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하루가 안녕하기를 기도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직장에서 바쁘게 여기저기를 종종거리며 생활했었는데, 올해는 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를 실천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과 달리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았고, 업무라는 것이 줄어들지도 않아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도를 시작하면서는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노력하다 보니 걸음은 이전보다 많이 느려졌습니다. 예전에는 신호등을 보면 뛰기 바빴다면 지금은 다음 신호에 건너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느린 삶이 조금씩 삶에 스며드니 마음도 조금씩 보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난 일요일에 부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보리원수업을 오는 길에 시내버스를 잘못 타서 환승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30분을 수업에 늦게 되었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마음이 요동쳤습니다. 화남, 자책 등에 사로잡혀 갈등이 생겼습니다. 보리원으로 갈 지, 집으로 돌아갈 지. 그 때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이 화난 마음은 누구이고, 보리원으로 가서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은 누구인지. 둘 다 분명히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내가 나의 주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두 마음을 분리하여 보리원에 늦게 도착했지만 수업을 무사히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만일 내가 화난 마음을 따라갔더라면 과연 이후 나의 하루가 평안했을까라고 생각했더니, 답은 아니었습니다. 이 깨달음과 평소 습관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한 마음 덕분에, 괴로움과 피곤함이 아니라 편안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일요일에 깨달음 덕분에 이번주가 지난 주보다 평온하리라 기대하며, 어제, 오늘을 보냈습니다.
어제는 평온함이 이어졌다면, 오늘은 스스로가 불안함을 모으는 것처럼 마음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불안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분리해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더니, 이것이 오랜 세월 제 안에서 살아오면서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제 마음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돌이켜 지난 세월 저를 돌아보면, 바르지 못한 생각, 행동, 말들을 해왔는데 그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고, 그런 것들이 오늘의 저를 이루었으니, 제 습관 또한 바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과 저를 이끌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루, 하루 기도를 하면서 제가 어떤 말, 행동,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어가니 부끄러움과 갈등의 순간들이 많지만, 또 기도의 힘으로 바르지 못한 것들을 조금씩이나마 고쳐나가 나쁜 길로는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오늘 후기를 쓰면서, 하루가 평온했다고 다음날이 평온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면 기도를 하며 바른 길로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부처님법을 공부하고 알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는 두 분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두서 없는 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