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합격수기(공무원)

2018 농촌진흥청 작물연구사 합격수기

작성자genuine|작성시간18.08.07|조회수13,278 목록 댓글 119



이번에 진흥청 작물연구사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앞서서 많은 고민이 들었고 공부를 하는 과정은 매번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과정을 글로 씁니다.
하나도 알지 못하던 제가 이 곳의 많은 분들이 쓴 글을 보며 방향을 잡았던 것처럼
제가 쓴 이 글이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 공부하기에 앞서 나의 상황

사회복무 : 저는 2016년 5월 30일부터 사회복무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2016년 7월 11일, 지도사를 목표로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고 운 좋게도 그 해 10월에 있던 지도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2017년은 운동, 여행, 방통대 편입 등으로 공무원 공부를 잠시 쉬었고 2018년 1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비전공자 : 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농업 지식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재배학은 용어가 어려워서 이해가 바로바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도사를 합격한 후 2017년 2학기부터 방통대 농학과에 편입하여 전공공부를 했습니다.

식물보호산업기사 : 2016년 지도사 시험을 볼 땐 가산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청 채용 공고에서 커트라인이 가장 낮은 곳을 찾아 그곳을 지원했습니다. 가산점 5점의 공백이 컸기 때문에 그만큼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2017년 4회에 식물보호산업기사를 응시해서 땄습니다.



2. 과목별 공부법


국어
교재 : 선재국어
강의 : 이선재 기본강의 2016
국어와 한국사는 지도사 공부할 때 봤던 교재를 다시 봤습니다.
평소에 필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2년 전 강의 들을 때 적었던 내용을 다시 봤을 때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국어 공부는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6월에 총3일 공부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과여서인지, 아니면 실생활과 동떨어진 표준국어규칙을 외워야 한다는 괴리감 때문인지 국어책을 펴면 공부는 많이 안하고 자꾸 나중으로 미루기만 했습니다.
6월 시험 보기 일주일 전에 선재국어 1권에서 제가 보고싶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공부했는데 신기하게 시험에 그부분만 그대로 나왔습니다. 국어 점수가 제일 낮긴 하지만 이마저도 잘봤다고 싶을 정도로 운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사
교재 : 강민성 한국사
강의 : 강민성 기본강의 2016
국어와 마찬가지로 지도사 공부할 때 교재에 적었던 필기를 바탕으로 회독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극과 역사게임을 좋아해서 국사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서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또 지도사 시험볼 때는 한국사 강의 중 전근대편만 공부했었기 때문에 뒤에 근현대사는 백지장이었습니다.
처음 회독할 때는 문화사는 보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부분만 봤습니다. 문화사가 외울게 많지만 처음부터 본다면 다시 돌아왔을 때 다 까먹기 때문에 최대한 나중에 몰아서 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부가 안된다 싶을 때 공무원 한국사 기출문제를 풀거나 한능검 시험을 풀면서 머리를 식혔습니다. 1회독 끝나고 나서는 9급은 80~90, 7급은 60~80 정도 나왔습니다.



생물학개론
교재 : 캠벨
저는 생물학과였기 때문에 생물학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기출문제를 분석하면 20문제 중 10문제 정도가 동물생리학에서 나오기 때문에 캠벨 책을 보면서 그부분을 틈틈히 봤습니다.
그리고 생물학개론 지방직, 국가직 기출문제를 풀면서 감을 익히고 또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캠벨책을 찾아보면서 정리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시거나 생물학에서 점수가 잘 안나오신다면 혼자 헤매는 것보다는 강의를 듣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생물이 양이 많아서 시험에 나오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데 그 부분은 몇 년째 시험을 분석한 강사들이 뛰어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재배학
교재 : 컨셉재배학
강의 : 장사원 기본강의
저는 지도사를 합격했지만 당시에는 재배학, 작물생리학, 농촌지도론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재배학 공부를 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초가사랑에서 여러 강사분들이 잘 가르치시기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그분들은 전공자일 뿐만 아니라 이 수험에 대해서 몇 해를 분석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어느 분 강의를 듣던 내용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을 것입니다. 본인에게 맞는 강의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컨셉 강의를 1.6배속으로 듣고 복습하며 외워야 할 부분은 따로 적어서 외웠습니다.



작물생리학
교재 : 컨셉작물생리학
강의 : 장사원 기본강의
작물생리학도 재배학과 마찬가지로 강의 듣고 복습, 외워야 할 부분은 적어서 외우기.
이것이 정석이자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작물생리학은 참 공부를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애매한 과목입니다.
효소이름을 다 외워야하는가, 물질대사 과정을 다 외워야 하는가
이부분을 정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김에 완벽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효소이름, 대사과정 다 외우려고 했지만 반복되는 과정이 나오면 이걸 외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공부량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이부분 다 외우지 않고 흐름만 대사가 왜 일어나고 대사로 인한 생성물이 무엇인가 정도만 정리했습니다.



실험통계학
교재 : 방통대 생물통계학
강의 : 방통대 강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2017년 9월 방통대 농학과로 편입했습니다.
그당시 생물통계학 강의를 들었는데 학점에 관한 욕심도 없고 당시에는 진흥청 시험을 볼 생각도 없어서
강의만 1.8배속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 들어서 수험을 시작하면서 방통대 교재를 다시 읽고 밑줄 치면서 노트정리를 했습니다.
방통대 교재가 총 17단원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한 단원당 1장 정도로 노트정리를 해서 총 15장정도 정리되었습니다.
노트정리를 다 끝낸 후 이걸 보면서 공식을 외웠고 공식을 외웠다 싶으면 방통대 교재에 있는 예제를 풀었습니다.
실험통계학은 공식을 외운다고 해도 그 공식을 어떤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알아야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공식을 외우는데에 그치지 않고 꼭 예제를 풀면서 그 이론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월별 공부법


1월
목표 : 한국사 1회독, 실험통계학 1회독 (4주)
제일 먼저 한국사 1회독을 목표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일반상식으로나 제 자신의 지적 능력 향상을 목표로도 한국사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한국사 공부를 제일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생물통계학 노트정리도 같이 했었는데 통계학의 경우는 내용을 다 외운다기 보다는 나중에 볼 요약본을 정리한다는 식으로 마음 편하게 정리하였습니다.
한국사 1회독, 생물통계학 정리하는데에 처음에 4주를 목표로 잡았는데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아 2주만에 다 정리했습니다.
1월 셋째주는 회식이 많았고 저녁에 집안일이 있어서 공부를 많이 못했습니다.
그리고 1월 넷째주에 2월에 공부하기로 목표했던 재배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월
목표 : 재배학 1회독 (4주), 한국사, 실험통계학, 재배학 2회독 (2주)
재배학 1회독도 처음엔 4주로 잡았는데 예상보다 빠른 3주가 소요되었고 이후 한국사, 실험통계학, 재배학을 2회독할 목표였는데 평창올림픽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에 쇼트트랙을 좋아하던 터라 쇼트트랙 경기 중계와 제가 직관가는 날에만 올림픽에 빠지자고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기다려왔던 평창올림픽이라 자제가 안됬습니다. ㅜㅜ
그래서 올림픽 동안 당초 목표한 세과목 2회독은 못했고 실험통계학만 2회독했습니다.



3월
목표 : 작물생리학 1회독 (3주), 생물학 1회독 (2주)
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수험생활에 들어왔습니다.
작물생리학을 1회독 하는데에 3주를 목표로 잡았는데 2주동안 1회독하였고 3월 셋째주에 생물학을 1회독하였습니다.
이후 슬럼프 때문이었는지 3월 넷째주와 4월 첫째주에는 공부를 전혀 못했습니다.



4월
목표 : 전과목 1회독 (3일)
4월 둘째주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역시 한국사를 먼저 시작했고 재배학, 생물학, 작물생리학, 실험통계학 순으로 과목별로 2~4일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국어 공부는 하기 싫어서 손도 안 대고 있었습니다.



5월
5월에는 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전혀 안했습니다.
2018년 5월. 드디어 저의 소집해제가 다가왔고 거기에 들떠서인지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5월에 근무지에 감사가 두번이나 있어서 매일 감사준비에 바빴습니다.
사회복무요원임에도 제가 맡은 업무에 대한 감사준비를 하느라 자청해서 야근을 했습니다.
또 감사를 준비하느라 계장님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날도 잦았습니다.
또 제가 맡는 업무를 후임한테 인수인계하느라 마지막 달인데도 그 어느때보다 바쁘게 사회복무를 했었습니다.
업무가 많은 상황에 저는 '뭐 이번달에 소집해제하면 다음달에는 풀로 공부할 수 있으니까 이번달은 그냥 쉬지'라며 나태해졌습니다. 그렇게 5월에는 아예 공부를 하지 못했고 2018년 5월 29일 길고 길던 2년 동안의 사회복무가 끝났습니다.



6월
목표 : 전과목 3회독 (1회독 3일, 2회독 2일, 3회독 1일)
5월 31일. 막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그 시작은 한국사.
하지만 방통대 기말고사도 겹쳐있어서 거기에 대한 공부도 따로 해야했습니다.
6월 목표는 과목별로 세번씩 보는 것이었는데 목표대로 행하는 것은 매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6월 6일. 개인적으로는 힘든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일은 제가 공부하고 있는 이유와 원동력을 상실하게 하였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공부를 그만 두려 했었고 책을 다 버리려 책상을 정리하고 현관을 나서는데 엄마가 저를 붙잡았습니다.
어찌 책을 버리려 하느냐
엄마의 그 말씀에 차마 책을 버리지는 못하고 신발장 한켠에 놓고만 있었지만 이미 원동력을 상실했기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안들었습니다. 그렇게 3일을 방안에만 누워 있다가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남들보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6개월을 저 나름대로 제 한계치에서 틈틈히 준비했던 것들이 이제 곧 2주만 있으면 끝났기에 시험을 잘보던 못보던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다시 도서관에 나왔고 당초 목표로 했던 3회독은 못했지만 남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시험일이 다가왔습니다.


4. 시험당일
저는 전라남도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전주까지 올라가려고 시험 전날 아침에 나섰습니다.
아침에 나섰어도 오후가 되서야 전주에 도착했고 한옥마을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긴장을 풀려 한옥마을을 구경갔습니다.
내가 내일 시험을 보는 걸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가 부럽게만 느껴졌습니다.
이 곳의 평온함과 소소함은 저에게 폭풍전야처럼 살며시 다가섰고 시험을 앞둔 나와는 괴리감이 있다는 생각에 께름칙하게 느껴지는 평화로움을 뒤로 한 채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시험당일, 시험지를 받고 나서, 막상 긴장이 되지도 않고 떨리지 않았습니다.
합격을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일 걱정했던 국어를 볼 때 문법 보기가 다 제가 외웠던 단어들만 나와서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싶었습니다. 또 그 때 감이 왔습니다. ‘이번에 합격이다’
그렇게 차례대로 시험을 풀었고 120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타종이 울리고 나서 짐을 챙겨 고사장 복도를 걸어나오는데 한걸음 걸을 때마다 눈물이 흘렸습니다.
그동안 혼자 시험준비하면서 불안했던 것, 다시 시험준비를 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뛰어 들었을 때의 생각, 그리고 2주전에 있었던 방황과 그 때 엄마가 나를 잡았던 것. 걸음을 걸을 때마다 오른발과 왼발이 교차하듯 걸음마다 이러한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튀어나와 어떠한 이유에서라고 설명하기 어렵게 복잡한 감정에 의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중 엄마가 나를 이끌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포기하지 않고 이 곳까지 와서 시험을 보게 되었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5. 면접
2018년 7월 2일. 드디어 1년 반의 군유예를 끝으로 첫 출근을 하게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2년 전 사회복무 첫출근을 했을 때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무를 하면서 많이 헤맸습니다. 이론적인 지식과 실무 사이에서의 거리는 생각보다 더 컸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선배님들은 다 잘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헤맬까? 업무에 치이고 또 타지에서의 근무하느라 관사생활에도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근무 2주차인 7월 10일, 필기합격자 발표가 났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업무를 익히는데도 헤매고 있는데 면접준비까지 해야할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했습니다. 우랴부랴 초가사랑에서 우리지역 합격자들끼리 스터디를 짰는데 스터디원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서 스터디는 모임도 갖지 못한채 해산되었습니다. 그 중 끝까지 단톡방에 남아계셨던 분와 둘이서 면접준비를 따로 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스터디이지 업무에 치이고 저녁에서야 겨우 인터넷에서 자료 짜깁기 하는 수준의 저를 스터디원분께서 혼자 하드캐리를 해주셨습니다. 본인도 당장 면접준비하시느라 바쁘시고 신경쓰이실텐데 부족한 저를 잘 이끌어 주신 스터디원분께 이글을 통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스터디는 2주동안 총 5번 했습니다. 농촌진흥청 인터레뱅, 농정이슈, 업무실적 등이나 관련 유투브, 뉴스를 보면서 나올거라고 예상되는 주제 6개를 정해서 그에 따라 각자 PT를 작성하고 서로 보완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또 인성면접에 대해서도 나올 것 같은 예상문제 12개를 꼽아서 서로 생각하는 답안을 작성하고 그것을 서로 보완했는데 그 12개 중에서 3문제나 인성면접때 나와서 잘 답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면접을 볼 때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정의와 예시를 적어라’가 PT주제였는데 스터디를 하면서 준비했던 6주제에 속해서 쉽게 적을 수 있었습니다. PT주제발표가 5분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시계는 없었지만 그 당시 긴장해서 빨리 읽어 발표를 3분정도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면접관님들께서 이부분에 대해서 크게 지적하시지 않으셨습니다.

6. 마음가짐
지도사 3개월, 연구사 6개월. 저는 이 두 번의 시험을 모두 단기합격했습니다.
제가 똑똑해서도 운이 좋아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비법이라고 꼽자면 두 시험을 볼 때 모두 저는 ‘합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고 시험을 응시했습니다.
첫 지도사 시험은 내년(2017년)을 목표로 하던 시험의 출제경향을 파악하고자 응시했었고 연구사 시험은 부모님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채워나갔습니다.
제가 만약 ‘나 꼭 합격해야해’ 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임했다면 남들보다 부족한 시간적 제약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그 시간도 잘 활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저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잘 채워나가고 싶었습니다.


4월 15일. 저는 생애 처음으로 하프마라톤을 도전했습니다. 별다른 운동도 해본 적 없는데 무턱대고 하프마라톤을 신청해서 마라톤을 뛰는 도중에 오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 21km 중 6km정도를 뛰니 종아리가 굳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엔 너무 제 자신이 바보같아 보였습니다. ‘1km만 더 뛰자’라는 생각으로 7km에 이르렀을 때 ‘생각보다 1km 금방인데? 이번엔 반환점까지’ 반환점을 돌아서는 ‘내가 처음 포기하고자 했던 지점까지’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나아갔고 제가 처음 포기하고자 했던 지점에 와서는 어느샌가 제가 앞으로 가야할 길보다 제가 뛰어왔던 길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니 멀게만 느껴졌던 21km, 제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21km를 제가 완주했습니다. 기록은 2시간 7분. 목표로 했던 1시간 30분보다는 한참이나 모자른 창피한 기록이지만 제 첫도전, 과정 중에 여러번 포기할까 했던 그 여정을 완주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때의 경험이 6월에 있었던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하던 못하던, 결과에 목적을 두지 않고 완주했음에 감사하자.'



제가 1년의 공백을 뒤로한 채 다시 공무원 수험에 뛰어 들 때 카톡 프로필로 설정했던 사진입니다.
이사진을 보니 그 때의 막연했던 결의가 지금도 다시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때의 이 결의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지금의 저에게도 또 필요한 자세인 듯합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6개월을 돌아보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농업직 공무원에 대한 꿈을 갖도록 해주셨던 전남생물방제센터 직원분들, 부족한 저에게 항상 좋은 말씀만 해주셨던 장흥법원 직원분들, 짧은 만남이라 더욱더 아쉬운 진도군청 농업지원과 직원분들, 제가 방황했을 때 티내지 않고 조용히 걱정해줬던 친구들, 면접스터디때 하나도 모르던 저를 잘 챙겨주시고 이끌어주셨던 원예합격동기분,
그리고 언제나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부모님, 누나들, 우리 조카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