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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스 외1편/최양숙

작성자김문억|작성시간26.06.15|조회수3 목록 댓글 0

블랙아이스/최양숙

 

 

네게로 돌린 순간

갑자기 미끄러진다

 

안전망 바깥으로 밀리지 않으려고

 

사방을 더듬거린다

누가 나를 통과한다.

 

 

살얼음 같은 시선

서늘한 감촉들이

 

공중에 흘린 말을 숨죽여 줍고 있다

 

녹아서 읽지 못한 것

만져보면 비리다.

 

 

 

지금 시조마학을 받아서 읽다가 눈에 들어온 작품이다.

현실적으로 손끝에 느끼는 감촉 같이 매우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는 작가다. 바로 곁에 수록되어 있는 ‘비장소’ 역시 좋다.

 

 

 

 

비장소/최양숙

 

 

혼자 머물기에는 구석이 적당하다

이내 떠날 것 같은 손톱만한 서글픔이

찻잔 속 표정을 바꾸며

사선으로 흐른다

 

가끔씩 끊어지는 재즈를 듣는 동안

카톡은 오지 않고 입술만 질근거린다

오후를 넘긴 문장은

삭제된다 나간다

 

의미 없이 걷다가 잠시 부딪힌 눈길

낮선 신호음처럼 “또 만나”하고 헤어진다

그 안에 감긴 이야기

저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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