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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책읽기(서평)

[책, 책을 읽자!]5월과제=들키고 싶은 비밀

작성자솔방울이정순|작성시간16.05.31|조회수265 목록 댓글 1

제목;들키고 싶은 비밀/황선미 글 /김유대 그림/ 출판사;창비




 책을 구하기 힘든 곳에 살다 보니 다양한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 과제가 있을 때마다 애를 먹는다.

좋게 이번에 종업원이 한국간다고 하며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얼른 짐이 많지 않냐고 되물었다.

가방 한개라고 답하기에 나는 책 부탁을 했더니 사다 주겠노라고 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하지만 그 다음 종업원의 질문에 난감했다. 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지라 보고싶은 책 리스트를 달라는데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책이 있는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무조건 인터넷에서 뽑아 줄 수야 없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가까운 문우님께 SOS를 쳤더니 몇 권의 책을 추천 해 주었다. 그책을 중심으로 20여권 리스트를 작성해 주며 구할 수 있는 것만 구해 오라고 했더니 12권을 구해다 주었다. 그 중 한권을 소개해 본다.

  

  누구나 비밀 한 두 가지 정도는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고 오로지 나만 아는 비밀!

그 비밀이야 말로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간직하고 싶은 비밀 이 들키고 싶은 것이다. 소중한 비밀 일수록 그 비밀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게 심리인 것이다..

주인공은 그 비밀이 제발 탄로 났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끝까지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바람도 마음속에 함께 자란다.

<들키고 싶은 비밀>은 주인공 은결이 엄마가 찬장 속에 지갑을 넣어둔 걸 보고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그 지갑에 손을 대고 만다.

한번 돈을 훔치고 두 번 훔치고 이제 습관화가 되어 버렸다.

주인공 은결이는 습관적으로 돈을 훔치다가 나중엔 차라리 들켜 엄마한테 혼났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하지만 또 다른 마음은

내가 이 돈을 가지고 가는 건 엄마가 여기다 돈을 뒀기 때문이야.”

하고 자신을 정당화시킨다.

 

엄마 손이 손잡이가 없는 찬장에 닿았을 때 은결이는 고개를 숙여 버린다.

갑자기 먹고 있던 밥이 그만 먹고 싶어진다.

엄마가 지갑을 꺼내는 것은 빳빳한 돈을 그 지갑에 넣어 두기 위해서다.

아빠는 지독한 치주염을 앓고 있고 형 한결이는 컴퓨터광이다. 그리고 태권도를 배운다.

엄마는 마트 반찬코너에서 일하기 때문에 늘 집을 비운다. 엄마는 돈이 생길 때마다 손잡이가 없는 찬장 속 크리스탈 컵 뒤에 낡은 지갑 속에 돈을 모은다.

그 지갑은 동전을 넣는 곳과 종이돈을 넣는 곳이 분리되어 있다.

아홉 살 은결이는 어느 날 그 사실을 알고 그 돈을 훔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동전 몇 개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돈을 꺼내다가 차츰 빳빳한 종이돈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 돈으로 친구들에게 문방구에서 장난감을 사서 주고, 떡꼬치도 사 줄 수 있어 어깨가 으쓱했다. 은결이는 아이들과 놀기 위해 매일 엄마 낡은 지갑에서 돈을 훔쳐 낸다.

어느 날은 친구 경식이가 내일은 미니카를 사 달라고 한다.

그 미니카를 살려면 빳빳한 종이돈을 꺼내야한다. 은결이는 낡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진다.

조심스럽게 찬장 속에서 지갑을 꺼내는 데 크리스탈 컵을 깨뜨리고 만다.

유리조각이 발바닥에 들어가 박혀 피가 났다. 은결이는 쇼파에 엎드려 눈물이 나왔지만 울지 않았다.

 

은결이는 나중에 지옥에 갈지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고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일기를 쓴다.

선생님께 검사 받을 수 없고, 아무도 몰라야하는 일기를 말이다.

 

경식이는 은결이가 사 준 미니카를 돌려주며 함께 가지도 않는다.

은결이는 발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 때문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눈물이 났다.

엄마는 왜 컵이 하나 없는 것도 눈치 체지 못할까? 엄마는 왜 지갑 속을 살피지 않을까?

엄마가 다 알아 들켜 버렸으면?

엄마가 용서 해 줄까?

엉덩이를 스무 대쯤 때릴지도 몰라. 그럼 죽을 거야.

 

발바닥 유리조각이 빠지지 않고 덧나 발이 퉁퉁 부었다.

발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빼내 의사가 엄마한테 보여줘도 엄마는 놀라지 않았다.

엄마가 은결이를 업고 병원을 나왔다. 아기 때 말고는 처음 업혀 보았다. 엄마 등이 참 따뜻하고 좋다. 엄마 등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는 무거운지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는 것을 반복했다.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몹시 불안했다.

엄마는 땀을 줄줄 흘리며,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엄마는 이 손을 놔 버리고 싶다. 네 엉덩이가 깨지거나 말거나. 내 자식만 아니라면...”

엄마는 돈을 감춘 게 아니었어. 그냥 거기에 둔 거지. 내 아들이 몰래 훔칠 거란 생각도 못 했단 말이야.”

 

차라리 들켜 버리고 싶은 비밀!

은결이는 엉덩이를 맞으면서 오히려 억울하고 서러웠다. 은결이는 모두가 원망스럽다. 버려진 기분이다.

아빠는 너무 슬프다. 자식을 하나 잃어버린 기분이다.”

 

보퉁 아이들은 매를 맞으면 잘 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데 은결이는 그러질 않았다.

아빠가 치주염 수술을 하는 병원으로 가면서 형 손을 꼭 잡고 간다. 평소에 못 살게 굴던 형의 손이 참 따뜻함을 느꼈다.

 

<들키고 싶은 비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해 봄직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풀어냈다.

알맹이만 보자면 단편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120여 쪽의 중편이다.

그러자니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주제와 연관 없는 군더더기들이 눈에 띄고 아빠의 치주염과 형의 태권도 는 글을 늘리기 위한 장치 같은 느낌이다.

3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형 한결이를 지칭할 때 지문에서 형이라고 일컬었다가 한결이라고 했다가 혼동을 주어 두 번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에 비해 사건이 그리 호기심을 자극할 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내가 제목을 <아빠의 비밀>을 작품을 썼는데 제목에서는 호기심을 유발 했는데 내용은 크게 비밀이 될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 이 책을 선택하고 꼼꼼히 읽어 보았다.

돈을 훔친다는 것은 아홉 살 아이한테는 큰 사건 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제 작품도 다시 수정을 거듭해야겠다는 결론이다.

독자가 읽고 이게 무슨 비밀이야? 하지 않게 말이다.


함께 읽은 책

또 엿을 주려느냐?/신주선

엄마 몰래 탈출하기 /김종렬/창비       

고양이 스님 새벽이  /박상재

곤충 장례식/원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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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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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가랑비 | 작성시간 19.11.07 10살 아이들과 독서 수업을 하는데 오래 전에 읽어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가까이 있다 보니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중요하더군요. 한 번쯤 겪게 되는 일이지만 주인공에게 내적갈등과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독자와 눈높이를 맞춘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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