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가
미상
놀보가 뒤로 물러앉으며 군소리로,
"박살할 놈 그 노릇을 해도 밤이면 대고 파니 다른 일 할 틈 있어야지 계집년 생긴 것이 눈이 벌써 음녀거든."
"식구가 이러하니 아무런들 할 수 있소 빌어도 많이 먹으니 다시는 빌 데 없고 굶은 지도 원 오래니 더 굶으면 죽겄으니 예 형님전에 왔사오니 전곡간에 조금 주면 스물일곱 죽는 못숨 여상(呂尙)의 일단사(一簞食)요 학철( 轍)의 일두수(一斗水)니 적선을 하옵소서."
두손을 비비면서 꿇엎디어 섧게 우니 놀보가 생각한즉 저놈의 쪼된법이 빌어먹기 투가 나서 달래서는 안갈테요 주어서는 또 올테니 죽으면 굶어죽지 맞아죽을 생각을 없게 하는 수가 옳다 하고 부잣집 바람벽에 도적 방비하려 하고 철퇴 철편 마상도며 단단한 몽둥이를 오죽 많이 걸었겄나. 그 중에 단단하고 손잡이 좋은 몽둥이 하나를 내려 손에 들고 엎드려 우는 볼기짝을 에후루쳐 딱 때리고 추상같이 호령한다.
<후략>
출전 (신재효 판소리 여섯 바탕중에서 흥보전)
[작품개괄]
-작가 작자 미상
-갈래 판소리
-성격 해학적, 희극적, 풍자적, 평민적, 교훈적, 운문적
-출전 (신재효 판소리 여섯 바탕중에서 흥보전)
-주제 형제 간의 우애와 권선 징악
-구성 추보식 구성
-의의 춘향가, 심청가와 더불어 3대 판소리 중 하나이다
-표현 가사체(3·4조, 4·4조 바탕), 율문체, 만연체
-표현상 특징
1. 3·4 또는 4·4조 운문과 산문이 혼합됨
2. 양반의 품위 있는 한문투와 서민들의 비속한 표현이 뒤섞임
3. 일상적 구어와 현재 시제를 사용하여 사실적 표현과 전라도 사투리의 구사를 통해 향토색을 드러내었다.
4. 조선 후기의 몰락하는 양반의 실상과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었고, 평민적 취향이 가장 강함.
5. 대조, 과장하는 수법을 통해 해학적 골계미를 풍부하게 표현하였다.
6. 문학의 세 유형인 노래하기, 이야기 하기, 보여 주기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사상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생활원리 유교적 생활관
-배경설화 방이설화, 몽고의 '박 타는 처녀'
[작품 해제]
<흥보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나로, ‘박타령’이라고도 불린다. 가난하지만 착한 아우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 주었더니, 그 제비가 물어 온 박씨를 심었다가 얻은 박을 타서 보물을 얻어 부자가 되고, 부자이나 심술궂은 형 놀보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서 고쳐 주고 얻은 박씨를 심었다가, 박 속에서 나온 상전, 놀이패, 장수 따위에게 혼이 난다는 줄거리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짐승이 사람에게 은혜와 원수를 갚는 이야기는 몽고의 ‘박 타는 처녀’ 이야기, 일본의 ‘혀를 자른 새’ 이야기, 중국의 ‘은혜를 갚은 누런 새’ 이야기 따위에서도 보이듯이, 아시아에 널리 퍼져 전해 내려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전해오는 이런 이야기를 조선 왕조 어느 때쯤에 가객들이 판소리로 짠 것 같다.
흥보와 놀보 형제를 등장시켜 엮어 나가는 이 이야기 속에는 서민다운 재담이 가득 담겨있고, 또 놀보가 탄 박통 속에서 나온 놀이패들이 벌이는 재잠도 들어 있어서, <흥보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서 가장 민속성이 강한 마당으로 꼽힌다. <흥보가>를 재담소리라고 하여 한편으로 제쳐 놓던 가객들도 있었던 점으로 봐서도 <흥보가>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와는 달리, <가루지기타령>(변강쇠가), <배비장타령>, <옹고집타령>과 같이 민중의 해학이 가득 담긴 판소리로 꼽힌다고 하겠다.
[작품의 심화 감상]
○ 흥보가 '박 사설'의 기능
(1) 심리적 보상 기능
(2) 오락적 기능
(3) 판소리의 공연의 현장성 보완
○ 판소리의 표현상 특징
① 일상어를 구어체로 사용
② 창 부분은 운문체(율문, 3·4 또는 4·4조의 가사체). 아니리 부분은 산문적 표현
-예-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으 가난이야. 잘 살고 못 살기는 묘 쓰기으 매였는가?"
"어떤 사람 팔자 좋아 고대 광실 높은 집에 호가사로 잘 사는 데 이년의 신세는 어찌하여 밤낮으로 벌었어도 삼순구식을 헐 수 없고"
③ 동일 어구나 유사 어구의 반복을 통한 운율감의 조성
-예-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비어 내고.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등
④ 하나의 국면을 확장적으로 그려 냄
-예- 박 타는 장면을 확장하고 부연하여 흥미를 조성함
⑤ 현재 시제를 사용하여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힘
-예- 열것다, 붓것다 등
⑥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하여 현장감을 살림
-예- 시르르르르르르르르, 실근실근, 번쩍, 수북, 가뜩 등
⑦ 상투적인 비유와 관용어구가 많이 나타남
-예- 구년지수, 석숭, 도주공
⑧ 서술어의 생략을 통한 압축적 표현
-예- 박을 툭 타 놓고 보니 박통 속이 훼엥. 궤를 찰칵찰칵, 번쩍 떠들러 놓고 보니 어백미 쌀이 한 궤가 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