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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명동, 꽃동산님과 여우별님과의 만남 - 9월 8일(화)

작성자밥상차리는 남자|작성시간09.09.24|조회수33 목록 댓글 0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물으니 “어디, 어디 갈 생각인데?” 하고 되묻는다.

“음, 연세대학교랑 이화여자대학교를 보고, 그 주위의 신촌을 구경할까?” 물으니

“그럼 신촌 민들레영토도 갈 거야?” 하고 묻는다.

아니 민들레영토 신촌점과 무슨 장기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그래 설명을 한다.

 

“여행은 새로움을 찾아가는 과정이야.

그런데 올 때마다 같은 곳을 간다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은데.”

“알았어.” 선선히 대답한다. “그럼 어디에 갈까?” 다향이가 묻는다.

“음, 인사동이나 명동에 가볼까?”

“인사동가면 옛날 장난감이랑 과자 파는데 갈 거지?”

“그것도 아닌데. 그런 곳은 이제 전국 어디에나 있고, 제주도에도 있잖아.” 했더니

알았다며 명동엘 가자고 한다.

 

회의의 형식을 택했지만 내 생각을 강요한 건 아닌지….

친구 같고, 누이 같은 후배 정민이를 만나러 간다.

늘 바쁜 와중에도 나랑 다향이를 반겨주는 고마운 정민이.

후배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 녀석은

우리가족에게 지나치리만큼 잘해줘서 부담스러울 정도다.

 

“다향아, 뭐 먹을래?” “퐁듀.” 후배가 묻고 다향이가 답한다.

“그거 어디에서 파는데?” “남산 ‘촛불’레스토랑” 역시 그렇다.

“안돼, 다향아. 거기까지 다녀올 시간이 없어. 고모는 조금 있다가 일하러 가야 해.”

“조금 늦게 가면 안돼요?” “그럼, 고모 잘려.” 마지막 말이 걸린다.

겨우 2시간 보자고, 경기도 양주에서 명동까지 나오다니.

 

그래 중국음식점으로 들어간다.

만두가 유명한 곳이라는데 건물이며,

실내가 금방이라도 황비홍이 뛰쳐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육즙이 들어있다는, TV에서만 보았던 만두를 맛본다.

일반 만두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래서 중국인이 만두를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굴짬뽕 또한 국물이 매우 진하면서도 담백하다.

‘역시 서울!’이란 생각이 든다.

 

 

후배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곧 헤어진다.

12시 40분에 만나서 2시 30분에 이별이라니.

먹고사는 게 만만치 않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오후 2시 30분이라.

오후 5시 30분에 약속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가 애매하다.

광화문 이순신장군 뒤쪽도 궁금하고, 교보문고나 인사동을 둘러보고 싶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바삐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어 명동에 머무르기로 한다.

 

젊은 날, 경찰에 쫓기고 최루탄을 마셔가면서 애국가를 불렀던 곳 중의 하나.

명동성당. 긴박한 대치. 시위대에게 박수를 쳐주고, 생수를 건네주던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옛 생각하는 아빠와는 달리 다향이한테는 별천지다.

수많은 사람들과 상점, 노점상.

 

 

 

 

 

 

 

 

 

 

걷다보니 어느새 명동성당앞이다.

다향이가 명동음악사앞에서 기웃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후 입끝을 양귓가에 걸고 나오며 외친다.

"아빠, 이거 봐. 아저씨가 지드래곤화보 줬어."

음악사앞에 붙어있는 지드래곤화보가 마음에 들어 얼마냐고 물었더니

CD를 사야 주는 거라고 했단다.

그런데 멀리 제주에서 왔다는 얘기를 들으시곤 그냥 주었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에 옛, 하지만 꼭 보았으면 좋음직한 DVD를 넉넉하게

구입한다.(로마의 휴일, 용쟁호투 등등)

 

 

옷가게에 들어가서 아이돌스타들이 걸치는 옷들을 구경하고, 만져보고,

모자를 써보고, 신발가게에 들어가서 형형색색의 신발과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도

신어본다.

그때 ‘무얼 하려고?’ 궁금증을 갖게 하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카메라를 든 남자와 마이크를 든 여자, 조금은 코믹하게 분장한 여자.

모두 스무 살이 갓 넘어 보인다.

 

 

 

 

 

셋이 저희들끼리 쑥덕대더니만 젊은 아가씨가 행인들에게 덤벼들어 시비(?)를 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급 당황. 다향이는 두 볼을 쥐어 잡혔다가 풀려났다.

카메라를 든 남자는 그 장면을 촬영하고, 다시 할 것을 주문한다.

골목으로 들어가지 말고, 사거리의 광장에서 움직이라고 주문.

여자는 카메라맨이 시키는 대로 비슷한 행동을 한다.

 

- 컷. 사인이 떨어지면 본인도 무지하게 쑥스러운 모양이다.

아마도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실습이나, 과제가 아니었나 싶다.

다향이랑 뽑기도 하면서 롯데,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하는데

화랑복장의 청년들이 무술대련을 한다. 당연히 장군복장의 사람들도 있다.

 

경상북도 홍보단.

개그맨 김종국이 사회를 보고, 나팔소리가 울리며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이 거의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결국 백화점구경은 포기하고 4호선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명동에 넘쳐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걸린다.

‘이러다가 일본에 또 먹히는 건 아닌지?’

 

사당에 도착할 즈음 과천을 지나고 있다는 꽃동산님의 문자가 들어온다. 

온라인상으로는 글도 보고, 사진도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다.

번개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고.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하은이얼굴을 떠올리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참 착하고, 밝게 생긴 하은이.

 

다향이랑 하은이의 첫 대면. 하은이는 열 두 살, 다향이는 열 한 살.

처음 만난 아이들이 10분 정도의 탐색시간을 갖는 법인데

둘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처음부터 잘 어울린다.

‘어디로 갈까?’ 둘러보는데 마땅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먹을 만한 음식점.

한참을 둘러보다가 퓨전요리를 파는 맥주 집으로 들어간다.

 

 

 

꽃동님이 여우별님도 오신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글을 통해 익숙해진 여우별님이 멀리서 오신다니 황송한 마음이 앞선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꽃동산님과 얘기를 한다.

역시 주제는 아이들의 교육문제.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하은이나 다향이는 그런 영향권 밖에 있는 듯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여우별님이 오셨다고 해서 마중을 나간다.

처음 뵙는 여우별님. 경복궁역에서 멀리 사당까지 오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멀리서 와주신 것만 해도 충분히 고마운데 다향이와 하은이의 속옷,

손수 만들었다는(기름기가 전혀 없는) 고구마튀김, 왕만두까지 챙겨오셨다.

아! 난 드릴 게 아무것도 없는데….

 

멀리서 오신 여부별님이 40여분 만에 떠난다.

낮에 만났던 후배가 그랬던 것처럼 일터로 돌아간다.

바다 건너만 살지 않더라도 여우별님의 시간에 내가 맞출 텐데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꽃동산님으로부터 약이 될 만한 말씀을 듣는다.

역시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사고의 폭이 다르다.

고마운 말씀, 잘 간직하고 정희씨랑 의논해봐야겠다.

 

하은이의 기분이 무척 좋다.

하은이가 노래방에 가자고 하니까 좋다면서 다향이가 맞장구를 친다.

‘아! 노래방!’

그런 곳에 가서 한곡 멋들어지게 뽑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었지.

선생님이 풍금을 치고 아이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던 것이.

내 차례가 되어서 열심히 노래를 불러건만 풍금을 쾅 내려친 선생님의 말씀.

“야, 오성근. 넌 앞으로 노래하지 마.” 그 뒤론 정말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 세월이 오래되면서 아예 음치가 되어버렸고.

만약 음이 맞지 않는다고,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아니면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만 했어도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텐데….

 

두 아이의 바람대로 찾아간 노래방. 낯선 노래방.

하은이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는 다향이는 우물우물 따라한다.

하은이가 크게 불러보라지만 다향이가 아는 노래는 거의 없다.

소녀시대나 지드래곤을 좋아한다지만 그건 TV에 나오는 영상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고, 실제로 따라 부르는 걸 본 적이 없다.

 

 

 

꽃동산님이 마이크를 잡는다. 그리고 노래를 하는데 아마추어의 솜씨가 아니다.

감탄해서 박수를 치고 물어보니 젊은 날에 노래를 하셨다고 한다.

와우!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 = 노래를 잘 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분> 이란

생각을 가진 내게 꽃동산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노래도 잘 하시고, 해금도 연주하신다지, 외국어에도 능통하시지.

꽃동산님 앞에 한없이 작아진다.

 

 

 

9시 40분. 하은이가 더 놀고 싶어 한다.

다향이도 헤어짐을 아쉬워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향이야 늦잠을 자도 되지만 하은이는 내일 아침에 등교를 해야 한다.

또 버스로 30분 동안 가야하고. 토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는 두 아이.

 

후배 정민이와 여우별님. 착하고, 속이 깊은 사람이다.

세상남자들 눈은 두었다가 어디에 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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