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6/6 양일간 철암에서 사랑을 한껏 받아왔습니다.
이 마을의 사랑법을 배우고 왔습니다.
여정을 중심으로 그 배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1일차]
22시가 넘어 태백 시내버스 막차가 끊긴 시간, 무궁화호를 타고 태백역에 도착했습니다.
김동찬 선생님께서 포옹인사로 맞아주시고, 정겨운 트럭을 몰고 철암도서관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저를 위해 만들어준 온갖 환영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도서관 입구에는 환영 문구를, 면접실에는 자기소개서에 탑재한 사진의 캐리커처 버전을 부착해 놓았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 보니, 이름표에 제 이름과 꼭 어울리는 그림도 같이 그려 놓았습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환대받아 본 일이 있었나 싶습니다. 아이들의 정성과 마음을 한가득 느꼈습니다.
한 사람을 존재로써 사랑하며 섬기는 아이들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 돌아갔지만, 저를 맞이하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모여 시간 보내며 기다렸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표현 이상의 마음으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을 어서 보고 싶었습니다.
비밀의 방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름의 뜻을 꼭 물어보고 싶은 방입니다. 설레는 마음 반, 아이들 질문지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마음 반으로 뒤척이다 어느새 잠에 들었습니다.
[2일차]
아침 일찍 기상했습니다. 김동찬 선생님께서는 진작에 기상하셔서 도서관 주변 자연을 가꾸고 계섰습니다.
도라지 가지들을 묶으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까닭을 여쭈니, 묶어놓지 않으면 잘 퍼지는 풀이라고 하십니다. 퍼지면 다른 꽃들이 자라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김동찬 선생님께서 자연 대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 대하는 일을 배웁니다.
김동찬 선생님과 함께 아침 마을 산책에 나섰습니다.
출발 전, 선생님께서 도서관 마당 흙바닥에 지도를 그려 철암의 지리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철암천, 아랫마을, 상철암, 교동. 위치와 지명의 유래까지 잘 배웠습니다. 본격적으로 길을 나서며, 마주치는 어른들마다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른들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 한 집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저의 대학교 대선배께서 사시는 집이라고 하십니다.
67학번 권순복 어르신이십니다.
인사드리니 집에 들어올 것을 청하셨고, 커피를 한 잔씩 내어주셨습니다.
그러고는 한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어르신의 지혜를 전수받았습니다. 인생 십계명과 효도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자식으로써, 가족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언제 마지막으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꼰대"라는 멸칭이 횡행하는 도시에서는 어른의 충고를 쉽사리 오지랖으로 여기기 때문인가 싶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살아오다 보니, 이런 순간이 참 반갑고 정겨웠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경청하며 삶의 지혜와 도리를 배웠습니다. 후배라니 더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말씀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광활 활동하게 되면 더 많이 배우러 가고 싶습니다.
집을 나서고, 김동찬 선생님께서 설명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권순복 어르신은 늘 이웃을 도우며 사는 분이라고 하십니다. 이웃 집 물건이 망가지면 고쳐주기도 하시고, 철암도서관의 2027년 겨울나기를 위해 벌써부터 땔감도 가져다 주셨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이웃에 도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발벗고 나서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살아가시는 분의 말씀이 어찌 오지랖이 될 수 있겠으며 어찌 꼰대라고 멸칭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과 지혜의 본을 보이며 살아가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어른에게 힘이 있음을 배웠습니다.
광활 기간 이런 어르신들을 많이 찾아뵙고 배우고 싶습니다. 저도 언젠가 그런 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권순복 어르신께 한껏 가르침을 받고 나니 어느덧 면접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동찬 선생님께서 건너편 김숙화 어르신 댁에 방문하셨습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한 것 없냐며 반기시는 할머님께, 광활 선생이 새로 왔다며 상추를 따 주시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크게 반기시며 기꺼이, 상추를 두 손 가득 차도록 따 주십니다. 김동찬 선생님께서 아침 식사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류하심에도 더욱 풍성하게 따 주십니다. 이렇게나 탐스럽고 싱싱한 상추를 보다니, 입맛이 확 돕니다. 매일같이 이런 싱싱하고 건강한 맛을 즐기실 이곳 주민분들의 삶, 참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두 손 가득한 인심으로 넘치는 감동까지 함께 얻은 것은 덤입니다.
싱싱한 상추와 양파로 안분지족하는 식사를 하다, 임미라 선생님께서 짭쪼름하니 맛있는 계란후라이와 빵까지 더해 주신 덕분에 아침을 참 든든히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보아의 안내를 받아 면접 대기실에 입장하였습니다. 원하는 차를 물은 뒤 금새 내어주었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면접 서류를 빠르게 훑어본 뒤 보아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광활을 어떻게 누리고 즐겨왔는지 이야기를 들으니 참 정겹고 좋았습니다. 천진난만한 태헌이도 합류하여 함께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덕분에 긴장도 잘 풀고, 기쁨과 기대로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습니다. 하음, 예원, 예헌, 소헌, 승민. 5명의 면접위원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저부터 시작하여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한 뒤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면접위원 한 명당 두 개의 인상깊은 문장과 각각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었습니다. 35장이나 되는 자기소개서를 다 읽으며 인상깊은 문장까지 골랐다니, 정말 놀라고 고마웠습니다. 열심히 꼼꼼히 잘 읽은 것이 티가 나는 어려운 질문들만 골라서 해 주었습니다.
근본을 묻는 깊은 질문에 답변하는 일이 참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제 사회사업 근본을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자세한 질문과 답변은 하단 덧붙이는 글 참조)
면접을 마치고 대기실에 돌아가니 보아, 태헌이와 미영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면접 후기를 공유하던 차에 면접위원들이 우르르 다가와 종이를 한 장씩 건네주고 갔습니다. 면접 후 주는 편지랍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그저 지원사와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 본 것밖에 없는데, 일면식도 없던 아이들이 면접 전 응원 편지도 건네주고, 면접장과 도서관도 이렇게나 환대하는 분위기로 꾸며주고, 면접 후에도 이렇게 편지를 건네준 것입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이럴 수 있는지, 너무나도 고맙고 감동이었습니다.
승민이는 수줍어하며 편지를 직접 낭독해 주었습니다. 부끄러워하며 한 글자씩 읽어주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마을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을 보며 어찌 안 사랑하고 배길 수 있을까요. 혹은 그만큼 어른의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이토록 예쁜 아이들로 컸을 수도 있겠지요. 어느 쪽이든, 참 정겨운 일입니다.
자전거 여행에 나섰습니다. 김동찬 선생님이 선두에 서고, 아이들이 일렬로 쭉 선 뒤 꼬리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점심 먹기 전까지 자전거로 철암동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철암동 마을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볼 때마다 힘차게 인사를 건네고, 어른들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 받아주셨습니다. 도시인에게는 참 낯선 광경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같아 좋았습니다.
후미끼리 약수터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딸기를 발견한 아이들이 부지런히 산딸기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높이 있는 딸기를 따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따려고 하니 가시가 따끔하여 해내지 못했습니다. 어김없는 서울 촌놈입니다.
선생님이 무능하니 아이들이 다시 나섰습니다. 소헌이가 예원이 등을 밟고 올라섭니다. 보아와 예헌이가 두명을 잘 받칩니다. 이렇게 하여 높이 있는 산딸기를 한아름 따서 서울 촌놈에게 잔뜩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누리는 이 아이들의 삶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얻어 다음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철암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만, 아이들에게 쉼은 곧 놀이였습니다. 철봉과 정글짐을 가지고 참 열심히 노는 아이들입니다. 제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개별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게 놀던 아이들, 코스 놀이(?)를 즐기자며 발걸음을 이끌었습니다. 학교 놀이터 좌측 끝에서부터 시작하여, 철인 3종 경기처럼 놀이기구를 하나씩 하나씩 모두 이용하여 놀이터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것이 코스랍니다. 개별 놀이기구에 질려서 더 재밌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이면 순식간에 심심함을 해소하는 시대, 즐거운 놀이를 고민하며 펼쳐볼 수 있는 마을살이가 참 귀합니다.
철암초등학교를 떠나 승민이네 김치공장에 방문하였습니다. 승민이 부모님이 주신 간식을 맛있게 먹었고, 공장 전문가 승민이의 안내로 김치공장 깊숙한 곳까지 견학을 하였습니다.
광활 기간 동안 이곳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야영도 한다는 설레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살면서 도통 해볼 일 없던 진귀한 경험들을 이곳에서 마음껏 하게 생겼습니다. 참 기쁘고 설레는 일입니다.
김치공장 견학을 마치고 피내골로 향했습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니 사저 정원에서 놀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감사한 이웃 덕분에 멋진 정원 속 풀과 꽃, 물잠자리, 잉어 떼를 한껏 즐겼습니다.
저와 이미 친밀감을 하늘 끝까지 쌓은 아이들, 슬슬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아이들 궁금증의 끝은 선생님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내년에 결혼식 올릴 거라고 하니, 다같이 축가 부르러 가야겠다며 떠들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러 서울까지 먼 길을 오겠다는 다짐들을 하다니요. 품이 많이 드는 축가를 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여서 말입니다. 문득, 친한 지인의 결혼식에서 초등학생 제자들이 축하 영상을 보내준 것을 본 일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을 참 잘 사셨다 생각이 들고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저를 만난 지 고작 3시간 만에 인생 참 잘 산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약속이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말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모릅니다. 이 아이들과 6주간 사랑을 주고받을 나날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행복할지, 생각할수록 설렙니다.
이후 철암역 근처 미로마을에 들러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태백갱 그늘에서 마지막 여정을 시원하게 즐겼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야속해하며, 점심을 먹기 위해 도서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늘의 점심은 하음이 재인이 어머님이신 최민숙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셨습니다. 메뉴는 비빔밥입니다. 싱싱한 야채와 특제 양념을 담아주셨습니다. 과장 없이 살면서 먹은 비빔밥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전주에서도 못 느껴본 맛입니다. 테이블에 올라온 승민이네 김치도 여간 별미가 아닙니다. 이 마을에 대단한 어른들이 이렇게나 많이 계십니다. 놀랍고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저와 함께 밥을 먹겠다고 쟁탈전을 벌였습니다. 6주동안 함께 실컷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텐데, 참 귀여운 친구들입니다. 호기심도 하고 싶은 말도 가득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니 참 정겨웠습니다. 실컷 이야기하고 있으니 밥 줄어드는 속도가 더뎌, 보다 못한 김동찬 선생님께서 선생님 밥 먹게 내버려두라고 하셨습니다. 이빨이 약해 밥 먹는 속도가 느린 제 탓입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나 관심을 주고 사랑해주어 고마웠습니다.
김동찬 선생님께서, 제가 청소년들과 시간을 못 보냈다며 따로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지원이, 재인이, 보아와 함께 동네 편의점에서 음료를 구입하여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과는 또 다른 순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엽기떡볶이를 그리워하고, 맥도날드가 들어오기를 바랐습니다. 찾아갈 젊은이가 부족하여 폐업한 가게들 이야기를 슬프게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생각해보면 마을에 있을 것은 또 다 있다며, 하나씩 읊어주는 지원이입니다. 정말 끝도 없이 나옵니다. 그저 상황이 웃기고 재미있었습니다.
철암의 자랑거리, 학교 아이들 연애하는 이야기, 광활 참여했던 이야기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실컷 들었습니다. 제 학창시절 공부하던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고, 서울이라는 곳이 사람 정 없는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단단히 일러주기도 했습니다. 제비가 집 짓고 사는 이야기, 편의점 앞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나 순수한 대화를 만들어준 지원이, 재인이, 보아에게 고맙습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함께 남동 마을, 삼방동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예헌이의 기가 막힌 숨기 실력을 볼 수 있는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남은화 선생님께서 제공해주신 맛있는 핫도그를 나눠먹는 시간을 끝으로, 꿈만 같던 철암에서의 이틀이 다 지나갔습니다. 정겨운 마을에서의 하루는 이리도 빨리 가나봅니다.
이 마을의 아이와 어른의 사랑법을 한껏 배우고 누린 하루입니다. 아이들이 집에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쉽고 속상합니다. 어서 광활의 그날이 와서 함께 6주 신나게 뛰어놀고 싶습니다. 그러고는 철암의 아이와 어른들을 평생 왕래할 소중한 식구로, 철암을 늘 가슴에 품고 지낼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면접위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면접장에서 했던 이야기에 덧붙이고 싶은 내용을 더했습니다.
(1) 방하음 면접위원
질문 1.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요? (자기소개서의 "인간이기에, 인간다운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자기 삶의 주인 노릇 하며 살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배운 내용을 제가 이해한 대로, 면접위원님들이 이해하시기 조금 더 편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자기 삶의 주인 노릇 한다는 것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다른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혹은 그들이 무언가 해줄 것만을 기대하며 사는 삶과 반대되는 삶으로 이해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혹은 해야 하는) 것을, 나의 마음을 다하여 계획하고 해내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런 일을 그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은 그닥 사람답지 못한 삶이겠지요. 주변을 돌아보고, 주변 이웃과 함께 돕고 나누는 방식으로 일을 해내며 살아가는 삶이라면 진정 사람다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2. 기록을 어떤식으로 쓰시나요? (자기소개서의 "배우고, 실천하며 기록해온 다양한 경험이 있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사실만 쭉 적어내리기보다 그 일에 담긴 의미를 잘 담아내는 기록을 하려 노력합니다. 동화, 이야기처럼 쓰려고 노력합니다.
(2) 박예원 면접위원
질문 1. 광활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소개서의 "광활의 가치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뜻을 담아 활동하고 기록으로 잘 남기겠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이 정겨운 마을의 모습을 보존하고 이를 모르는 이들에게 전파하는 일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권순복 어르신을 뵈었습니다. 인생 십계명도 가르쳐 주시고, 효도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른이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젊은이는 지혜를 전수받습니다. 제게는 참 아름다운 광경이자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대개 꼰대 취급하다보니, 날이 갈수록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것을 삼가게 됩니다. 그렇게 지혜는 어른의 대에서 끊깁니다. 그렇게, 어른과 젊은이는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으로는 앞집 할머니께 갓 딴 상추를 얻어 먹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남이 주는 음식 먹지 말라고 합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웃을 믿지 않고 각자 자기의 삶을 일구며 살아갑니다.
(+ 낯선 어른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외지인인 저를 처음 만난 오늘임에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스킨십도 하고, 관심과 사랑을 잔뜩 주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도시의 아이들은 어른을 경계합니다. 처음 보는 어른을 절대 따라가지 말고 도와주지도 말라고 배웁니다.)
경험해 본 적도 없지만 마음 속으로 참 그리워하던 일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광활이라는 구실로 철암 마을에 들어오니 비로소 누릴 수 있었습니다. 광활이 있기에 저 같은 정겨운 사람살이와 이웃 정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를 배울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배우고 누린 뒤에는 살던 곳에 돌아가서 이 아름다운 모습을 따라 살려고 하겠지요. 그것이 광활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2. 실습을 하고 장애인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소개서의 "정신장애로 고생하는 당사자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마음 속에 품은 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펼치지 못해 외롭게 사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 혹은 정신병이라고 하면 보통 무섭다고들 생각할 것입니다. 저 또한 실습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습을 하며 이분들과 매일 만나며 깊은 관계를 맺다 보니, 무섭기는커녕 참 정이 많은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무서운 사람이라고 오해하고 멀리하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의 정만 드려도 아낌없이 돌려주시는 분들이십니다. 가족 외의 사람으로부터 그 정도의 정을 느낀 것은 그분들이 처음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게 누구보다도 참 소중한 존재이십니다. 이분들이 마음 속에 가진 정을 아낌없이 나누며 사실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3) 강예헌 면접위원
질문 1. 왜 정겨운 사람살이를 이루는 사회사업을 배우고 싶었나요? (자기소개서의 "정겨운 사람살이를 이루는 사회사업을 배우고 싶어 지원하였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정겨운 사람살이를 돕는 일이 제게 행복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서 질문주신 실습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데, 당시 정신장애인 분들의 정겨운 사람살이를 돕는 일을 하며 가슴 벅차도록 행복했습니다. 이런 일을 오래, 잘 하기 위해 정겨운 사람살이로 사는 철암 마을에 와서 꼭 배우고 싶었습니다.
질문 2. 왜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믿을 수 있나요? (자기소개서의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지금의 문제보다 성장할 모습에 시선을 두는 사람 입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아이는 먼저 경험하고, 경험을 생각하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말입니다)
서울의 복지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이 방송반 활동 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마을의 멋진 어른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일을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휴대폰만 주구장창 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른의 마음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활동을 하면 할수록 활동에 재미와 감동,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자연스럽게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경험이 아이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살아갈 날이 창창한 아이이기에, 경험한 것보다 경험할 것들이 수십 배는 많을 것입니다. 좋은 경험, 의미있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그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면, 다 어른들이 만든 나쁜 것들이 좋은 경험을 못 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 속에서 상상 이상의 개성 있고 멋진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4) 강소헌 면접위원
질문 1. 혹시 다른 마을에서 서로 힘을 받고 관계를 만든 경험이 있으십니까? 그럼 어디서 어떻게 경험을 해보셨나요 (자기소개서의 "마을에서 힘받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귀한지 깨달았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실습 기간 함께하던 정신장애인 분들과 이런 관계를 맺었습니다. 실습하면서 좋은 일들이 참 많았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 잘 안 맞는 사람과 활동을 함께하다 보면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하던 정신장애인 분들 중에 삼촌처럼 여겼던 마음씨 따뜻하고 좋은 분이 있었습니다. 힘들 때면 이분 얼굴 보고 시덥지 않은 농담 나누며 다시 힘을 얻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 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힘을 얻고 합니다. 참 귀한 관계입니다.
질문 2. 선생님이 아이들과 어떤 꼭 하고싶은 활동이 특별히 있으십니까? (자기소개서의 "이웃과 인정을 살리는 일을 아는 사람답게 뜻을 담아 활동에 임하겠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자기소개서에 적어준 야영, 독서, 이런 것들도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제가 해 보고 싶은 일을 한 가지 보탠다면 거리 공연 활동입니다.
(+ 거리 공연 시 모금함을 마련해 두면 지나가며 보는 사람들이 관람료 느낌으로 돈을 넣고 가곤 합니다. 돈을 모아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기부, 학습여행 등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를 먼저 정합니다. 주위 어른들께 듣고 싶은 노래도 여쭙고,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도 정합니다. 활동 과정에서, 악기나 노래를 잘 다루시는 지역 어른들을 찾아가 공연 잘 하는 노하우를 배웁니다. 노래를 추천해주신 어른들을 초청하여 이 노래에 담긴 본인만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도 드립니다. 그렇게 활동을 하고 나면 한바탕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고, 목표를 위한 돈도 잘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오승민 면접위원
질문 1. 자신의 목숨이 힘들어도 나눌 것인가요? (자기소개서의 "식구들끼리는 콩 한 쪽도 나누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언급해준 문장은 실습 과정에서 제가 삼촌처럼 여기는 정신장애인 분께서 닭다리를 건네며 해 주신 말씀입니다. 제가 닭다리를 참 좋아하는데, 실습 전에는 누군가에게 닭다리를 양보해본다는 생각을 사실 잘 안 해봤습니다. 삼촌같은 그분께 식구의 나누는 마음을 처음 배운 것이지요. 그만큼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 간식이든 과일이든 이것저것 나누어주는 여러분이 저보다 더 잘 나누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닭다리 나누는 것도 어려워하던 제가 목숨이 힘들 정도로 나눔을 한다니, 아마 더 성장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마음과 물질 모두를 나눌 줄 아는 여러분과 6주를 보내고 나면 저도 그런 어른으로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질문 2. 잊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어떻게 덜어내나요? (자기소개서의 "평생 상처로 남았던 기억을 덜어 놓음으로써 회복해지던 당사자분도 계십니다." 문장을 보고)
답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며 그 기억을 건강하게 마주함으로써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어른들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면 혼자서 진탕 술을 마시는 등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덜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다고 정말 덜어지긴 했을까요? 제가 만났던 당사자분은 이혼 후 오랜 시간 아이를 만나지 못해 힘들어하던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저를 믿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털어놓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곧바로 마음이 좋아지지야 않겠지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적어도 술로 털어낼 생각은 훨씬 줄어들었겠지요. 그렇게 힘든 일을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며 마주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거대했던 아픔도 조금씩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추가 질문
질문 1. 연고전인가요, 고연전인가요? (강예헌 면접위원)답변. 어른들께는 비밀입니다. 연고전이 맞습니다.
질문 2. 우리의 첫인상을 6글자로 표현한다면? (뽑기 공통질문)
답변. "참 예쁜 사람들." 처음 딱 보자마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한편,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믿나요"라고 묻던 예헌이의 질문에는 쉬운 답변을 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아직 이 질문에 대해 더 쉬운 답변을 찾지는 못했습니다.합격 통보를 아직 받지 못해 조심스러우나, 함께 지내게 되면 6주의 기간 동안 예헌이 눈높이에 맞는 더욱 쉬운 답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머리가 조금 더 큰 뒤에 다시 보면 그 때는 제 마음이 무슨 마음이었는지 이해하게 될 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예헌이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총명한 아이니까요.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신모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예원, 합격시켜줘서 고맙습니다!
광활 때까지 잘 나아서, 철암 온 동네를 같이 뛰어다녀요☺️☺️ -
작성자김태희 작성시간 26.06.08 신모세 선생님 안녕하세요? 철암 청년 김태희입니다. 현재 일하러 나와 이번 여름 광활하며 철암에서 만나 뵙지 못해 아쉽습니다.
멀리서나마 철암에 오신 것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광활 후기를 보며 잠시 머물렀던 철암에서 얼마나 감동하셨을지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멋진 모세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이번 여름, 누구보다도 뜨겁게 보내실 신모세 선생님! 철암에서 많은 사랑 받으시고, 많은 사랑 전파해주세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신모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김태희 선생님 안녕하세요.
열렬히 환영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태희 선생님 이야기 참 많이 들었습니다.
철암에서 가장 사랑받는 청년이라고 전해들었습니다.
여름 광활에 뵐 일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광활 이후 종종 철암에 방문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어른 분들은 여전히 건강하신지, 철암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운지 보러 와야지요. 그러다 보면 태희 선생님을 뵐 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응원해주신 만큼 즐겁고 정겨운, 사랑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보겠습니다. 태희 선생님도 타지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힘 많이 받으며 생활하시길 늘 응원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동찬 작성시간 26.06.08 김태희 기관사님 대만 가오슝에서 싱가포르로 가고 있군요.
뜨거운 남쪽바다, 그 어디나 태희의 고향
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철암에서 만나요 -
답댓글 작성자김태희 작성시간 26.06.08 김동찬 바람 타고 파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