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이변이 있기에 더 짜릿하다.
객관적인 전력상 당연히 질 것이라고 여겨졌던 팀이 예상을 깨고 승리하는 순간, 그 감동과 환희는 배가된다.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에서 한국이 홈팀의 이점을 안고 세계 강호들을 격파했을 당시 느꼈던 국민적 희열도 그와 비슷한 것이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을 1년 앞두고 남아공에서 개최됐던 2009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4강전에서, FIFA 랭킹 14위인 미국이 세계 1위인 '무적 함대' 스페인을 2-0으로 완파한 것도 전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한 대이변 중 하나로 꼽힐 만한 사건이었다.
◇1966년 잉글랜드 FIFA월드컵 북한 vs 이탈리아
1966년 잉글랜드 FIFA월드컵 당시 북한은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에 배정된 단 한 장의 티켓을 얻어 본선에 진출했다.
북한은 소련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지만 두 번째 칠레와 맞붙어서는 1-1로 비겼다.
이어 축구 강호 이탈리아와 맞서서는 전력상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반 42분 박두익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는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북한은 이 승리로 3전 전승을 거둔 소련에 이어 조 2위로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며 잉글랜드 전역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FIFA월드컵 본선 8강은 한국이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이전까지는 아시아 국가가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FIFA월드컵 아르헨티나 vs 카메룬
1986년 FIFA월드컵 우승국이자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가 당시로서는 최약체로 꼽히던 카메룬에 발목을 잡히는 이변이 연출됐다.
조별예선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난 카메룬은 후반 22분에 터진 프랑수아 오맘의 헤딩골을 잘 지켜 1-0 승리를 거두는 돌풍을 일으켰다.
카메룬은 이 기세를 살려 대회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세네갈 vs 프랑스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이 대회 개막전으로 치러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998년 프랑스 월FIFA드컵 우승팀이자 세계랭킹 1위인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FIFA월드컵 본선에 처녀 출전한 세네갈의 파프 부바 디오프는, 전반 30분 결승골이 된 팀의 선제골을 넣어 대회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프랑스는 1무승부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972년 FIFA월드컵 역사상 단 2차례밖에 없었던 전 대회 챔피언의 결승토너먼트 진출 실패라는 달갑지 않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1950년 브라질 FIFA월드컵 브라질 vs 우루과이
첫 FIFA월드컵 정상을 눈앞에 둔 홈팀 브라질이 결승전에서 아쉬운 역전패로 우승컵을 우루과이에 넘겨줬던 경기다.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선보이던 브라질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프리아카가 선제골을 기록해 기선을 제압했지만, 결과는 후안 스키아피노, 알시데스 기기아의 연속골을 앞세운 우루과이의 2-1 승리로 끝났다.
우루과이는 이 경기의 승리로 두 번째 FIFA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유로 2004 '축구 변방'
그리스 정상 등극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예선에서 스페인을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던 그리스는 유로 2004 본선 개막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으며 엄청난 이변을 예고했다.
그리스는 이후 '무적 함대' 스페인과 1-1로 비겨 결국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8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프랑스마저 침몰시켰다.
그리스는 급기야 '빅5'가 탈락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체코마저 격침하며 44년동안 들러리만 섰던 '아웃사이더'의 기적같은 결승 진출을 이뤄냈고 결승에서는 다시 만난 포르투갈을 후반 12분 터진 안겔로스 카리스테아스의 짜릿한 결승골로 제압하고 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 나이지리아 vs 스페인
'아프리카 축구의 선두주자' 나이지리아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32분에 터진 미드필더 올리셰의 역전 중거리슛에 힘입어 스페인에 3-2로 역전승했다.
나이지리아는 여세를 몰아 1994년 미국 FIFA월드컵에 이어 두 차례 연속 16강에 진출했다.
반면 스페인은 이날 패배가 빌미가 돼 결국 1978년 아르헨티나 FIFA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