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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책읽기(서평)

기차에서 3년/ 조성자 글

작성자살구나무|작성시간16.06.28|조회수84 목록 댓글 0

기차에서 3

 

- 조성자 글/ 이영림 그림/ 아이세움

 

 

일학년 필독서에 겨자씨의 꿈이라는 동화가 있다. 부끄럽지만 지난 달 조성자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단편동화였지만 어린 아이에게 희망과 꿈을 갖게 할 수 있는 글이었다는 생각을 했고 어떤 작가일까 궁금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조성자라는 이름만 보고 책을 빌려왔다. 기차에서 3.

작가는 작명가가 되어야한다더니. 기차에서 3년이라~

환하게 기차 창문 밖을 향해 손을 들고 웃는 아이를 보며 내용을 짐작했다. 기차에서 3년 동안 여행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모험담 이야기일까? 아니면 기차를 타려고 3년 동안 기다렸다는 것인가? 아니면 기차에 3년 동안 갇혀있었다는 걸까?

제목을 짓는 게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나는 기차에서 3년이란 제목의 호기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아! 기차에 갇혀있게 됐구나! 그 시간이 3년 같이 느껴졌다는 거구나! 하며 웃었다.

이야기는 사촌 언니를 따라 부산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놀러갔던 아이가 다시 서울에 오면서 기차가 전력이 끊기는 사고가 나면서 기차 안에 갇히게 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갔다. 갇혀 있는 동안 여러 사람들의 행동과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른들의 이기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주인공 나는 침착하게 우는 아이를 달래주고 오카리나 음악을 연주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다시 전력이 공급되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뻔 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아니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가슴 따뜻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작가의 힘에 놀랐다. 왜 일까? 그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답게 상황을 보고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까지의 행동, 그 중에서도 긍정적인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분명,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두렵고 힘든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행동할 수 있건 없건 그건 나중의 문제다. 그런 생각의 힘으로 스스로 어려움이 두렵고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차에 갇힌 다는 설정 때문인지 글을 읽으면서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이 계속 떠올랐다. 작가가 소제를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에 갇힌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했을까?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그 사건까지 생각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알게 된 건, 주인공 나는 기차에 갇혔는데 그동안 화장실에서 도서관에서도 갇힌 경험이 있다는 거다. 이 책이 시리즈라는 것이다. ! 또 놀라움.

갇힌다는 상황하나로 시리즈를 펼 수도 있구나! 과연 주인공 나는 도서관과 화장실에 어떻게 갇히게 됐을까? 또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을까? 궁금해졌다. 아직 다른 책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렇듯 시리즈를 펼 수 있다는 건 재밌는 일이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언젠가 동화작가가 된다면 꼭 이런 시리즈물을 쓰고 싶다. 같은 주인공이 같은 상황에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주인공의 대처 방법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도 알 수 있게 말이다. 분명 주인공이 처음 화장실에 갇혔을 때는 난리가 났을 거다. 기차에서 갇혔을 때와 다르게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작가에게 또한 놀란 점은 마지막 작가의 말에 있었다.

기차에 갇혀 에어컨은 나오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으니까 답답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예민해졌다. 그 상황에서 아이가 소리 지르고 운다. 그 때 주인공은 오카리나를 꺼내 연주를 한다. 주인공의 연주에 한 청년이 하모니카를 꺼내 함께 연주를 하는데... 그러면서 울던 아이는 조금씩 울음을 그치고 연주가 그치고 나서는 오카리나에 관심을 갖고 울지 않는다.

오카리나가 이야기를 환기시키는 데 쓰이지만 오카리나 연주에 대해서 크게 전문적인 내용은 없다. 오카리나를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카리나를 등장시키기 위해 오카리나를 배웠다고 한다.

! 난 그럴만한 열정을 가졌을까? 과연 내가 글을 쓸 때 오카리나 연주에 대한 한 줄을 위해 오카리나를 배우는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작가는 글만 써서는 안 되는구나! 다방면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구나! 두루두루 호기심을 갖도록 내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장 절실히 느낀 건 바로 이러한 작가로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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