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잣돈 갚기 프로젝트(김진희/문학동네)
이초아
요즘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시간을 내어 읽고 있다. 작품을 쓰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보니, 짬짬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진 않지만 수상작들을 읽을 때면 드는 것이 난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막힘없이 장면이 떠오르게 만드는 서사 문장들은 또 얼마나 대단하지.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지만, 난 늘 부럽다. 하지만 부러움인지 질투인지 헷갈리는 이 감정들이 좋은 동화를 쓸 밑거름이 되리라 믿으며 5월 과제를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제15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2015년 3월에 초판이 인쇄되었으니 아직 따끈따끈한 작품인데, 2016년 올해 무려 5쇄가 인쇄되었다. 아! 또 부럽다! 난 아직 장편 동화가 탄생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간단히 작가에 대해 소개하면 이렇다.
‘경인교육대에서 초등교육을, 동국대 영상대학원에서 영화 영상을 공부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같은 초등학교 교사임에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모를 동료애와 함께 할 수 있다, 하고 싶다는 투지가 생긴다. 또한 영화 영상을 공부한 것으로 보아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나 영화에도 많은 관심이 있을 것 같다는 예측도 되었다. 그러면서 읽었던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를 떠올리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저승의 모습을 자세하고 선명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내공이 어디에서 나왔을지 짐작이 되었다.
이제 본론인 작품 해석으로 들어가겠다. 먼저 주된 줄거리는 이러하다. 동우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다. 특히 왕따인 준희를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동우였다. 그런 동우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것도 김준희를 잡으러 가다가 말이다. 교통사고가 연결통로(매개)가 되어 판타지가 시작된다. 동우가 저승 세계로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우는 원래 죽을 운명이 아니었는데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저승에 온 이상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면 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까지 노잣돈을 갚아야 한다고 한다. 노잣돈을 갚아야 할 대상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리고 그 대상은 바로 동우가 매일 괴롭혔던 김준희였다. 여기까지가 동화의 시작이지만 그 이후는 혹시나 읽을 분들을 위해서 생략하겠다.
동화의 제목에서 눈에 띄는 ‘노잣돈’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노잣돈은 두 가지 뜻으로 크게 정의할 수 있었다. 첫째, 먼 길을 오가는 데 드는 돈. 둘째, 죽은 사람이 저승길에 편히 가라고 상여 등에 꽂아 주는 돈.
두 가지 뜻 중에서 이 동화에서는 두 번째에 나오는 의미로 노잣돈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본 동화의 핵심 동화는 바로 노잣돈이고, 갚아야 할 노잣돈은 학교 폭력의 피해를 반성해야 함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눈에 드러나는 소재가 저승 이야기인 것 같지만, 속에 감춰진 핵심 소재는 학교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 동화는 11개의 소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 또한 전체 제목만큼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원 | 구성 |
검은 버스 | 발단 |
2. 저승에서 온 노자 장부 | |
3. 빈 수레 채우기 | 전개 |
4. 사라진 正자 | |
5. 노자 갚기 프로젝트 | |
6. 길고양이 구하기 | 위기 |
7. 가깝고도 먼 우정 | |
8. 해결의 열쇠 | 절정 |
9. 한 걸음 또 한 걸음 | |
10. 오해와 진실 | 결말 |
11. 다시 저승 그리고 이승 |
이야기의 구성을 나누다 보니, 위기와 절정이 제일 애매모호 했다. 하지만 장편 동화에서 강력한 한 방은 무엇보다 절정인 것 같다.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그것을 해결할 실마리가 절정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위의 표처럼 구성을 나누어 보았다. 몇 번의 고민 끝에 이렇게 나누어놓고 보니, 제법 숫자적인 양도 비슷하게 나누어진 듯하다. 문학도 어찌 보면 구조화된 틀 안에서 자유로운 표현이 구현되어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유로움 안에 구조하가 되면 내용이 이상하지만, 통일된 틀 안에서 자유로운 생각들은 창의적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동화를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위기 부분까지는 재미있게 읽혔는데, 절정 부분부터는 발단 단계의 흥미로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읽지 못한 이유는 독자가 생각한 대로 흘러간 결말 때문인 듯하다. 결말이 비약적이어도 안 되겠지만, 복선이 깔린 가운데서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면서 아귀가 맞아 떨어질 때만이 끝까지 여운이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동화는 소재의 참신성에 비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동화에서는 발단 부분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특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궁금해갈 저승의 모습을 실감나는 문장으로 표현해냈다. 다음 문장들이 그 예이다.
-동우는 다가가 준희의 뒤통수를 냅다 때렸다. 손이 뒤통수를 통과했다. 손이 뒤통수를 통과했다. 동우는 손을 한번 쳐다보고 준희를 바라보았다. 동우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준희 어깨에 살그머니 손을 얹었다. 손이 쑤욱 들어갔다.
-도로에 한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이 낯이 익었다. 검은색 반팔 티에 청바지, 주황색 축구화, 진남색 배낭. 동우는 자기를 내려다보았다. 주황색 축구화, 청바지, 검은색 반팔 티, 가방만 없었다.
-동우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무서움을 떨쳐 버리려고 기둥과 기둥 사이 문에 집중했다. 녹색 격자무늬, 꽃무늬, 나무로 된 문, 돌이나 쇠로 만들어져 육중해 보이는 문 등 문양과 재질이 모두 달랐다. 문들은 닫혀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열릴 것처럼 묘하게 으스스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노자를 빌려줄 테니 이승에 돌아가면 갚도록 해. 사람이 죽으면 저승시왕 중 일곱 명의 대왕에게 순서대로 칠 일씩 심판을 받아야 해. 그러니 죽은 지 사십구 일째 되는 날까지 빌린 노잣돈을 갚기만 하면 돼.”
동화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이 끝났다.
-동우는 힘찬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힘찬이가 가르릉거리며 동우 얼굴을 핥았다.
동화를 다 읽고 나서, 이야기를 통해 가장 성장한 인물이 누구일지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주인공인 동우였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도 동우가 번쩍 안아 올리며 변화된 모습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그럼 주인공인 동우의 성장만 있었을까? 미미하긴 하지만 태호와 준희의 변화도 있었다. 물론 나약했던 성격이 강하게 바뀐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닫았던 태호와 준희가 동우에게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이 하나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물의 내면적인 변화가 성장으로 이어질 때 감동이 따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동화를 당선작으로 뽑은 심사위원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의 말을 옮기며 5월 과제를 마무리한다.
-이 책은 가해자가 주인공인 보기 드문 동화다. 그동안 폭력을 방관하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경우는 있었지만 스스로 가해의 경험을 털어놓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나는 심사위원의 해석을 읽고 관점의 변화, 비틀어 보기를 마음에 새겼다.) 무엇이 왜 잘못인지조차 몰랐던 동우는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양심의 실마리를 힙겹게 되찾아 한 가다씩 살린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우정을 발견하고 학교 폭력의 질긴 고리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동우를 일으키고 일깨워 주는 것은 준희를 비롯한 또래 집단의 우정과 길고양이로 상징되는 생명의 힘이다. 다친 길고양이를 살리고 친구에게 진심이 담긴 반성의 편지를 쓰면서 동우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이 부분이 앞서 내가 느낀 주인공의 성장과 통하는 부분이라고 느낀다.) 사람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은 험난한 실천이며 그 길은 멀다.
(원고지 19매)
* 읽은 책
1. <자존심> , 김남중
2. <인생미담>, 김미경
3. <신고해도 되나요>, 이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