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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에살자

고양이들의 왕, 하늘나라에 가다

작성자김동찬|작성시간26.06.15|조회수54 목록 댓글 0

고양이들의 왕이 죽었습니다. 장미열쇠집 할아버지가 산밑에 묻었습니다.

 

장미열쇠집 고양이 얼룩이는 우리 동네 고양이들을 다스리는 촌장입니다.

석공 정문 앞 포장마차가게 담장에 앉아 오가는 모든 이를 지켜보았습니다.

 

부임수퍼에 얼룩이네 어미가 삽니다.

얼룩이가 출가해서 옆집 장미열쇠에 들어 살면서 자주 엄마 보러 갔습니다.

수퍼 주인이 셔터를 내린 날은 가게 지붕에 올라가서 종일 울어댔습니다.

그 뒤로 부임수퍼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얼룩이가 언제든 다닐 수 있게 셔터와 유리문을 조금 열어 두었습니다.

얼룩이가 문틈으로 가게에 들어가서 거실이나 작은방에 있는 어미를 만나는 겁니다.

 

얼룩이는 고양이들의 선생님 같았습니다.

장미열쇳집 고양이 얼룩이는 길 건널 때 뛰는 법이 없었습니다.

큰길 좌우를 살피고 아주 느긋하게 건넜습니다. 

 

한동안 어린 길고양이들이 도서관 마당에 똥을 눴습니다.

흙째 듬뿍 퍼서 탄재수거함에 버리는 일이 여러 날이었습니다.

 

미영이가 해리포터 말을 듣고 얼룩이한테 갔습니다.

"얼룩아, 고양이들 교육 좀 시켜라. 도서관 마당에 똥 싸지 말라고 가르쳐라." 했습니다.

얼룩이가 가타부타 소리도 없이 가만히 듣기만 하였는데, 그날 이후로 도서관 마당에 똥 누는 고양이가 없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덤프트럭이 다니는 석공 앞 큰길에서 얼룩이가 그만...

그렇게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할머니께서 손녀 미영이가 알면 상심할까봐 봄 지나고 여름이 오도록 비밀로 부쳤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동네 어른들이 미영이한테 얼룩이 어디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편의점 사장님도 밥 먹으러 오던 얼룩이 행방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제는 미영이도 알고, 편의점 사장님과 동네 어른들도 모두 압니다.

얼룩이가 떠나고 도서관 마당에 철없는 고양이 똥을 날마다 치웁니다.

 

얼룩아 그동안 고마웠어.

얼룩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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