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의 잔흔/ 운경 윤난희
봄은 늘
조용히 스며드는 법이라
가로수길
위에 번진 빛은
어제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바람은
겨울의 마지막 결을 풀지 못한 채
나뭇가지 사이에 머문다
한때
말보다 침묵으로
서로를 건너던 사이였고
그날의 온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흩어져
손끝에 닿는다
너를 떠올리는 일은
미안도 그리움도 아닌
체온으로 남아
이해하지 못했던 너보다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나를 본다
연민은
결국 방향을 바꾸어
나에게로 돌아오고
다시
꽃잎이 지는 길을 따라
아무도 밟지 않은 시간 위를 걷는다
봄은 돌아와도
그날의 우리는 끝내 돌아오지 않기에
남겨진 것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과
그것을 놓아야 하는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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