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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헌옥 칼럼

시와 철학

작성자샬롬!|작성시간26.06.06|조회수6 목록 댓글 0

시와 철학

천헌옥 목사

모 시인은 일생 단 한 편의 시를 쓰더라도 후세 사람이 알아주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시에는 깊은 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떤 이는 시가 꼭 철학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과연 시는 철학과 상관이 없는 것일까?
우선 철학이 뭔가를 정의해야 할 것 같다.
진리는 신의 말씀만이 진리이다.
철학은 사람의 깨달음이다.
어떤 사물을 보고 혹은 사건을 보고 느끼고 깨달은 바를 글로 옮겨 적는다.
소설가는 소설로, 수필가는 수필로 시인은 시로 그의 철학이 옷을 입고 나올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아무 깨달음도 없는 오직 치장만 한 글은 생명력이 없다.
그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나의 깨달음이 다른 이들에게도 옮겨질 수 있는 글이라야 살아있는 글이다.
나의 깨달음이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를 차근히
자신의 철학으로 이끌어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설교는 참으로 쉬운 말씀이었다.
알아듣기 쉽도록 예화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쉬운 말씀을 오늘날의 설교자들은
왜 그리 어렵게 설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장 좋은 시는 가장 쉬운 시이다.
쉬운 시이지만 철학을 가진 시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시이다.

시는 철학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철학이 빠져서도 안 된다.
코미디를 하는 사람도 그의 코미디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저 사람을 한순간 웃기고자 하는 코미디는 진정한 유머가 아니다.
옛말에 농담 속에 진담이 있다고 했다.
심각한 이야기를 웃으면서 다치지 않게 말하고자 나타난 언어가 유머이다.
유머를 하는 사람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랴.

 

좀 비뚤어지긴 하였어도 김삿갓의 시는 언중유골의 시였다.
시를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였다.
때로는 남을 비웃기도 하고 때로는 남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리고 뭔가를 깨우치고자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 사람 중에 춘향전의 이몽룡이 있다.
그는 사또의 못된 행실을 시로써 적어 질타하였다.

서양 사람들은 실용주의자들이라 겉모양보다는 실속을 챙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너무 겉모양에 신경을 쓴다.
집을 지어도 남에게 보여 주는 집을 지어왔다.
수천 만 원 하는 장롱 속이 궁금해서 열어보니 이불밖에 없더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그래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든 글이 독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남겨 줄 것인가를 간과한 채
말의 치장만 하였다면 그것이 과연 무슨 유익이 있을 것인가?

신은 사람을 외모로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신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모를 중시하고 있다.
아무런 메시지가 없는, 즉 철학이 없는 아름다운 글은, 떡칠한 화장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사람을 웃기고자 하는 코미디와 다를 바가 없다.

신은 꽃들을 주셨다.
호박꽃도 있지만 정말 아름다운 화려한 꽃이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뒤에는 어떤 목적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보고 즐기라고 준 것은 아니다.
종족을 보존하고 널리 자신을 퍼뜨리라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시는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나 철학이 무시된 채 아름다움만 강조된다면 그것은 마치 떡칠을 하고
태양 아래 나온 여자와 같이 조소를 받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혼을 일깨우는 글이 많이 나왔다.
독재정권 하에서는 자유를 그리는 저항문학이 많이 나왔다.
모두가 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존재한다.
그것은 깊은 사상과 철학을 가진 시가 생명이 긴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금은 순수문학을 지향한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가장 적합한 언어로 표현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감을 주는 글이라면 그 제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후세 사람에게까지 남아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유행처럼 지나가 버릴 글을 쓰기보다는 한편이라도 남을만한 글을 쓰는 것이
문인들의 숙제일 것이다.

 


이육사의 청포도가 생각난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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