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여기 그리고 지금』-아파두라이, 아르준(2004)
박 성 애
현대성은 이론과 일상적 삶의 양 영역에서 다양한 비판과 저항에 부딪쳐왔다. 사실로서의 현대화와 이론으로서의 현대화가 맺는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오늘날의 세계
이 책은 과거 수십 년간 사회들 간의 관계를 결정지었던 일반적인 단절(rupture)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단절 이론은 매체(media)와 이주(migration)를 두 가지 중요한 분석 개념으로 삼는다. 이 양자의 결합이 현대적 주체성을 구성하는 자질의 하나인 상상력의 작업(work of the imagination)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하고자 한다.
전자매체는 상상된 자아와 세계를 구성하는 새로운 자원들과 원칙들을 제공함으로써 대중 매체의 장(場)을 변형시킨다. 이는 상관적인 문제다. 전자매체는 어느 것(뉴스, 정치, 가족생활, 스펙터클 오락 등)과과 결합되건 자기와 다른 상황적 능력(contextual literacy)에 간섭하고 그것을 역전시키며 변형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는 세계 내에 존재하는 기존의 소통과 행위 양식을 전자매체가 어떻게 변형해내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자매체는 현대화가 곧 세계화(globalization)인 것처럼 나타나는 환경에 새로운 변형을 일으킨다. 전자매체는 한 인간이 일상의 사회적 기획(everyday social project)으로서의 자기 이미지를 만드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매체의 경우는 이주에도 적용된다. 현재의 세계에서 우리는 재빨리 옮겨 다니는 이미지들과 탈영토화된 관객들이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이산(離散)된 공공 영역들(diasporic public spheres)을 창출해낸다.
간단히 말해 전자매체의 등장과 대량 이주 현상은 현재의 세계가 상상력의 작용을 요구하는(때로는 강제하는) 새로운 종류의 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관찰자와 이미지들이라는 두 요인은 동시에 순환하며 특유한 불규칙성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지역이나 국가 단위의 대중 매체가 쳐둔 방역선과 내 지역의 확실함(certainties of home) 바깥에서 서로 마주치게 된다. 이와 같은 관계야말로 세계화와 현대화의 핵심이 된다. 이런 문맥에서 볼 때 상상력의 작업은 논쟁하고 경쟁하는 공간이며, 그 속에서 개인들과 집단은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현대성을 세계적인 것과 결합시키려 한다.
2) 상상력의 작업
상상력은 후기 전자 기술의 세계 내에서 새로이 중요한 역할을 담담할 것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상상력은 제한된 공간(예술, 신화, 제의)에서 떨어져 나와 사회 내의 다수들이 수행하는 일상적인 정신적 작업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대중매체에 의해 중개되는 상상력의 힘은 이주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범위 또한 이미 국가의 영역을 뛰어넘고 있다.
둘째, 상상과 환상(fantasy)이 다르다는 점이다. 환상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인 기획이나 행동과는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을 주며 사적이며 개인적이기까지 한 반향이 그 속이 존재한 반면, 상상력에는 현실적인 기획이라는 감각이 존재하며 특정한 유형의 표현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상상력은 그것이 집단적일 경우 행위를 격발시키는 강력한 연료가 된다. 오늘날 상상력은 도피의 수단이 아니라 행위의 무대이다.
셋째, 개인적인 의미에서의 상상력과 집단적인 의미의 상상력 간의 차이다. 그것은 집단의 자산으로서도 기능한다. 이른바 ‘정서적 공동체(community of sentiment)’란 개념은 함께 상상하고 사물을 감각할 수 있는 집단의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글 읽기와 비평 및 향유의 집단성이라는 조건하에서 대중매체가 만들어낼 수 있던 것 중 하나다. 매체들은 국가의 경계 내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공동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민주주의의 보이지 않는 대학(invisible colleges-과학이 지배하는 세계를 지칭: Diana Crane, 1972)이라는 개념과 유사하다. 이 공동체들은 대자적인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상상력의 공유로부터 행동의 공유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작동한다. 대중매체에 의해 생성된 이런 공동체의 또 다른 특징은 이들이 지역적인 특성과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음으로써 상상할 수조차 없는 초지역적인 사회적 행동으로 전화되는 가능성들을 갖는다는 점이다.
Salman Rushdie 사건: 『악마의 시 The Satanic Verses』
전자매체와 대량 이주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급격한 단절에 대한 접근은 명백히 초국가적이며 심지어 탈국가적이다. 이주와 대중매체의 중개는 현대적인 것으로서의 전지구화와 전지구적인 것으로서의 현대화라는 새로운 의미를 재구성한다.
Mira Nair, <Mississippi Masala>
3) 인류학의 시각
인류학은 많은 실천 중에서도 문화적인 것이야말로 다른 것을 변별하는 핵심적인 기준이라고 특권을 부여하는 전문적인 경향이 있다.
명사형인 문화(culture)란 개념은 문화를 일종의 대상이나 사물로서, 혹은 실체(문화실체론)로서 간주하려는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정신적 실체라는 함의를 통해 명사형 문화는 불평등한 지식과 삶의 양식들이 갖는 위계질서의 현존이라는 사실들을 외면한 채 공유와 동의, 결속 등의 개념에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아가 그것은 내몰리거나 지배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관과 관심을 약화시킨다. 물질적 실체라는 관점에서 문화를 정의하려는 태도에는 인종 문제를 포함한 생물학적 결정론의 냄새가 나며 이는 과학적 범주로서는 이미 폐기된 것에 불과하다.
문화의 형용사적(cultural) 의미는 현상이 갖는 문맥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 위에 위치하며 차이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 위에 있다. 이런 정신이야말로 구조주의의 덕목 가운에 하나이다.
문화라는 개념이 안고 있는 특질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바로 차이라는 개념이다. 차이는 다른 사물과의 대조 가운데서 나타나는 비교적인 특성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문화적이란 용어를 통해 특정한 차이들만을 지칭하는데, 이 차이들은 집단적 정체성의 동원을 표현하거나 그것에 기초를 제공하는 것들만을 지칭한다. 문화에 대한 형용사적 접근 방식은 문화가 갖는 상황적(contextual)이고 자기 발견적이며 또한 비교 가능한 차원들을 강조하고, 집단 정체성의 영역 안에서 차이로서의 문화라는 개념으로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집단 정체성이라는 다양한 개념을 만들어내기 위해 차이들을 착취하는 인간 담론이 사람들에게 스며든 것이 바로 문화이다.
민족성-자연화된 집단적 정체성-의 핵심은 차이들을 의식적이며 상상에 입각한 방식으로 주조하고 동원해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차이들의 열린 저장고로서 구성되는 문화1은 집단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표지들을 구성하는 차이들의 부분집합으로 존재하는 문화2로 의식적으로 변형된다.
집단 정체성의 관점에서 특정한 차이들이 자연스럽게 조직화된 결과로서 문화를 보는 것, 즉 문화를 역사적인 과정 속에서 나타나 형성되었으며 실천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들 사이의 긴장 속에서 조직도니 결과로 간주하는 것은 민족성을 도구적인 개념으로 바라보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도에 대해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민족적 정체성을 도구적인 개념으로 사용한 결과는 현재 차이의 가치를 안정시키려 하는 데 대한 반구조적인 대응이 될 수도 있다. 이 관점은 순수하게 정체성에 정향된 도구성을 갖는다.
둘째, 대개의 도구적 관점은 집단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 동원되는 차이의 기준이 어떤 과정을 통해 육체를 가진 주체들에게 (재)각인되고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단히 선동적인 방식으로 체험되는가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주의(culturalism)라는 용어는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문화주의란 단순하게 말한다면 국민국가 수준에서 동원되는 정체성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문화주의는 좀 더 큰 국가적이며 초국가적인 정치학의 필요에 의해 문화적 차이들을 의식적으로 동원하는 현상이다.
문화주의적인 운동은 상상력의 작업이 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식이며, 종종 이주와 분리라는 사실 혹은 그 가능성에 의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운동들이 정체성과 문화 및 유산에 대해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문화주의는 대중매체와 대량 이주 및 세계화의 시대에 문화적 차이들이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형식이라 할 수 있다.
4) 지역 연구는 어떻게 수행되었는가
지역 연구는 공간적 상상력에 연구에서 얻은 정보의 전략적 중요성이라는 커다란(때론 암묵적이기도 하지만) 의미를 공간적 상상력에 중첩시킨다.
과거의 지역 연구 방식은 1989년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연구로 고무된 좌파 비평가들과 시장주의자들 및 자유화를 옹호하는 이들과의 연합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지역 연구는 세계화가 그 자체로 역사적인 과정이며 균일하지 않은, 심지어 지역화(localizing)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건전한 상식의 원천이다. 지역 연구의 전통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면 중요한 것은 지역적인 것 자체가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며, 지역성이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역사적 과정이 세계의 역동적인 흐름에 점차 종속되어가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순전히 지역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밝히려 한다.
5) 애국심 이후의 사회과학
현대가 낳은 복합적인 정치적 형식으로서의 국민국가(nation-state)는 최후의 단계에 와있다. 국민과 국가를 결합하고 있는 연결 부호(-)는 국민국가의 시대가 이제 막 그 종결점에 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전된 논의의 한 부분을 이룬다. 그러나 이 관점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중적인 매체들과 이주 현상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이산된 공적 영역이라 이름 붙인 것들의 다양한 부상에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저런 예(이슬람 세계, 세계 종교로서 힌두교, 분리주의 운동, 다문화주의 논쟁)를 통해 보건대, 전형적인 의미에서든 필요에 의한 것이든 국가적인 성격을 지녀야 살아남는다고 했던 공적 영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이산된 공적 영역들은 탈국가시대의 정치가 그 속에서 자신을 검증하지 않을 수 없는 가혹한 시련의 도가니이다.
미래의 세계가 어떤 운명을 겪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협상(호의에 입각한 것과 격렬한 것 모두를 포함하여)을 통해, 즉 상이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과 운동 단체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세계상들 사이의 협상을 통해 주어질 것이다.
박 성 애
(요약)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Storey, John(2002)
1.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개념적 지도
-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다른 것들, 즉 상대개념의 작용
(대중문화: 민속문화, 대량문화mass culture, 지배문화, 노동계급 문화 등)
- 대중문화란 사실상 ‘속이 텅 비어 있는’ 개념적 범주이며 문맥에 따라 갖가지 모순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질 수 있는 빈 그릇과도 같은 것
1) 문화
- 레이먼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의 정의
: 문화는 “영어 단어 중에서 가장 난해한 몇 단어들 중 하나”
가. “지적, 정신적 심미적 능력을 계발하는 일반과정”
나. “한 인간이나 시대, 혹은 한 집단의 특정한 생활방식”
다. “지적 산물이나 지적 행위, 특히 예술 활동을 일컫는다.”
의미를 나타내거나 생산하는 혹은 의미 생산의 근거가 되는 것을 그 주된 기능으로 하는 텍스트나 문화적 행위를 말함. (후기)구조주의자들의 ‘의미를 나타내는 실천행위(signifying practices)’와 동일
2) 이데올로기
- 그레이엄 티너(Graeme Turner)
: “문화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범주”
- 제임스 캐리(James Carey)
: "영국의 문화연구를 쉽게, 또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다름 아닌 이데올로기의 연구일 것"
- 스튜어트 홀(Stuart Hall)
: “이데올로기라 말하면 무언가 남는 것 같고 또 문화라고 말하면 무언가 모자라는 것 같다.” 여기에서 홀이 지적하는 개념 공백은 물론 정치이다.
- 대중문화 연구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의 다섯 가지 의미
가. 특정 집단에 의해 부각되는 조직적인 사고체계(직업적 이데올로기, 노동당의 이데올로기)
나. 일정한 눈가림이나 왜곡, 은폐. 이것들은 ‘허위의식(false consciousness)’의 만들어 냄
다. 여러 ‘이데올로기 형식들’을 일컫는 용어 : 텍스트들(텔레비전 픽션이나 대중가요, 소설, 영화 등)은 언제나 세상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므로 대중문화는 “집합적으로 사회를 이해하는” 장이다.(스튜어트 홀) 대중문화는 ‘의미작용의 정치(the politics of signification)’
라.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단순히 관념들의 집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물리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 실천행위
마. 롤랑 바르뜨의 초기 연구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의 정의 : 이데올로기(신화)는 어떤 함축적 의미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함축적 의미를 만들기 위한 헤게모니 투쟁
- 문화와 이데올로기가 공유하는 개념영역의 차이
: 이데올로기가 공통 영역 내에 정치적 차원을 도입
∴이데올로기 개념을 통해 문화/이데올로기의 영역이 불가피하게 권력과 정치관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
3) 대중문화
- 대중적popular(윌리엄즈)
: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열등한 작품들”, “사람들의 선호에 일부러 맞춘 작품들”, “사람들이 사실상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낸 문화”
- 대중문화
가.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좋아하는 문화
나. 고급문화라고 결정된 것 이외의 문화를 모아보는 것(잔여 범주), 기준 이하의 문화. 대중문화가 대량 상업적 문화인 데 반해 고급문화는 개별적인 창조활동의 결과
다. 대량문화 : 대중문화는 어쩔 수 없는 상업문화, 그것은 대량소비를 위해 대량생산된 것이며, 그것의 관중은 무분별한 대량소비자집단이다.
* 구조주의: 대중문화를 지배이데올로기를 쉽게 재생산해내는 이데올로기의 제조기
라. ‘민중(the people)’으로부터 발생되는 문화: 민속문화로서 대중문화
마. 안토니오 그람시의 정치적 분석, 특히 그의 헤게모니 개념의 전개에서 나온 것
(헤게모니: 지배계층들이 ‘지적이고 도덕적인 리더십’의 과정을 통해 피지배계층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
* 대중문화의 이론들은 사실은 ‘민중’의 구성에 대한 이론이라는 주장
바.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의해 소개된 것
: 포스트모더니즘 문화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사. 대중문화
: 산업화와 도시화에 뒤따라 일어난 문화
* 산업화와 도시화가 대중문화의 지형에서 문화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4) 타자로서의 대중문화
: 대중문화는 상대적 개념의 존재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의미와 영향을 가진 여러 해결책들의 시리즈만이 존재한다.”(토니 베니트)
- 여러 가지 정의
: 대중문화를 무정부상태로 규정(매튜 아놀드)
: “서구에서 대중문화는 더 이상 지엽적인 것이 아니며 지하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언제나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단지 문화 그 자체이다.”(딕 헵디지Dick Hebdige)
: “대중문화의 형태는 영국 문화생활에서 이미 중심부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고급문화 저편에 독특한 대중문화가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제프리 노웰-스미스 Geoffrey Nowell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