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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청년 게시판

EP.9 먼지 한 톨, 먼지 두 톨, 먼지 세 톨

작성자김태희|작성시간26.06.17|조회수100 목록 댓글 5

6월 17일 수
 
이 바다면 어떻고, 저 바다면 어떠랴.
하늘이면 어떻고, 땅이면 또 어떠랴.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내가 발을 디디는 곳이 곧 나의 길인 것을.
 
아무리 가지 말라며 나를 가로막아도, 내 마음은 이미 저만치 가 있는데.
 
자기는 이미 해봤기에 안다고, 자기가 가봐서 안다고.
아무리 말려도 결국에는 아직 내가 가보지 않았기에, 내가 느끼지 못했기에, 아무리 바로 옆에서 확성기를 대고 말해도 나는 내 갈 길 갑니다.
 
모두가 아는 힘든 길이라도, 아직 내가 경험하지 못한 길이라면, 쉽게 힘들다고 결론 내기 싫습니다.
 
가령 내가 갔을 때 안 힘들 수도 있잖습니까? 설령 힘든 길이라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한 각오쯤은 하고 바다로 나왔으니까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을까요?
만약 미래를 알게 됐음에도, 결국 바꾸지 못할 현실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일까요?
 
앞날이 두렵고 또 두려워도 반의반 발자국씩 조금씩 내디뎌봅니다.
 
두 달 지났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나콜테스, 캐나다 밴쿠버, 한국 울산, 중국 타이창, 장자강, 장인, 대만 카오슝을 지나 싱가포르까지 왔습니다.
 
대만 이후 미국 예정되어 있었으나 취소되고 싱가포르로 내려왔습니다. 선주(선박 주인), 화주(화물 주인) 요청에 따라 화물 루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6월 중순 싱가포르 출항 후 말레이시아, 인도양 통과, 남아공 희망봉 지나 8월 초 유럽 네덜란드입항합니다.
 
아직은 유럽 갈 때 아덴만, 소말리아 해적 위험과 불확실한 중동 정세로 인해 수에즈 운하로 가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출항 후 남아공 돌아 유럽으로 곧장 가면 40일 정도 항해합니다. 미국-한국이 3주 정도 걸렸으니 거의 두 배 거리입니다. 장기 항해를 앞둔 현재 몸도 마음도, 선박 컨디션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중입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는 폐식용유 U.C.O(Used cooking oil) 10,000톤, 나프타(Naphtha) 18,000톤 화물 실어 유럽으로 갑니다.
 
U.C.O(Used cooking oil) 폐식용유는 치킨, 튀김 등 조리에 사용한 기름입니다.
원래 버리는 기름이었지만, 요즘은 금과 같은 기름입니다.
이 폐식용유가 친환경 연료라고 한다면 믿으십니까?
 
차세대 친환경 항공유나 친환경 디젤 자동차 연료에 이 폐식용유가 소량 섞여 들어가 만들어집니다. 정제된 폐유는 세제나 비누의 원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나프타(Naphtha)는 플라스틱 산업의 밀가루라고 불립니다. 나프타 성분으로 휴대폰 케이스, 키보드, 플라스틱 용기, 페트병 등 우리 실생활에 쓰이는 모든 플라스틱의 원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항차 화물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화물이라 마음이 놓입니다.
 
현재 싱가포르 해협 바다 온도 32도, 기관실 온도 43도입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적도라 그런지 덥고 습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엘니뇨 현상이 심해져 여름철 적도 부근 수온이 급격하게 높아집니다. 지구가 많이 아파합니다.
 
<함께>
 
바다 위에서 종종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업무가 끝난 이후에 여유가 있는 선원들은 식당에 모여 카드 게임 하거나 간단히 술과 함께 하루 마무리합니다.
 
저와 같이 카드 게임을 잘 못 하고, 술도 잘 못 마시는 선원들은 다 같이 모이는 전체 회식이 아니라면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럼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할까요?
 
이렇게 글을 쓰거나, 기타 치며 노래 부르거나, 차 마십니다. 하드에 담아 온 영화, 드라마 보거나 직무에 관한 매뉴얼, 인스트럭션 북 보며 조금씩 공부합니다. 잠자기도 하고, 바다 바라보며 멍 때리거나 명상하기도 합니다. 멋진 풍경이 있으면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여,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 삶을 보여주고 나눕니다.
 
최근에는 사관분들과 모여 컴퓨터 게임 했습니다. 게임 이름은 모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퀄리티이고, 총 게임, 아이템 사고 모아서 캐릭터 키워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게임.. 게임에 진심인 분들은 하드에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담아 두십니다. 그 파일들을 제 노트북에 공유해 주시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라곤 야구 게임, 자동차 운전게임만 주로 했지, 태어나서 PC방 스무 번도 안 가본 저에게는 힘든 게임들이었습니다. 총 게임은 계속 마우스를 움직이며 시점 변경을 빠르게 해주어야 하는데, 20분 이상 하다 보니 그만 멀미 났습니다. L.O.L과 비슷한 게임에서는 내 캐릭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게임하다가 졸았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전쟁게임입니다. 자기 마을에 발전소부터 군수공장, 막사, 미사일 배치와 전술 입력까지.. 모든 걸 준비해서 상대편 진영과 맞서 싸워 상대 군사 시설을 파괴하고 땅을 빼앗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앞 게임보다 할만했습니다.
 
아마 근래 5년 동안 이렇게 단시간에 게임을 그것도 두 개 세 개 네 개씩 해본 일은 처음일 겁니다.
 
직접 해보니 페이커 씨를 비롯해 E-스포츠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아이러니합니다. 분명 혼자 있고 싶었는데 외로웠고, 함께 하고 싶었는데 피곤했습니다.
왜 이렇게 고집불통 이리저리 왔다 갔다 오르락내리락할까요?
 
잘 못 해도 어울릴 때 적당히 어울리고, 혼자 있을 때는 덜 외로우면 좋겠으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가끔 피식하고 웃곤 합니다.
 
카드 게임을 배워야 하나?
게임을 배워야 하나?
 
그러나 배 내리면 다 안 할 것인데,
이게 뭐라고 크게 고민하는지.
 
요새 고민거리가 없어서 이런 것이라도 고민하는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
이번 주는 내 상태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사람은 서로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혼자 살기 힘듭니다.
 
과정이 어렵고 방식이 나와 맞지 않아도 현재 나에게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주어진 삶이라면 그 안에서 해결하고, 맞추고, 어울리는 것도 나의 능력입니다.
 
그동안 내가 못 하는 영역이었다면,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시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비록 시도하다가 멀미가 나거나 졸 수도 있지만 괜찮지 않겠습니까. 시도해 본 것 자체로 이미 난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나아갔습니다. 뒤돌아보면 비로소 나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방면으로 조금씩 관심 가지고, 얕게 경험해 보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석유 시추하는 것과 같이 땅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여러 영역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 정도는 필요합니다. 직장 생활하며 나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들이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어울려 시간 보내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직장 내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입니다.
 
함께라는 단어 자체가 나의 것 하나 내주고, 너의 것 하나 내주며 나 혼자 말고,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단어 아닐까요.
 
<상륙>
 
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외출’을 보통 ‘상륙’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배 타면서 상륙 운이 좋습니다. 캐나다에서도 상륙, 한국에서도 상륙, 싱가포르에서도 상륙. 심심하다 싶으면 상륙 나갔습니다.
 
지난 배 항로는 중동 항로라 상륙 제한 지역이 많았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등 가능한 지역이라도 화물량이 적어서 작업이 빨리 끝나 외출 나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번 배는 중동도 안 가고, 화물도 많고, 대기하는 시간도 생기고, 배 컨디션도 좋으니 지난 배와 비교하면 크루즈입니다.
 
업무 강도도 보통이라서, 선원들의 예민함 또한 보통 또는 그 이하입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터지거나 고장 나거나 문제 생기는 비율이 낮아서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3주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육지 밟으며 상륙 나갔다 옵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상륙 다녀왔습니다.
항구에서 멀리 떨어진 앵커리지(묘박지)에서 통선(작은 배, 통통배) 타고 항구로 이동합니다.
우버나 그랩 이용하여 시내까지 이동합니다.
 
보통 다른 나라 상륙 나가면 가장 먼저 관광지 검색해서 놀러 갑니다. 밴쿠버에선 증기 시계가 유명했고,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 머라이언 동상이 유명했습니다. 마리나베이 호텔 위에는 큰 배 모양의 건축물이 올라가 있고, 머라이언은 싱가포르의 상징인 상상 속 동물입니다. 사자와 물고기를 합친 모습입니다.
 
사진 찍고 있다가 중국 여성 한 분이 오셔서 본인 사진 찍어달라 하여, 찍어 드리고 저도 부탁했습니다.
관광지 탐방 후 자전거 빌렸습니다. 일본, 대만 여행 가면 자전거 빌려 돌아다니곤 했는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니 싱가포르에서도 빌려봤습니다. 이제 세계 어디든 휴대폰만 있으면 다할 수 있는 세상, 자전거도 어렵지 않게 빌려서 돌아다녔습니다.
 
‘배에서만 나오면 왜 이리 평화로운지요.’
 
밥 먹을 때, 자전거 탈 때, 사진 찍을 때마다 계속해서 한 번씩 하는 이야기입니다.
진동과 소음이 끊이질 않는 배, 흔들리는 배에 살다가 땅을 밟는 순간 180도 세상이 바뀌어 버립니다.
 
뜨겁고 습한 동남아의 바람을 휘파람과 함께 가로지르며 라이딩해도 하하 호호.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시원한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눈길을 이끌었습니다.
 
생 코코넛 반을 잘라 코코넛 물을 종이컵에 담아 먼저 마시라고 건네어 주고, 속 살을 잘라 넣고, 아이스크림을 올려 내주었습니다.
 
한 입 넣자마자 송골송골 맺힌 등골의 땀이 쑤욱 들어갔습니다.
두 입 넣으니 이마에 맺힌 땀이 쏘옥 들어갔습니다.
세 입 넣으니 끈적했던 팔이 뽀송해졌습니다.
네 입 넣으니.. 어라 아이스크림이 어디 갔지?
 
다 먹었습니다.
 
시원하게 당 보충하고 라이딩하다가 저녁 먹으러 갔습니다. 저녁은 함께 외출 나온 일항사님, 이항사님, 실기사 만나 네 명과 먹었습니다.
 
해산물 식당 ‘점보’에서 칠리크랩과 생선 요리 먹었습니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었으나 큰마음먹고 식사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울릉도 가서 독도 새우 못 먹은 게 아직도 한이라, 늘 아쉬운 마음을 달고 살았는데 이번에 눈 꼭 감고 먹었습니다.
 
알레르기가 심리적인 요인도 많이 작용할까요?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는지,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목 주변이 조금 간지럽긴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휴가 때 알레르기 검사해 봐야겠습니다.
 
귀한 저녁 식사, 일항사님께서 사주셨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녁 먹은 후 다시 찢어져 각자 갈 길 갔습니다. 저는 그랩 타고 ‘오차드 거리’로 갔습니다.
이 거리는 2024년에 왔었던 곳입니다. 처음 회사 실습 나갈 때 싱가포르로 왔었는데 그때 주변 돌아본 곳이 오차드 거리입니다. 추억의 거리를 걸으며 실습 당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프라인 저장해 놓은 지도 하나 펼쳐 놓고 근처 번화가 찾겠다고 실습 동료와 땡볕 아래 돌아다녔던 재밌는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이심 연결하고, 택시 타고 다니며 효율적으로 여행합니다.
오차드 거리에는 백화점, 쇼핑몰이 많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며 혹시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상륙 안 나온 사람들의 심부름, 싱가포르 스타벅스 텀블러, 로컬 음료수 사고 개인 쇼핑했습니다. 싱가포르에도 차와 커피가 유명한데요. TWG와 바샤 커피가 유명합니다.
 
찻잎 가격을 비교해 보니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1~2만 원 저렴합니다. 커피도 살지 고민했지만 차만 샀습니다. 차 종류가 다양해 직원에게 추천받았습니다. 친절하게 알려주어 기분 좋게 구매했습니다. 안 마시고 있을 테니 나중에 함께 마셔 보아요.
 
쇼핑몰 먹거리에 있는 팝콘 사서 먹으며 구경 했습니다. 팝콘 덕에 달달한 구경했습니다.
야쿤 카야 토스트 먹었습니다. 구운 토스트에 카야 잼(코코넛으로 만든 잼)과 버터를 바른 뒤 수란에 찍어 먹는 싱가포르 대표 토스트입니다. (한국으로 보면 이삭토스트 생각하면 좋습니다.) 바삭한 토스트에 달달한 풍미가 있는 잼과 버터, 그리고 어울리는 커피까지 함께하니 눈이 절로 떠졌습니다.
 
쇼핑몰 내에는 이마트를 따라 한 걸까요? “LEE 마트”가 있었습니다. 한국 제품들만 파는 곳이라 반가웠습니다. 재미 삼아 구경하고 쌀과자 두 개 사서 나왔습니다.
싱가포르가 확실히 동서양 물류 허브의 국가라 그런지 여러 나라 가게들이 많습니다. 일본 돈키호테가 바로 옆에 있고, 중국 가게가 옆에 있고, 아랍 가게도 그 옆에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한 번쯤, 두 번쯤 올만 합니다.
 
싱가포르는 법이 매우 엄격합니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정해진 흡연구역에서 흡연하지 않으면 바로 신고당합니다. 길가에 쓰레기 떨어진 것을 못 봤습니다. 담배꽁초 하나 없는 거리를 보며 놀랐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보도블록이 제 방바닥보다 빛나는 듯했습니다.
 
쾌적하게 돌아다녔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보고, 잘 누리다 다시 배로 돌아왔습니다.
 
<신앙>
 
파도가 칩니다. 폭풍우가 쏟아지며 앞뒤, 좌우로 많이 흔들립니다. 내가 바다를 다스릴 수 없기에 다가오는 힘듦은 그저 다 맞습니다.
 
바다 위에서 일도, 사람 관계도 같습니다. 내가 무엇이라고 사람을 다스릴 수도 없고, 다스릴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다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이다가 힘들 땐 잠시 앉아 쉬어 갑니다. 땅에서 생활할 때는 몰랐는데, 바다라는 대자연 앞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볼 기회가 종종 오니 신앙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큰 바다에서 나는 먼지 한 톨보다도 작은 존재입니다.
그런 작은 존재를 오늘도 살게 해주는 커다란 손이 있음을 믿습니다.
 
이제는 친구 따라가서 간식 먹으며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닌, 내가 내 발로 가서 눈 뜨고 귀 열고 그의 말을 몸과 마음에 새깁니다. 하나씩 다시 새길수록 선명해져 갑니다.
 
지난 배부터 조금씩 신앙에 대해 고민 많았습니다. 휴가 때 여기저기 다니며 고민이 있음을 고백하고 나누었습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함께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구멍 난 마음, 상처 난 마음 치유됐습니다.
 
힘이 생겼습니다. 이겨냈습니다. 다시 용기 냈습니다.
 
다시 바다로 나왔습니다.
 
지난 녹턴, 타이거 때와 다르게 나와 같은 마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습생들, 삼항사님, 기관장님.
 
아직 많은 것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으로도 든든합니다.
 
그렇게 큰 대양 위에 먼지 한 톨 두 톨, 세 톨이 모였습니다.
하나둘 모이니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덩어리들이 모여 한 드럼 되고, 드럼들 모여 컨테이너 됩니다.
자꾸만 모이면 큰 파도와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결국 이겨낼 날이 올 겁니다.
 
선원 교대된 기관장님은 전 배 타이거에서도 함께 탄 기관장님이시며, 이번 배에서 다시 뵙게 된 분이십니다. 승선하실 때 휴대용 전자 드럼 패드를 들고 올라오셨습니다.
 
유튜브와 AI 활용하여 독학 중이십니다.
‘쉬운 드럼 CCM’ 책 보시며 연습하시는데, 최근에 도와드릴 일이 있어 잠시 기관장님 방 들어가서 도와드리다 연주하시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쿵 칫 탁 칫 쿵 칫 탁 칫”
“내가 매일 기쁘게 순례의 길 행함은~”
 
박자감이 좋으십니다.
노래 부르시면서 천천히 나아가시는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치곤 실력이 좋으셨습니다.
 
기관장님 연주에 맞추어 함께 1절 부르며 신나는 시간 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기타 들고 연습했습니다. 기본 코드로만 쳐도 충분하기에 금방 할 수 있었습니다. 훗날 기관장님 드럼과 제 기타로 합주할 날을 기다립니다.
 
신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그의 존재를 믿고, 오늘도 나를 살아가게 해 주신다는 것을 믿으면서 편안하게 발 뻗고 눈 감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우수수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빛납니다.
가족 생각,
친구 생각,
이웃 생각,
고향 생각.
 
두 달 차의 밤이 깊어져 갑니다.
 
-2026년 일기 한글 페이지 57쪽 하고도 오만삼천육백삼십 글자째.
 
<지난 이야기>
 
2025.06 EP.1 집에 갈래요 아니 버텨 볼래요
2025.07 EP.2 꿈이 있는 거북이
2025.08 EP.3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2025.09 EP.4 살면 살아져
2025.10 EP.5 하늘과 바다와 별 그리고 배
2025.11 EP.6 아름다우니까 정말 유익한 것이지
2026.04 EP.7 다시 또다시
2026.05 EP.8 당신은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아갑니까?
 

INTERMEZZO

 

한국 상륙 때는 찜질방 가서 피로 회복했어요.

 

차도 마시고, 맛있는 과일도 먹고, 개인품 시켜서 행복을 누린답니다.(다 나눠주고 이제 거의 없어요.)

 

이번 배에서도 시리얼 사랑은 계속 됩니다.

 

📷

 

이번 달도 잘 지내는 중입니다.

 

싱가포르 상륙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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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동찬 | 작성시간 26.06.17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내가 발을 디디는 곳이 곧 나의 길인 것을."
    김태희 기관사 글, 마음에 담습니다.
  • 작성자김동찬 | 작성시간 26.06.17 "우수수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빛납니다.
    가족 생각,
    친구 생각,
    이웃 생각,
    고향 생각.
    두 달 차의 밤이 깊어져 갑니다."

    태희 생각합니다.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태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보고싶습니다.
  • 작성자김미승 | 작성시간 26.06.17 아직 항해를 나가보진 못했지만 저도 며칠 전부터 해군 소속으로 배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벌써 배에서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집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태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new 필승! 머지않아 바다와 한 몸이 된 늠름한 해군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김미승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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