식을 치르려는 천박한 풍습은 반드시 배제排除해야 한다. 우리가 간소하고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예식으로 만들어나가면 문제는 해결된다. 아무리 매우 급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나 적어도 행간의 의미만은 알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

   애들아! 인생이란 엎치락뒤치락하는 한판의 씨름판이다. 내가 상대를 눌렀다고 우쭐거리다간 한순간 엎어치기로 당할 수가 있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러니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사력을 다해 한판 씨름을 마치고 모랫바닥에 주저앉는 게 인생이다. 한바탕 쓰나미가 쓸고 간 해변에 단둘이 남겨진 느낌이 들 때도 있단다. 인간이란 바람 앞에 촛불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 보면 인간의 그 장대하고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 운명 앞에 인간이란 다만 겸허할 수밖에 없다. 사업을 잘한다고 언제나 돈을 벌 수 없는 노릇이다. 때론 실패도 해야 한다. 실패하면서 슬픔과 고난을 겪는 거다. 그러면서 지혜를 터득하는 거다. 세상엔 흑과 백이 아닌 회색마저도 포용해야 한다는 걸 빨리 인정해야 삶이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부디 행복한 가정을 꾸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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