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큰앵초
말씀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리라(로마서 8:26).
묵상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진 앵초는 종류가 다양하다.
연보라빛의 그냥 앵초, 흰색 꽃을 피우는 흰앵초, 잎이 단풍잎을 닮을 큰앵초, 바위에 붙어 자라는 키 작은 설앵초.
이른 봄에 피어나는 앵초는 꿀벌을 만나기도 전에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시집을 가기 전에 죽어버리는 꽃'으로도 불린다.
앵초는 숲 속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그러므로 앵초는 자기보다 키 큰 나무에 새순이 돋아 햇살을 가리기 전에 자기의 할 일을 마쳐야 한다.
그래서 서둘러 피었다가 지는 것이다. 시집을 갈 틈도 없이.
그런데 만일,
앵초보다 키가 큰 나무들이 겨우내 제 몸속에 품었던 새순을 내고 싶어 근질근질 하지만,
앵초가 할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중이라면 어떨까?
거짓말같이 앵초가 열매를 맺을 즈음이면 숲의 나무들이 앞다퉈 연록의 새순을 피운다.
이내 숲의 낮은 곳은 어두워지고, 어두운 그늘을 좋아하는 꽃과 동물들의 기지개가 시작된다.
숲은 순서대로 피어난다.
그 순서는 숲의 낮은 곳부터이다.
숲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봄이 오는 이유다.
나는 그들을 강원도 가리왕산과 갑천 태기산 자락에서 만났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만났던 곳은 지금 인간에게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
한 곳은 평창올림픽 활강스키장으로 다른 한 곳은 호두농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짓밟혀 버렸다.
그렇게 할 것이라면 짓밟기 전에라도 그곳에 있는 식물에 대한 분양공고라도 내면 좋았으련만.
평상시에는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출입금지 지역으로 묶어두었다가 하루아침에 포클레인으로 밀어붙이는 심보는 무엇인가?
세상은 연약한 자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고, 약자들에 대한 혐오만 늘어났다.
이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런 업보를 쌓아가는지 모르겠다.
기도
주님, 연약한 이들을 먼저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아멘.
*큰앵초: 깊은 산 속의 나무 그늘이나 습지에서 자라며 줄기는 없고 손바닥 모양의 넓은 잎 사이로 긴 꽃대가 올라 자주색 꽃이 여러송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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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 50가지 들꽃과 나무를 묵상하며, 창조주 하나님 안에 깊이 머물러 보길 소망합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는 피조물 전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창조주를 기억하며
우리 주변에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바라보아야 합니다.
9월 1일부터 대림절 전까지를 동방 정교회는 1989년부터, 가톨릭교회는 2015년부터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창조절 동안 하루 한 생명 씩,
총 50가지의 들꽃과 나무를 묵상함으로 창조주를 기억하며, 기후 위기 속에서도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지구와
그 안에서 우리와 더불어 숨쉬고 있는 생명을 보고 듣는 시간을 갖고자 ‘창조절 생태묵상 50’캠페인을 시작합니다.
50일 동안 창조주 안에 깊이 머물며, 그 안에서 들려오는 살아있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
생명 하나하나를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면,
나와 이웃을 이해하면서 지구를 지키고 돌보는 일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매일 한 가지씩 들꽃(혹은 나무) 이미지 묵상카드를 묵상하는 가운데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 안에 심겨두신
살림의 씨앗을 싹틔워 세상을 살릴 힘을 더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교회도 같은 마음으로 9월 16일(월)부터 주 5일(월~금), 50일 동안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제안하여 제공하는 묵상자료(생태묵상 카드)를 하루에 하나씩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