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엔 아이들과 산책을 갔습니다.
혼자 걷고 있는데 명호가 제게 달려왔습니다.
어제 루돌프를 함께 했으니 또 달리자고 합니다.
루돌프 사슴코는 개코! 함께 외치며 걷고 또 뛰었습니다.
명호와 함께 걷다 속도가 비슷해진 다른 아이들과 함께 걷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길 따라 있는 꽁꽁 언 냇가를 발견했습니다.
당장에 내려가 시멘트 길 대신 얼음 길을 개척했습니다.
미끌미끌~ 쿵~ 암벽등반 하듯 걷기도 하고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얼음위에 두 주인공이 누워있는 장면을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밑에 글에 있는 사진입니다.)
그렇게 신나게 가고 있는데
우리 뒤에서
겉옷에 달린 모자를 야무지게 쓴 작은 남자아이가 ‘미끄러워요 손 좀 잡아주세요’ 하고
저에게 외쳤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제 소개를 하고 이름을 물으니 진수라고 말 합니다.
너무 작고 귀여운데 입이 어찌나 다부지던지
말투도 제법 어른스러웠습니다.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볼을 쓰다듬고 싶고 와락 안고 싶은 걸 겨우 참았습니다.
제법 얼음 위를 잘 걷는 명호가 진수와 저를 이끌어 주어 얼음길을 무사히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더 이상 얼음길을 갈 수 없어 시멘트 길로 다시 옮겨 걸었습니다.
명호가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제 사진기를 달라고 합니다.
사진기를 건네니 독사진 찍어 주겠다고 위치를 지정해주기도하고
단체사진 찍어 줄 테니 서로 붙으라고 그럴싸한 손짓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사진 찍으며 또 뛰기도 하며 목적지인 흥복사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진수가 말수도 줄고 걸음이 늦어졌습니다.
지켜보다가 걱정이 되어 ‘졸리니? 도서관으로 돌아갈까?’ 하고 물으니
고민하다 그러겠다합니다.
명호에게 함께 가겠냐 물으니 더 놀고 싶답니다. 카매라를 명호에게 빌려주고
진수와 내려오려는데 진수 걸음이 배배 꼬이기 시작하더니 못 걷겠다고 길가에
서버렸습니다.
혹시 업어달라고 하는 것인가 싶어 ‘다리가 많이 아프니? 너무 졸려 못 걷겠어?’
라고 물었습니다.
안쓰럽고 작고 귀여워 업어주고 싶은데
주체성을 길러야 하는데, 혼자 갈수 있게 해야 하는 거 아닌 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다가 쉬 마렵다고 수줍게 이야기 합니다.
귀여워서 깨물고 싶다는 느낌이 바로 이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기억을 짚어보니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부터 마려웠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쭈뼛쭈뼛 힘들어 하는 듯 보였거든요.
선생님인 저에게 참다 참다 겨우 말하는 정도라면
친구들 사이에선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됐습니다.
아이라면 당연히 길에서 처리해도 되겠다 싶어
그럼 저기 전봇대에 쉬할까라고 물으니
부끄러우니 도서관 가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있다가 안 되겠는지 다시 멈춰 섭니다.
선생님이 사람들이 오는지 살펴 줄 테니
길가에서 쉬할래? 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소변을 보고 난 뒤 진수가 다시 밝아 졌습니다.
제게 팔이 없으면 바지를 내릴 수 없으니 쉬도 할 수 없다
그러니 팔은 소중하다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갈비뼈는 소중한 것이라고 제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자기 가족소개도 하고 크레이지 아케이드 이벤트에 당첨되어
기쁘다고 자랑도 합니다.
말과 말사이가 끊기고 문법은 약간 틀리지만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 합니다. 저와 한참을 이야기 했습니다.
24살인 저와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작고 귀여워서 어린아이로만 본 게 아닌가.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아이에게도 자존심이 있는데,
어린 남자아이라도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데..
같은 남자로서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도서관으로 돌아와 호떡을 먹고 집에 가려는데
진수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습니다.
꼭 안아주고 내일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진수야 선생님이 빨리 눈치 채지 못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