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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와 무시

작성자한강수|작성시간05.12.25|조회수32 목록 댓글 4

 고등어 찌게

'어머니는 고등어 구워(어머니는 된장국 끓여가 아니고) 
어쩌구 하는 노래가 생각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삼일 전
집 앞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어디 가려는 길이었지요.
집 앞에 채소 차가 와 있더군요.
옆 집이 식당인데 그곳에서 야채를 뭉터기로 사더군요.
우리 동네에는 이런 차가 가끔 옵니다.
'배추 한단에 얼마, 고추 한 봉지 천원' 어떻고 하는 차 말입니다.
"아재, 이 무시(무우)는 얼맨교?"
"한 단에 이천원 입니더."
묶인 한단을 얼른 보아도 무시가 대 여섯개 되어보입디다.
거기에다가 무시에 묻은 흙이 누런 황토흙이어서 더욱 마음에 듭디다.
"한 단 만 주소."

약 한달 전 제가 형님이라고 부르시는 분이 
고등어 두 마리를 가져 오신 일이 있습니다.
저와 '고갈비'가 먹고 싶으시다면서 가져 온 것이었지요.
그 고등어가 제법 커서 몇이서 한 마리 밖에 못 먹고
남겨 둔 한 마리가 있었지요.
그 고등어를 무시와 섞어 보자는 계산에서 무시를 산 것이랍니다.
제가 고등어 구워서는 먹어 보았지만
찌게로는 한번도 한 일이 없어서 새로 만들어 보기로 한 것입니다.
S에게도 그 맛을 한번 보라고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지요.

저녁에 무시를 장만 했습니다.
무시 잎파리(무우청)를 '뚝 뚝' 잘라서 따로 보관하고
잘라 낸 무시는 물에 대강 씻었습니다.
무시 잎파리를 대강 씻어서 뜨거운 물에 삶아 냈습니다.
이런 무겁고 힘 든 것은 제가 하여야 합니다.
S는 이런 일 잘못 한답니다.
일종의 장애 후유증 비슷하니 당황하면 쏟을 일이 있답니다.
쏟는 것이야 별 일 아니지만 혹 다칠까봐 제가 합니다.
열심히 삶아 놓으니 무시 잎파리만 한 냄비가 되려고 합니다.
몇 등분으로 나누어 랩에 싸서 한 등분만 남기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지요.

무시를 큼직 큼직 하게 썰고
무시 잎파리는 한번 잘라서 넣고 고등어를 잘라 넣었습니다.
'고등어 간 할 때는 몽고 간장(진간장)을 넣어야 되는것이제?
우리 엄무이 할 때 보니 지렁(간장)으로 간 안 하더라.'
몽고 간장 몇 숫갈 넣고 두껑 덮어 '풀풀' 끓였습니다.
양파와 파 그리고 마늘 빻은 것은 한 번 끓고 나서 넣었답니다.
다시 끓기에 맛을 보니 맛이 좀 뜨는 느낌이었습니다.
맛이 뜬다는 것은 음식의 맛이 좀 덜 난다는 이야기지요.
'뭐가 빠졌지? 아하! 어머님이 하실 때 된장도 조금 넣더라.'
된장 반 스푼을 넣었답니다.
다시 한번 살풋 끓여서 맛을 보니 비린내가 사라지고
맛이 훌륭히 어울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녁에 먹고 이튿날 아침 또 먹었답니다.
이튿날 저녁에 또 먹고 다시 다음 날 아침까지 먹었답니다.
양이 많아서(무우 하나, 무시 잎파리을 넣었으니 많았음)
한번에 다 먹지도 못 하고 삼일이나 먹어야 했답니다.
S는 제가 한 요리는 언제나 맛 있다고 잘 먹는답니다.
며칠 같은 요리가 나와도 '맛 있다. 맛 있다' 하면서 먹는답니다.
카레도 그랬지만 이번 고등어도 그랬답니다.

고등어 한마리와 삼백원 짜리 무우 하나 그리고 무시 잎파리 조금이
우리 며칠 반찬이 되었답니다.
꼭 비싼 요리 재료 아니어도 맛 있는 요리는 나오는 모양입니다.
마지막 된장 한 숫가락이 그 맛을 살려주는 진리도 깨달은 일이었습니다.

형님, 고등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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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제비꽃 | 작성시간 05.12.03 그 속에 우거지까지 같이 푹 끓이면 더 감칠 맛인뒤요~^^
  • 작성자겨울해바라기 | 작성시간 05.12.03 애공...머 이런일까장 글로 올리고 그런다요?근디 맛있던건 보장함니다..어느 재료로도 훌륭하게 음식을 만든다는게 부럽슴다.자꾸 저희집 자랑만 하는 같아 챙피하네요..춥군요 오늘...감사하구요^^*
  • 작성자조미인 | 작성시간 05.12.03 고등어와 무우는 .잘어울리는 짝이지요 ...그렇게 조리면 무도 맛있고 고등어도 맛있습니다 ...지난번식당에서 밥먹는데 그반찬이나와서 ..더달라고해서 먹은기역이나네요 ^^ ..내일은 우리도 고등어와무조림좀 해먹을까 생각중입니다 ..등푸른생선이 성인병에 좋다는데 ~~~~~~~~~~!!!!!
  • 작성자스마일 | 작성시간 05.12.04 고등어에 된장을 넣는 다는것 도 배웠네요 우리는 생선을 잘 안먹거든요 한강수님이 하신것 같이 해서 먹어 봐야겠네요 우리집 자랑도 돈 많다는 자랑 아니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재미나는 이야기인데요 창피하기는요 늘 재미밌는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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