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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실

고부(孤負)-배신

작성자거정|작성시간26.06.18|조회수4 목록 댓글 0

1949년 이상춘의 '조선 옛글 사전'2p에는 '고부(孤負)'라는 말이 나온다.

'남의 호의나 기대 등을 저버리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로,

'홀로 孤(고)'와 '저버릴 負(부)'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남이 베푼 은혜나 기대에 대해 혼자서 등을 돌리다" 또는 "믿음을 저버리다"라는 뜻이다.

 

申企齋送人金剛詩曰: ‘一萬峯巒又二千, 海雲開盡玉嬋姸. 少因多病今傷老, 孤負名山此百年.’

기재 신광한이 “금강산으로 가는 이를 전송하며”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一萬峯巒又二千 (일만봉만우이천): 일만 봉우리에 이천봉을 더했으니

海雲開盡玉嬋姸 (해운개진옥선연): 바닷구름 다 걷히면 옥 빛으로 곱겠지.

少因多病今傷老 (소인다병금상로): 젊어서는 늘 병 때문에, 이제는 서럽게도 늙어서

孤負名山此百年 (고부명산차백년): 이 한 평생 나 혼자만 명산을 저버렸구나.

* 이 시는 제목이 “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으로 전하고 있다.

* 孤負: 一作 終負.

柳月峰「福泉寺」詩曰: ‘落葉鳴廊夜雨懸, 佛燈明滅客無眠. 仙山一躡傷遲暮, 烏帽欺人二十年.’

월봉 유영길(柳永吉)의 「복천사」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落葉鳴廊夜雨懸 (낙엽명랑야우현): 낙엽소리 들리는 사랑채에 밤비는 줄기찬데

佛燈明滅客無眠 (불등명멸객무면): 불당의 등불 깜빡임에 객은 잠못이루네.

仙山一躡傷遲暮 (선산일섭상지모): 신선의 산에 한번 와서 늘그막을 슬퍼하니

烏帽欺人二十年 (오모기인이십년): 검은 관모가 20년간 사람을 기만했구나.

* 夜雨懸: 밤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모양. 밤비가 처마에서 낙수 지어 흐르는 모양.

* 遲暮: 해질녘. 만년. 황혼. 늘그막

* 烏帽: 烏紗帽. 검은 색의 官帽.

 

신광한은 시에서 노쇠하고 병듦을 속상하였고,

유영길은 시에서 현실에 얽매여 있는 신세를 탄식하였다.

세속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명승지에 몸을 두는 것이 이처럼 어렵구나!

 

두 시는 격조와 운율이 모두 맑고 간절한데,

유영길의 起句가 더욱 놀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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