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샘
뒤샹의 작품중 가장 유명한 거죠.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에 사인을 하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가가 직접 만들지 않은 기성품을 작품으로 제시한 것을 우리는 레디메이드(readymade)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미술작품이라고 부를 때는 그것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 유일무이한 물건임을 말합니다. 예술가는 마치 신처럼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구요. 그런데 <샘>은 이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독특한 물건도 아니고, 이 작품에선 예술가의 독창성이 발휘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 변기를 만드는 회사에선 하루에도 수천개의 변기를 만들어 낼 터이고, 뒤샹은 단지 그 중 하나를 구입해서 전시했을 뿐이죠.
사실 1917년 당시 뒤샹은 이 작품을 전시할 수 없었습니다. 전시회에서 받아들여 주질 않았죠. 우선 작가가 창조한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소변기라는 대상의 성격이 전시관계자들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겠죠.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고 나서 이 작품은 하나의 신화가 되었고, 미술애호가들에 의해 수집되기까지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샘>이 하나의 미술작품이라면,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뒤샹이 이 물건을 선택하여 미술작품으로 결정하고 여기에 서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술가는 작품을 창조하는 대신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예술작품으로 그가 이것을 스스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여느 미술가들처럼 그는 서명을 합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이름 대신 R. Mutt라는 이름을 써 넣었죠. 도대체 Mutt는 누구일까요? 그것은 실존인물의 이름도 아니고, 뒤샹의 가명도 아닙니다. 그냥 허구의 이름일 뿐인데, 사실 영어에서 mutt란 잡종개, 바보라는 의미를 지닌 명사입니다. 두번째로, 이 변기가 작품이 될 수 있는 요건은 이것이 미술관 혹은 그에 준하는 어떤 장소에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에 이 변기가 어느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성들의 배설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가 되겠지요. 하지만 <샘>이라고 명명된 이 변기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사물이 놓여 있는 위치가 그 사물의 원래 기능을 전도시킨 겁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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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초록 작성시간 06.07.04 ~ 창조한작품이 아니라해도 하나에서 또 다른 의미의 둘을 볼수 있게 관중의 시선을 바꿔놓았으니 용기 있는 사람이네요.좋은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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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동방 작성시간 06.07.04 '반예술을위한반예술'이라는 기치아래 자본주의적으로 타락하는 기존의 예술세계를 질타했다는군요...시대가 작품을 만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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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giselle 작성시간 06.07.04 늘 새로운 것...남이 하지 않은 새로운 사고가 예술의 지반을 바꾸는 것 같습니다. 경계를 허무는 작업~그 작업을 해야하지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