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곳 게시판에서 “문장이 늙었다”, “글에서 나이가 보인다”, “젊은 문체가 필요하다”는 글을 접했습니다. 문학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지만, 문득 그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늙음’은 작가의 생물학적 나이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젊은 사람이 쓴 글도 얼마든지 낡을 수 있고, 나이 든 사람이 쓴 글도 놀라울 만큼 생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문장에서 느껴지는 ‘늙음’과 ‘젊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아마도 그것은 문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낡은 문장은 반드시 오래된 단어를 쓰는 문장이 아닙니다. 한자어가 많아서도 아니고, 긴 문장을 써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을 다시 말하는 방식에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질문자의 글처럼 “덧없이 흐르는 세월과 함께 나도 속절없이 늙어 가고”라는 문장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오래 말해 온 진실이기도 합니다. 어떤 문장이 살아 있으려면, 그 문장만의 경험과 시선이 들어와야 합니다.
“늙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늙음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나는 늙었다”는 관념이지만, “옆에 누워서 졸고 있는 마누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고 또 찾아 나선다” 같은 문장은 한 사람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추상적인 세월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온 삶의 한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젊은 문장은 젊은 단어를 쓰는 게 아니라, 지금 눈앞의 세계를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문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젊은 문장은 확신보다 질문에 가깝습니다. “인생은 결국 허무하다”라고 결론 내리는 문장보다, “나는 왜 아직도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앞에서 멈추는가”라고 묻는 문장이 더 살아 있는 셈이지요.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움직임입니다. 생각이 굳어 있지 않고, 감정이 이미 정리된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젊은 문체라고 해서 반드시 짧고 빠른 문장일 필요도 없거니와, 긴 문장도 얼마든지 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장의 길이가 아니라 문장 안에서 생각이 얼마나 살아 움직이고 있느냐입니다. 반대로 짧은 문장도 얼마든지 낡을 수 있겠죠. “나는 외롭다. 나는 슬프다. 시간은 흐른다.” 이런 문장들은 짧지만 이미 오래 소비된 감정이니까요.
결국 좋은 문장은 나이를 숨기는 문장이 아니라, 나이를 넘어서는 문장일 것입니다. 그러니 문장의 나이는 작가의 주민등록증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있다 할 것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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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에 작성시간 26.06.10 울랄라님의 글에 많이 배웁니다
문장의 나이는 내가 만든다 !
움직여야 겠어요
감사합니당^^ -
작성자목동 작성시간 26.06.13 어떤 글이 늙은 글인지 감이 오는 것 같네요 글도 패션처럼 남들과 똑같은 패션으로 단장하면
눈에 띄지도 않고 자주 보다 보면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패션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차려 입고 나서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수 있겠고 또라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보는 사람 마다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도 다르듯이 공감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그것이 또 다른 표준이 되겠지요 표어나 격언처럼 누구나 쉽게 도용해서 써먹는 글 보다
상황에 맞게 나만이 표현 할 수 있는 글로 엮어라는 것으로 들어도 되겠나요
내가 써 놓고 봐도 무슨 말을 써 놓은 건지 모르겠네요 일천한 필력으로는 고수님의 명쾌한
글에 대한 논지를 흉내 내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