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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 2026 詩작품집]

중립화의 방식 / 최형만

작성자copyzigi|작성시간26.06.16|조회수127 목록 댓글 3

중립화의 방식


도시는 물을 숨 쉬듯 관리한다고 배웠다

폐쇄된 정수장의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우리는 출입증 대신 손목의 흉터를 인식 장치에 대고 들어갔다 염소 냄새가 배어 있는 복도에서 감독관은 수질 그래프를 설명했다

그는 수십 년 전 강을 따라 이주한 사람의 손자였다

물은 없었지만
깊이를 기억하는 벽면의 파란 타일들

누구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매일 발을 담근 자세로 바닥을 닦았다

우리는 규정된 언어로 보고서를 썼다 평균과 허용치가 칸을 채우고 개선 권고는 마지막 줄에 남았다 그래프의 선은 내려가거나 올라갔고 안내 방송의 억양은 중립을 유지해야 했다

매뉴얼에 적힌 강의 옛 이름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삭제 표시들

방문객 센터의 지도는 색깔로 구역을 나눴지만 색은 서로 스며들지 않았다 여기는 취수 금지, 관람 가능, 기억만 남았다

비가 올 때마다 센서는 과잉 반응을 보였다 물은 허락 없이 떨어졌지만 우리는 타일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냈을 뿐 사건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되었고 아이들은 정수지에 서서 수면의 반사를 배웠다

강의 흐름을 그리는 수업에서 아이들은 연필로 길을 긋다가 자주 멈췄다

언젠가 출입문이 폐쇄되면 이곳은 기록 보관소로 전환될 것이다 물은 없고 설명만 남는 곳 그때는 각자의 시간표를 주머니에 넣고 같은 계단을 올라가며 뒤돌아보지 않는 법도 배우겠지

도시가 숨 쉬는 방식이 바뀌어도 비어 있는 깊이는 측정되고 있다

 


최형만_2020 동리목월 소설 등단.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거꾸로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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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상큼한 계절 | 작성시간 26.06.16 물은 없었지만
    깊이를 기억하는 벽면의 파란 타일들
  • 작성자정하나로 | 작성시간 26.06.19 중성화의 방식을 느끼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꼬까신 | 작성시간 26.06.23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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