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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과 국수 / 이신율리

작성자copyzigi|작성시간26.06.20|조회수216 목록 댓글 4

모텔과 국수


국숫집으로 남녀가 들어간다
국물이 넘친다

취미를 묻는데 심해의 물고기를 데려온다
특기는 국수를 고르는 것보다 간단하다
모르는 것은 색다른 취미가 될 수 있다

조미료 듬뿍 넣는다고 면발이 불진 않겠지
양이 많아진다
특미에 기까워진다

특미는 굵고 붉은 글씨
모텔과 국수를 가로지르는 전선 특고압 붉은 글씨
남녀 사이 어려지거나 붉은 글씨

흐릿한 유리문 너머는 고요하다
마주 보지 않고 남자는 고개 돌려 이쪽을 본다

모텔에서 내려다보는 눈빛이
남녀를 한 장으로 접는다
국물이 흘러넘친다

주방에서는 커다란 그릇에서 그릇으로
지느러미를 자른 바다를 퍼 담는다

국숫집은 심해에 깔려 있다
배달하는 청년은 오토바이에 앉아서
잡히지 않는 물고기 가득한 국숫집을 들여다본다

남녀는 말없이 국수를 먹는다
어디쯤에서 대화가 이어질까

모델에서 마주 보이는 간판은
사람과 여행
해외 국내 신혼까지 여행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5층까지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 사이로
팔딱거리는 새끼 고등어가 걸리고 면발이 걸리고 한동안의 대화가 걸리고

남녀는 국숫집을 나와서 모텔을 올려다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높이

사람과 사람이
가장 멀리 있는 서로를 보고 있다



이신율리_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수 빼기 참새』

《2026 시의시간들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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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니체 | 작성시간 26.06.21 "남녀는 국숫집을 나와서 모텔을 올려다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높이

    사람과 사람이
    가장 멀리 있는 서로를 보고 있다"

    낯설면서 독특하네요.
  • 작성자울랄라 | 작성시간 26.06.22 남녀가 함께 있어도 점점 멀어지는 외로움이 느껴지네요.
  • 작성자지심 | 작성시간 26.06.22 국수가 먼저일까 모텔이 먼저일까..
    잠시 궁금했습니다. ㅎ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유리아 | 작성시간 26.06.25 new 국숫집과 모텔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ㅎㅎ 코스로 딱 좋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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