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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수필,꽁트

국사봉의 일출

작성자샬롬!|작성시간07.05.22|조회수53 목록 댓글 0




일출 그 환희

국사봉의 일출과 운해 그리고 붕어 한마리가 유유히 안개 속에서 노닌다는 옥정호를 담아 본다는 것은 사진가들에게는 꿈이다. 그 꿈을 꾸어볼 기회가 왔다. 우리의 일행은 서울에서 함께 차를 타고 전주로 달린다. 불행한 것은 국사봉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모른다. 그것이 여행을 더욱 긴박하게 하고 재미있게 하는지도. 덜뜬 마음에 쉽게 잠들지도 못하는 사이 차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전주 IC로 들어선다. 이제부터는 국도를 따라 임실의 옥정호를 찾아 가야한다. 들은 이야기만 가지고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추이는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다가 길을 잃었다. 어딘지 분간할 수 없는 시골길. 불안이 밀려온다. 평소에는 지은 죄도 없으면서 파출소 앞을 지나다니기가 싫었는데 아 그날은 구세주를 만난 듯 했다.


그러나 웬일, 자정을 넘긴 새벽 3시경의 파출소는 굳게 문이 잠겨 있다. 일어날 일도 찾아올 사람도 없는 시골인지라 전깃불만 뎅그라니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세차게 문을 두드리기를 얼마간이나 했을지... 왜냐하면 여기 말고는 물어볼 데가 아무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정장 차림으로 반쯤 눈을 감은 채 걸어 나온다. 길을 묻는 우리를 그는 정말 귀찮다는 듯 쳐다보면서도 친절하게 손짓 발짓해가며 가르쳐 준다.



우리는 이제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출발했지만 막상 아무도 없는 들판 길 산길을 헤드라이트만 바라보고 가자니 다시 불안에 휩싸인다. 새벽 4시 30분이 지나서야 우리는 국사 봉 입구에 도착했고 벌써 찾아온 차들 틈바구니에 우리의 차를 파킹한다. 그리고는 다들 뛰다시피 치고 올라가는데 그것은 흡사 전쟁터에서 돌격 앞으로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아닌가.

드디어 그렇게 꿈꾸어 왔던 국사봉의 일출 포인트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으나 발 디딜 틈도 없이 진사들이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데 그 엄숙함이란 마치 교회의 예배시간 같이 장엄하기 까지 하여 숨소리를 죽여야만 하였다. 발 밑은 천 길 낭떠러지 같은데 운해로 인해 마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묘한 기분을 자아내고 비집고 들어간 좁은 자리에 삼각대를 펼치고 400D를 마운트 한다.





<일출 직전의 장관, 동녘이 붉게 물들고>

아! 사진을 담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새벽운해가 그렇게 좋은 줄을 평생 몰랐다. 밤새 고생하며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인생이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해가 오르면 구름은 걷힐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마치 한 아이가 해가 비취는 세상에 태어나 그 햇빛에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사진이 좋아 등산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등산을 좋아하다가 사진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만큼은 사진이 좋아 등산을 한 것이고 그 감회는 그냥 등산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무엇이 있었다. 등산은 주로 낮에만 했기 때문에 새벽에 작은 전등으로 길을 비춰가며 산에 올라 일출을 기다려 보는 설레임의 시간은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기 쬐끄만 눈같은 해가 오르고 진사들은 짧은 탄성을!>

드디어 해가 오르기 시작하는가. 동녘이 붉어졌다. 순간 진사들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들리면서 하나의 파도가 지나가듯 술렁이는 소리가 이는듯 하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카메라의 작은 구멍을 통해 일출의 순간을 기다리는데 여기저기 셔트 소리만 정적을 울린다. 저기 저 멀리 밤새 산을 기어올라 빼꿈 얼굴을 내어미는 작은 등불 같은 것은 분명 태양이다. 우리가 늘상 보던 태양이지만 그날은 달라 보였다. 태평양 바다에서 온 몸을 정갈하게 씻고 부끄러운 듯한 자태로 얼굴을 내미는 새색시 같다.


<이것이 진정 해의 반영인가>

밤새 기나긴 여행을 하고 산을 올라 힘이 없는 듯했지만 이내 기운을 차린 듯 환하게 산야를 비추기 시작한다. 그의 손길은 빛이 되어 운해 위를 활보하며 찬란한 색을 빚어내고 있다. 밤을 누리며 제왕 노릇을 하던 운해는 소박 맞은 여인내 마냥 부끄러운 듯 불그스럼한 낯빛으로 해를 받아들이며 자신을 녹이고 있다





<아이는 졸립지만 아빠는 아직 사냥을 마치지 못했다>

서울에서 아빠와 함께 국사봉을 오른 아이는 연신 졸리는 듯 눈부시어 모두들 경이로운 듯 감탄하고 있는 일출의 모습을 홀로 외면하고 있지만 그의 아빠는 아직은 사냥을 마치지 못한 듯,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다는 각오 서린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다. 해는 얼굴을 들고 자신을 향해 셔트를 쏘아대는 진사들의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밤을 함께 새운 진사들의 면면이 빛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신을 기다려준 자들에게 주는 일출의 선물이다.



<운해의 시위로 옥정호는 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제는 붕어 한 마리가 유유히 노닌다는 옥정호를 담을 차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 아침에 붕어를 보지 못했다. 옥정호는 좀처럼 시위를 풀지 않는 운해로 인하여 포기해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산하는 뒤통수에 대고 옥정 호는 다시 보자며 이렇게 외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 하면 두마리 다 잃어" 나는 그 음성에 애써 위로를 얻는다.



<빛 앞에 머물러 선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안개 사이로 비취는 햇빛을 바라보는 진사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칠흙 같은 세상에도 빛은 비추인다는 진리를 깨달은 듯 진사는 넋을 잃고 빛을 응시한다. 인생은 누구나가 빛을 원하고 찾고 추구한다. 빛을 따라 사는 삶은 행복이다. 세상에서 어둠은 죄악을 상징한다.

심지어는 어두운 삶을 살았다고 하면 감방에서 세월을 보냈다고도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둠이 오면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빛이 있는 동안은 눈을 부릅뜨고 살지만 어둠이 오면 그 누구라도 눈을 감고 딴 세상(꿈속의)으로 가는 것이다.




인생에도 해가 뜨는 시간이 있고 해가 지는 시간이 있다. 어두움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 때에는 영원한 눈을 감고 딴 세상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해가 있을 동안에, 빛이 있을 동안에 빛 가운데로 행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고 다짐하며 하산한다.

꿈을 심어 준 국사 봉, 그리고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자신을 내보이지 않았던 옥정호, 분명 내 다시 너를 찾으리라 다짐하며 서울로 오는 차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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