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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탄핵이후 한중관계: 발란반정(撥亂反正)-목포대신문 제514호(2017.4.12)

작성자ycsj|작성시간17.04.18|조회수155 목록 댓글 0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은 나를 30년 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혁명의 80년대에 후배들과 함께 공덕동 로터리와 남대문로 등을 헤매며 맡았던 최루탄 가스가 ‘1987년 체제로 귀결되었던 기억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여러 차례 동료들과 후배들과 그리고 마침 한국을 방문한 외국 친구들과 광화문 네거리 현장에 나가곤 했다. 한 개인에게 30년은 반생(半生)에 가깝지만 역사에서는 한 쪽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87년이 그러했듯이 2016년 가을부터의 시간은 특별한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가 단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1987년을 반면교사로 삼아 촛불혁명을 진정한 발란반정(撥亂反正)’의 단계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샹탈 무페(Chantal Mouffe)는 근대 민주주의에서 대의민주주의 실행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녀가 보기에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인민민주 원칙을 위해 대의제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제인민민주 원칙을 억압하는 현상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를 민주주의의 역설이라 명명했다. 우리는 이 역설을, 인민이 민주적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한 지도자가 당선 이후 인민의 뜻을 대표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은 어지러움이다. 마침내 우리는 어지러움을 평정(撥亂)’했다. 이제 정의로 돌아가야(反正)’ 한다.

철학과 정의가 없고 일말의 양심과 상식도 없는 지도자로 인해 입은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 가운데 최근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사드(THAAD) 문제로 인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래에서는 최근 내가 직접 체감한 중국의 사드 분위기를 소개한다.

나는 3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목포대학과 오랜 교류가 있는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대학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다녀왔다. 학기중인지라 최단 시간으로 잡은 34일 동안 사드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도착 첫날 국제처에서 안배한 환영 만찬을 마친 후, 5년 만에 방문한 옌타이대학 부근의 변화된 모습도 볼 겸 산책을 나가려하니 국제처장이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귀담아듣지 않고 숙소에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산책하러 나오니 처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득불 교문까지만 가서 바깥 풍경만 일별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별일은 두 번째 특강을 마친 마지막 날 일어났다. 국제처의 환송 만찬을 마치고 목포대 교환학생들을 만나 학교 앞 식당에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학생이 젓가락을 떨어트려 주인에게 하나 더 달라고 하자, 그가 갑자기 험상궂은 표정으로 당신들 한국인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 장면은 수습되었지만, 주인은 학생의 중국어가 외국인 같아서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이런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주인장의 질문에, 우리 중 누군가가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데 어쩌란 말이요?” 라고 대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번에 만난 많은 중국인들이 사드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 내용은 중국 정부의 견해와 대동소이했는데, 중국 정부는 사드에 대한 비판 논리를 만들어 그것을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핵 문제는 미국과 조선의 문제다. 그런데 미국은 북핵 억제라는 명목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 한다. 하지만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사드는 소프트웨어만 조정하면 중국 대부분 지역을 겨냥할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의 대문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 정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미국을 도와 사드 배치에 적극적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중국의 오랜 친구고, 최근 경제 문화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가지고 있고 양국 교류는 무궁하게 발전할 것인데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는 양국 간의 신뢰를 저버리고 양국 교류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동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한국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를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발동시키고 있다. 한한령은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비공식적인 조치다. 하지만 한중 양국의 정부와 국민은 그것이 실제 작동하고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한한령이 작동하니 한국 정부와 국민도 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환대는 감사를 낳고 다시 환대로 돌아오지만,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리고 오해의 증폭은 폭력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해 어지러움을 바로잡고 정의로 돌아가는 발란반정(撥亂反正)’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세월호의 진상 규명과 눈앞에 다가온 대선은 우리의 정의를 회복하는 첫 단추다. 촛불혁명 정신을 계승한 19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나는 부디 중국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정부는 우리를 대표하기에, 나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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