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에서 고양이 울음을 듣다]
막내는 내게 있어 언제나 가슴 저 뒤 안에 아픈 흔적으로 있다. 마치 헛간 뒤
보이지는 않지만 가끔 소리 내어 존재를 알리는 고양이와 같이 남아있어 가끔
고양이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며 그때의 아픔을 곱씹게 한다.
나와 함께 하느라고 임신 9개월 째 금식을 시작한 아내는 금식 이틀째에 양수가 터졌고
아직 달이 채워지지 않은 아들을 낳고 말았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와 보았을 때 아이는 숨만 쉬고 있는 죽은 아이였다.
인큐베이트에 넣어야 했었지만 경제가 여의치 않았던 터라 그러지도 못했다.
저대로 두면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가 군불을 지피고
담요로 둘둘 싸서 아랫목에 뉘이고 빨 힘이 없어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아이의 입을
강제로 벌려 우유를 밀어 넣고 그것이 목에서 위로 내려가도록 세웠다가 눕혔다가 그렇게
밤을 새워 잠깐 눈을 부치고 깜짝 놀라 일어나 아랫목을 살피니 처음으로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닌가?
살았구나. 살았어. 그래 오늘만 넘기면 넌 살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사나흘 지나 겨우 살아났던 아이였기에 그놈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사나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아픈 흔적은 되지 않을 것이다.
다섯 살이 넘도록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부모를 잘못 만나 그러나 하고
속을 태우며 기도하며 길렀던 아이가 생일이 1월생이라고 7살에 취학통보를 받아놓고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보내놓고
학교나 제대로 왔다 갔다 하는지 늘 걱정스러웠던 그런 아이여서도 아니다.
1학년을 마쳐가던 어느 날 교우의 가정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나는 1학년이나 되는
아이를 들쳐 업고 달려 나오는 아내를 만나 급히 차에 태워 운전을 하면서 자초지종을
들으니 아이가 오줌에 피가 나오더니 이제는 그것도 나오지 않고 소변이 마려워 죽을
지경이 되어 울기만 한다는 것이다.
동네 비뇨기과에 갔더니 얼른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내가 오기만 기다렸는데 할 수 없어
들쳐 업고 나오는 길이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뺑소니차에 받혀 나가 떨어졌는데 그 뒤로는 서지도 못하고
오줌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복음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이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들을 하고 비뇨기과 의사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아닌가.
소변이 마려워 아까부터 울고 있는 아이를 다시 차에 태우고 대학병원으로 달렸다.
복음병원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대학병원은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뺑소니차에 사고가 났으니 치료비도 받아낼 수 있는 처지도 되지 못했고 그것이
교통사고인지라 의료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 일반 환자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지금 급해서 울고 있는 마당에 어느 부모인들 망설이겠는가.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본 의사는 아이가 나가떨어지면서 쇄골이 부러졌고
그것이 요도를 쳐서 지금 요도가 끊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말이 우리를 거의 절망에 이르게 하였는데..
“쇄골이 부러졌기에 환자는 3개월 이상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결코 일어서서는 안 됩니다. 깁스를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절대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만 뼈가 제대로 붙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그런데 뼈는 그렇게 붙는다고 해도 요도가 문제입니다.“
거의 울상이 되어버린 우리 부부를 번갈아 보면서 자기의 손등을 가리키며 의사는 말을 이어갔다.
“이런 살이 마치 마분지 같다고 한다면 요도는 습자지와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바로 수술은 안 됩니다. 6개월을 기다려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 후에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수술 자국에 살이 길어나면 요도를 막으니까 소변 길이 막히는 현상이 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막힐 때마다 와서 뚫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어린 아이라 그것도 문제고요.
성공률이라고요? 글쎄 한 3%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100명 수술하면 3명 정도가 성공하는데
아이들은 성공률이 거의 없지요.“
아아 이것은 너무나 큰 형벌이었다.
앞으로 3개월은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고 6개월간을 방광에 연결된 오줌보를
통해 소변을 해결하며 기다렸다가 수술을 받아도 성공할까 말까하는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벌을 받은 것이다.
우선 아이가 저렇게 얼굴색이 노랗게 되도록 고통당하고 있으니 얼른 처치해 달라고 했다.
의사는 마취 주사를 아랫배에 놓고 길다 란 대롱 같은 것으로 사정없이 배를 뚫었다.
마취가 되었는지 아이는 아프다고 하지 않았지만 대신 부모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어지는 것 같았다.
의사의 겨냥은 정확했다. 그 대롱은 사정없이 방광을 찔러들어 갔고 이어 대롱을 통해
아이의 오줌은 소방호스를 통해 나오는 물줄기 같이 뿜어져 나왔다.
아이가 나를 불렀다.
“아빠. 이제 다 낳았어. 집에 가도 돼”
“그래, 그래, 아무렴 다 나을 거야”
“아니 다 나았다니까”
“알았다. 그래 다 나았지”
나는 돌아서서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날 밤을 새워 위에 계시는 그 분께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따지고 물었다.
그리고 새벽에 항복의 백기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순종하겠습니다.”
그것이었다. 그리고 평안이 왔다. 아이는 정상으로 회복 될 것이라는 믿음이 왔다.
문제는 나였지 그 아이가 아니었기에.....
그리고 하루하루가 십년 같은 세월을 6개월을 보내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무려 4시간에 걸쳐 수술을 하고 아이는 정상을 회복했다.
오줌보를 통해 소변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그 아이의 소변 길을 따라 소변이
나오던 날 우리는 모두 환호의 박수를 쳤다.
그러나 몇 개월간은 늘 조마조마하며 지내야 했다.
오줌이 안 나온다고 하면 어쩌나 하였지만 한 번도 그런 일 없이 자랐고 이제는
어엿한 육군 병장으로 제대를 마쳤다.
그래도 언제나 그 아이는 내게 헛간에 숨어 한 번씩 울어 존재를 알리는 고양이처럼
나를 아프게 한다.
엊그제 양산에 갔다 오면서
“아버지 선물입니다.” 하며 내미는 것을 펴보니 시계였다.
“웬 시계?”
“아, 저 오늘 횡재했어요. 버스가 오다가 휴게소에서 쉬는데 어떤 사람이 오르더니
번호표를 나눠 주고 행운의 번호를 추첨해 상품을 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 번호가
당첨이 된 거지요. 이거 20만원 인데...“
얼른 생각이 정리되었다.
아이는 장사꾼에게 보기 좋게 속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세금만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3만원을 세금조로 받고
시계를 주는 것이다.
“세금으로 3만원 달라 안하던가?”
“어떻게 알아요?”
얌마 다 아는 것을 순진한 너만 모르는 거다. 라고 말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전에 나도 봤는데 아빠는 당첨이 안됐어”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직 취업을 못해서 수중에 돈도 없을 텐데 아이는 아빠를 생각한 것이다.
백수 아들에게 3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닐 텐데 아빠를 위해 큰 횡재를 얻었다고
기뻐하며 내미는 시계를 보며 나는 다시 헛간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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