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를 둘러보니 리뷰게시판이 있어서 한번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1차출처는 다음카페 "레드&옐로 포켓몬스터" 입니다.
*퍼가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작성자 이름 정도는 적어줍시다. 욕을 먹더라도 본 작성자가 욕을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글은 워드문서로 10장에 이르는 장문입니다. 따라서 읽기 전에 먼저 각오를 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럼 즐감하시길...
序
-포켓몬스터 스페셜, 뭐 포켓몬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만화죠. 게임과 애니가 나온 이후로 수많은 포켓몬 관련 만화가 나왔지만, 아직 이 만화를 뛰어넘은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만화입니다.(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죠.)
일단 이 만화는 ‘게임 포켓몬스터’ 를 따라오는 만화기 때문에 게임의 버전 변화대로 시리즈가 달라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즉 기수로 표현해보면 1기(레드/그린/블루), 1-2기(옐로), 2기(골드/실버/크리스탈), 3기(루비/사파이어), 3-2기(파이어레드/리프그린), 3-3기(에메랄드), 4기(다이아몬드/펄/플라티나 현재 연재중) 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쓰는 본인 또한 기수별로 나눠서 만화에 대한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평가의 기준이라면, 포켓몬스터 스페셜 1권 뒤쪽 표지를 보면, “게임의 흥분과 감동을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화화!” 라고 쓰여있습니다. 따라서 본인도 이를 따라서, 또한 포덕으로서, 게임스토리와 만화스토리를 비교해가면서 평가해나가는 형식이 될 것입니다.(그림체 뭐 이런건 안따집니다. 그림체는 작가의 개성이잖아요…..?)
써보고 나니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그럼 이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본인은 한글판을 기준으로 합니다.(저는 일본어 능력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오타관련은 가급적 신경 안쓸 예정입니다.(대원 싸우자…….뭔 오타가 그리 많냐……?)
1기: 레드/그린/블루(1권~3권)
-1기+1-2기 라면 뭐 제 또래의 사람들이라면(저는 지금 22살(2009년 기준) 입니다.)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설’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죠. 1기는 이 만화의 시작이자 맨 처음 게임(소위 구버젼)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하기 전에 잠깐 한가지를 이야기하자면, ‘포켓몬스터 스페셜’은 “소년 성장만화” 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주인공이 모험을 통해서 성장해나가는, 뭐 그런 전형적인 소년만화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어떻게 성장해 나가느냐’ 는 포켓몬스터 스페셜의 기수에 따라서 좀 달라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에 대해선 추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1기는 앞에서 언급한 “게임의 흥분과 감동을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화화!” 를 충실하게 따라간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뭐, 처음이니까요…) 구버젼 스토리가 심히 단순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만화에서는 게임 스토리를 충실히 재현하러 하기보다는, 게임스토리는 참조만 하고 오리지날 스토리를 주축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태를 취했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봅니다. 솔직히 재미있었잖아요?
하지만 완성도 부분으로 따져보자면 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네요. 오류도 여러군데서 발견되고(예를 들자면, 2권에서 블루랑 레드가 알려진 포켓몬 수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죠.....? 그때는 뮤츠가 만들어지기도 전인데 어떻게 뮤를 빼고 알려진 포켓몬이 150마리가 되나요? 149마리가 되야지…) 스토리도, 주인공의 성장과정도 심히 단순합니다.(주인공인 레드가 포켓몬 마스터 되려고 여행 떠났다가 강적들을 만나 시련을 겪으면서 강해지고 포켓몬 리그에서 우승한다. 이 한 문장으로 표현가능. 주인공의 심리묘사 같은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긴, 사실 작가분들도 포켓몬스터 스페셜을 오래 연재할거라고 생각은 못한 것 같긴 합니다. 3권에서 “리그에서 역대 리그 출신은 모두 태초마을 출신 ㅇㅇ” 라고 그린이 언급한 것만 봐도 세계관이 그렇게 넓어질 줄은 몰랐으리라는 걸 추측해볼 수 있죠. 또 당시의 포켓몬스터 게임도 어린이들을 목표로 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만화도 심오한 스토리로 갈 수도 없었던 면도 있긴 합니다. 한마디로, 이 기수 때의 포켓몬스터 스페셜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아동용 만화’ 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1-2기: 옐로(4권~7권)
-이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포켓몬 스페셜의 초심” 이 극대화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그저 강한 트레이너에 불과한 사천왕을 세상을 뒤엎으려는 악당으로 묘사해 두고 완전한 자작스토리 쪽으로 빠졌죠. 물론 방향성도 변하지 않아서, 스토리는 여전히 단순합니다.(레드 행방불명->찾으러 여행->사천왕 저지) 물론 심리묘사도 두드러지지 않죠.(옐로 단독으로 목호(와타루)와 싸울 때 잠깐 갈등하는 거 빼곤 끝인듯…) 하지만 1기에 비해서 보다 확장된 전투씬이나 머리싸움, 독창적인 기술 활용, 그리고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사천왕의 포스(파괴광선으로 마을을 날려버리는 상큼함…뭐 드래곤볼로 치면 좀 과장해서 프리더가 처음 등장할 때의 위압감….?) 등으로 인하여 1기때보다 재밌어진 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사천왕을 너무 강하게 설정해놔서 이길 때는 조금 억지인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2기: 골드/실버/크리스탈(8권~15권 중반)
-이 편은 포켓몬스터 스페셜의 분기점이 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10권부터 그림작가 님이 MATO 님에서 야마모토 사토시 님으로 바뀌면서 여러가지로 포켓몬 스페셜도 영향을 받았는데요, 본인은 스토리면에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이라면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뭐 8,9 권을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여기도 심리묘사는 그다지 없습니다. 골드의 경우는 오박사한테 지고 난 다음에 오기가 생겨서 막무가내 수련을 하다가 오박사한테 도움을 받은 이후로 좀 빌어서 도감받는 부분이 있지만 심리적으로 갈등한 건 보이지 않고, 실버의 경우는 “가면 사나이에게 복수하겠다.” 라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죠.
하지만 10권부터 주인공이 크리스로 바뀌면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오박사의 의뢰를 받고 도감을 완성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강적 스이쿤을 만나서 패배한 후 마음이 흔들려서 엄마한테 “이대로는 약속을 지킬 수 없어.” 하며 우는 크리스, 그리고 가면 사나이와 싸운 후 보육소 할머니한테 오박사의 편지를 받고 나서 자신에 대한 오박사의 평가가 없는 것을 보고 자신에 대한 말을 해달라며 절규하는 골드 등 꽤나 다양한 심리묘사가 나옵니다. 물론 대체로 그 다음에 일어난 사건으로 다시 자신감(또는 원래의 성격)을 회복하는 걸로 끝나지만요.
이 경우 “그림작가가 바뀐게 스토리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 ㅇㅅㅇ” 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여기에 야마모토 사토시님의 작가코멘트(24권)를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저는 결점이 많은 인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죠. 그래서 제5장을 그리기 시작한 뒤 얼마동안은 레드라는 캐릭터를 가까이 하기 힘들었어요. 밝고 명랑하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니까요. 그런데 24권 초반부에 적에게 참패를 당한 뒤 고뇌하는 레드의 모습을 그리니, 이제야 비로소 레드라는 인간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독자 여러분도 저와 같은 기분이었으면 좋겠어요.”
해석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심리묘사 관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주 스토리 진행으로 넘어가보면, 1기때부터 풀었던 복선을 언급하고 정리해나가는 편이 2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새포켓몬에 대한 블루의 두려움과 큰 새에 대한 집착을 2기에서는 실버 그리고 가면 사나이 라는 악역과 이어가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키죠. 9권에서 골드와 실버가 행방불명 된 후에 크리스가 등장하면서 잠시 옆길로 새는 듯 하지만 다시 라이코/엔테이/스이쿤 그리고 체육관 관장들의 스토리를 이야기해 나가면서 다시 진행시키고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던 스토리들을 포켓몬 리그에서의 관동/성도 체육관 관장들끼리의 대결을 통해서 하나로 묶어내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스토리의 양상은 저번 기와는 다르게 꽤나 복잡해지죠.
그래서 이 방법이 성공했느냐면…….저는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게임의 상황을 돌아보면, 구버젼에서 골드/실버/크리스탈 버전이 나오면서 전과는 스케일이 다른 배경(성도+관동)이 설정되었고 따라서 스토리도 전에 비해 꽤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포켓몬 스페셜에선 전에 하던 것처럼 “게임스토리는 참조만 하고 자작스토리 위주로 진행시키자.” 를 추구하였고(최소한 저는 그렇게 보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복선을 계속 이어가려다 보니 게임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상당히 많이 잘라먹어 버렸습니다.(특히 로켓단의 라디오 탑 장악 부분은 거의 다 잘라먹은거나 다름없죠. 대신 포켓몬 리그 방송실을 장악하는 걸로 나왔나…..?) 그렇다고 자작스토리 쪽이 잘 진행됬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마지막에 그 악당포스가 철철 넘치던 가면 사나이 류옹의 목표가 고작 시간 이동이라는 걸 알게 된 독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것 때문에, 겨우 그깟 일 때문에, 여태까지의 그 모든 일들을 다 계획했단 말야?”
-포켓몬스페셜 15권 중 류옹에게 소리치는 크리스의 말
전투신쪽으로 넘어가도 참 한숨이 나옵니다. 가면사나이가 신이라 불리는 포켓몬인 루기아와 호우오우를 조종해서 에어로블라스트+성스러운 불꽃 콤보로 고작 날린다는게 리그경기장 천장정도…신뇽의 파괴광선만으로 도시를 쑥밭으로 만들던 목호때랑은 비교도 안됩니다.(사실은 메꾸리의 지진 하나만으로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2기 초기(9권)와도 비교가 안됩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저는 대전에서의 기술활용에 있어서는 작가분들이 슬슬 실제 게임을 감안해서 전투씬을 그리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증거로는 1-2기 까지만 해도 많이 나오던 독창적인 기술들(예: 휘어지는 파괴광선, 거품광선 배리어)이 2기부터는 거의 나오지 않고 그 다음 시리즈부터는 더더욱 포켓몬 게임과 비슷하게 기술들이 활용된다는 걸 들 수 있겠군요. 뭐 이런 면에서 보면 어쩔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래도 앞편과 너무 비교가 된다는 건 부인 못하겠네요.
한마디로, 저는 이 편을 역대 포켓몬 스페셜 시리즈중 최악이라 평가하겠습니다. 뭐, 분기점이니 이해는 해 줄 수 있겠습니다만…
3기: 루비/사파이어(15권 후반~22권 중반)
-3기는 2기부터 시작된 변화가 더욱 확실해지는 편이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우선 스토리부터 따지자면, 3기는 상당히 철저하게 게임의 본 스토리를 따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예를 들자면, 1기나 2기에서는 체육관 관장들에게 뱃지를 얻는다기 보다는 적으로서 또는 협력자로서 같이 싸워나가는 모습이 주를 이루죠. 하지만 3기에서는 하나하나 차례대로 뱃지를 따 나가는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갑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포켓몬의 스토리가 ‘나름대로’ 복잡해졌기 때문에(어디까지나 상대적입니다. 상대적…) 더 이상 무시할 수도 없고 무시할 필요도 없어진 거죠. 써먹을게 많으니까. 물론 작가분들은 그 와중에서도 적당히 게임스토리를 변형시켜 게임의 주제인 대륙포켓몬과 해양포켓몬의 싸움으로 향해 여러 방향으로 착실하게 스토리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따라서 본인은 3기 초중반까지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후반은 솔직히 제가 볼때는 망작입니다. 그 원인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닌텐도에서 신작 에메랄드 버전을 내놨기 때문인데요…여기서 에메랄드 버전이 만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에메랄드 버전은 기존의 루비/사파이어 버전의 리메이크로 특징은 기존의 대륙포켓몬 그란돈이나 해양포켓몬 가이오가가 주인공이 아닌 천공포켓몬 레쿠쟈(루/사 에선 그냥 탑에 얌전히 짱박혀 있던…)가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근데 루비/사파이어 에서는 레쿠쟈는 게임 스토리에는 관여하지 않는 전설이었기 때문에 에메랄드에서 이놈을 주인공으로 하기 위해서 닌텐도에서는 게임 스토리를 약간 변경했죠.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루비/사파이어 버전에서는 폭주하는 전설의 포켓몬을 주인공이 직접 잡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즉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을 그려놨죠. 하지만 에메랄드에서는 레쿠쟈의 활약을 부각스키기 위해 주인공은 그저 천공의 탑으로 가서 레쿠쟈를 불러오고 레쿠쟈가 서로 싸우는 그란돈과 가이오가를 진정시켜서 떼어놓는, 즉 소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으로 변해버린 겁니다.(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다음 예시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드래곤볼에서 최강의 적인 마인부우를 상대할 때 주인공인 손오공과 베지터가 그저 계왕신에게 마인부우를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말을 들은 계왕신이 달려와서 마인부우를 한방에 없애버린다 생각해 봅시다. 이를 읽는 독자들은 얼마나 맥이 빠질까요? 그것도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한 소년만화에서…) 이러한 변화는 게임스토리를 충실히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은 작가분들에겐 아마도 커다란 고민거리 였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스토리작가인 히데노리 님의 작가코멘트(28권)를 여기에 적어보겠습니다.
“곧 있으면 07년도 끝. 08년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포켓몬 주변에도 새로운 기획들이 앞다퉈 밀려와서 몹시 기대됩니다. 그 중엔 현재 연재 중인 포켓몬 SP D.P편과 연관될 것 같은 화제도 살짝살짝…? 종종 ‘나중에 등장하는 소프트나 새로운 설정에 의해 미리 예정돼 있던 스토리가 달라지진 않나요? 그건 엄청나게 고생스럽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걱정 마시라! 그것도 포함해서 만화는 생물…이라며 마구 즐겨버리는 골칫덩이 작가니까요(^^)!”
어쨌든 작가분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일단 이왕 스토리가 진행됐으니 에메랄드 버전 앞부분 스토리는 모두 잘라버리고, 전설의 포켓몬들을 막는 부분은 레쿠쟈의 활약+루비의 구슬로 인한 조종 으로 처리한 후 다음에 등장하는 아쿠아단/마그마단 보스인 아강과 마적을 루비와 사파이어가 힘을 합쳐 해결하는…스토리로 마무리를 했죠.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억지가 상당히 많이 생겼습니다.(예: 챔피언인 윤석(미쿠리)가 아강과 마적에게 당하고 루비와 사파이어가 이들과 싸울 때 사천왕들은 다들 어디 가셨나요?) 거기에다 이번 편에서는 처음으로 사람이 죽는(!!) 설정이 등장하였는데(챔피언 성호(다이고)/종길 관장/마그마단 간부 구열) 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 세레비가 어떻게 해서 루비와 사파이어가 모두가 살아있는 평행세계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결말…개인적으론 별로라 봅니다. 뭐 보다 자극적인 요소를 집어넣기 위해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들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전설의 포켓몬인 세레비의 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껏 살리려고 했던 루비와 사파이어의 활약이 빛이 바랬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이 부분이 왜 문제냐면, 세레비는 원래 루비/사파이어 게임상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뒤에서 나오는 3-2기에서도 뮤가 마지막을 처리해주지만 뮤는 에메랄드 버전에서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옮겨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세레비는 그게 아닌 완전한 끼워넣기. 즉 주인공의 활약도 빛이 바래게 하고 그렇다고 게임의 스토리를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한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차라리 세레비를 빼고 위의 사람들이 힘을 다 소진해 쓰러진 상태에서 루비와 사파이어, 그외 기타 인물들(예: 미궁대왕. 그냥 배리어 하나뚫고 땡이네……?)의 활약을 부각시키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토리관련 문제는 이정도로 하고 인물 쪽으로 넘어가 보면, 인물의 심리묘사가 보다 깊어지고 또한 그 패턴도 기존의 혼란->평정 회복 이 아닌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주인공의 성격 자체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그려 놨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3편의 주인공은 사실상 루비라고 볼 수 있겠군요.(사파이어를 조연으로 보기에는 비중이 크긴 하나, 심리묘사 쪽이나 인물관계, 후반부 메인스토리의 진행 쪽을 관찰해보면 저는 루비가 주인공인게 맞다고 봅니다.) 루비의 변화를 간단히 살펴보면 과거의 기억 때문에 힘 대신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었지만, 그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여러 가지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되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서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본격적으로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더 맘에 드는군요.
또 3기의 눈에 띄는 점이라면 인물들간의 러브스토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뭐 러브스토리라면 1-2기나 2기 때도 있긴 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죠.) 어쩌면 이런 설정을 넣는게 당연할지도 모르는 게, 1기때부터 포켓몬을 읽기 시작했던 독자들의 나이가 이제 어느정도 됨으로써(최소한 사춘기는 지났겠죠.) 이런 조미료적인 요소를 넣어주는게 보다 만화의 즐거움을 더해 줄 거이라고 작가분들도 판단을 했겠죠. 그런데 솔직히 3기에서는 이게 너무 나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루비-사파이어 나 윤석-은송 관장 사이 관계야 그렇다 쳐도 루비-구열 이 관계는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영토를 넓히고자 한 건 원래 우리 두목의 생각이지, 난 별로 그런 것에 흥미없어. 그란돈을 깨어나게 한 것만으로도 됐고, 게다가 이 정도의 난리북새통을 실컷 구경한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야. 아니,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 우리가 좀 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도 그렇고 아쿠아단도 그렇고…”
-루비에게 협력을 제안하며 말하는 구열의 대사
“그 여자애 얘기 한마디에 결심을 할 정도로 걔가 그렇게 소중한가 보군. 부럽군.”
-그란돈과 가이오가를 막으러 가면서 루비에게 이야기하는 구열의 대사
한마디로 요리에 조미료를 너무 많이 쳤다. 이게 저의 생각입니다.
전투씬 쪽은 그다지 할 말은 없습니다. 2기부터 시작된 ‘전투씬의 게임화’는 3기에서도 충실히 진행되어서 특수한 기술 활용의 예는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죠.(마그마단 간부들의 연기 수면(호걸)이나 열 환각(화영) 정도밖에는 생각이 안나는군요.) 하지만 게임이 발전하면서 나오는 기술의 수도 증가한 만큼,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전설의 포켓몬들의 힘도 충분히 훌륭하게 표현됐다고 보구요.
총정리를 하자면, 3기는 후반부와 결말만 보다 신경을 썼더라면(아니, 에메랄드 버젼이 안나왔더라면…-_-ㅋ) 정말 재밌는 편이 되었을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정말 아쉽군요.
3-2기: 파이어레드/리프그린(22권 후반~26권 초반)
-다들 알다시피 게임에서의 파이어레드와 리프그린은 구버젼 레드/그린/블루/옐로 버전의 리메이크작이죠. 그래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3-2기에서의 스토리 진행은 마치 1기나 1-2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즉 게임 스토리는 참조만 하고 오리지날 스토리를 위주로 하여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형태를 오랜만에(?) 취했죠. 마침 파이어레드/리프그린 에서는 루비/사파이어 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DNA 포켓몬 테오키스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만화에서는 테오키스를 주연으로 하고 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주인공들(레드/그린/블루)과 로켓단(비주기)과의 대결을 주 스토리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인물의 심리묘사 면에서는 3기 쪽을 따랐는데요, 테오키스한테 참패한 후 고뇌하는 레드, 비주기가 자신의 아버지인줄 알면서 분노하는 실버,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던 레드를 찾아와 같이 비주기와 테오키스에 대항하는 뮤츠 등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나옵니다.(그 패턴 또한 다양하죠.) 그리고 이것들이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중간중간의 이음새 역할을 해줌으로써 내용을 보다 재미있게 해줍니다.
전투씬 쪽은 2기와 3기를 이어서 게임쪽을 ‘꽤나 충실히’ 따랐지만 예전부터 존재하던 뮤츠의 독창적인 기술들(스푼…)과 테오키스의 기술들(클론 분신(그림자분신이 아닌), 오로라 이런건 게임에는 없죠.) 등을 통해 단조로움을 제거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새로운 인물들(예: 로켓단 간부들)을 너무 부각시키려고 한 나머지 기존 인물들(오박사, 사천왕 칸나)을 너무 ‘약하게’ 그려놔서 예전부터 포켓몬 스페셜을 봐왔던 사람들에겐 눈쌀을 찌뿌릴 수도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점, 그리고 이게 더 나아가서 3-3기 에메랄드 편에서 보이는 파워밸런스의 붕괴의 시초가 된다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혹자는 루비/사파이어 때부터 밸런스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다만 1기나 1-2기 와 비교해볼 때 위력이 없어보이는 거지(이유는 2기에서 설명했습니다.) 3기 안에서만 따져보면 밸런스는 그럭저럭 맞습니다.)
결과적으로, 파이어레드/리프그린 편은 위의 세가지 요소들이 잘 어우러짐으로써 지금까지 나온 편들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심지어는 마지막까지도 배드엔딩을 보여줌으로써 훌륭한 반전(?)까지 보여 주었죠.(물론 그 부분은 포켓몬에 ‘마법’요소가 추가된 것 같아서 저의 경우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요.)
3-3기: 에메랄드(26권 중반~29권)
-3기 쪽에서 저는 이미 루비/사파이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도중에 에메랄드 버전이 나왔고, 그것이 만화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언급했습니다. 3-3기 에메랄드편은 3기에선 언급되지 않았던, 게임 에메랄드 버전에서 전당 등록후 갈수 있는 기존의 배틀 타워의 발전형태 ‘배틀 프론티어’ 를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부분입니다.
일단 게임에서는 배틀 프론티어에 대한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전당등록 전에 에니시다에 대한 여러가지 스토리가 있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작가분들은 거의 다 잘라 먹었습니다.), 에메랄드편은 1-2기와 같은 거의 완전한 자작 스토리로 빠질 수 밖에 없었죠. 작가분들은 포켓몬 만화 답게 주인공 에메랄드가 배틀 프론티어의 7명의 리더들에게 도전하는 스토리를 주축으로 하고(이는 3기에서 루비와 사파이어가 각각 체육관과 콘테스트에 도전한 것의 연장선이라 봐도 됩니다.) 거기에 3기에서 못써먹었던 환상의 포켓몬 지라치를 둘러싼 음모를 집어넣었습니다.(하지만 지라치가 바로 튀어나오면 좀 뭐하므로 3-2기를 ‘전체석화’ 배드 엔딩으로 처리한 거죠.) 뭐 스토리 자체는 개인적으론 단순명료하고 무난하다 봅니다. 좀 뻔한 결말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소년만화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억지가 많이 생겼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가 3-2기에서 지적한 파워밸런스 붕괴가 3-3기에선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거죠. 스토리상에서 주어진 기한 7일안에 배틀 프론티어 7곳을 다 돌파하려고 하니 최소한 초반에는 리더들을 이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센 포켓몬을 가지고 있는 리더들이 어이없게 무너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3기에선 그란돈과 가이오가의 파괴에너지를 거뜬히 막아주던 레지록/레지아이스/레지스틸 이 3-3기에서 배틀 피라미드의 관장 기선이 소유한 후 에메랄드와의 대전에서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지죠.(특히 레지아이스, 나무킹 아이언테일 한방에 쓰러지네……..? 이럴거면 애초에 아이템으로 버텨나간다는 작전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잖어………?) 또한 3-2기에서 레드나 그린은 갖은 고생을 해서 습득한 필살기들을 3-3기에서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 는 그냥 적당히(?) 훈련후 과거회상 한번에 습득하는 장면과 실버가 그냥 생각 한번으로 필살기를 습득하는 장면(이건 솔직히 너무 심했음……..-_-;; 아무리 도감소유자들 끼리의 극적인 연출을 노렸다지만…), 그리고 자세히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배틀 돔 심볼을 걸고 10명의 도감소유자들이 토너먼트를 해서 에메랄드가 심볼을 따내는 설정도 밸런스붕괴에 포함될 수도 있겠습니다.(솔직히……..1기 얘들이 따야죠 그건…..뭐 설정상 어쩔수 없다 해도 뭔가 돌씹은 느낌이 나는 건 어쩔수 없…….)
그리고 전개과정 에서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모습도 꽤 보입니다. 아강이 포켓몬과 인간(배틀타워 타이쿤 리라)을 조종하는 방법이 나오지 않은 것(아니 그래도 1-2기에선 국화(키쿠코)가 포켓몬 조종하는 방법이 대충이나마 언급이 됐다고…), 그리고 조종당하던 리라가 ‘조종에너지에 몸이 못 버텨서’ 싸우다 말고 탈락하는 장면(전설의 포켓몬 라이코를 다룰 정도인데…….이건 뭐;;;)등등 참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또 3-2기에서도 그랬지만 로켓단 간부 사이키가 무슨 마법사 비슷한 컨셉으로 나오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4기인 다이아몬드/펄 에서의 스토리 진행을 위한 복선을 까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오, 과연 이녀석의 정체는 뭘까?” 이런 느낌이 아니라 “아니 포켓몬 세계에 이런 놈이 도대체 왜 나오는 거임?” 이런 기분이 들엇거든요. 뭐 이런 점들은 그냥 재미로 설렁설렁 읽고 넘어갈 때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으나 자세히 읽다 보면 기분을 언짢게 하는 부분들이죠.
전투씬은 한마디로 “할말 없음” 입니다. 3기와 ‘굉장히’ 비슷하다 보면 됩니다. 어쩌면 이건 더 이상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글쎄요, 에메랄드 편은 한마디로 뭐라고 하기가 참 그런 부분이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파레/리그 편 처럼 좋다고 딱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골/실/크 편처럼 최악이라고 말하기도 뭐하네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에메랄드 편에서 작가분들이 최종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건 그 동안 흩어져 있었던 도감소유자들의 만남과 이들이 힘을 합쳐 같이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주려고 한 것이었지만, 전 이 시도가 2기에 이어서 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結
-이로써 현재까지 나온 포켓몬스터 스페셜 단행본에 대한 평가가 모두 끝났습니다. 4기인 다이아몬드/펄 시리즈는 현재 단행본이 30권 하나밖에 안 나왔고(그마저도 현재 한글판은 안 나온 상태…) 아직 스토리가 끝난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평가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포켓몬스터 스페셜은 그 자체가 하나의 포켓몬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만화들처럼 자유로운 게 아닌 게임이라는 소재거리이자 제약요소가 존재하면서 게임과 함께 진화해 나가는 모습, 재미의 유무와 관계없이 참으로 흥미로운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한 사람의 포덕으로써, 이 모습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By 백호난무 in R&Y Pokemon cafe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블리자드 작성시간 09.06.21 루비/사파이어 버전에서는 폭주하는 전설의 포켓몬을 주인공이 직접 잡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즉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을 그려놨죠. 하지만 에메랄드에서는 레쿠쟈의 활약을 부각스키기 위해 주인공은 그저 천공의 탑으로 가서 레쿠쟈를 불러오고 레쿠쟈가 서로 싸우는 그란돈과 가이오가를 진정시켜서 떼어놓는, 즉 소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이부분 은 좀... 게임에선 유저가 이겨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만화라는 세계관 상에서 단지 도감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 거대한 고대 포켓몬을 때려잡는건 말이 안되는 듯 -_- 오히려 레쿠쟈로 진정시키는게 좀더 설득력 있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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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백호난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7.07 흠...그렇게 볼 수도 있겟지만 저는 3기 결말 부분을 보면서 "아무래도 이거 스토리가 바뀐것 같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따라서 저 이유 때문에 저런 결말이 나오지 않았나...라고 나름대로 생각한 걸 적어본 겁니다. 사실 본인은 '보다 나은' 결말이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예를 들어 렉쿠쟈의 힘을 빌리더라도 보다 다른 인물들의 활약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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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블리자드 작성시간 09.06.21 이 부분이 왜 문제냐면, 세레비는 원래 루비/사파이어 게임상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뒤에서 나오는 3-2기에서도 뮤가 마지막을 처리해주지만 뮤는 에메랄드 버전에서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옮겨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세레비는 그게 아닌 완전한 끼워넣기. 즉 주인공의 활약도 빛이 바래게 하고 그렇다고 게임의 스토리를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한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 부분도... 동의 하는 부분이 없는건 아니지만 어차피 포켓몬스터란 세계관에서 꼭 게임에서 잡을 수 없다고 만화에서 등장하면 안된다는건 좀 억지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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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백호난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7.07 뭐 그건 사람 보기 나름이겠죠...본인은 만화를 감상하면서 게임소재를 어떻게 만화에 활용하느냐에 주목했고 따라서 저런 해석이 나왔다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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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블리자드 작성시간 09.06.21 3-3기 관련 의견은,.... 완전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