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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9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추은경

작성자copyzigi|작성시간26.06.07|조회수150 목록 댓글 4

[2026 제9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추은경

평상


마당 한쪽 귀퉁이가 오래 절뚝였다네
경전선 완행열차 지날 적마다

다리 네 개 짝짝인 건
할매 팥 고르는 장단에 무릎 맞추느라
제 스스로 한 발 접어
바닥에 고인 게지

다리가 네 개라도
평생 걸어본 적 없는 생

어디로도 가지 못해
누구든 올 수 있었던 저 둥글고 반듯한 무릎

장터에서 돌아온 발뒤꿈치며
앞산 부엉이 울음까지
젖지 않게 밤새 등을 내주고

십 리 길 흙먼지를 제 몸에 문질러 품은 채
입 한번 벌리지 않던 저 순한 짐승

장마 서너 번만 지나도 푹 꺼지던 마당을
제 한 몸 뒤틀어 낮은 곳부터 도두보고 있었던가

경전선 막차 지나간 뒤에도
끝내 네 다리를 다 펴지 못한 채

저무는 마당 한복판
평상 하나 삐딱하게 고여
저녁빛 위로 팽팽한 벼리 하나 긋고 있었다네

 

추은경 (경남 사천시 동금2길)




 
시 문학 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하면서

금번 제9회 최충문학상 공모전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예심을 거쳐 선정된 만큼, 어느 한 편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 높은 작품들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세 분의 심사위원들은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 본심 진출작 15편을 공정하게 심사하였음을 밝힌다.
이번 심사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작품이 최충문학상이 지향하는 문학적 가치와 정신, 그리고 공모 취지에 부합하는가를 살폈다. 둘째, 깊이 있는 문장력과 자유로운 표현력을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얼마나 높였는가를 중요하게 평가하였다. 셋째, 상징과 은유를 통한 시적 이미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되었는가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넷째, 시의 본질인 간결성과 함축미를 충실히 살리고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하였다. 다섯째, 상상력과 사유의 깊이가 조화를 이루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 그리고 감동을 남기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기준 아래 작품성과 문학성을 두루 고려하며 깊이 있는 논의를 거듭한 끝에, 대상작(오산시장상)으로 「평상」을 선정하였다. 「평상」은 화려한 수사나 감정의 과잉에 기대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사물을 통해 삶의 애환과 인간 존재의 깊이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절제된 문장 속에서도 따뜻한 정서와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며,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 있는 삶의 숭고함과 공동체적 정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진정성과 안정된 표현력 또한 돋보여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수작이었다. 또한 정제된 언어와 매끄러운 이야기 구성은 시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다리 하나가 짧아 삐딱하게 놓인 마당 구석의 '평상'을 통해, 타인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존재의 거룩함을 서정적이고 밀도 높은 언어로 그려내었기에 심사 위원 전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수상작 '평상'에 대한 주요 심사와 구체적 평가의 첫 번째는 사물에 대한 깊은 관조와 독창적인 발견이다. 시인은 평상의 다리가 맞지 않아 기우뚱한 이유를 가구의 결함으로 보지 않고, '할매 팥 고르는 장단에 무릎 맞추느라 / 제 스스로 한발 접어 / 바닥에 고인 게지'라며 사물에 대한 따뜻한 생명과 의지를 부여함으로써 타인의 삶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불구(不具)를 선택했다는 눈부신 상상력이 시적 감동의 출발점이다.
두 번째는 역설적 공간이 주는 포용의 미학이다. '다리가 네 개라도 / 평생 걸어본 적 없는 생 / 어디로도 가지 못해 / 누구든 올 수 있었던'이라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다. '가지 못함'이 도리어 '모든 것을 받아들임'이 되는 공간의 역설을 통해, 평상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친 존재들을 품어주는 거룩한 대지(大地)로 격상하는 것이다. 장터에서 돌아온 피곤한 발뒤꿈치부터 밤의 부엉이 울음, 십 리 길의 흙먼지까지 묵묵히 품어 안는 평상을 '입 한번 벌리지 않던 저 순한 짐승'으로 명명한 대목에서는 여운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세 번째는 구조적 긴장감과 시적 완성도이다. 단순한 감정 이입에 머물지 않고, 긴밀한 긴장감으로 도약한다. 장마에 꺼지는 낮은 마당을 위해 '제 한 몸 뒤틀어 낮은 곳부터 도두보고 있었던가'라는 자기 성찰은 최충문학상이 지향하는 이타적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밤이 찾아오고 완행열차가 지나간 쓸쓸한 풍경 속, 삐딱하게 고인 평상이 '저녁빛 위로 팽팽한 벼리 하나 긋고 있었다네'라고 종결짓는 부분은 압권이다. 그러면서 비뚤어지고 기우뚱한 존재가 역설적이게도 중심을 잃어가는 세상 속에서 삶의 가장 견고한 기준점(벼리)을 세우고 있다는 선언으로 완성의 방점을 찍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학이 인간의 지친 삶을 위로하고 이 시대의 홀대 받는 약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는 힘을 갖고 있다면, 이 시는 그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기우뚱한 평상의 네 다리는 오늘날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타인을 위해 내 무릎을 굽힌 적이 언제였던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낮은 곳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평상'을 통해 삶의 숭고함을 일깨워준 이 아름다운 시편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최충 문학상 대상 수상이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있는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공광규 공석진 박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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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개여울 | 작성시간 26.06.07 최충문학상 당선작으로 만났으나 다른 어디에서 만났어도 참 따뜻한 시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네요. 따뜻한 시 감상 잘했습니다.
  • 작성자유럽미인77 | 작성시간 26.06.07 감나무 그늘 따라 이동한 평상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무심히 자리잡았던 평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시로 쓰였다니.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리아 | 작성시간 26.06.08 " 다리가 4개라도
    평생 걸어본 적 없는 생
    어디로도 가지 못해
    누구든 올 수 있었던
    저 둥글고 반듯한 무릎"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산감나무 | 작성시간 26.06.08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나는 누구의 의자가 된적이 있었던가
    부끄럽군요.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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