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신자 분들이 "신부님, ***신부님 아세요?"라고 물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부님들은 서로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교구나 수도회 신부님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기업에 다닌다고 해도 계열사나 지점이 다르면 잘 모르는 경우와 비슷하지요.
교회는 전통적으로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땅 즉 구역에 따라서 본당과 교구가 있으며, 보편교회는 지구 전체를 포함하게 됩니다. 즉 지구상의 모든 땅에는 교회가 함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당은 교구를 이루는 단위이며, 교구는 일정한 지역에 교황님으로부터 임명된 주교님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단위를 말합니다. 한국은 1831년 조선 교구가 설립되어 하나의 조선 교구가 한국의 모든 지역을 사목했습니다. 그 후로 교구 분할과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3개의 대교구와 15개의 교구가 있습니다. 교구의 숫자는 변했지만, 그 지역은 동일합니다. 즉 교구의 숫자는 변할 수 있지만, 교회가 사목하는 지역은 언제나 모든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구에 소속해 있는 사제를 교구사제라고 합니다. 교구사제는 신학생으로서 교육을 받고, 부제품을 받으면서 성직자가 되는데, 이때부터 자신의 성직을 허가한 교구장의 교구에 소속되게 됩니다. 교구사제는 평생을 자신의 교구에서 사목하게 됩니다. 특별한 경우에 다른 교구로 파견되기도 하지만, 소속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교구로 이적하는 것도 마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처럼 아주 어렵습니다. 이적을 하려면 각 교구장이 서명한 입적서와 동의서 등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또한 다른 교구에서 성무를 집행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사제는 어디서나 누구하고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각 교구장이 합의하여 허락을 하거나, 개별적으로 다른 교구에서 허락을 받아야 성무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수도회는 인준된 회칙이나 회헌에 따라 살면서 공식적으로 수도서원을 하는 회원으로 구성되는 단체를 말합니다. 또한 교황청이나 교구장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구성원에 따라서 남자수도회, 여자수도회, 성직수도회, 평수사회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규 수도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명이 서원 수도자가 있어야 하며, 성직 수도회인 경우 6명 중 적어도 4명은 사제이어야 합니다.
한국 교회에는 14개의 남자수도회와 40개의 수녀회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수도회에 소속된 성직자를 수도사제라고 합니다. 수도회는 속지주의보다 속인주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즉 땅을 중심으로 사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수도생활을 하는 것에서 교구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회는 일반적으로 고유한 자치권을 행사하게 됩니다만, 수도회를 만들고 활동하려면 해당 교구 교구장의 동의와 허가를 받고 순명과 존경을 바쳐야 합니다. 또한 수도회가 교구의 위임을 받아 수행하는 모든 사목적 활동은 보편교회와의 친교 안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또한 사도적 활동을 조정할 일이 있을 때에도 수도회와 교구는 서로 의논하고 협조하게 됩니다. 즉 수도회와 교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쉽게 정리하자면, 교구사제는 세상 안에서 사목을 성직자이며, 수도사제는 수도 공동체에서 수도 생활을 하며 성무를 거행하는 성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아둡시다>
각 수도회에는 창립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창립자가 수도회를 세웠다 하더라도 교회 관할권자, 교구장이 법적으로 설립하지 않으면 아직 수도회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교구장에 의해 법적으로 설립됐지만 사도좌(교황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수도회를 교구설립 수도회, 교구장에 의해 설립되고 사도좌의 승인을 받은 수도회를 성좌 설립 수도회 라고 부릅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세운 작은형제회는 성인이 직접 교황에게 가서 설립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사도좌에 의해 직접 설립된 수도회 또한 성좌 설립 수도회입니다.
수도회는 또 목적 면에서 관상 수도회와 활동 수도회, 중용 수도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관상 수도회는 기도와 희생 극기, 하느님께 관한 명상을 주목적으로 하며 노동하며 사는 수도회입니다. 관상 수도회는 활동 수도회보다 엄격한 봉쇄 규율을 지킵니다. 활동 수도회는 사도직 활동 예컨대, 자선사업 복지사업 등을 주 목적으로 삼는 수도회를 말하고, 중용 수도회는 명상 상활과 활동 생활을 함께 추구하는 수도회를 말합니다. 국내에 있는 수도회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