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처럼 달콤해 보이는 표지와는 달리
서늘한 필체의 하이퍼리얼리즘을 담고 있는 책인데요
너무................!!
재밌게 읽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미국으로 이민간 10대 제니의 이야기에요
저는 어릴 때 소설 속의 제니이기도 한나이기도 했습니다
죄책감 갈등 연대 질투 부모의 정서적 학대 차별과 괴롭힘 가난 원망
제니의 회고와 내면묘사에 공감도 많이 됐고
기억 너머 사라져 버린 한켠의 어린 시절을 위로받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한나는 내게 친구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뭔지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내 멋대로 한심해하고 내 멋대로 걱정하는 존재.
내 멋대로 혼내고 내 멋대로 가여워하는 존재.
내가 뭔가를 가르쳐줄 수 있지만 내게 뭔가를 가르치려 들면 안되는 애.
그냥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애. 억지로 같이 다니는 애. 예쁘고 잘난 엄마를 둔 해맑은 여자애.
너무 멍청하고 하도 여기저기서 구박받아서 어쩔 수 없이 챙겨야 하는 애.
안 그러면 어디서 고꾸라져 죽어버릴 것 같은 애.
그런데 사실 한나는 그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건 전부 한나에 대한 나의 해석에 불과했다.
*
친구는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추종자가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분위기'는 주도자가 만들지만 주도자는 추종자들이 고르는 것이었다.
*
내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 인격이 매일 이리저리 바뀌었다.
페르소나의 정글에 갇혔다.
인생은 하난데 내가 연기하는 인물은 자꾸 바뀌어서 매일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적응이라면 신물이 나는데도 그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이민자의 신이 이민자들에게 내리는 복이자 벌, 축복이자 저주, 가호이자 징크스는
바로 산산조각 난 정체성이다.
그 조각들은 계속해서 다르게 조합되고 결합하며 모양을 바꾼다.
이것이 인간들에 대한 나의 강한 비위를 만들어낸 것이다.
*
사랑할 때, 나는 가려지고 훼손된다.
하지만 그게 원래 사랑이 하는 일이라면,
사랑의 목적이라면.
나를 가리고 훼손하려고
사랑이 나를 찾아온 것이라면.
그렇다면 사랑은 필연적으로 적응과 비슷해진다.
몸과 마음을 깎고 자신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땅에, 모르는 언어에,
미지의 두려움과 아름다움에 공명하는 일,
사랑은 그것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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