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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 / 이사과

작성자copyzigi|작성시간26.06.20|조회수176 목록 댓글 18

게스트 하우스


어제 본 영화의 슬픈 결말을 베개 밑에 두고 잤다. 애인의 잠꼬대를 녹음했더니 낯선 이름들이 잘려 나왔다. 창밖 구름을 마우스로 당기자 커서만 깜빡거렸다.

아침을 먹고 애인의 얼굴에 묻은 노이즈를 지워주었다.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 걸고 탄산을 마셨다. 잔을 흔들 때마다 톡톡 터지는 기포들. 대화는 종종 끈끈이에 달라붙었다.

저녁이면 소파에 앉아 눈싸움을 했다. 에어캡을 터뜨리고 남은 비닐을 무릎에 덮으면 박스 안에 누운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애인이 머리핀을 떨궈 놓고 나가버렸다. 방안의 정적을 더블 클릭하자 어제의 소란이 팝업으로 뜬다.

이별을 에어캡에 싸서 보관했다. 외로울 때 재생하면 파도 소리만 들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터진 웃음 사이로 삐져나온 무표정한 솜들.

노을을 드래그하자 손가락이 먼저 붉어졌다.



​이사과_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26 시의시간들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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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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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니체 | 작성시간 26.06.23 소석님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정하나로 | 작성시간 26.06.23 내 집이 아닌 곳에 잠시 묵어가는 듯한 이방인의 감각이 이런 건가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니체 | 작성시간 26.06.23 사랑하는 이와 함께 묵었지만 서로를 온전히 소유하지 못한 채
    잠시 스쳐 지나간 이별의 정거장 쯤 될까요.
    이걸 좀 비틀어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감각으로 써봤어요.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좋 은 생 각 | 작성시간 26.06.23 멋진 시 잘 읽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니체 | 작성시간 26.06.23 김휼 시인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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