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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책가방

토설

작성자김문억|작성시간26.06.07|조회수1 목록 댓글 0

吐說/김문억

 

 

 

얘가 지금 말뜻도 모르면서 충청도충청도 하는데 말여 충성충자에다가 맑을 청자여

자고로 옛날부터 피 뜨겁고 간 큰 사람이 우리 고장 사람인디 내 땅을 살붙이로 알고 임금을 부모님 웃질로 섬긴곳여. 아 허리 굽혀 피사리 하다가 까마귀 떼 울음소리만 나도 한양 쪽을 넘겨보며 사직을 염려했던 곳이 충절의 고장 충청도란 말여

온유하고 유순하기로 치면 천안삼거리 능수버들이지만 양심이 대쪽이고 청솔가지 솔잎이여 시방도 충청도 땅 구석구석 둘러봐 충효 비 공덕비가 마을마다 즐비혀 괜시리 사람 겉만 보구 무시허구 멍청도니 핫바지니 해싸면서 따뜻한 밥 먹구 식은 방구 뀌는 소리들 해쌌는데 말여 우리는 본래 성품이 바람 앞에 팔랑개비마냥 헤딱거리는 게 아녀 그저 차거나 뜨거우나 진드근히 끌어안은 충청도 구들장이구 올곧고 촘촘하게 물 멕여 놓은 산산모시 중의적삼여

괜시리 사람 유하다고 찧고 빻고들 하는데 말여 아 지난번에 핫바지니 뭐니 하면서 사람 한 번 괄시했다가 충청도 땅이 온통 들썩거린 바람에 회전의자 돌리던 사람들 다 쫓겨나서 낙똥강 오리 알로 떠내려가고 정권 바뀐 거 몰러,

아 대나무는 단단해도 속이 안찬 놈이고 오동나무가 매끄러워도 속으로는 매듭진 놈여. 먹기 좋은 수수팥떡이라고 사람을 그렇게 겉만 보고 함부로 취급하는 게 아녀 우린 그저 배꼽쯤에 들어앉아서 남이 하는 소리나 귀동냥할 뿐 웬간하면 남의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사람여

아 가는 곳마다 청풍명월이라 맑은 물에 노랫가락이 풍년인데 쓸데없이 왜 시비여 아무렇게나 홀대하고 괄시해도 웬만하면 뒤통수 한번 긁적거리고 마는 충청도 부지깽이고 쥐뿔도 아니면서 개뿔인 척 하고 쥐꼬리만한 돈푼냥 갖고 개꼬리 행세하는 그런 한량이 아녀 우리는, 아 말이 느린 것은 조신하고 진중한 탓이지 강아지 채마 밭 빠대듯이 식식대며 침 튀길 일도 없는 것이고 바지랑대 가지고 하늘 잴 일 있남 모르는 것이 부처라고 있으나 없으나 은근하고 뜨뜻한 것이 총청도 부뜨막여

더위는 뜨거운 물로 다스리고 군불도 속으로 지펴야지 그렇게 날바닥에 새우 튀듯 맨발로 돌멩이 걷어차면 상처입고 피 보는겨,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어 우리는 어디까지나 가재는 가재고 게는 게여 자라는 자라고 거북이는 거북이고 말은 말이고 당나귀는 당나귀여 불난 데 물 끼얹고 칼 쥔 놈엔 몽둥이여 황소 뿔에 받히더라도 싸움은 말려야지 닭쌈이나 시켜놓고 시시덕거리는 짓은 안해여야

기왕에 말이 났으니께 말이지 똥 누기 전에 인상쓰고 똥 누고 나서 입 닦는 일은 안 해여 야 아 똥누러 가는 길이 십리 길이고 똥 단지 깊이가 자그마치 백리여! 뭔 말인지 알기나 알어? 괜시리 말여 끓기도 전에 자꾸 냄비 뚜껑 열지를 말고 식기도 전에 그렇게 첨벙러리질 말어 오뉴월 쇠부랄이라고 만만하게 홍시 따먹듯 하는게 아녀 석삼 자 아홉구 자면 겉보리가 벌써 닷말여

괜시리 때만 되면 내려와서 표 한 장이 아쉬워 손 벌리면서 초치고 기름 치고 뺑덕에미 살구 따먹는 소리 해 쌌지만 말여 딸라돈은 그럼 어느 놈이 다 풀쑤어 먹은겨, 우리는 입술에 침칠하기도 바쁜판에 즈덜은 나랏돈을 판재기째 들어먹고는 비곗살 삼겹살에 절구통이 돼갖고 허리도 없는 우리보고만 허리 졸라매라는 말이 뭔 말이여 대체

논바닥이 갈라져서 밤새우며 물 푸는 판국인데 재수 옴붙게스리 걸핏하면 풍년타령은 즈덜이 먼저하구 배추 금이 똥금이라서 밭에서 갈아엎는 지경인디 신토불이 어쩌구 하며 풍년잔치 한답시구 퍼마시고 쌈박질 하고 있네 젬병!

해야간에 누가 뭐래두 해 길고 밤 긴 곳이 우리 충청도 땅이구 말여 미루나무 높이 솟고 밭고랑 긴 곳도 충청도여 흰구름 바라보며 황소 되새김질하고 있는 이곳에 대고 함부로 뭔소리들 하지 말어 누가 뭐래도 우리는 내 땅에다가 코박고 사는 忠淸北道 도민이여.

-김문억 시집

<나 오늘 밥 먹었음.1998 선우미디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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