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지석영선생의 '언문'74p에는 '빙빙과거(氷氷過去)'라는말이 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어물쩍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자조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얼음'을 뜻하는 한자 '빙(氷)'을 두 번 겹쳐 써서, 진실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살아온 삶을 비꼬는 속어이다.
빙(氷): '얼음'을 뜻하며, '어름어름'('얼음얼음')의 발음과 의미를 한자로 그럴듯하게 둘러맞춘 글자이다.
과거(過去): 지나간 시간이나 살아온 이력을 의미한다.
어원 및 유래: 우리말 '어름어름'(어떤 행동을 우물쭈물하거나 어물쩍하게 넘기는 모양)을
옛사람들이 한자로 말장난하듯 빗대어 만든 표현이다.
어름어름.
'얼다'에서 파생된 '어름'의 의미가 중첩되거나,
'얼버무리다' 등의 '얼(대충, 뒤섞여)' 성분이 변형 및 반복되면서 형성된 순우리말 부사이다.
오탁번 시인의 동명 시 《빙빙과거》이다.
빙빙과거 氷氷過去 / 오탁번
빙빙과거라는 말이 있다
진실하지 못한 채
어름어름 살아온 과거를 뜻하는 말이다
어름어름 얼음얼음
옛사람의 말장난이 제법이다
ㅡ빙빙과거 빙빙과거
나직나직 읊조리다 보면
아득히 흘러간 젊은 날의 필름이
툭툭 끊어진다
가난했던 사랑의 고백도
해토머리 얼음처럼 흔적 없다
좌파도 우파도
순수도 실천도 아닌 채
어름어름 어물쩍 흘러간
내 과거가 볼꼴 좋다.
나도 도리켜 보면 치열하지 못하고
빙빙과거로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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