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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작성자지겨운 일상생활|작성시간08.05.06|조회수4,173 목록 댓글 33
저는 기흥에 있는 삼성 반도체 에서 2년 5개월을 근무했습니다

고등학교때 취업실습으로 갔는데 참 힘들더군요

수많은 라인 중에서 정말 힘든 라인으로 빠졌습니다

라인 언니가 좀 기가 세더군요.. 제가 있던 ROOM 언니들이 끼리 끼리 노는데 뒤에서 험담하는게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나중엔 급기야 라인에서 싸우기도 하고.. 지금은 그나마 끼리끼리 노는게 많이 줄었지만 처음에 딱 왔을때 분위기가 영 별로였습니다

언니들 대하는게 참 힘들었고 수많은 욕도 많이 듣고 혼나기도 엄청 혼나고.. 매일 그렇게 살았습니다

실적 압박, 이것저것 챙기는 것도 많고 TPM도 은근히 자주하고.. 실적 안 나오고 그러면 1시간에서 2시간 남고 남는날도 제법 있었고 하여
간.. 힘들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한번 사고 치면 완전 죄인 취급.. 참 서럽더군요. 완전 눈물 쏙 빠지게 혼낸다고 해야 할까..

라인에 서서 왔다갔다 하는데 다리가 심하게 아프고 라인에서 장갑을 끼고 일하는데 습진이 굉장히 심해지더군요

손바닥의 하얀 껍질 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습진이 심해졌고 손바닥을 보면 습진때문에 손이 쭈글쭈글 하다고 해야
할까 습진이 심해서 약도 발라봤지만 낫지고 않고 얼굴의 피부 트러블이 심해졌습니다

원래 피부가 좋은 편은 아닌데 방진모를 쓰고 마스크를 쓰다 보니 통풍이 안 되어서 피부가 더 안 좋아졌습니다

피부 때문에 우울증도 심해지고 날마다 지쳐갔습니다

제가 있던 라인은 신입이던 언니든 그런거 관계없이 퇴사하는 사람이 엄청 많더군요

2년 넘게 있으면서 라인에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계속 그 라인에 있으니까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손에 구둥살도 생기고 그렇더군요

어느 생산직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여기는 체력이 없으면 못 버티겠더군요

왜 어린 사람들을 뽑는지 이해가 가겠더군요.. 그만큼 체력 적으로 힘드니까 어린 애들을 뽑아서 쓰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안 오지.. 퇴사하는 사람들은 많지.. 한숨 나오더군요

다른 라인에 있던 설비가 제가 있는 라인으로 계속 설비가 들어오는데 짜증났습니다. 사람은 없는데 설비가 들어오니까 이건 뭐.. 사람 죽
이는건가 싶기도 하고.. 할말이 없더군요

작년엔 회사가 어려워서 사람을 뽑아놓고 한참 후에 사람이 몇명씩 와서 그런지 인원에 허덕였습니다

회사랑 집이 5시간 이상 걸리니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는데 기숙사 생활이 저에게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같은 방 쓰는 언니가 너무 싸가지도 없고 잠잘려고 하면 개념없게 계속 방에서 전화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더군요

열받아서 한바탕 싸우다가 다른방으로 옮겼습니다. 그 방에서도 여전히 잠자는것도 힘들고.. 기숙사 생활 계속 하다보니 뭔가 알 수 없는
우울증.. 그런게 심해지더군요

한방에 4명씩 쓰다보니 잠자는게 힘들었습니다

한방에 2명이 같은 조 이고 나머지 2명은 다른 조여서 내가 자고 있을때 다른 조 사람들이 와서 불켜고 그런거 하면 맨날 잠깨기 일쑤였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늘 피곤했고.. 2년 5개월동안 평균적으로 5시간 밖에 못 잔것 같네요

같은 방 쓰는 사람들 솔직히 이해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짜증났습니다

회사. 기숙사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 학교 다닐때의 그 생활이 그리웠습니다

뭔가 너무 압박감이 심해서 살이 12KG 정도 빠졌습니다

주변에서 살이 많이 빠졌다면서 엄청 놀라더군요 ㅋㅋ연예인들 살 몇 KG씩 빼는거 부럽지 않더군요.. 단기간에 살 확 빠지니 놀랬습니다

집이랑 멀다 보니 집에 자주 가지 못해서 너무 싫었고 경기도 쪽 애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경기도 쪽은 아는 사람도 없고 친척도 살지 않아서 너무 낯설었고.. 경기도는 처음 와본 곳이라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집이랑 상당히 멀어서 집에 한번 가기도 힘들뿐더러 가고 싶어도 못간다는게 싫었습니다

집에 한번 가면 기차 타고 다시 회사로 가는게 싫었습니다

집에서 회사 갈때 그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먼곳까지 와서 일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돈만 있으면 밖에서 살고 싶었지만 그 힘들게 모은돈을 집에 투자하기 싫었습니다. 자취 하는것도 왠지 싫었고.. 자취 할 정도로 회사 오래

다니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3교대를 하다 보니 잠자는게 참 힘들더군요. 3교대가 싫었고 진짜 주간 근무가 부러웠습니다

1년이 겨우 지나서야 적응이 그런데로 되는것 같고.. 1년 6개월이 지나니까 제 자신이 일에 너무 지치고 이런 생활에 지쳤습니다

답답한 기숙사 생활에 빡센 라인 생활에.. 체력은 거의 한계를 다다랐습니다

모든게 질렸고 짜증과 한숨 밖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퇴사하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그런 생각 속에 살았습니다

여기는 생산직 여사원들은 승진이 늦다고 해야 할까 누구는 10년 이상 해야 P3를 다는데 4년제 대학 졸업한 누구는 입사한지 4년차 정도에

대리를 달더군요

저랑 입사가 1년하고도 약간 차이 나는 사람이 벌써 대리까지 간 걸 보면서 그저 4년제 대학 나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벌써 저렇게 승승장구 승진이 되는구나.. 학력의 힘이란.. 그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그런 4년제 대학 나온 사람들 때문에 고졸로 입사했거나 초대졸 인 사람들은 승진이 늦더군요

2년이 안 되었을때 퇴사를 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것도 있었고 도저히 이 일이 적성에 맞지도 않고 계속 다니다가는 병
이 날 것 같았습니다. 습진도 심하고 피부도 트러블도 심했기에.. 많은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걸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퇴사를 하는 그 날까지 퇴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했습니다

언니들이 나가지 말라고 잡더군요 ㅋㅋ 퇴사를 하는 그 날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나와도 되는걸까? 그런 숱한 생각에 과감하게 퇴사 결정을 내리고 나왔습니다

퇴사 한답시고 서류 정리를 하는데 약간은 서러웠습니다

그래도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집에 오면 기차 타고 회사 가지 않아도 되고 답답한 기숙사 생활 하지 않아도 되고 빡센 라인
생활 그만 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에 와서 몇일 쉬니까 정말 퇴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두번 다시 그런 비숫한 회사에 들어가서 그런 일을 하고 그런
생활은 도저히 못 할 것 같네요

퇴사 한 거에 대해 정말 후회가 없습니다

삼성 반도체.. 여긴 편한 부서로 배치 받은 애들은 나름 다니던데 힘든곳에 배치 받은 애들은 하나같이 다 떠나더군요

정말 오피스 쪽으로 빠진 애들이 부러웠고 경기도에 사는 애들이 부러웠습니다

2년 5개월이라는 길지도 않은 짧지도 않은 그 시간속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것들을 체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회사에 입사한거 좋았고 사회 생활이 어떤건지.. 수많은 사람속에서 일하는게 어떤건지.. 돈의 소중함.. 타지 생활이 어떤건지.. 지금 돌
이켜 보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서 보람된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정상적인 생활 하니까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퇴사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피부가 많이 좋아져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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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Winter Story | 작성시간 08.05.22 여태까지 본 퇴사후기 중에서 오퍼레이터의 생활을 잘 알수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 저에게는 참으로 감사한 글이네요. 참고 잘하겠습니다. 선택하신 것에 좋은 행운만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화이팅 하시고요~! 원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빌게요. 피부 예뻐지실 거에요~^^~!
  • 작성자희망의 불꽃 | 작성시간 08.05.29 어느회사든 일보다 사람때문에 힘든 경우가 참 많은것 같네요 저두 이글에 공감합니다. 집에서 충전하시고 꼭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 속에서 좋은 일 하시길 .... 파이팅 ^^
  • 작성자카오스 | 작성시간 08.06.03 2년 다녀 보고 퇴사하셨다면.... 올바른 선택일듯....
  • 작성자★ㅎㅎ★ | 작성시간 08.06.03 완전내애기 ㅠㅠ 제조쪽이셨나보네요 ㅠ
  • 작성자후후- | 작성시간 10.04.17 TPM에 사고 치면 죄인취급.. 한 두시간 남아서 대책세우고 하루죙일 뛰어다니고 .. 왠지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라인같네요. 제일 힘든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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