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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평론)초등학교 교과서 속 설화 읽기 (7) 육체적 힘에 대한 민담적 상상력|최원오

작성자임어진|작성시간13.04.02|조회수312 목록 댓글 0

 

 

평론 | 초등학교 교과서 속 설화 읽기 (7)

 

 

육체적 힘에 대한 민담적 상상력:

「재주꾼 오형제」에서의 ‘의형제 맺기’와 특재(特才)의 총합적 발휘

 

 

최원오

 

 

옛날에 자식 없던 늙은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어 애타게 빌고 또 빌었대.

그러던 어느 날, 둘이 똑같이 삼신할미 꿈을 꾸었어.

“큼지막하고 좋은 단지를 하나 구해

둘이 오줌을 누고 뒷마당 땅속에 파묻어 두어라.”

늙은 부부는 삼신할미가 시킨 대로 했어.

그렇게 열 달이 지나자 뒷마당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늙은 부부가 달려가 보니 글쎄, 단지 안에 토실토실한 아이가 있지 뭐야.

“단지에서 태어났으니 단지손이라고 부릅시다.”

 

― 초등학교 국어 1~2학년군 1-라 듣기 자료 중에서 ―

 

 

1. 혈연을 초월한 관계 맺기: 의형제들의 이야기

 

위의 인용문은 ‘초등학교 국어 1~2학년군 1-라’ 듣기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재주꾼 오형제』(이미애 지음, 시공주니어, 2006)의 일부이다. 이 작품은 본래 동일 제목 또는 <특재 있는 의형제>, <특재 있는 8형제> 등으로 불리는 구전 설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인데,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구전 설화는 두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바로 ‘특재(特才)’와 ‘형제’이다. ‘특재’는 ‘특별한 재능, 즉 특별한 재주와 능력’을 가리키는 단어라서 구전 설화의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그에 비해 ‘형제’는 구전 설화의 주인공으로 흔하게 나오기 때문에 별다른 특이성을 말해 주는 징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제’를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가 하면, 이 구전 설화의 다수는 ‘친형제’가 아닌 ‘의형제’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의형제’는 ‘의로 맺은 형제’ 또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다른 형제’를 지칭한다. 따라서 ‘형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이 구전 설화는 특재가 있는 친형제들의 이야기인가, 특재를 매개로 하여 맺어진 의형제들의 이야기인가로 구분될 수 있다. 이 중 어느 쪽이 의미 있는 서사를 구성할 것인가 하고 질문하였을 때, 우리는 당연히 후자 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친형제들의 이야기로 보면 ‘특재’만 강조될 수 있는 반면, 의형제들의 이야기로 보면 ‘특재’뿐만 아니라 ‘의형제 맺기’라는, 소위 인간관계의 확장이라는 지점을 아울러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특재를 매개로 맺어진 의형제들의 구전 설화’를 택한 이미애 작가의 작품 제목은 ‘재주꾼 의형제’나 ‘재주 있는 의형제’ 등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2. 의형제 맺기의 주요 계기: 정리와 윤리의 작동, 또는 의기투합

 

 

구전 설화 「특재 있는 의형제」 속의 ‘의형제 맺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형제’를 소재로 한 여타 구전 설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특재 있는 의형제」의 핵심 요소인 ‘의형제 맺기’뿐만 아니라 그 매개 기능을 하는 ‘특재’도 명징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1 「대감 아들 구해 주고 부자 된 사람」: 서울 대감이 전라도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서 아들을 시켜 빚을 받아 오라고 했다. 그런데 서울 대감 아들이 전라도 사람에게 돈을 받아서 집에 가지 않고 부산으로 가서 돈을 다 쓰고 머슴살이를 하였다. 서울 대감 아들은 집에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슴 사는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시장에 가서 소를 판 사람의 뒤를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마침 지나가던 순경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소를 판 사람은 서울 대감 아들을 자기 친구라고 하면서 자기 집에 가서 자고 가라는 것을 그냥 가려고 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했다. 순경이 지나가자 소를 판 사람은 서울 대감 아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서울 대감 아들이 소를 판 사람의 집에 가 보니 몹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정성을 다해 자신에게 죽을 끓여 대접했다. 서울 대감 아들은 소를 판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이튿날 자기 집에 가자고 하였다. 서울 대감은 아들에게 소식이 없어 근심하고 있었는데, 소를 판 사람 덕에 아들이 개심한 것을 듣고 소를 판 사람을 방으로 모셔 잘 대접하였다. 서울 대감은 소를 판 사람이 아버지 제사에 쓸 돈이 없는 것을 알고는 소를 판 사람의 아버지 기일에 맞춰 그곳에 손님을 전부 청하게 하고 음식을 잘 차려 주었다. 서울 대감 덕에 소를 판 사람의 아버지 제사에 구경꾼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리고 서울 대감은 소를 판 사람에게 땅문서까지 주었다. 소를 판 사람은 금방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 후 소를 판 사람은 서울 대감에게 가서 의형제를 맺고 두 집안이 함께 잘 살았다(한국구비문학대계 7-13, 404~407쪽).

 

자료 2 「도둑과 의형제 맺은 내력」: 노인이 해가 설핏한데 외양간을 슬슬 돌아다보니 도둑이 소를 훔치려고 엎드려 있었다. 노인은 며느리를 불러 오늘 저녁을 굶었으니 밤참을 꼭 한 상 차려서 머리맡에 내놓으라고 했다. 며느리가 밤참을 차려 주자 노인은 밤참을 들고 외양간에 가서 도둑에게 추위에 고생이 많다면서 밤참을 주고는 벽장 안에서 소 한 마리 값의 돈까지 꺼내 주며 다음부터는 도둑질을 하지 말고 열심히 잘살라고 했다. 도둑은 집에 돌아와 부인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 후 좋은 소와 술을 가지고 노인을 찾아갔다. 그런데 벌써 일 년 전에 노인은 죽고 없었다. 도둑은 노인의 무덤에 가서 탄식한 후 대신 노인의 아들에게 소 한 마리 값을 주었다. 노인의 아들은 받을 이유가 없다며 사양했지만 도둑은 사연을 말하고 돈을 주었다. 그날 이후 도둑과 노인의 아들은 서로 의형제를 맺고 이웃에서 함께 잘살았다(한국구비문학대계 3-3, 552~554쪽).

 

자료 3 「죽을 자리 면한 슬기로운 여인」: 어떤 여자가 친정에 간다고 애를 업고 고개를 넘는데 나병 환자가 산에서 내려오더니 애기를 주든지 젖통을 주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여자는 젖을 한 번 먹여 주었다. 기가 막힌 상황에서 벌벌 떨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꿈에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왔다. 여자는 자식을 안 주면 자신이 죽고, 그렇지 않으면 자식이 죽게 생겨서 그 사람에게 오라버니라며 반가운 척을 했다. 그러자 그 사람도 벌써 알고 여자에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둘을 대화를 듣고 나병 환자는 그냥 산으로 올라갔다. 그 후 여자와 남자는 의형제를 맺고 늙어 죽도록 형제간을 맺고 살았다(한국구비문학대계 6-9, 75~76쪽).

 

자료 4 「역적모의한 장사가 혼난 이야기」: 옛날에 한 장사가 힘이 얼마나 센지 돌을 주먹으로 쥐면 돌이 모래가 될 정도였다. 그 장사는 이런 힘으로 농사짓는 데만 있는 것이 원통해서 서울로 올라가 임금을 때려치우고 임금 노릇을 하려고 했다. 그 장사는 바위로 돌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돌 갓을 만들어 쓴 다음 길을 나섰다. 장사가 길을 가다 보니 둥구나무 밑에서 한 사람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때마다 나뭇가지가 코 쪽으로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반복하였다. 장사는 자고 있는 사람의 힘에 놀라 그를 깨우고 씨름을 했다. 돌 갓을 쓴 장사가 씨름에서 이겨 자고 있던 사람을 동생으로 삼아 함께 길을 떠났다. 두 장사가 길을 가다 보니 이번에는 커다란 배를 뒤집어쓴 사람이 있었다. 돌 갓을 쓴 장사는 배를 뒤집어쓴 사람과 씨름하여 또 이겼다. 돌 갓을 쓴 장사는 그 사람도 동생으로 삼아 자신은 바위선, 둥구나무 아래에서 자던 이는 둥구나무선, 배를 뒤집어쓴 이는 배선이라고 이름을 짓고 모두 결의형제를 맺었다. 셋이 서울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 집에서 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이 그 집 안을 들여다보니 한 중이 여자를 강탈하고 있었다. 세 장사는 저런 죽일 놈이 있냐면서 왜 남의 여자를 멋대로 강탈하려 하냐며 펄쩍 뛰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중이 먼저 바위선을 번쩍 들어 마당으로 던지니 바위선이 땅속으로 푹 들어가 모가지만 밖으로 나왔다. 둥구나무선이 중에게 달려들자 이번에도 중이 둥구나무선을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자 둥구나무선도 땅속에 박혀 머리만 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배선이도 중에게 달려들었지만 두 장사와 똑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중은 세 장사 앞에 서더니 “이놈! 역적 놈이 더 나쁘냐? 여자 하나 강탈하는 것이 나쁘냐?”라고 했다. 중은 힘만 가지고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면서 너희 힘은 별것도 아니며, 너희 같은 놈이 이 세상의 수천 만인인데 너희가 임금 노릇을 하면 나 같은 사람 천 명도 임금 노릇을 하려고 들지 않겠냐고 했다. 세 장사는 중에게 서울로 가려 했지만 이번에 장군님 실력을 보니 산골로 돌아가야겠다면서 목숨만 살려 달라고 했다. 중은 무 뽑듯이 세 장사를 땅속에서 뽑아내면서 우리 같은 사람 위에도 선배님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니, 다시는 그런 생각 말고 산골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래서 세 장사는 모두 산골로 돌아갔다(한국구비문학대계 3-2, 779~786쪽).

 

위에 든 네 편의 자료 이외에도 한두 편 정도가 더 있기는 하나, 의형제 서사로서의 완결성은 결여되어 있다. 그 때문에 이 네 편의 자료 및 「특재 있는 의형제」가 구전 설화 속에서의 ‘의형제 맺기’를 잘 보여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 네 편 자료 중 자료 1~3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그 상황을 모면한 뒤 당사자나 그 가족(아버지 또는 아들)과 서로 의형제를 맺게 된다.’는 내용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이는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깊이 공감함으로써 맺어지는 정리적(情理的) 측면, 곤란할 때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과정에서 맺어지는 윤리적(倫理的) 측면을 부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자료 4 및 「특재 있는 의형제」는 전혀 다른 ‘의형제 맺기’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즉 특별한 재주와 능력을 매개로 의형제를 맺은 뒤 세상 구경에 동참하는, 소위 의기투합적(意氣投合的)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그 특별한 재주와 능력이란 것이 그리 수준 높은 게 아니다. 자료 4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듯이, 타고난 육체적 힘을 매개로 하여 의형제가 맺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형제 맺기는 조폭 집단에서의 서열 정하기와 다분히 흡사한 바가 있다. 그러나 구비 영웅 서사시에서 이러한 모티프는 중요한 것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문학적 전통의 지속과 변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3. 「특재 있는 의형제」의 서사적 기원: 북방 민족의 구비 영웅 서사시와 평안북도의 창세 신화

 

 

자료 4는 특재 있는 사람들이 의형제를 맺고, 역적을 모의하지만 결국 그들보다 더 힘이 센 중에게 굴복하고 마는 이야기다. 그에 비해 「특재 있는 의형제」는 의형제를 맺는 과정만 유사할 뿐, 이후의 내용은 판이하다. 이러한 같고 다른 점은 중요한 의미를 내재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에 앞서 「특재 있는 의형제」의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재주 있는 사람들 ― 대부분 특별한 육체적 힘을 소유한 사람들 ― 이 만나 의형제를 맺고 세상 구경에 나선다. 그러다 하룻밤 자는 사이에 적대적 인물들을 만나 목숨을 걸고 내기를 벌인다. 첫 번째는 새(풀)를 많이 베느냐 하는 내기이다. 두 번째는 산에서 구렁이를 누가 먼저 잡느냐는 내기이다. 의형제는 이 내기에서 구렁이 가죽을 벗겨 주머니를 만들어 둔다. 세 번째는 보(洑) 쌓기 내기이다. 의형제는 강물 아래에 보를 쌓고, 적대적 인물들은 강물 위에 쌓는다. 내기에서 진 적대적 인물들은 쌓았던 보를 터트려 엄청난 물줄기를 내려보낸다. 의형제는 이 물줄기를 두 번째 내기에서 만들었던 가죽 주머니로 담아낸다. 네 번째로 새 쌓기 내기를 벌인다. 첫 번째 내기에서 새를 베어 왔던 터라 적대적 인물들이 새를 던져 주면 의형제가 이를 받아서 높이 쌓는 것이다. 이 내기에서 진 적대적 인물들은 풀 더미에 불을 지른다. 불이 붙자, 의형제는 가죽 주머니에 담아 놓은 물로 불을 끄거나 혹은 오줌을 누어 불을 끈다. 그리고 의형제는 콧김으로 바람을 불어 그 물을 얼려 적대적 인물들을 얼음 속에 가둬 죽인다(이한길, 2012:648).

 

「특재 있는 의형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은 특별한 육체적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큰 바위나 연자방아를 혼자서 들 수 있을 만큼 힘이 세거나, 나무가 드러누웠다 일어났다 할 만큼 콧바람을 세게 불거나, 배를 모자 대신 머리에 쓰거나 옆구리에 메고 다닐 정도로 힘이 세다. 이 외에 오줌을 한 번 누면 강물이 되거나 멀리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한 사람들이 일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들 역시 넓게 보자면 육체적 힘의 발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특별한 육체적 힘을 소유한 인물들인지라, 이들은 서로 의형제를 맺을 때 수평적인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 특별한 육체적 힘이 있다고 자부하여 세상 구경을 나온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건 우열을 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바로 씨름이다. 즉 씨름을 통해 형님과 동생의 수직적 서열을 정하고 있다. 힘 이외에 특별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씨름에서 진다는 건 곧 수직적 복종을 의미하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만 의형제 맺기일 뿐, 그 이면은 육체적 힘을 바탕으로 한 수직적 위계와 서열 정하기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점은 「특재 있는 의형제」가 평안북도 자료집에서 대거 확인된다는 것이다. 또한 몽골이나 허저족 등 북방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들의 구비 영웅 서사시에서 육체적 힘에 기반한 무예 겨루기를 통해 서열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의형제가 맺어지는 내용이 주로 확인된다는 점이다. 허저족의 구비 영웅 서사시 이마칸의 작품을 예로 들면, 이들 작품에서 주인공 머르컨은 적대 인물들과 육체적 힘에 기반한 무예 겨루기를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적대 인물을 죽이거나 의형제 맺기를 한다. 그 결과 주인공 머르컨은 적대 인물들의 영토와 재물을 자신의 통치 체제에 복속시킨다(최원오, 2001:151~178). 그 점에서 육체적 힘겨루기 모티프는 북방 지역 민족의 구비 영웅 서사시에서 기원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한 이 모티프는 전투 영웅들의 용맹성을 과시하는 가장 핵심적 요소였음이 확인된다. 자료 4에 등장하는 장사들이 역적을 모의하였다가 실패한 것은 그런 점에서 구비 영웅 서사시의 지속과 변화를 가늠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그에 비해 「특재 있는 의형제」는 일부 자료에서만 영웅처럼 출생의 비범성 및 기이성을 드러낼 뿐, 그 변화의 지점이 전투 영웅이 내재하는 정치적 맥락과는 좀 상이한 곳에 위치한다. 이는 등장인물들이 의형제를 맺고 나서 수행하는 적대적 인물들과의 대결에서도 분명하게 지속된다. 사람으로 변신하여 등장한 호랑이 형제들과의 대결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의형제와 호랑이 형제들과의 대결은 그냥 대결일 뿐 그 대결의 목적이 불분명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비 영웅 서사시에서 영웅이 적대적 인물과 힘겨루기를 하는 건 복수나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따라서 그 결과 복수했다거나 적대적 인물의 영토와 재물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린다. 그러나 「특재 있는 의형제」에서 호랑이 형제들과의 대결은 뚜렷한 목적이 숨겨진 탓에 의형제의 육체적 힘이 더 우위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에 그칠 뿐이다. 한마디로 전반부에서는 개별적 인물들의 힘겨루기를 통해 수직적 서열을 내포한 의형제 맺기가 진행되더니, 후반부에서는 총합적 차원에서 힘이 통합되고, 그 통합된 힘을 수단으로 하여 호랑이 형제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서사를 진행시킨다.

결과적으로 「특재 있는 의형제」는 북방 민족의 구비 영웅 서사시에서 주로 확인되는 모티프를 갖지만, 상당히 변모된 지점에 위치한다고 본다. 특히 후반부의 내용은 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이것이 이 구비 설화의 북방적 기원을 부정하는 것까지는 되지 못한다. 의형제와 호랑이 형제들의 대결은 평안북도의 창세 신화인 「창세가」에서의 미륵과 석가의 대결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신화에서 미륵과 석가는 낟가리를 가리는 내기를 하는데(김헌선, 1994:236~247), 「특재 있는 의형제」에서도 그 대결 과정에서 낟가리는 아니지만 새를 쌓는 내기 모티프로 변용되어 나타난다. 또한 내기에서 진 쪽이 술수를 부린다는 모티프 역시 확인된다. 따라서 정확하게 일치되지는 않지만, 한반도 남부에서 채록된 구비 설화에서 이러한 모티프가 좀처럼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설화의 기원을 북방 쪽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육체적 힘에 대한 상상력: 개체적 힘에서 총합적 힘으로의 민담적 로망

 

 

이상의 논의를 통해 「특재 있는 의형제」의 기원이 북방 민족의 구비 영웅 서사시 및 평안북도의 창세 신화 등에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서사시의 주인공은 육체적 힘을 바탕으로 적대자를 물리치고 영토와 재물을 차지하는 투쟁 영웅인바, 이는 육체적 힘에 초점화된 의형제의 특재와 연관성이 있음도 확인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를 바탕으로 의형제의 세상 구경 또는 세상 구하기와 특재와의 상호 연관성 및 그 교육적 의미를 두 가지 점에 특히 주목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제일 먼저 주목할 수 있는 것은, 구비 영웅 서사시와는 달리 「특재 있는 의형제」의 ‘특재’는 그들이 세상 구경을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복수하거나, 적국을 정복하는 등의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채 그저 떠돌게 하는 명분이 될 뿐이다. 그러는 중에 비슷한 부류를 만나 의형제를 맺고, 종국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랑이 형제들과의 대결에 맞닥뜨린다. 그렇다면 이것이 잘못된 서사의 방향일까? 의형제가 살생을 일삼는 호랑이를 처치하려고 처음부터 움직였다면 잘된 서사의 방향일까? 이러한 물음에 심각하게 대답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구비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과 달리 민담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행동하고 보는, 말하자면 무조건 행동하고 보는 성격의 동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행동 속에서 무언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들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특정의 힘을 갖고 있다면 적극 세상에 나아가 견줘 볼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구비 영웅 서사시의 영웅이 민담의 주인공으로 바뀌었는데도, 그 잔존된 요소가 작동한 결과라서 위에서 주목한 것과 상치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구비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이건, 민담의 주인공이건 간에 특정한 힘을 숨기기보다는 그 힘이 소용될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 나아가지 않는다면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세상에 나아감으로써 비슷한 부류들을 만나 우열을 가리고, 의형제를 맺어 의기투합하는 과정은 제아무리 특별한 재능을 소유하였더라도 합심이 필요함을 역설해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랑이 형제들과의 대결은 그 점을 잘 설명해 준다. 의형제라는 이름으로 각각이 소유한 특재가 합쳐짐으로써 더 큰 힘을 발휘하고, 그 결과 살생을 일삼는 호랑이 형제들을 물리치는 데서 빛을 발한다. 비록 의형제의 육체적 힘에만 주목한 대결이자 결말이라서 지극히 원초적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우리의 삶을 일깨우는 일말의 교훈이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이한길, “재주 많은 의형제”,『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 2』, 국립민속박물관, 2012.

김헌선,『한국의 창세신화』, 길벗, 1994.

임석재,『한국구전 설화: 평안북도 편 Ⅰ』, 평민사, 1987.

임석재,『한국구전 설화: 평안북도 편 Ⅱ』, 평민사, 1987.

최원오,『동아시아비교서사시학』, 도서출판 월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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