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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콜로니/최돈미 지음/정은귀 옮김/이방인의 시,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시키다

작성자관우|작성시간26.06.15|조회수29 목록 댓글 0

이방인의 시,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시키다

오경진 기자

입력 2026-05-01 00:44

수정 2026-05-01 00:54

 

 

DMZ 콜로니/최돈미 지음/정은귀 옮김/문학사상/164쪽/1만 8000원

 

침묵 속에 가려진 말을 듣는 것
말을 엎어 현실에 저항하는 것
한국계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

 

 

 

최돈미 시인.
문학사상 제공

 

 

머물 곳을 잃은 언어에 날개가 달린다. 새처럼 날아다니는 그것을 우리는 시(詩)라고 부른다.

2020년 최돈미(64)에게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안긴 시집 ‘DMZ 콜로니’가 한국어로 옮겨졌다. 유년 시절 사진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줄곧 미국에서 산 시인에게 DMZ(비무장지대)는 무의식적 공간에 가깝다. 역사라고도, 기억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몸짓들이 최돈미를 거쳐 우리에게까지 당도했다. 낯설고 아득한 비극이 생생한 언어의 옷을 입고 눈앞에 선연히 펼쳐진다.

 

 

 

“포획, 고문, 학살의 언어는 해독하기 어렵다. 거의 외국어 수준이다. 끔찍한 악몽 같다! 하지만 나는 이방인이니까 아주 작은 떨림과 고통도 감지할 수 있다. 어려운 구문! 희미한 점과 선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건 종종 피이고 눈이고 심지어 비듬이기도 하다. 어떻게 아느냐고? 이방인들은 다 안다.”(‘행성적 번역’ 부분)

 

 

 

 

 

최돈미는 시인인 동시에 김혜순과 최승자를 비롯한 한국의 시인들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이기도 하다. 이 정체성은 최돈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시인은 언어화되지 못한 것에 언어를 부여한다. 이는 번역가가 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주는 것. 시인은 침묵 속에 가려진 세계의 말을 알아듣고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는 사람이다.

 

 

 

“군인들이 우리 집에 불을 질렀다. 지붕이 짚으로 되어 있어서 금방 타버렸다. 군인들이 우리를 계곡으로 몰아넣고 총을 쐈다. 그러고는 시체에 불을 질렀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서 토했다. 여동생은 총을 일곱 방이나 맞고도 살아 있었다. 나는 왼쪽 뺨에 총알이 관통했다. 웃을 수가 없다. 얼굴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불타버린 집에서 동생을 간호했다. 동생 몸에 난 총구멍들을 아침부터 밤까지 쳐다봤다.”(‘고아 허점달’ 부분)

‘고아 연작시’ 10편은 상당히 끔찍한 기록으로 읽힌다. 시인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함양·산청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복원해 독자에게 선보인다. 최돈미는 주석을 통해 이 시들이 실제 생존자들의 구술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상상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상상의 기록’인 이 시를 거짓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다. 오히려 더 생생한 진실이다. 구천을 떠돌던 죽음과 공포의 외침은 시를 통해 비로소 시인 그리고 독자와 공명한다.

“명령하는 단어들은 전 세계적으로 분열, 전쟁, 복종을 강요한다. 하지만 다른 단어들도 가능하다. 반식민주의 양식으로서 번역은 다른 단어들을 만들 수도 있다. 내 경우 나는 그걸 거울 단어라고 부른다. 거울 단어는 불복종과 저항을 하고자 한다. 거울 단어는 신식민지적 국경과 봉쇄를 거역한다. 거울 단어는 국경을 따라 나부끼며 종종 바다를 건너, 심지어 은하를 건너 비행한다.”(‘거울 단어들’ 부분)

거울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상을 왜곡하고 좌우를 반전시킨다. 그리하여 거울은 저항이다. 번역도 저항이 될 수 있다. 말을 거꾸로 뒤집는 것을 통해서. 예컨대 이런 식이다. “?까니습있 아살 은환두전”(전두환은 살아 있습니까?) 최돈미에게 메일을 보냈다. ‘번역과 시 쓰기가 필연적으로 공유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목소리와 정체성, 그리고 상상적 에너지를 겹치지 않고서 번역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겹침은 언어의 경계는 물론 역사적·정치적 맥락의 경계를 가로질러 소리를 실어 나르는 끈질긴 창조적 동력을 요구한다. 내 글을 쓸 때도 나는 이른바 ‘교차 언어적 언어유희’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사실 나는 거기에 집착하는 편이다. 한국어의 소리가 영어와 어떻게 겹치는지,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지. 이것이 바로 내가 나의 혼종적인 시를 통해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하는 방식이다.”

오경진 기자

 

이방인의 시,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시키다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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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콜로니

 

최돈미 저자(글) · 정은귀 번역

문학사상 · 2026년 04월 30일

 

 

 

 

 

 

잊힌 역사의 시공간을 떠도는 유령/천사들을 소환하는 지정학적 시학
한국계 시인 최초의 전미도서상 수상작!

 

김혜순, 최승자, 이상 등 한국 시를 전 세계에 알린 번역가로 유명한 한국계 시인 최돈미의 대표작. 시,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 등 다양한 매체를 혼용하여 8막에 걸쳐 전쟁과 분단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역사적, 언어적 경계를 넘나드는 시적 장치로서 번역의 힘을 보여주는 이 시집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제시한 '얽히고 겹치는 역사'라는 개념을 목소리, 이야기, 시학의 혁신적인 활용을 통해 탐구하며 역사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묻고, 제국주의에 ​​대한 불복종과 저항의 서사를 새롭게 구축해낸다.


최돈미가 스스로 “지정학적 시학”이라 정의하는 ‘KOR-US’ 3부작 중 두 번째 시집인 『DMZ 콜로니』는 2020년에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는 영예의 주인공이 되었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W. H. 오든, 앨런 긴즈버그, 에이드리언 리치, 메리 올리버, 루이즈 글릭 등 시 부문 역대 수상자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인 전미도서상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참혹하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 시집은 생존자들의 증언, 그림, 사진, 손으로 쓴 글들을 짜깁기하여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평했다. 한국계 소설가 최초의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수전 최의 『신뢰 연습』, 퓰리처상 수상작인 우일연의 『주인 노예 남편 아내』와 달리, 『DMZ 콜로니』는 외국인에게 너무도 낯선 한반도의 현대사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주변부 문학을 넘어서는 강력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1.5세대 시인이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전통 속에서 새롭게 일구어낸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작가정보

 

 

Don Mee Choi
서울에서 태어나 군사정권의 정치적 박해를 우려한 사진기자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 한국을 떠났다.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예술대학(칼아츠)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시각 자료와 다큐멘터리, 서정성을 결합한 ‘KOR-US’ 3부작으로 현대 실험시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3부작의 두 번째 시집 『DMZ 콜로니』는 “우리는 모두 역사의 희생자이기에, 우리로 하여금 역사를 증언하고 저항할 것을 촉구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맥아더재단, 구겐하임재단, 래넌재단, 와이팅재단과 DAAD 베를린 예술가 프로그램의 펠로십에 선정되었다. “제가 쓰는 언어는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그 사이의 어떤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한국 시의 번역, 소개에도 열정적이어서 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 번역으로 그리핀 시문학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받았다. 지금은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번역 정은귀

 

작가,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루이즈 글릭 시전집과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 캐시 박 홍의 『몸 번역하기』 등을 한국어로 번역했고,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Fifteen Seconds Without Sorrow)』,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Ah, Mouthless Things)』, 강은교의 『바리연가집(Bari’s Love Song)』,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Washing a Myna)』 등을 영어로 번역했다. 힘들고 고적한 삶의 길에 세계의 시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나침반이 되고 벗이 되고 힘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 1막 하늘 번역

    2막 귀환의 날개들
    안학섭 #1
    안학섭 #2
    안학섭 #3
    안학섭 #4
    안학섭 #5

DMZ 콜로니 | 최돈미 - 교보문고

 

 

 

 

 

 

자료출처 : 이방인의 시,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시키다 | 서울신문

 

DMZ 콜로니 | 최돈미 - 교보문고

※ 해당 행사 상세 정보는 상단의 '홈페이지 바로가기' 에서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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