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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 다기 이야기

[차의 종류]뇌진차(雷震茶)의 전설

작성자초인목|작성시간03.03.18|조회수63 목록 댓글 0

차문화 2001. 7-8월호

세계 명차 기행 | 뇌진차(雷震茶)




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태산명차, 뇌진차


오병훈 (수필가, 한국수생식물연구소 소장)





태산 천석곡(穿石谷)은 높고도 험준하다. 마치 한 자루의 예리한 칼처럼 구름 끝까지 높이 치솟아 있어 산양도 감히 기어오르지 못하고, 매도 둥지를 틀지 못한다.

매년 봄이 되면 들꽃들이 만발하여 그 향기가 사방으로 퍼지고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른다. 무성한 송백은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도취시킨다.

천석곡 뒤에는 험준한 절벽이 있는데, 그 바위 절벽 꼭대기에 몇 그루의 차나무가 자란다. 번개와 천둥이 치고 큰 비가 마구 쏟아질 때 채취한 찻잎은 향과 맛이 깨끗하고 달콤하여 사람의 열을 내리고 병을 물리쳤다. 따라서 오래도록 마시면 능히 장수할 수 있어 사람들이 이 차를 ‘뇌진차(雷震茶)’ 라 이름붙였다.

그러나 진짜 뇌진차를 마셔본 사람은 매우 적다. 왜냐하면 찻잎을 따온 후 지극한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그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산밑에 양씨 집안이 있었는데,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방을 얻어 전문적으로 뇌진차를 만들었다.

어느 해 6월이었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짙게 깔리고 바람 한 점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낮고 무거운 천둥소리가 사방의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동북풍이 홀연히 불어와 큰바람을 일으키자 하늘이 누렇게 변했다. 한 차례의 폭우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바로 이 때가 차를 채취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바구니를 든 양씨 노인은 바람을 막는 모자를 쓰고 도롱이를 걸쳤다. 황색으로 변하는 하늘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황색이면 성깔이 있고, 하늘이 황색이면 비를 내리니 오늘은 반드시 차를 따야 해.’ 양씨 노인은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따라서 물을 건너고 골짜기를 지났다. 산을 오르고 고개를 지나 드디어 절벽 아래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 절벽 꼭대기로 통하는 길은 매우 험준해서 예전에 뇌진차를 채취하기 위해 가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골짜기가 얼마나 깊은지 시체조차 찾지 못한 때도 있었다.

양씨 노인은 석벽에 붙어 손으로 가시나무 가지를 잡고 한 발 한 발씩 어렵게 올랐다. 절벽에 붙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갑자기 한바탕 광풍이 불어와 그를 휘청거리게 했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바로 천 길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양씨 노인은 호흡을 가다듬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절벽을 기어올랐다.

꼭대기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양씨 노인은 번개와 천둥이 치는 하늘의 빛을 통해서 분명히 차나무를 보았다. 그는 비에 젖어 추위와 고통도 잊고, 푸르고 여린 싱싱한 찻잎을 땄다.

양씨 노인은 매년 이런 식으로 뇌진차를 따서 가족들에게 마시도록 했다. 이 차를 마신 가족들은 일년 내내 병이나 재난을 당하지 않았고, 귀와 눈이 밝아졌으며,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세월이 흘러 양씨 집안 또한 몇 대가 지났는지 모른다. 어느 해 양씨 노인도 돌아가시게 되었다. 막 숨이 끊어지기 직전 노인이 아들에게 당부하기를 “뇌진차는 천하의 보물이니, 내가 죽은 후…. 너희들이 직접 산으로 올라가….”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오래지 않아 양씨 집안의 새 주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그는 ‘내가 위험을 각오할 필요가 있을까? 그 차나무를 캐와서 집에 심으면 될 것을’하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났다. 그는 산으로 올라가 몇 그루 남은 차나무 가운데 한 그루를 캐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캐지 못하도록 모두 베어 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산에서 캔 차나무를 뜰에 심었다.

옮겨 심은 차나무는 쉽게 죽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무성하게 자라지도 않았다. 다음해 6월이 되었다. 양씨 집안의 새 주인은 한 발은 문 안에 다른 한 발은 문 밖에 둔 채 힘들이지 않고 찻잎을 땄다. 그러나 찻잎을 바구니에 담자마자 색이 누렇게 변하고 말았다. 향기도 없고 원래의 맛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가족이 그 차를 마신 후부터 여러 해 동안 계속해서 부스럼이 생기고 나쁜 병에 걸렸다. 오래지 않아 그도 전염병으로 죽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뇌진차를 찾으려고 태산을 누볐으나 아직 차나무를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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