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린이 날에 그레이스 홈 아이들과 함께
매년 1월 둘째주 토요일은 태국의 어린이 날입니다.
한국 같으면 어린이 날이면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백화점이나 공원을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데 비해 이곳 태국의 어린이 날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방콕과 같은 대도시의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만 저희가 사는 이곳 치앙마이의 모습은 태국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월이 되면 아이들은 어린이 날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합니다. 그레이스 홈에 있는 아이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학교에서, 때로는 동사무소에서, 때로는 군청에서 어린이 날 행사를 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알아보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행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주체측에서 지역주민들의 협찬을 받고 동네마다 코너를 마련하여 많은 선물이며 과자며 음료수며 점심 도시락이며 준비를 하여 행사에 찾아오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주기 때문에 많은 가족들이 나들이를 하게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심해지는 한국의 모습보다 이곳은 전체가 같이 어우러지기에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거의 없습니다.
그레이스 홈 아이들도 돌아오는 토요일에 어느 곳에 갈 것인지를 고민하였습니다. 한곳은 우리가 속한 군청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였고, 초등학교에서도 행사를 한다고 하며, 또 한곳은 라차프륵이라고 하는 꽃박람회가 열렸던 곳에서 한다고 하여 처음에는 한곳을 가기로 하였으나 아이들이 두곳을 가기를 원하여 두군데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암퍼(군청)에서 주최하는 곳에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같이 참여한다고 하기에 먼저 그곳으로 가기로 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먼저 봉사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갔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암퍼가 있는 항동으로 갔습니다. 10시가 넘어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군청의 앞마당에 차려진 무대에서는 순서에 따라 등단한 아이들이 연신 음악을 따라 몸을 흔들며 불러대는 노래소리에 같이 온 부모님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가에 설치한 각 코너, 코너에는 동네마다 준비한 간식이며 음료수며 점심 도시락이며, 우유, 아이스크림 등등을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고 또 다른 코너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풍선놀이, 공으로 캔을 떨어뜨리기, 그리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코너도 있어서 아이들은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같은 관내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도 한쪽켠에 코너를 마련하고 아이들이 와서 게임을 하여 이기면 상으로 스낵을 주곤 하여 아이들의 관심을 끌곤 하였습니다. 그레이스 홈 아이들은 저마다 흩어져 코너, 코너를 즐기며 그곳에서 주는 스넥이며 점심 도시락을 받아 먹으며 또 게임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저도 더불어 덥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날씨가 이곳은 겨울인데도 연일 35도를 웃도는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기도 전에 아이들은 이미 배가 불러 있었고 먹을 것을 다 챙긴 아이들은 이제야 더위를 느꼈는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였습니다. 12시가 다 되어 아이들은 이제 흥미를 잃었는지 다른 곳으로 가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집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행사장으로 갈 것인지를 물었더니 1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아이들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꽃 박람회가 열렸던 라차푸륵이라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 차를 몰았습니다.
2006년 만국 꽃 박람회가 열렸던 라차푸륵 공원은 새롭게 단장하여 지금은 공원으로 일반에게 돈을 받고 공개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기에 어린이들은 무료라고 합니다. 차를 타고 공원에 도착하니 아이들의 의견이 나뉘어졌습니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은 집으로 가자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이곳에 남아서 더 보자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결정을 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아이들의 나뉘어진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하고 지금 집으로 가서 쉴 사람과 이곳에 남아서 더 놀 사람을 구분하라고 하였더니 대부분은 더 있겠다고 하여서 아이들을 라차푸륵 공원에서 하는 어린이 행사에 참여하게 하고 나머지 5명 정도가 집으로 가겠다고 하여 그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놀다가 실증이 나면 전화하면 데리고 오겠다고 하고....
2시간이 못되어 아이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데리고 오리는 것입니다. 10분 거리의 공원에 도착하니 아이들의 손에는 과자봉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게임을 하여 이겨서 과자를 많이 먹었다고 자랑을 하였고 어떤 아이는 이곳은 너무 넓어서 재미가 없었다고 하기도 하고, 사람이 많아 코너 코너를 돌때마다 너무나 많이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피곤한 얼굴속에 기쁨이 있었습니다. 맨앞에 가장 어린 남완이와 몬을 태우고 같이 오면서 어떻느냐고 하였더니 좋았다며 연신 재잘 거렸습니다. 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10분이 채 안되었는데도 아이들은 차 안에서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곤하였던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아빠! 콥쿤 캅(고마워요)하고는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은 침대로 서둘러 기어들었습니다. 2시간여를 잠자고 나더니 피곤이 풀렸는지 아이들은 축구를 하러 가자고 합니다.
지치지 않은 아이들의 에네지가 부러웠습니다. 같이 나가서 축구를 하고 온몸에 땀을 적시고 아이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땅거미가 밀려오고 요란스럽게 떠들던 아이들의 소리도 잠잠해졌습니다. 어린이날 그레이스 홈 아읻르과 함께 한 행복하고도 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