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13.
《뒹굴뒹굴 총각이 꼰 새끼 서 발》
- 간다령 간다령 인생길 간다령
김민선
처음 《뒹굴뒹굴 총각이 꼰 새끼 서 발》을 읽었을 땐 난감했다. 죽은 딸을 나귀와 바꾸고 그 딸이 또 우물에 빠지고...그래 옛이야기니까 하면서도 불편했다. 그 이후 이 책은 읽지 않았다.
이번 책읽어주기 활동가 모임을 하면서 다시 읽었다. 조인성 샘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추천해 주시는데 정말 즐거워 보였다.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보는데 덩달아 재밌었다. 불편했던 장면이 술술 넘어가면서 오히려 ‘간다령 간다령’ 말놀이의 재미가 들었다. 죽은 딸을 나귀와 바꾸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물에 빠져 심연 속으로 사라진 그 여인은 어떻게 됐을까? 우리 인생도 죽고 다시 태어남을 반복하며 길을 떠남은 아닐까?
쌀 한 가마니를 죽은 나귀와 바꾸려는 사람도 있고, 내 잘못이 아닌데 책임을 지려는 산 나귀와 바꾸는 영감 같은 사람도 있고...호시절도 있고 고통이 연속의 나날도 있고 인생길이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이야기가 편해지니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게 되었다. 4, 5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이상하고 기괴하다는 반응이다. 엄마가 딸을 나귀와 바꾸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아이들. 영혼 결혼식을 치러지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설명도 해줬지만 결국 그 고개를 넘어가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다. 엄마가 딸을 죽었다고 나귀와 바꾸는 건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들. 아마도 동일시가 되었기 때문일 테지. 내가 아이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더 자라면 아이들도 ‘간다령 간다령 인생길 간다령’하며 노래를 하게 되지 않을까?
<장미 공주>의 100년 되는 날 왕자가 성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간다령 간다령 인생길 간다령’과 연결됐다.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때가 되니 모든 것을 얻은 왕자.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종종 있었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일은 결혼이었을 것이다. 스쳐 간 인연들 속에서 맞춤 맞게 만나진 인연. 그리고 함께 고갯길을 간다령 간다령 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인생길을 걸어갈지 두렵기도 하지만 일단 재밌는 이야기가 동행을 하고 있으니 견뎌낼 수 있으리라.
책읽어주기 활동은 결국 나에게 주는 선물이구나 그런 생각으로 오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