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대가인 뱅상 바스티앵 HEC교수는 “럭셔리 제품이란 꿈을 실현시켜주는 제품, 즉 소비자의 꿈을 실현시켜주고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지 단순히 비싸거나 부를 드러내는 제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꿈을 꾸지 않는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럭셔리 제품이라 할 수 없으며 최상류층에게 더 이상 꿈을 꾸게하는 제품을 제안하지 못할 때 브랜드는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전 세계 극소수의 VIP들만 구입 가능한 초고가의 제품을 유능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개발, 선보이는 것이다.
최고의 럭셔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 시간(역사), 창조력과 장인정신, 그리고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브랜드들은 럭셔리 제품 제조를 위한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하드 럭셔리(주얼리와 시계) 분야에서 단연 돋보인다. 전 세계의 상위 1%들은 프랑스의 장인이 수백 시간동안 제작한 제품에 최고등급의 희귀보석이 세팅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 피스를 소유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수백 수천억이 되는 제품도 눈 딱 감고 구입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창작력과 장인정신, 그리고 확실한 마케팅으로 하드럭셔리계에서 주목받는 주얼리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다. 초창기부터 유니콘, 용, 불사조 등 동화나 전설, 신화, 소설의 주인공을 주제로 꿈과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주얼리 제작에 탁월한 창조성을 인정받은 반클리프 아펠이 ‘레 보야쥐 엑스트라오디네르(2010)’, ‘팔레 드 라 샹스(2012)’, ‘피에르 드 카락테르(2013)’, 컬렉션의 전설을 이어갈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포단’(당나귀 가죽: Peau d’Ane)을 지난 6월 27일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화 중 하나인 ‘포단’ 이야기는 1694년에 출판된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쓴 동화로 19세기 초에 그림 형제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 의해 변형, 각색되었고, 1970년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데미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공주역은 카트린 드뇌브가 맡았다. 딸 하나를 둔 왕비가 남편에게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와 재혼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후 신부감을 찾던 왕은 조건에 맞는 여자가 친딸임을 깨닫고 딸과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당황한 공주는 요정 대모에게 조언을 구한 후 실현 불가능한 드레스들을 만들어달라 요구하지만 왕은 결혼하고픈 마음에 다 이뤄준다. 왕은 결국 그의 나라를 부자로 만들어준 금은보화를 낳던 신기한 당나귀도 죽여 그 가죽을 선물했다. 이에 놀란 공주는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쓰고 이웃나라의 시골로 도망쳐 천한 일을 하며 숨어살지만 지나가던 그 나라 왕자가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아챈 후 상사병이 난다. “당나귀 가죽이 빚은 케익을 먹고 싶다”는 왕자의 요구에 공주는 반죽 속에 일부러 자신의 반지를 집어넣는다. 반지를 발견한 왕자는 “이 반지가 맞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고 온 나라의 여성들 손에 반지를 껴보고 결국 공주와 만나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이야기다.
반클리프 아펠은 화려한 컬러와 정교히 연마된 보석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포단이라는 동화를 읽어내렸다. 28캐럿이 넘는 루비와 핑크 사파이어의 정렬적이고 화려한 붉은 색채는 왕자와 공주의 사랑을, 에메랄드의 녹색은 숲의 풍부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옐로우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는 태양의 눈부신 빛을 표현해냈다. 스톤들은 섬세하지만 대담하게 사용되었고 다양한 세팅기법으로 조각되었다. 작품에 사용된 형형색색의 보석들은 누가 보더라도 이 주얼리 하우스가 조화로운 보석 매치에 얼마나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포단 컬렉션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전 세계의 VIP들과 각 나라의 럭셔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여명의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이틀에 걸쳐 프랑스에서 가장 큰 샹보르(Chambord) 성에서 행사를 치뤘는데 이곳에 초대되는 행운을 얻었다.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르와르강 주변에 지어진 80개의 성 중 하나인 샹보르 성은 1981년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르네상스 스타일의 장엄한 궁전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성이며 포단 영화에서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샹보르 성까지는 차로 2시간. 초대받은 사람들은 각자 운전기사가 딸린 개인용 리무진을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이 행사를 위해 전국의 고급 승용차들이 모두 파리에 집결한 것 같았다). 반클리프 아펠은 차 안에 타블렛을 설치해 컬렉션의 모티브가 된 포단 영화를 여행중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프레젠테이션은 첫 날은 VIP들만, 그리고 다음 날은 기자들만 초청해 양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반클리프 아펠의 CEO인 니콜라 보스(Nicolas Bos)는 성 입구에서(마치 포단 공주와 결혼식을 올릴 왕자님처럼) 파티에 초대된 하객 한 명 한 명에게 웰컴 인사를 했다. 샹보르 성 내부는 마치 마법의 세계 처럼 에조틱한 나무와 꽃, 화려한 색상의 살아있는 열대들로 장식되었고 조명이 그 신비한 효과를 더했다. 그 사이 사이에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하이 주얼리들이 숲의 요정처럼 신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컬렉션은 궁전에서의 어린시절, 마법의 숲, 그리고 해피 웨딩의 세 테마로 분류되어 소개되었다. 궁전에서의 어린 시절 테마 주얼리는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세 개의 드레스(날씨, 달, 해)의 스카이 블루, 블루, 옐로우 색상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들이 주를 이뤘다. 1940년대부터 이어져온 ‘페어리 클립’의 전통을 이은 제품들로 부드러운 색상의 그라데이션이 특히 돋보였다. 보석을 낳는 당나귀가 있던 화려한 성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샤또 앙샹떼 클립은 공주의 풍요롭고 행복한 시절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브라질이 원산지인 39.85캐럿의 오벌컷 에메랄드가 중앙에 세팅되었다. ‘하늘의 푸른 빛보다 더 아름다운 블루 드레스’ 컬러를 표현한 ‘로브 컬러 뒤 탕 주얼리 세트’의 제작을 위해 메종은 페어 쉐입으로 연마된 아콰마린과 파라이바 토멀린, 그리고 블루 사파이어를 사용했는데 보석들은 마치 하늘의 한 부분이 막 떨어져 나온 것 처럼 맑고 투명하게 빛났다. 네클리스에 매달린 펜던트들은 탈부착이 가능해 귀걸이에 달아 착용할 수도 있다.
마법의 숲 테마는 주로 자연과 숲에서 숨어 지내는 공주의 일상을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나뭇잎과 화려한 색상의 꽃을 표현하기 위해 강렬한 원색의 에메랄드나 사파이어, 혹은 산호 등을 사용했고 디자인에 따라 그에 맞는 형태로 연마되어 세팅되었다. 진주와 6,500개의 비드 에메랄드를 꿰어 제작한 미르와 앙샹떼 네클리스는 24.77캐럿의 버마산 사파이어가 세팅된 중앙 펜던트 부분을 떼어 클립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왕자를 위해 제작한 케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된 갸또 다무르 반지는 소용돌이치는 다이아몬드와 에머럴드가 마치 휘핑 크림 위에 초록색 젤리가 얹어진 것 같았다.
마지막 테마인 해피 웨딩은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에 초점을 두고 제작된 주얼리들로 구성되었다. 두 왕국을 상징하는 색상인 블루와 레드가 사파이어로 조화롭게 표현되어 제작된 프로메스 다무르 반지, 결혼식에 초대받은 왕들이 선사한 선물을 나타낸 이국적 분위기의 꺄도 도리앙 반지는 성대한 결혼식의 화려함과 즐거운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는 듯 했다.
반클리프 아펠의 최고경영자인 니콜라 보스(Nicolas Bos)는 “하이주얼리와 유닉 피스 주얼리는 세련된 디자인, 정교한 기술, 희귀한 보석을 통해 예술적, 기술적 측면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우수성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고 말하고 “우리는 특별한 시장을 위해 따로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우리만의 고유한 테크닉과 스타일, 전통적 디자인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 뿐입니다. 사실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할 때마다 다양한 문화가 녹아든 주얼리들을 선보이는데 유럽 고객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나 아시아권 등 전혀 다른 문화권의 고객들도 먼 이국의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주얼리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아마도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가 프랑스 아트를 대표하는 한편 행복, 풍요, 사랑을 표현하는 주얼리들이 고객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정서에 연결되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최고의 제품은 단지 한 브랜드의 이미지나 판매실적에 연관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고 결과적으로는 개인에게 행복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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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아펠은 갈라디너 직전 정원에서 영화의 결혼식 장면을 그대로 연출했다. 영화에서 본 이국의 귀빈들이 말과 코끼리를 타고 갈라 디너 장소에 도착했고 성에서 봤던 하이주얼리를 착용한 모델들이 마차를 타고 속속들이 도착했다. 주얼리는 옷과 같아서 전시된 제품을 볼 때와 착용했을 때의 이미지가 많이 다를 수 있는데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는 착용자를 더 빛나고 아름답게 했다. 목선에서 부드럽게 내려오는 목걸이는 마치 피부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고 반짝이는 귀걸이는 얼굴을 더 환해보이게 했다. 모델들은 갈라 디너가 진행되는 동안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다시 한 번 주얼리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게 도왔다. 갈라 디너의 마지막에는 쉘부르의 우산, 옌틀의 작곡가이기도 한 프랑스 음악가 미쉘 르그랑(Michel Legrand, 1932-)이 재즈를 연주했고 불꽃놀이로 성대한 프레젠테이션의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 초대받은 약 200명의 귀빈들은 관객이 아니라 포단의 결혼식에 초대된 하객들, 즉 반클리프 아펠이 재현한 동화의 일부분이 되었다. 실제로 주최측은 남자들에게는 턱시도를, 여자들에게는 왕자나라를 상징하는 블루컬러나 공주 나라를 상징하는 레드컬러 칵테일 드레스를 입을 것을 권유했다. 반클리프 아펠은 단순히 하이주얼리를 제작하여 그것을 프레젠테이션하는 행사를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동화의 세계로 안내하여 어릴적 꿈꾸던 동화같은 삶을 한 순간이나마 실현시켜준 것이었다.
이번에 프레젠테이션한 포단 컬렉션의 대다수는 이미 판매되었으며 아직 제작되지 않은 나머지 제품들은 9월에 열릴 파리 비엔날레에서 새 컬렉션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