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주 원초적이면서 에로틱한 글을 쓰고 싶어 끙끙대기도 하죠. 그러다가도 이제 그런 건 한물간 글감이라며, 좀 더 스마트하고 MZ세대에게도 어필할 만한 글이어야 한다며 한숨을 쉽니다. 그렇게 맨날맨날 밤을 보내고 나면 결론은 또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에 글 잘 쓰는 년놈(욕 아님)들이 얼마나 많게요. 많아요. 정말 너무 많습니다.
보세요. 저는 지금 이 세 줄밖에 안 되는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새가슴이 되어 자기검열을 합니다. 괄호 열고 욕 아님이라고요. 이런 소심함으로 무슨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ㅎ
어떤 소설을 읽으면 문장이 너무 헐렁해서 책등을 잡고 탈탈 털면 글자들이 나 살려~ 하며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고, 잘 쓰인 문장을 보면 글자끼리 서로가 서로를 단단히 옭아매서 제아무리 흔들어도 쉼표 하나 떨어지질 않아요. 가끔은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분질러 물에 타서 국 대신 퍼마시면 내 글이 되는 상상도 합니다. 그러면 입을 열 때마다 문장이 쏟아져 나올 테지요. 물론 소화가 안 돼 개소리가 나올지도 모르지만요.
새삼 문체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무작위로 몇 개의 글을 보여주고 거기서 내 글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 정확히 찾아낼 만큼 내게도 그런 게 있을까 싶거든요. 분명 찾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나라는 인간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요. 그렇지, 그놈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을 놈이지 하면서요. 그건 바로 관종을 찾아내는 일일 겁니다.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관종요. 저는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법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니까요.
내게 구질구질한 글이란 건 차마 입 밖으로 뱉진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그게 성적인 글이면 저질일 것이고, 생활 글이면 비루함일 테고, 경제적이면 쫀쫀한 그런 글일 겁니다. 나는요, 이런 방면으론 도삽니다. 그래서 어떤 글을 보면 글과 상관없이 그 사람이 빛나는 사람인지, 정말로 구질구질한 사람인지 대번에 찾아냅니다. 왜냐, 잘 아니까요. 글이 구질구질한 것과 진짜 사람이 구질구질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거든요. 빛난 글을 써도 구질구질할 수 있고, 글은 구질구질해도 빛나는 사람일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문장과 문장의 쉼 사이에 있겠죠.
그러니까 이 글의 주제는, 제아무리 교묘하게 감춘다 해도 작가의 빛은 새어나오기 마련이고, 구질구질함도 알아서 꿈틀거린다는 개소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조차 이제 막 글에 눈뜬 사람이 자기애에 취해 허우적대는 글일 수도 있겠다 싶으니.... 역시나 글은 어렵네요. 어려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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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큼한 계절 작성시간 26.06.12 새벽 2시 38분에 쓰지 말고
3시 3분 또는 4시 44분에 써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유는 묻지 마시구요
사실 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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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하나로 작성시간 26.06.12 년놈
1.'연놈'의 비표준어
2. 연놈(여자와 남자를 아울러 얕잡아 이르는 말)
“욕 아니다”해서 다른 뜻이 있나, 소심하게 찾아봤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샛별 작성시간 26.06.14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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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향원 작성시간 26.06.15 새벽녘까지 자음과 모음을 팽팽하게 당겨
조율하니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탄생할까요? 울랄라님이 치열하게 문장을 다듬고 고르는 손길에 문운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시에 작성시간 26.06.18 울랄라님의 글은 언제 보아도 잼납니다
그냥 하는 것 같지만 그냥 하지 않는 글들~
그래도 역시 글은 어렵다에 한 표 찍으면서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