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쪽으로 이백 팔십리를 가면
장류산(長留山)으로
백제(白帝) 소호(少昊)가 사는 곳이다.
소호는 고대 동이족(東夷族)의 수장으로
호가 금천씨(金天氏)다.
소호가 다스리는 부족은 그의 명령에 따라
새의 이름으로 관직명을 지으면서
공정(工正)과 농정(農正)의 관을 설치했다.
후대 담국(郯國)이 바로 소호의 후손이다.
...
산 위에 원신외씨(員神外氏)의 궁전이 있다.
외씨는 태양이 서산으로 진 뒤에
동쪽을 향해 비치는 노을을 관장하다.
- 산해경 서차삼경 -

- 소호 금천(少昊 金天, Shaohao-Jintian) -
소호(少昊)는
청양씨(青陽氏), 금천씨(金天氏),
궁상씨(窮桑氏), 운양씨(雲陽氏),
주선(朱宣)으로도 불린다.
전설에서 성은 기(己),
이름은 철(摰) 또는 질(質)이었으며
황제의 맏아들로 현효(玄囂, Xuanxiao),
설(挈)이라고도 한다.
*
그의 어머니 황아(皇娥)는
천상의 궁전에서 옷감 짜는 일을 하였다.
때로는 늦은 밥까지 옷감을 짜다가
뗏목을 타고 은하수로 나와
서쪽 바닷가 궁상(窮桑)나무 아래까지
내려가기도 하였다.
궁상나무는 키가 만 길이나 되는 뽕나무인데
일만 년에 한번씩 열매를 맺었다고 한다.
황아는 이 뽕나무 밑에서 노는 걸 좋아하였다.
어느날 스스로 백제(白帝)의 아들이라
칭하는 한 소년이 나타났다.
사실 그는 새벽 하늘에 빛나는
계명성(啓明星) 즉 금성(金星)이었다.
금성은
해가 뜨기 전 동쪽에 있을 때 계명(啓明)이고
해가 지고 난 후 서쪽에 있을 때는
장경(長庚)이라 부른답니다.
그들은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고
뽕나무 아래 번갈아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후 황아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궁상씨(窮桑氏)이며
금천씨(金天氏)라고도 한다.
금천(金天)이란 금성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소호(少昊)의 출생에 관한 전설인데
황제의 아들이라는 설이 유력하답니다.
*
궁상씨는 장성하여
동쪽 바다 밖에 한 나라를 세웠는데
소호지국(少昊之國)이라 불렀다.
소호의 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새들의 나라였다.
동해 밖에 큰 협곡이 있는데
소호국(少昊國)이 이곳에 있다.
소호가 일찌기 여기서 전욱을 길렀는데
전욱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거문고를 이곳에 버렸다.
이곳에는 산이 하나 있는데
감산(甘山)이라고 한다.
감수(甘水)의 발원지이며,
감연(甘淵)이라는 큰 연못이 하나 있다.
- 산해경 대황동경 -
제비(燕子), 때까치(伯勞), 종달새(鷃雀),
금계(錦鷄)가 사계절을 관리하였고
집비둘기(鵓鴣), 수리(鷲鳥), 뻐꾸기(布穀),
매(鷹鳥), 산비둘기(鶻鳩) 등이
국정을 담당하는 대신들이었다고 한다.
백성들 또한 새들이었겠지요.
그곳에 소호의 이름은 지(鷙)라고 하였답니다.
지(鷙)는 맹금(猛禽)을 뜻합니다.
소호국은 새 이름을 관직으로 명명했고
그에 상응하는 깃털로 표시를 했다고 합니다.
*
한때 어린 조카 전욱(顓頊)이
소호국을 찾아와 지낸 적이 있었는데
소호는 거문고(琴)와 큰 거문고(瑟)를 만들어
그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전욱이 어른이 되어 돌아가자
쓸모없게 된 거문고들을 바다에 버렸는데
그 이후 달 밝은 밤, 바다에 파도가 없는 날이면
그윽한 거문고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
오랜 세월이 지나고 소호는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중(重)이라는 아들을
동방천제 복희의 신하로 남겨두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목신(木神) 구망(句芒)이었다고 한다.

- 목신(木神) 구망(句芒) -
또 해(該)라는 아들을
그의 신하로 삼았는데 그가 바로
금신(金神) 욕수(蓐收)라고 합니다.

- 금신(金神) 욕수(蓐收) -
서방에 두 마리 용을 타고 다니는
욕수라는 신이 있다.
그의 왼쪽 귀에는 작은 뱀이 있다.
욕수는 금신(金神)으로 사람 얼굴에
호랑이 발톱을 하고 온 몸에 흰털이 나 있으며
손으로 대성(大鋮)을 잡고 하늘에서
형벌을 주관한다.
- 산해경 해외서경 -
*
서방 천제로서
소호(少昊)는 장류산(長留山)에서 살았고
금신(金神) 욕수(蓐收)는
장류산 근처 유산(游山)에 살았는데
하루의 낙일(落日)을 살피는 것이었답니다.
고대 중국의 서쪽 하늘은
참 평화로웠나 봅니다.
*
북방 바다 밖에 일목국(一目國)이란
나라가 있는데 한 개의 눈이
얼굴 가운데 붙어 있었다고 하는데
소호의 후손들이랍니다.
일목국은 종산(鍾山)의 동쪽에 있다.
성씨가 척(戚)이고
소호의 자손으로 서(黍)를 먹고 산다.
- 산해경 해외북경 -
키클롭스(Cyclops)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
활과 화살을 발명한 반(般),
요임금 시절 국정을 담당했던 고요(皐陶),
우임금의 치수(治水)를 도왔던 백익(伯益),
분수(汾水)의 신인 대태(臺駘),
궁기(窮奇)도
그의 후예들이라는군요.
*
궁기(窮奇)는 호랑이처럼 생겼지만
날개가 둘 달렸고
사람을 잡아 먹을 때 머리부터 먹으며
잡아먹힌 사람은 머리칼이 헝클어져 있다.
궁기는 도견(蜪犬)의 북쪽에 있다.
- 산해경 해내북경 -
궁기(窮奇)는 고(蠱)라는 벌레를
잡아먹는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고(蠱)는 강한 독성을 지닌 벌레인데
도마뱀(蜥踢), 거머리(馬蝗),
쇠똥구리(蜣螂), 금잠(金蠶) 등을
함께 상자 안에 넣어두고 서로 잡아먹게 하여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고(蠱)라 한답니다.
옛날에
납일(蠟日, 음력 십이월 팔일)이 되면
대나(大儺)라는 역귀를 쫓는 행사를 하였는데
그도 한 몫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반면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으며
지나가다 사람들이 싸우면
그 말을 듣고 정직한 사람이면 잡아먹거나
코를 베어 먹고 못된 사람에게는
짐승을 잡아 선물했다는군요.
*

- 서차사경의 궁기(窮奇) -
다시 서쪽으로 가면 규산(邽山)이 있다.
이 산에는 궁기(窮奇)라는 짐승이 산다.
궁기는 소호의 아들로 모습은 소와 같으나
온몸에 고슴도치 털이 나 있으며
개 짖는 소리를 낸다.
또한 날개가 있어 날아다닐 수 있고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다.
하지만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달려가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을
잡아먹어버린다.
또 누가 충신이란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코를 날름 먹어버리고
누가 악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고기를 들고 달려가 상을 주는
일종의 사악한 짐승이다.
- 산해경 서차사경 -
*
산해경에는 기이한 짐승들과 인물들이
엄청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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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共工)과 전욱(顓頊)의 전쟁을
다루기 이전에 전욱 고양(顓頊 高陽)을
언급했어야 했는데
염제와 황제간의 전쟁을 다루면서
연관성을 생각하여
공공과 전욱의 전쟁을 먼저 다루었습니다.

- 전욱 고양(顓頊 高陽, Zhuanxu-Gaoyang) -
황제의 아내 뇌조(雷祖)가
창의(昌意)를 낳았는데
창의가 하늘에서 내려와 약수(若水)지역으로
폄적(貶謫, 벼슬에서 내치고 귀양을 보냄)되어
그곳에서 한류(韓流)를 낳았다.
한류는 머리가 길쭉하고 작은 귀가 달렸으며
사람 얼굴에 돼지 입을 하고 있다.
전신에 비늘이 덮였으며 안짱다리에다
발은 돼지발처럼 생겼다.
한류는
작(요)자씨(淖子氏)의 딸을 아녀(阿女)를
아내로 맞아 전욱(顓頊)을 낳았다.
- 산해경 해내경(海內經) -
위의 그림 왼쪽에
전욱이 황제의 손자(黃帝之孫)이고
창의의 아들(昌意之子)이라고 되어 있는데
산해경에서는 한류의 아들이라고 하는군요.
그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후대에 한류를 제거해버린 것 같습니다.
*
전욱의 신하로는 바다의 신(海神)이자
바람의 신(風神)인 우강(禺强)이 있다.
우강을 현명(玄冥)이라고도 한답니다.

- 해신(海神)이자 풍신(風神)인 우강(禺强) -
북쪽 끝머리에
우강이라는 신인이 산다.
사람 얼굴에 새 몸을 하고 있으며
귀에 푸른 뱀 두 마리를 꽂았고
발밑에도 푸른 뱀 두 마리를 밟고 있다.
이것은 그가 바람의 신일 때 모습이다.
그가 수신(水神)일 때는
물고기 몸에 손과 발이 달렸으며
두 마리 용을 타고 다닌다.
- 산해경 해외북경 -
동해의 작은 섬에 신이 사는데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몸을 하고 있다.
이름을 우호(禺號)라고 한다.
우괵(禺虢)이라고도 한다는데
글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요즘 말로 둘 중 하나가 오타일 겁니다.
황제의 후대가 우호이고,
우호의 후대는 우강이다.
우강은 북해에 살고 우호는 동해에 살면서
각각 한 방향을 통치한다.
- 산해경 대황동경 -
담이국(儋耳國)이 있다.
백성들의 성씨는 임(任)이고 우호(禺號)의
후대이며 오곡을 먹고 산다.
북해의 넓은 모래섬에 신이 있는데
사람 머리에 새 몸을 하고 있으며
귀에 푸른 뱀 두 마리를 걸고
붉은 뱀 두 마리를 밟고 있다.
이름을 우강(禺强)이라 한다.
- 산해경 대황북경 -
우강이 그의 날개를 퍼득이니
둥둥둥 소리가 울리며, 맹렬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전염병과 독이 실려와
사람들이 부스럼에 시달리다가 죽기도 했다.
- 여씨춘추 유시(有始) -
*
서북해 바깥 흑수의 북쪽에
한 쌍의 날개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묘민(苗民)이라 한다.
전욱이 환두(驩兜)를 낳고 환두가 묘민을 낳았다.
묘민은 성씨가 리(厘)이고 고기를 먹고 산다.
묘민국은 장산(章山)에 있다.
- 산해경 대황북경 -

- 삼묘국(三苗國) 사람 -
삼묘국(三苗國)은
삼모국(三毛國)이라고도 하며
묘민국(苗民國)이라고도 한다.
삼묘는 이른 바
제홍씨(帝鴻氏)의 후대 혼돈(渾敦),
소호씨(少昊氏)의 후대 궁기(窮奇),
진운씨(縉云氏)의 후대 도철(饕餮)을 말한다.
이 세 부족의 후예들은
요(堯)가 순(舜)에게 선양하는 것을
반대하였고, 이에 요임금이
그들의 군주를 죽이자
남해로 이주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참으로 얄궂은 일에만
엮이는 묘족인 것 같습니다.
그 만큼 독자성이 강했다는 것이겠지요.
*
멸몽조는 결흉국(結胸國)의 북쪽에 있다.
이 새의 털은 푸르지만 꼬리는 붉다.
멸몽조는 바로 맹조(孟鳥)다.
진(秦)의 선조는
전욱 황제의 손녀로 이름을 수(修)라고 했다.
그녀가 베를 짤 때 현조(玄鳥)가 알을 낳았고
수가 그것을 삼킨 후 아들을 낳아
대업(大業)이라고 이름지었다.
대업은 소전(少典)의 딸 소화(少華)를
아내를 맞았다.
소화는 또 대비(大費)를 낳았다.
대비는 두 아이를 낳았는데
하나는 대렴(大廉)으로 바로 조속씨(鳥俗氏)다.
다른 하나는 약목(若木)으로 비씨(費氏)다.
대림의 현손(玄孫)은
맹희(孟戱), 중연(仲衍)으로
이들의 몸은 새처럼 생겼지만 사람 말을 한다.
이들이 멸몽조(滅蒙鳥)의 백성이 되었다.
- 산해경 해외서경 -
파산(巴山) 촉수(蜀水)라 하면
파인(巴人)과 촉인(蜀人)이 살던 곳을 말한다.
전욱(顓頊), 곤(鯀), 우(禹)가 이 곳에 살았으며
파(巴) 사람의 선조 늠군(稟君)도
이곳에 살았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진(秦)나라는 전욱의 나라이다, 라고 했다는데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초나라도 자신들의 선조를
전욱이라고 한다네요.
전욱이 고양씨(高陽氏)인 것은
고양(高陽)에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랍니다.
고양이 어디인지 확인해 보았습니다만
아직은 찾지 못하겠군요.
*
전욱이 행한 일들 중에
천지개벽과 같은 일이 있는데
그것은 절지천통(絶地天通)이라 하겠습니다.
그 이전에는 하늘과 땅을 사람이든 신이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는데
하늘을 들어올리고 땅을 내리눌러
아무나 오르고 내릴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게다가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을
전욱이 독점을 해버립니다.
다른 백성들이 제사를 지내지 못하도록
감시하기까지 했다는군요.
좋은 말로 해서
신권정치(神權政治)라 하지만
지상의 모든 사람들 위에
유아독존(唯我獨尊)을 선포한 것입니다.
모두 내 발아래 꿇어라, 그런 것이지요.
전욱(顓頊)이 진시황(秦始皇)의 길을
미리 닦았다는 생각도 들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이겠지요.
전욱이 노동(老童)을 낳았고,
노동이 두 아들을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중(重)이고 하나는 려(黎)였다.
전욱은 중에게 하늘을 받치고 있으라 명했고,
려에게는 땅을 누르고 있으라 명했다.
그 후로 땅과 하늘이 갈라져 왕래가 끊겼다.
- 산해경 대황서경(大荒西經) -
일찌기 전욱은
중(重)을 남정(南正)의 관리로 임명하여
신에게 제사 지내는 일을 담당하게 했고
려(黎)를 북정(北正)의 관리로 임명하여
백성을 다스리게 했다.
- 산해경 서차삼경(西次三經) -
천제 전욱이 무우산(務偶山)의 남쪽에
묻혔고, 아홉 명의 빈(嬪)과 비(妃)가
이 산 북쪽에 묻혔다.
...
그리고 먹어도 먹어도 계속 불어나는
시육 등이 산다고도 한다.
- 산해경 해외북경 -
시육(視肉)은 취육(聚肉)이라고도 하며
전설에 나오는 소라고 합니다.
이 소는 살을 베어도 죽지않고
다시 자라난다는군요.
혹자는 고깃덩어리로 소의 간처럼 생겼는데
눈이 두 개 있는 게 다르다고 합니다.
*
전욱의 자손 중에는 팽조(彭祖)가 유명하답니다.
팽조는 전욱의 현손(玄孫)이랍니다.
팽조의 아버지 육종(陸終)은
귀방씨(鬼方氏)의 딸인 여희(女嬇)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여희가 임신을 하여 삼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왼쪽 겨드랑이를 가르니
세 명의 아이들이 나왔고
오른쪽 겨드랑이를 가르니 또 세명이 나왔다.
팽조는 그 여섯 명의 아이들 중 하나로
그의 성은 전(錢)이고 이름은 갱(鏗)이라 했다.
그는 요순시대부터 팔백여 년을 살았는데
죽을 때도 단명함을 탄식했다는군요.
*
다른 천제들과 마찬가지로 전욱도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동북 대해의 바깥 대황 가운데
하수가 흘러가는 곳에 부우산(附禺山)이 있다.
...
전욱 황제와 그의 아홉 비빈이 그곳에 묻혔는데
사방 삼백 리에 달하며
무덤 남쪽에 제준림(帝俊林)이란
대나무 숲이 있다.
그 숲의 대나무 한 그루면 배를 만들 수 있다.
- 산해경 대황북경 -
무우산(務偶山)과 부우산(附禺山)은
결국 같은 산인 것 같습니다.
오기(誤記)이거나 전하는 과정에
잘못 전달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수(漢水)는 하남성 청풍(淸豊)에서 발원한다.
전욱 황제가 한수의 남쪽 해안에 묻혔고
그의 아홉 비빈은 북쪽 해안에 묻혀 있다.
네 마리의 뱀이 그들을 보호한다.
- 산해경 해내동경 -
*
전욱이 황제보다 한 수 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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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커(袁珂)의 /중국신화전설/에 의하면
제곡(帝嚳)이나 제준(帝俊)은
순(舜)의 화신이라 합니다.
제준은 은(殷) 민족의 시조인 설(契)과
주(周) 민족의 시조인 후직(后稷)을
낳은 제곡이며
동시에 역산(歷山) 기슭에서
코끼리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다가
황제가 된 순(舜)이다, 라고 쓰고 있습니다.
위안커(袁珂)는
준(俊)이 순(舜)의 가차음이라고 보고
산해경(山海經)의 제준(帝俊)과 순(舜)이
동일인이라는 주장에서
그 논리를 편다 합니다.
*
신화 속에서 종종 길을 잃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갑짜기 막막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야 없겠지요.
일단 논란이 되는 부분은
덮어두고 가던 길을 가겠습니다. ^^;;
*
제곡 고신(帝嚳 高辛)의 이야기는
그다지 풍성한 편이 아닌 것 같고 오히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 있습니다.

- 제곡 고신(帝嚳 高辛, Di Ku - Gaoxin) -
고신(高辛) 사람으로
성(姓)은 희(姬)이고, 이름은 준(俊),
호는 곡(嚳), 고신씨(高辛氏)이다.
황제(皇帝)의 증손(曾孫)이다.
조부는 현효(玄囂)이고,
부친은 교극(蟜極), 모친은 악부(握裒),
전욱(顓頊)은 백부(伯父)이다.
*
이쯤 해서 궁금하기도 하여
황제의 가계도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리해 올릴까 말까 하다가
올리는 것입니다.
신화 속의 가계(家係圖)는
그다지 믿을 만하지는 못하고
때로는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니 그렇습니다.
정답은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가계도에서
황제는 하나의 조상신이라 할 수 있겠지요.
산해경에는 황제의 자손들로 나오는
부족과 인물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 모두가 황제의 자손일 수 있을까요?
여러 부족들이 다투어 황제의 자손을
칭하고 세월이 흐르며
하나로 모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황제에게는 아들이 스물다섯 명이었고
성(姓)을 얻은 자가 열네 사람이었다는군요.
제곡 고신(帝嚳 高辛)의 아버지는
교극(嬌極)이고 교극의 아버지는
현효(玄囂)이며 현효의 아버지는
황제다.
현효는 청양(靑陽)으로
강수(江水)의 제후가 되었다.
청양은 소호 금천(少昊 金天)을 말합니다.
고신은
진봉씨(陳鋒氏)의 딸을 아내로 맞아
방훈(放勳)을 낳았다.
추자씨(娵訾氏)의 딸을 아내로 맞아
지(摯)를 낳았다.
제곡이 세상을 뜨자
지가 즉위했으나 잘 다스리지 못해
방훈이 옹립되었으니
이 사람이 요(堯)임금이다.
아래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근거로
작성된 가계도입니다.

- 황제의 가계도(家係圖) -
*
시경(詩經) 현조(玄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답니다.
하늘이 현조에게 명하여
천명현조(天命玄鳥)
땅에 내려와 상을 낳게 하였다.
강이생상(降而生商)
상(商)은 주(周) 민족의 시조인
설(契)이랍니다.
사기(史記)의 주본기(周本紀)와
시경의 생민(生民)에 유사한 기록이 있는데
여기선 주본기를 인용할까 합니다.
*
주나라 후직은 이름이 기이다.
주후직, 명기(周后稷, 名棄)
그 어머니는 유태씨의 딸로 강원이다.
기모유태씨녀, 왈강원(其母有邰氏女, 曰姜原)
강원은 제곡의 정실부인이다.
강원위제곡원비(姜原爲帝嚳元妃)
강원이 들에 나가 거인의 발자국을 보았는데
강원출야 견거인적(姜原出野 見巨人跡)
왠지 마음이 들떠 그것을 밟고 싶어졌다.
심흔연열 욕천지(心忻然說 欲踐之)
그 발자국을 밟자 마치 잉태한 듯 했다.
천지이신동여잉자(踐之而身動如孕者)
시간이 흘러 아들을 낳았는데
거기이생자(居期而生子)
상서롭지 못하다 여겨 골목길에 버렸다.
이위불상, 기지애항(以爲不祥 棄之隘巷)
말과 소, 사람들이 지나며
모두 피하여 밟지 않았다.
마우과자개피불천(馬牛過者皆辟不踐)
다시 숲속에 옮겨 버렸는데
도치지림중(徒置之林中)
숲에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적회산림다인(適會山林多人)
다시 옮겨 도랑의 얼음 위에 버렸는데
천지, 이기거중빙상(遷之, 以棄渠中氷上)
새들이 날개로 그것을 줄곧 덮어주었다.
비조이기익복천지(飛鳥以其翼覆薦之)
강원이 신령스럽다 여겨 드디어 거두어 길렀다.
강원이위신, 수수양장지(姜原以爲神, 遂收養長之)
처음 버리려 했기 때문에 이름을 기라 하였다.
초욕기지, 인명왈기(初欲棄之, 因名曰棄)
*
강원이 낳은 것은 형체가 이상했는데
마치 고깃덩어리 비슷한 것이었답니다.
그러나 새들이 날개를 덮어 주었다 날아가자
아기가 울음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부화한 것이지요.
상기의 기록을 근거로
늘려 쓰자면 상당량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읽고 있는 산해경이 그렇습니다.
후대의 사람들이 다시 쓰는 신화인 것이지요.
*
서주국(西周國)이 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성씨가 희(姫)이고
오곡을 먹고 산다.
이곳에 어떤 사람이 밭을 갈고 있으니
이름을 숙균(叔均)이라 한다.
제준의 후예로 후직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에 올라가서 각종 농작물의
씨앗을 가지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다.
후직의 동생 태새(台璽)가 숙균을 낳았다.
숙균의 아버지는 후직을 대신하여
각종 농작물을 심었고
이로부터 천하의 농사가 시작되었다.
...
서주국에는 또 쌍산(雙山)이라는 산이 있다.
제곡의 첫째 부인 강원이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기를 낳았다.
기가 바로 서주국의 선조다.
그는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좋아해서
어른이 된 후에는 백성들에게
오곡을 심어 기르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래서 그의 자손들이 후직(后稷)이라는
존칭으로 부르고 있다.
- 산해경 대황서경 -
*
제곡과 후직의 신화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고 정작
제곡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반호(槃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원문을 옮기는 일은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그리 할 것입니다.
*
옛날에 고신씨에게
방왕(房王)이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침략할까 근심하여 정벌하려 했으나
이기지 못하였다.
그래서 방(榜)을 내려
견융의 장수인 방왕의 머리를 가져오는 자에게
천일의 황금과 만가의 읍을 주고
자신의 막내딸을 시집 보내겠다고 하였다.
당시 제곡이 키우는 개가 있었는데
오색 빛깔의 털을 지녔고 반호(槃瓠)라 하였다.
방이 나간 후에 반호가 사람의 머리
하나를 물고 왔다. 방왕의 머리였다.
제곡은 기뻤지만 반호에게 딸을 시집보내거나
작위를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보답을 하고 싶었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딸이 그 사실을 알고
신의를 거스를 수 없다 하여
반호에게 시집가기를 청하였다.
제곡의 허락이 떨어지자
반호는 제곡을 딸을 등에 태우고
산속 깊은 동굴에 머물렀다.
반호는 열두 명의 아들과 여섯 명의 딸을
낳았는데 반호가 죽고 나자
자기들끼리 혼인을 하고 살았다.
그들은 나무껍질로 오색빛 고운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옷 뒤에는 모두 꼬리가 있었다.
제곡은 평지의 땅을 그들에게 하사하였으나
그들은 산골짜기에 사는 것을 좋아하였으므로
다시금 그들에게 빼어난 산과 넓은 늪을
하사하였고, 그곳에서 번성한 그들을
만이(蠻夷)라고 불렀다.
만이(蠻夷)란 두 글자 모두 오랑캐란 뜻입니다.
*
다른 기록을 참조해보면
조금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후손들이 번창하여 견융국(犬戎國) 혹은
견봉국이라 하였다.
견봉국 사람들은 개처럼 생겼다.
옆에 여자가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
남편에게 술을 올리고 있다.
- 산해경 해내북경 -

- 견융국(犬戎國) 사람 -
*
반호(盤瓠) 신화의 뒷 부분이 다른
이야기가 있어 올립니다.
반호가 방왕의 목을 가지고 온 후의 일입니다.
고신(高辛)왕은 방왕(房王)의 반란을
잠재운 반호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고심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반호에게 물었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이냐?
개와 인간은 결혼할 수 없지 않느냐?
이 말을 들은 반호가 입을 열더니
사람의 말을 하더랍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제가 금으로 된 종(鐘) 속에 들어가
일곱 낮, 일곱 밤을 지낸다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고신왕은 기이하게 생각하였으나
반호로 하여금 금으로 만든 종 속에서
일곱 낮, 일곱 밤을 지내도록 허락하였다.
엿새째가 되는 날
공주는 그가 어찌 되었는지
굶어죽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져서
황금 종을 열어보았다.
반호는 몸이 사람으로 변해 있었는데
머리 만은 여전히 개의 모습이었다.
반호는 황금 종에서 걸어나와
옷을 걸쳤고 공주와 결혼하였다.
공주는 개 머리 모양의 모자를 썼다고 한다.
반호와 공주는 깊은 산으로 들어가
사냥으로 먹고 살았는데
세월이 흘러 삼남 일녀의 자손들이 생겼고
반호는 고신왕에게 자손들의 성(姓)을
내려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반(盤), 남(藍), 뇌(雷), 종(鐘)이란
네 성씨가 생기게 되었다.
그들 모두 반호를 그들의 조상으로 삼았다.
*
위의 이야기는 중국 남방의
요(瑤), 묘(苗), 여(黎)족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으며 반호가 음이 비슷한
반고로 전해지고 있다고도 한다.
요족들은 반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매우 경건하며 그를 반왕(盤王)이라 칭하는데
인간의 삶과 죽음, 수명, 부귀와 빈천 등을
모두 그가 주관한다고 여긴다.
묘족에게도 반왕서(般王書)라는 것이 있는데
구약의 창세기와 비슷한 것이라 한다.
*
제곡 역시 죽어 땅에 묻혔다고 합니다.
요임금과 제곡, 순임금 모두 악산(岳山)에
묻혀 있다. 제곡, 요임금, 순임금
다들 좋은 천자였다.
북적(北狄) 지방에는 뭇 산의 종주인
숭산(崇山)이 있는데 험준하기 짝이 없다.
요임금은 적산(狄山)의 남쪽에 매장되었고
제곡은 적산의 북쪽에 묻혔는데
...
이주(離朱)와 시육(視肉) 같은
야수들이 살고 있다.
- 산해경 해외남경 -
*
제곡에게는 네 명의 아내가 있답니다.
첫째 부인은 강원(姜嫄)으로
유태씨(有邰氏)의 딸로 후직을 낳습니다.
둘째 부인은 간적(簡狄)으로
유융씨(有娀氏)의 딸로 설(契)을 낳았고
셋째 부인은 진풍씨(陳豊氏)의 딸인 경도(慶都)로
제요(帝堯)를 낳았으며
넷째 부인은 추자씨(娵訾氏)의 딸인
상의(常儀)인데 제지(帝摯)를 낳았다고 합니다.
설은 은(殷) 민족의 시조가 되었고
후직은 주(周) 민족의 시조가 되었으며
제지와 제요는 제곡의 뒤를 이은
제왕들입니다.
설(契)의 탄생 신화
유융씨(有娀氏)에게는 두명의 딸이 있었다.
큰 딸은 간적(簡狄), 둘째는 건재(建疵)라 하였다.
그녀들은 요대(瑤臺)라는 곳에 살았는데
어느 날 천제가 제비 한 마리를 보내어
그녀들을 보고 오게 하였다.
제비는 그녀들 머리 위에서 노래했고
그녀들은 그 노래소리를 기뻐하였다.
마침내 그녀들은 제비를 옥광주리 안에 잡았는데
궁금해서 그 광주리를 열어본 순간
제비는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광주리 안에 자그마한 알 두 개가 있었다.
간적은 그 제비가 남기고 간 알 두개를 먹고
설을 낳았다고 한다.
조금 다른 신화가 있는데
두 여인이 목욕을 하고 있는데
현조(玄鳥, 제비)가 날아와 알을 떨어뜨렸고
간적이 그것을 받아 먹은 뒤에
설을 낳았다고 한다.
은민족의 선조인 설(契)은
우임금을 도와 함께 홍수를 다스렸답니다.
그에게 치수의 공으로
순임금이 상(商) 지방에 봉하였는데
지금 섬서성(陝西省)의 상현(商懸)이랍니다.
그 뒤에 성탕이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박(亳) 지방에 도읍하였는데
당시 국호를 상(商)이라 하였답니다.
여러 차례 도읍은 옮긴 끝에
은(殷) 지방에 도읍을 정하였고
나라 이름도 은이라 바꾸었으니
상(商)이 곧 은(殷)이라는군요.
*
산해경에는
제곡(帝嚳)과 제준(帝俊)이 혼동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제곡 보다는 제준의 기록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