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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의 추억

작성자웅상사람|작성시간05.09.18|조회수53 목록 댓글 3
만우절의 추억
/ 천헌옥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이름만 남아있는 만우절의 한가로움을 개탄하며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만우절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도 혼자 꼭 넋이 나간 사람처럼 히죽 웃음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이다.

지금부터 40년 전의 일인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맨 먼저 부딪힌 문제는 영어과목이었다.
나는 영어과목을 제일 싫어했다. 웬지 골치가 아팠다.
그 골치 아픈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우리 반의 담임 선생님이셨다.

그날은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나는 영어시간이 시작되어 출석을 부르는 시간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내 번호는 뒤에 있어서 한 3분 정도 늦게 들어가도 출석 체크를 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고 출석 체크가 끝나자 마자
"선생님"하고 불렀다
"왜?"
"교실에 들어오다가 교장 선생님 만났는데요. 영어 선생님께 급한 용무가 있으니 교장실로
지금 곧 오시라 하던데요"
"그래? 알았다. 그럼 조용히 자습하고 있거라"
그렇게 선생님이 나가셨다.
학생들도 그런줄 알고 있었다. 나는 말을 참지 못하고
"얘들아 지금 선생님이 내 말에 속았거든.... 오늘 만우절이잖니?"
"와- 하하하" 그렇게 교실 안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웃는 것도 잠시 동안이었다. 이내 우리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바뀌면서
선생님이 만우절이기에 애교있는 장난으로 받아줄 것인지
아니면 정색을 하고 야단을 치실 것인지 그것이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선생님은 어떤 얼굴로 들어올 것인가 모두들 숨죽이고 있었는데....

한 5분쯤 지났을까 선생님은 아주 환한 얼굴로 들어오시는 것이 아닌가?
역시 선생님은 유머가 있는 분이셔. 하면서 우리의 장난끼가 발동되어 선생님 속았지요 하는
얼굴로 바라보았는데 선생님은 연신 웃는 얼굴을 변하지 않고 말씀하시기를
"마침 내가 교장실에 들어가니까 교장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교실을 지금 막 찾아 가려고 했는데 마침 오셨군요. 그러면서 선생님 반에 천헌옥군이 있지요
우리 시의 시장이 연락을 하기를 그 학생이 선행을 하였기에 포상을 해야 겠다고 하는군요
우리 학교에 이런 학생이 있었다니 내가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금 교장실로 보내 주십시오
하는구나 얼른 교장실로 가보렴. 녀석 학교를 빛내다니"
그러면서 정말 기뻐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 아닌가?

나는 선생님의 말씀이라 만우절이라는 사실도 잊고 내가 무슨 선행을 했다고 포상을 한단 말인가?
그저께 할아버지 짐을 좀 들어 드렸는데 그걸 가지고 말하나?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교장실 문을 노크를 했다. 근엄한 교장 선생님이 " 네 들어와요" 하였다.
나는 문을 열자마자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크게 인사를 하고 "교장 선생님 저 천헌옥입니다" 했더니
"와- 하하하" 하고 대뜸 박장대소하시고는
"이놈 오늘 만우절이라 네가 선생님을 속이더니 네 또한 보기좋게 속았구나" 하시는 것이 아닌가.

정말 보기 좋게 한방 먹었다.
나는 멋적은 얼굴로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선생님이랑 반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웃는 것이 아닌가? 그 새 선생님이 다 말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영어선생님이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아름다운 유대관계가 이루어지면서 영어가 좋아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영어 성적은 과히 좋지 못했다
그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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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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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전원호 | 작성시간 04.04.23 아니, 그런 발군의 실력이 있었더랬습니까? 와하하..
  • 작성자웅상사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4.23 ㅎㅎㅎㅎㅎ 전목사님 웃음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 작성자좋은사람 | 작성시간 06.08.02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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