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 김석림 이 가을에는 햇볕을 수혈 받아 탐스럽게 여문 능금 한 알 그 결실을 위하여 찬란한 나비의 꿈을 접고 흙으로 돌아간 꽃잎의 숭고한 기도 듣게 하소서 목마른 영혼 쏟아내는 회한의 눈물 그 무게를 감당 못해 주저앉는 낙엽 한 웅쿰 주섬주섬 옷섶에 품고 내 기억에서 떨어져 나간 첫사랑 가슴 떨리는 고백도 보듬게 하소서 스스로 풍요로운 하늘 그래서 자신의 거룩한 생명 아낌없이 쏟아내는 이 가을 내게 남은 목숨 거두어 빈 들판에 한 줌 흙으로 뿌리게 하소서 삼백 예순 날 오직 내일을 향해 숨 가쁘게 달음질쳐 온 너, 세월아 잠시 발걸음 멈추고 넉넉한 저녁종소리에 경건히 두 손 모으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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