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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리포트] 역사학과 20114851 조한조 수당고택 답사 기행문-수당고택을 중심으로

작성자조한조|작성시간16.06.24|조회수40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수당고택 답사 기행문.hwp


수당고택 답사 기행문

역사학과 20114851 조한조

 

   생일을 하루 앞둔 528일에 학교 수업차 일일 답사를 가게 되었다. 답사의 목적지는 두 군데수당고택과 추사고택이었다. 정규 답사만 5번을 다녀왔고, 기획답사 두어번 정도를 다녀왔던 나에게도 고택을 방문하는 답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떤 답사가 될지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는 버스에 올랐다.

   수당고택에 비해서 나는 추사고택에서 주련의 글씨를 제외하고는 딱히 감명을 받지 못했다. 추사고택이 수당고택에 비해서 가치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집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사랑터에 앉아있는 밀랍인형이라던가, 안채의 주련은 오히려 추사라는 위대한 인물의 자취를 그저 그리워하는 것만 같았다. 추사가 생전에 살았을 적에 직접 적은 주련이 아니라서 그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추사의 정신 그 자체보다는 후세의 추억이 짙게 밴 추사 고택은 그 앞의 추사기념관의 연장선상일 뿐이었다. 따라서 나는 이번 답사 기행문을 수당고택에 집중해서 서술하기로 했다.

   수당고택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예상을 벗어난 저택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면서 숙연해졌다. 사실 고택이라고 해서 99칸의 대저택정도의 사이즈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버스에서 내린 수당고택의 모습은 예상보다는 훨씬 아담한, 그러나 고졸함이 깃든 우아한 저택이었다. 수당선생을 비롯해서 청백리가 많이 나왔던 가문이라고 후에 소개받았을 때, 나는 그제서야 이 저택에 서린 정신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버스에 내리고서 우리를 맞이한 사람은 미수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정정한 노인이었다. 이문원 교수님이었다. 수당기념관으로 안내받은 우리는 가문의 역사와 가문을 빛낸 조상의 명예로운 행위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문원 교수님은 스스로도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조상을 모시는 일이 주업이고 교수가 부업이라 소개하셨다. 조상이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분이시고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셨는지, 심지어 자신과는 면식이 없으신 분들에 대해서도 전해들은 이야기를 통해 아주 생생하게 전해주셨다. 마치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이문원 교수님의 선조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과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당당한 태도는 수당기념관이라는 또 하나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시는 아직까지도 영락없는 한 분의 교수였다.

   내가 주목한 건 조상들의 행위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문원 교수님의 태도였다. 지극히 현세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데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는 나로서는 퍽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하시는 이문원 교수님의 태도는 정말 진지했고, 조상의 업적을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상, 나아가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수당 기념관을 나와 사랑채에 앉은 우리는 2층으로 단이 나뉜 대청마루에 모여 앉았다. ‘상석으로 보이는 자리에 이문원 교수님과 박경하 교수님이 앉으시고, 이문원 교수님의 2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저택은 배산임수의 명당터에 자리를 잡았다. 산세는 학이 내려와 쉬는 안락한 분위기와 같았고, 그 기운을 받고자(?)사실은 날이 더워서 그랬을 것인데도사랑채는 안뜰과 뒷벽을 구분하는 모든 벽을 터서 공기를 순환시키도록 했다. 사랑채에서 보는 저택의 풍경은 하나의 정원 같았다. 인위적인 배치를 최대한 억제하고 물건을 둔 그 자리에서 시간이 알아서 성숙시키는 풀과 나무의 그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정신이 맑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원래 교수님들이 앉았던 상석, 원래 손자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대기하는 “5분대기조의 자리였다고 한다. 대기는 하고 있으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졸리기 때문인지, 박경하 교수님은 탁 트인 그림 같은 정원을 보고 정신을 식히라는 의미로 해석하셨는데 그 해석이 필경 틀린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이 저택의 특징이라면, 안채가 사랑채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 저택을 지은 분이 사실은 여성분이었다는데, 두 교수님들은 여성 우위의 힘의 구조가 드러나는 집이라고 해석하셨다. 그러나 나에게는, 정면에서 본 이 집의 안채는 하나의 성처럼 보였다. 돌로 쌓아 만든 돌 벽을 올리고, 그 위에 행랑채를 벽처럼 두른 집은 외부와의 접근을 일차적으로 차단하는, 단단한 성벽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행랑채는 내가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안채를 들어가 보기 전에는 어디에 행랑채가 있을 것인가, 그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를 놓고 수없이 배치를 해봤지만 모두 틀렸을 정도로 외부에서는 내부 구조를 알기가 매우 힘들었다. 실제로도 남성은 나이 5세가 넘으면 사랑채로 이동해서 생활해야 했다고 하니, 성벽이라는 해석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채 내부로 들어가자 일견 답답할지도 모르겠다는 내 생각은 조금씩 깨졌다. 안채에서 생활하고 계신 이문원 교수님의 가구배치 덕분인지 안채가 서재처럼 느껴졌고, 실제로도 안채는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 답답하다는 인상은 갖기 힘들었다.

   이문원 교수님이 작은 쪽방을 열고 사당을 보여주셨다. 이문원 교수님이 짐짓 너스레를 떨며 우리 집은 귀신이 나오는 집이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것이 유골함이나 선조의 유품을 직접 모시는 것으로 잠깐 생각했었다. 사당의 크기는 의외로 협소했다. 사람이 하나 들어가서 제사를 올릴 때 이 공간에서 과연 절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크기였다. 딱 제주가 들어가서 향을 모사기에 꽂고 술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자리였을 뿐이었다. 사당에는 향로와 모사기, 그리고 향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돌출된 벽장엔 네 개의 창문이 달려있었다. 이문원 교수님의 설명이 끝나자 혹시 저 창문 안에 신주를 모시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신 이문원 교수님이, “원래는 보여주지 않는 것인데...”라며 직접 신주를 보여주셨다. 이남규 선생의 신주를 예를 들어서, 신주를 어떻게 모시는지, 또 어떻게 관리하는지까지 모두 보여주셨다.

   신주는 큰 나무함에 세워서 보관하고 있었다. 상자를 여니 신주패 한 쌍이 나왔다. 청홍으로 고급스럽게 싸인 그 신주패는 이 집안에서 얼마나 신주에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법한 것이었다. 큰 집에서 차례를 지낼 때는 종이상자에 신주를 한꺼번에 모셨고, 신주 패도 지장에 써서 양친을 함께 작성해 모셨었는데, 수당고택에서는 수당선생 외에 수당선생의 부인분의 시주패도 따로 만들어 함께 보관하고 있었다. 심지어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들고 나갈 것이 바로 이 시주단지라니, 참으로 지극정성이셨다. 신주패는 한 쌍으로 만들어졌지만 같은 형식으로 같은 크기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도 그랬는지, 신주집(?)과 신주는 서로 분리가 가능했지만 제자리를 찾기 쉬우라고 신주집에 오목하게 홈을 파서 그 신주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일이 기록을 해 두었다. 정성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신주집과 신주는 나무를 짜 맞춰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데다 신주패를 보관하는 큰 나무상자 역시 방향을 맞추어 닫아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모든 조상의 신주를 개별적으로 만들어 둔 정성과 하나하나 허투루 다룬다면 절대로 조립하거나 닫을 수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시주함과 시주패는 흘러간 조상이라 할지라도 섬세하게 모셔야 함을 그 작동 방식으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고택의 답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감을 잡지 못했던 나는, 마찬가지로 추사고택에서도 별다른 감을 잡지 못했다. 수당고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이문원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수당고택에 대해서도 추사고택과 같은 평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분이 80이 넘은 나이에서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조상에 대해 한 점 부끄럼없이 살고자 하는 태도는 비록 위대한 업적을 쌓지는 못했으나 명예로운 일이었다. 실제로 이문원 교수님은 그 자신이 조상의 명예를 기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오늘날까지 그 정신을 이어가라고 말하는 것이 어쩌면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감명 자체는 길이 새겨서 살아갈만 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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