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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바라타(Mahabharata)- 4 힌두 신화

작성자유토피아|작성시간19.04.12|조회수162 목록 댓글 0

라자수야(Rajasuya)에 앞서  

세상의 왕들을 정복하다

 

 

북으로 출정을 나선 아르주나는

승승장구하였다.

 

쿨린다(Kulinda), 아나스타(Anasta),

칼쿳타(Kalkutta) 왕을 복속시켰고,

거대한 섬나라 사칼라(Sakala)의 여러 왕들을 무찔렀으며

여드레 동안 전투를 치른 끝에

바가닷타(Bhagadatta) 왕도 무릎을 꿇었다.

 

카슈미르, 그리고 히말라야를 넘었다.

히말라야 북쪽에는 야크샤 여인들이 낳은

반신족 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도 아르주나를 당해내지 못하였고

이어 천상의 존재인 구하카의 땅을 정복하였고,

간다르바들의 왕국도 정복하였다.

 

킴푸르샤(Kimpurusha)는

사자의 얼굴에 사람 모습을 한 종족이라는군요.

 

마침내 아르주나는 하리바르샤(Harivarsha)에

도착하였는데 북쿠루족이 사는 땅이었다.

국경의 수비대가 아르주나를 막아섰다.

 

아르주나여, 여기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땅이니 한 걸음만 더 넘어오면 그대는 물론

그대의 병사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설령 들어온다 하여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니

이곳 주민도 땅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라

 

정복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대의 모험은 여기서 끝났다. 다만

그대로 인해 우리가 이리 행복하니 기꺼이

그대에게 선물을 줄 것이다.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

 

아르주나는 경배를 올린 뒤 말하였다.

 

내 형님 유디스티라가 이 세계의 황제임을

인정하는 선물을 주소서.

 

북쿠루 족은 아르주나에게 천상의 옷과

장신구를 주며 말하였다.

 

그대와 그대의 형제들에게 축복하니

언제나 승리가 함께 하리라.

 

아르주나는 수많은 전리품을 가지고

인드라프라스타로 돌아가 유디스티라에게

승전보를 전하였다.

 

*

 

비마는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나아갔다.

판찰라(Panchala)는 기꺼이

유디스티라의 통치를 받아들였다.

 

간다카(Gandaka), 비데하(Videha),

다샤르나(Dasharna)와 전쟁을 치러 승리하였고,

차례로 동쪽의 많은 왕들을 정복하였다.

 

체디(Chedi)에 이르렀을 때에

체디의 왕 시슈팔라(Sishupala)가

그를 맞아주며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다.

비마가 라자수야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고

그는 크리슈나와 묵은 원한이 있기는 하였지만

판다바들을 정당한 통치자로 여기고 존경했다.

 

다시 길을 떠난 비마는 쿠마라(Kumara),

코살라(Koshala), 아요디야(Ayodhya)를

차례로 정복하였다.

 

히말라야 근처의 습지대를 공격하여

그곳 왕들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마치야(Matsya), 말라바(Malava)족을 공격하였는데

전쟁에서 패한 적이 없는 크샤트리아들인지라

힘과 명성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유디스티라에게 항복하라는 비마의 요청을

거절하자 비마는 힘으로 그들을 눌러버렸다.

 

왕들 중에 상당수는 유디스티라에게 바칠

공물을 들고 비마의 부대에 합류하기도 하였다.

카르나와 두리요다나에게 충성하던 왕들까지도

비마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마침내 비마는 거둬온 전리품을

유디스티라에게 바쳤다.

 

*

 

남벌에 나선 사하데바 역시 숱한 왕들을 물리쳤다.

수라세나(Surasena), 아디라자(Adiraja),

단타바크라(Dantavakra)는 일부에 불과했다.

 

그가 쿤티보야(Kuntibhoja)의 왕국에 도착하자

왕은 몸소 나와 손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다시 잠바카(Jambaka)왕국의

비슈마카(Bhishmaka)와 전쟁을 벌였는데

비슈마카는 판다바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루크미니 공주가

크리슈나의 첫 왕비가 된 사실이 기뻤지만

판다바들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결국 이틀 만에 싸움은 끝났다.

 

마히스마티(Mahismati)에 이르렀을 때

닐라(Nila) 왕과 대적하였다.

사하데바는 자신들이 불구덩이에 빠진 듯한

느낌에 무릎을 꿇고 불의 신 아그니에게 기도했다.

 

사하데바의 기도에 불길이 잦아들더니

아그니가 나타났다.

아그니는 닐라 왕의 딸과 혼인하여

닐라 왕을 보호해주고 있었는데

아그니는 닐라 왕에게

유디스티라에게 조공을 바치라 명하였다.

아그니의 말 한마디에 닐라 왕은 기꺼이

유디스티라의 통치를 받아들였다.

 

락샤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칼라무카(Kalamukha),

마인다(Mainda)와 드비비다(Dvivida)가

이끄는 바나라(Vanara) 족, 니샤다(Nishadha),

야바나(Yavana), 판디야(Pandya),

드라비다(Dravida), 안다(Andha)

그리고 탈라바나(Talavana)까지 머리를 조아렸다.

 

*

 

서쪽으로 간 나쿨라는 산악국을 정복하고

이어 사막을 휩쓸었다.

마타마유라카(Mattamayuraka), 시비(Sivi),

트리가르타(Trigarta), 암바슈타(Amvashta),

카르나타(Karnata)를 복속시켰다.

 

마드라 왕국에 도착하니 삼촌인 샬리아 왕이

따뜻이 맞아주어 많은 재물을 주었고

서쪽 해안가에 살고 있는 믈레차와

야바나 족을 정복했다.

서쪽 전역을 유디스티라의 통치권으로 만든

나쿨라도 인드라프라스타로 돌아왔다.

 

 

라자수야(Rajasuya)와 시슈팔라(Shishupala)의 반대

 

 

바야흐르 라자수야의 날이 임박했다.

크리슈나는 약속했던 대로 아내와 친지들을

이끌고 다시 인드라프라스타로 왔다.

야두족과 브리슈니족 군사들도 함께 하였다.

 

크리슈나가 유디스티라에게 말하였다.

 

아무도 그대가 황제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으니 라자수야를 지내거라.

 

유디스티라는 비야사데바에게

제사를 주관하도록 명하였고

성밖의 한 신성한 땅 드넓은 장소에

여섯 개의 제단을 세웠다.

인드라프라스타로 몰려드는 브라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드리타라스트라 왕도 비슈마와 함께

하스티나푸라 사람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유디스티라는 장로들 앞에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내 모든 부귀와 땅은 당신의 것이오니,

원하는대로 하소서.

 

비슈마와 드로나, 그리고 크리파는

유디스티라를 일으켜 세워 그를 껴안았다.

그들은 판두가 죽은 뒤 잃어버렸던

황제의 지위를 되찾게 된 것을 기뻐하였다.

 

유디스티라는 비야사데바와 의논하여

비슈마와 드로나에게 제사를

감독해 줄것을 부탁했다.

 

두샤샤나에게는 음식을 분배하는 일을,

드로나의 아들 이슈바타마에게는 브라만들 모시는 일을,

두리요다나에게는 조공 관리를,

비두라에게는 보물 창고 관리를 맡겼다.

 

그리고 크리슈나에게는 브라만들의 발 씻기는

임무를 주었다. 이는 브라만들의 축복을 받기

위함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자들이 몰려왔다.

바라드바자(Bharadvaja), 고타마(Gautama),

아시타(Asita), 바시스타(Vashista),

바슈바미트라(Vashvamitra),

파라수라마(Parasurama), 카슈야파(Kashyapa)를

비롯하여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라흐마와 시바, 인드라가 이끄는

신들의 무리가 제사장에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현자 나라다가 참석하여 크리슈나를 보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현세에 내려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분명 신성한 계획이 있어 그럴 것이라 짐작하였다.

 

 

 

유디스티라는 황제에 등극하였다.

비슈마가 유디스티라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을 선정하여

그 분께 아르기야(Arghya)를 바치거라.

 

아르기야(Arghya),

우리의 제주(祭酒) 쯤이 될 것같습니다.

음복(飮福)을 한다고 할까요.

 

유디스티라는

첫 잔을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몰랐다.

 

비슈마가 세상에 빛나는 만물 중에서

태양이 가장 빛나듯이

만왕 가운데 크리슈나가 가장 눈부시다 하였고

첫 경배의 대상은 크리슈나라고 하였다.

 

만신이 참석하였으나 모두 크리슈나보다 아래다.

크리슈나께서는 해탈을 원하는 모든 고행자들의 목표다.

크리슈나는 모든 영혼 가운데

지고지선한 영혼이라, 그를 기쁘게 함은

모든 피조물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자가 있었다.

시슈팔라(Shishupala)였다. 크리슈나는 그의 원수였다.

시슈팔라는 루크미니(Rukmini)와 혼인하려 하였으나

결혼식이 있던 날 크리슈나가 그녀를 납치해갔고

그녀는 결국 크리슈나와 결혼하고 말았다.

 

이후에 크리슈나에 대한 시슈팔라의 적개심은

날로 더해갔는데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첫 아르기야를 크리슈나에게 준다 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슈팔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크리슈나는 왕이 아니다.

그저 한낱 소치기의 아들이다.

카스트가 무엇인지 확실하지도 않다.

베다가 명하는 율법과 원칙에도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니

어찌 그런 자가 대중의 경배를 받을 수 있단 말이냐.

 

또한 크리슈나는 가장 연장자도 아니요,

가장 지혜롭지도 않으며, 가장 강력하지도 않다.

크리슈나보다 출중한 분들이 많으니

유디스티라는 마땅히 그분들께 경배해야 할 것이다.

 

시슈팔라의 말에 찬동한 몇몇 왕들이

시슈팔라의 뒤를 따랐다.

 

이에 비슈마가 일어나 크리슈나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온 우주에서 가장 오래 된 이, 크리슈나에게

경배하지 않는 자는 존경받을 가치가 없다.

나는 현자 중의 현자들로부터 일찌감치

들어온 바가 있으니 크리슈나는 지고지선한 존재다.

그로 인해 이 우주가 생겨났느니라.

허나 그대처럼 어리석은 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크리슈나가 이루어 놓은 업적들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크리슈나는 캄사가 보낸 마귀들을 

죽이고 결국 캄사까지 처단하였다.

손으로 커다란 산을 만들어 꼬박 칠일 간을

들고 있었느니라.

 

더하여 전쟁터에서

크리슈나만큼 용맹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였다.

비슈마가 말을 마치자 사하데바가 외쳤다.

 

크리슈나께 경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자는 썩 나오시오.

내 이 발로 그의 머리를 밟아 줄터이니.

 

사하데바가 말하는 동시에 하늘에서

꽃송이가 비처럼 쏟아졌다.

현자 나라다(Narada)가 일어나 말하였다.

 

크리슈나에게 경배하지 않으려는 자는 

숨은 쉬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말라.

 

제사장 밖으로 나가던 시슈팔라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무엇을 주저하는가, 저들과 전쟁을 벌이자.

 

많은 왕들이 시슈팔라의 말에 선동 당하여 모여들었다.

제사장은 금새 무기를 꺼내는 소리와

갑옷 움직이는 소리로 요란해졌다.

 

라자수야를 실패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크리슈나에게 경배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디스티라의 지지자들도 전투준비에 나섰다.

유디스티라는 라자수야가 무너지는 모습에

비슈마에게 어찌 해야 하는가 물었다.

비슈마가 크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쿠루족의 으뜸아, 크리슈나가 있는데

감히 시슈팔라가 소란을 피울 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크리슈나는 이 우주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이니라.

보라, 저자는 자신을 따르는 왕들과 함께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보아하니 크리슈나께서 시슈팔라에게 주었던 힘을

거두어들이려는 듯하구나.

 

시슈팔라는 비슈마와 크리슈나에게

끝없이 욕지거리를 해댔다.

비마가 격노하여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지고

검붉은 색으로 변하였다.

 

한 유가(Yuga)를 끝내고 만물을 삼킬 준비를 하듯

비마가 죽음의 신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비슈마가 그의 손을 잡으려 만류하였다.

시슈팔라가 코웃음을 쳤다.

 

 

 

유가(Yuga)란 한 세상의 네 시기를 말하며

한 세상(Mahayuga)은 사티야유가(Satya-Yuga),

트레타유가(Treta Yuga), 드와파르유가(Dwapar Yuga),

칼리유가(Kali Yuga)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칼리유가 시대로

처음 사티야유가는 황금시대(Golden Age)였다가

점차 타락하여 어둠의 시대(Dark Age)인 칼리유가로

한 세상은 끝을 맞는다고 한다.

시간적으로는 4 : 3 : 2 : 1 의 비율이랍니다.​

칼리유가에는

법(Dharma)과 지혜가 점차 사라지고

인간의 수명도 점차 짧아진다고 하며

궁극에는 유가의 종말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비슈마, 그놈을 놓아주거라.

불나비가 불에 타 죽듯 그놈이 타 죽는 꼴을

만왕이 보게 하리라.

 

발끈하는 비마를 말린 비슈마는 

시슈팔라의 출생과 성장에 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시슈팔라는 본디 태어날 때 눈은 세 개요,

팔은 넷이었느니라. 태어나자마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나귀처럼 울어댔지.

 

그때에 천상의 목소리가 예언을 하였느니라.

이 아이는 용맹하고 겁 없는 사내로 자랄 것이나

언젠가 위대한 영웅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그의 어머니는 그 영웅이 누군인지

알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천상의 목소리는 시슈팔라가 훗날

그를 죽일 영웅의 무릎에 안기게 되면

필요없는 눈과 팔이 사라질 것이라고만

대답하고 사라졌지.

 

그런데 어린 시슈팔라가 크리슈나의 무릎에 안기자

팔과 눈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어머니는

크리슈나에게 아들을 용서해달라고 애원하였고

크리슈나는 이렇게 대답했지.

 

여인아, 축복받을지어다.

죽어 마땅할 때가 이르렀어도 시슈팔라를 용서하리라.

내 그의 악행을 일백 번 참아내리라.

 

비슈마가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그대는 크리슈나의 손에 죽어 마땅하다.

우리는 물론이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크리슈나에게 막말을 하는 그대를 보니

이제 때가 이르렀나 보구나.

죽음의 문턱에 이른 자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법이다.

 

시슈팔라, 폭언을 삼가하라.

말은 또 다른 말로 이어지니 논쟁은 끝이 없노라.

여기 크리슈나가 있다.

감히 맞서려는 자가 있다면 누구라도 전쟁터에 나서라.

그리하면 그대들은 자유를 얻고,

그대들의 영혼은 크리슈나의 심원한 몸과

하나가 될 것이다.

 

시슈팔라가 성난 사자처럼 으르렁거렸고

모든 것을 지켜보던 크리슈나가 입을 열었다.

 

시슈팔라, 그대는 내 사촌이다.

허나 그대는 항상 나와 내 가족이 아프기만을

희구해왔다. 내가 드와라카를 떠나 있을 때는

나의 왕성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다.

숱한 사람들을 죽이고, 많은 사람들을 끌고간 것도

모자라 거룩한 아크루라의 아내까지 훔쳐간 것을

알고 있느니라.

 

한번은 변장을 하고 나타나 쿠루샤 왕과 정혼한

비샬라 왕국의 공주를 겁탈하기도 했더구나.

순결한 루크미니까지 차지하려고 했으니

이 어찌 명을 재촉하는 짓이 아니겠느냐.

 

허나 내가 그대를 용서하고 또 용서한 것은

고모와의 약속 때문이었느니라.

하지만 그것은 오직 일백 번이었다.

이제 약속한 그 일백 번이 다 찼으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대를 처단할 것이다.

 

시슈팔라는 여전히 막무가내였다.

 

루크미니라고 했겠다. 나에게 시집오기로

되어 있던 여인을 교활하게 빼앗아간 것이 누구인데

감히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네가 남자더냐? 마음대로 해보아라.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시슈팔라가 말을 쏟아내는 동안

크리슈나는 마음 속으로

수다르샨차크라(Sudarshan Chakra)를 떠올렸다.

크리슈나의 손에 차크라가 나타났다.

크리슈나는 챠크라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가

던지며 말하였다.

 

수다르샨차크라(Sudarshan Chakra)는

원반처럼 생긴 비슈누(Vishunu)의 무기입니다.

크리슈나가 곧 비슈누의 화신임을 뜻합니다.

 

나는 고모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이제 그 도를 넘어 나를 모욕한

시슈팔라를 죽이노라.

 

시슈팔라는 황급히 칼을 빼들며

챠크라를 피하려 했으나 차크라는

시슈팔라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시슈팔라, 머리를 잘리다.

 

시슈팔라는 벼락을 맞은 절벽처럼 무너졌고

그가 쓰러진 순간 빛줄기가 몸에서 빠져나와

크리슈나의 몸으로 들어갔다.

 

맑은 하늘에 벼락이 치더니 비가 몰아치고

대지가 흔들렸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유디스티라는 동생들에게 시슈팔라의 장례를

치르도록 하였고, 시슈팔라의 아들을

체디의 왕으로 임명하였다.

 

이어서 라자수야의 마지막 의식이 거행되었다.

유디스티라는 드라우파디와 함께

야무나 강으로 나가 몸을 씻으니

라자수야가 끝났다.

 

*

 

두리요다나는 삼촌인 샤쿠니와 함께

인드라프라스타에 며칠 더 묵기로 하였다.

두리요다나는 판다바들이 이룬 승리와 성공에

몹시 질투하고 있었다.

 

마야사바(Maya sabha)는

정말 천상의 작품이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회당은 그의 탐욕을 부추겼다. 

그리고 판다바들의 힘과 권세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두리요다나는 유디스티라가 황제라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또한 트라우파디,

두리요다나는 판찰라 왕국의 공주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다.

 

*

 

크리슈나가 드와라카로 돌아가고

두리요다나도 하스티나푸라로 돌아갔다.

판다바들은 아직 머물고 있던 비야사데바에게

찾아가 라자수야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앞으로 십삼 년간 라자수야는 위대한 결실을

맺을 것이니라. 이 광대한 대지 위에 그대는

황제로 군림하리라. 그러나 마지막 순간이 닥치면

그대는 이 땅에서 크샤트리아를 파멸시킬

전쟁의 씨앗이 될 것이다.

 

유디스티라는 두려움에 휩싸였고

비야사데바가 말을 이었다.

 

허나 괘념치 말지어다. 시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느니라.

삼라만상은 창조주에 의해, 그리고 지고의 선을

위해 설계되어 있느니라.

전쟁은 두리요다나의 악행으로 인한 것이지

그대의 잘못이 아니니라.

이제 나는 산으로 돌아가려니 나를 필요로 할 때

그대들은 나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유디스티라의 머리 속은 온통 비야사데바의 말로

가득찼다. 창조주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 모든 일은

이 땅에서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을

제거하려는 크리슈나의 계획이었다.

유디스티라는 크리슈나와 불가사의한

그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두리요다나와 샤쿠니(Sakuni)의 잔꾀

 

 

한편 두리요다나는 하스티라푸르로

돌아오는 전차 위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속은 낮이건 밤이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샤쿠니가 두리요다나의 의중을 들었다.

 

크리슈나가 시슈팔라를 죽이는데

모두 판다바들의 위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어찌 그런 불의를 참을 수 있단 말입니까?

 

운명 앞에서 사람의 힘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판다바들을 제거하려는 내 노력은 실패했고

오히려 저들은 호수에 핀 연꽃처럼

활짝 피어나지 않았습니까?

 

샤쿠니가 대답하였다.

 

두리요다나, 판다바들을 시기하지 말라.

그들이 가져선 안 될 것을 가진 건 없다.

왕국의 절반은 원래 그들의 것이었다.

게다가 크리슈나의 도움과 드루파다의 협력으로

그리된 것이니 네가 이렇게 분노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

 

그들은 세상을 정복했고, 그들의 부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너에게는 백 명의 형제가 있고

드로나와 카르나 그리고 천하무적의 크리파가

있지 않으냐?

그들을 제거하고 세상을 차지하거라.

 

두리요다가나 샤쿠니의 말에 전쟁을 거론하자

샤쿠니는 고개를 저었다.

 

조급해 하지 말거라. 전쟁 말고도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샤쿠니는 주사위 놀이를 할 것이라 하였다.

그는 유디스티라가 주사위 놀이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샤쿠니는

주사위 놀이에 관한 한 이 세상에 최고였다.

 

유디스티라는 틀림없이 네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부추기면 모든 재산을 털어넣을

것이 분명하니, 내가 너에게 그놈의 권세와 

부귀를 빼앗아주마.

 

두리요다나는 하스티나푸르에 입성하여

곧바로 드리타라스트라에게 청하였다.

유디스티라를 주사위 놀이에 초청하자는 것이었다.

왕은 가슴이 아팠다. 가장 아끼는 아들의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박이 가져오는 무서운 결과를

그는 알고 있었고, 비두라를 불렀다.

 

비두라는 주사위 놀이가 

카우라바들과 판다바들 사이에 분쟁과

사음의 씨앗이 될 터이니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것이 파국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사람은 자신의 업보대로 대가를 치르는 법,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고, 절대자께선

우리의 욕망에 그대로 보답한다 하였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이지

행동 자체가 아니니 주인이시여,

다시 한번 생각해 주소서.

 

하지만 드리타라스트라는 침묵했고

비두라는 명을 받들어 천천히 방을 나갔다.

비두라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분쟁과 고통의 시기, 칼리 유가(Kali yuga)가

도래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주사위 놀이로 인해 이 세상의 황제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려는 악의 싹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왕은 어리석지는 않았지만 탐욕스럽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아들에게

좌지우지 당하고 있었다. 왕의 귀는 멀어 있었다.

 

드리타라스트라 왕은 비두라의 충고를

곰곰히 되씹었다. 비두라는 절대로 잘못된

충고를 할 자가 아니었다.

주사위 놀이는 의심할 바 없이 위험하고

불합리한 요소가 다분했다.

행여 카우라바들과 판다바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분명 재앙이 될 것이었다.

 

결국 드리타라스트라 왕은

두리요다나를 불러 설득하였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세상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느니라.

 

당연히 두리요다나는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저들이 우리를 집어 삼키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왕이여, 우리가 이 세상을 지배하거나

아니면 죽어버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드리타라스트라가 말하였다.

 

네 귀엔 내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구나.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훗날 그 경솔함을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삿된 행동으로는 절대 번영하지 못하는 법이다.

 

왕은 더 이상 아들을 설득하지 못하였다.

비두라가 마지막으로 왕을 설득하였으나

왕의 마음을 돌이키지는 못하였다.

비두라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눈먼 왕을

바라보았다.

 

최악의 상황을 그리며 비두라는

판다바들을 데리러 인드라프라스타로 떠났다.

 

 

주사위 놀이의 함정

 

인드라프라스타에 도착한 비두라는

유디스티라 왕을 찾았다.

어릴 적부터 판다바들을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껴준 비두라였다.

 

비두라는 드리타라스트라 왕이 하스티나푸라에

마야사바에 필적할 연회장을 신축하였으니

놀러와 구경한 뒤에 주사위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였다는 것을 알렸다.

 

우리가 카우라바들과 도박을 하게 되면

싸움이 일어날 게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유디스티라가 비두라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노름은 비천함의 근원이 될 뿐이다.

왕을 설득해 보았지만 내 충고를 듣지 않으셨다.

내 생각엔 두리요다나가 샤쿠니를 앞세워

너희들과 한판 붙으려고 하는 같다.

이미 왕의 허락을 받아내고는 당장 데려오라 하였다.

 

초대한 사람이 두리요다나가 아니라

드리타라스트라 왕이었다.

유디스티라는 가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는 장로들의 명령을 절재 거역하지 않겠노라

맹세하였기 때문이었다.

유디스티라가 말하였다.

 

주사위 놀이 따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크샤트리아인 나는 도전을 거절할 수도 없지요.

이 세상은 절대자의 섭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고  

전지전능한 운명 앞에서 인간은 운명의 밧줄에

끌려가는 법이니 왕의 명을 받들어

하스티라푸라로 가겠습니다.

 

유디스티라는 샤쿠니가 타고난 주사위 놀이꾼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창조주가 예정해 놓았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창조주의 뜻이 유디스티라의 재산을

잃게 하는 것이라면 어찌해야 할까?

유디스티라는 그 마저 예정된 신성한 계획일

것이라고 믿었다.

 

유디스티라와 일행이 하스티나푸라에 도착하였고

새로이 만들어진 회당으로 안내되었다.

회당은 많은 나라에서 온 왕들로 가득했다.

샤쿠니가 유디스티라에게 말하였다.

 

 

주사위 놀이의 달인 샤쿠니(Shakuni)

 

 

회당은 만당을 이루었고,

모두 주사위 놀이를 갈망하고 있다네.

 

유디스티라가 대답했다.

 

속임수로 가득한 주사위 놀이에는

용맹이라고는 필요없지요. 도덕률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인데 어찌 그런 놀이를 하시려는지요?

 

샤쿠니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이것은 누구를 속이려 드는 게 아니네.

단순한 친선을 위한 것이지.

 

유디스티라가 대답하였다.

 

위대한 현자인 데발라(Deval‎a)께서는 

도박꾼과는 절대로 시합을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샤쿠니여, 제 부귀는 브라만들을 섬기기

위해 모은 것입니다.

 

속임수로 점철된 도박판에서는 적이라도

큰 판돈을 걸어 정복하지 않는 법이라 했습니다.

게다가 도박으로 더 큰 부를 얻을 마음이 없는 내가

어찌하여 당신과 도박을 하여야 하는지요?

 

샤쿠니가 코웃음을 쳤다.

 

주사위 놀이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기기 위함이다. 내가 두렵다면, 아니

내가 조금의 부정한 의도라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시합을 하지 말라.

 

유디스티라는 쿠루족의 장로들을 올려다 보았다.

장로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비슈마와 비두라는 아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에 유디스티라가 대답하였다.

 

나는 도전을 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 맹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운명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들,

정해져 있는 일은 반드시 이렁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그 누가 나와 도박을 할 것입니까?

내가 걸 판돈만큼 낼 사람이 있습니까?

 

두리요다나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내가 보석과 황금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걸 것이다. 그러니 샤쿠니 삼촌이

나를 대신하여 주사위를 던질 수 있게 해달라.

 

유디스티라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것은 절대 친선을 위한 놀이가 아니었다.

 

노름꾼 따로 판돈 따로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건 규칙 위반이다.

 

유디스티라는 다시 한번 장로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장로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두리요다나는 껄껄대고 웃으며 두려우면

그만 두라고 하였다.

 

유디스티라는 드리타라스트라 왕이

이 계획에 끼어있음을 깨달았다.

 

시합은 시작되었고,

주사위를 던질 적마다 번번히 샤쿠니의 승이었다.

내가 이겼구나, 하며 외치는 샤쿠니의 목소리와

이어지는 카우라바들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회당을 울렸다.

 

유디스티라 주변으로 형제들이 몰려와

두리요다나를 쏘아보았다.

비마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두리요다나가 자신을 독살하려고 했을 적부터

그는 그와 정정당당하게 겨루기를 꿈꾸어 왔었다.

 

하지만 유디스티라의 허락없이는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아르주나 역시 그러하였다.

지금은 분을 삭이며 두리요다나 패거릐 멸시와

모욕 속에 시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비두라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고

갑자기 일어나 큰 소리로

드리타라스트라 왕을 향해 외쳤다.

 

왕이여, 들어주소서.

저 사악하고 비열한 두리요다나가 태어나던 순간

저 아이는 마치 들개처럼 울부짖었습니다.

그때 제가 저 아이를 버리라고 당부하였지요.

우리 가문을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정녕 몰랐습니까?

지금 그 예언이 현실이 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시합은 중단되었고,

모든 왕들이 비두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드리타라스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두라가 말을 이었다.

 

고대 천상의 현자 수크라의 충고를 새기소서.

높은 곳에 있는 꿀을 따려는 자는

꿀에 마음을 빼앗겨 추락할 위험을 보지 못한다.

허나 위험한 곳까지 오르면 기다리는 것은

추락과 멸망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신의 아들은 도박에 미쳐

높은 곳에서 꿀을 따고 있습니다.

저 막강한 판다바들에게 적대감을 일으키고 있으니

닥쳐올 파멸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왕이여, 저 까마귀를 내다 버리고

대신 판다바들을 손에 쥐소서.

 

그 옛날 황금덩이를 토해내는

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보 같은 왕은

이 새가 들어오자 더 많은 황금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새를 죽여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왕의 행복도 영영 사라져 버렸지요.

 

왕이여, 부귀를 얻으려고 어릭석은 왕처럼

행하지 마소서. 대신 나무를 정성껏 돌보아

대대손손 꽃을 따서 파는 꽃장수가 되소서.

 

비두라는 왕에게 판다바를 적으로 만들면

무서운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어찌하여 침묵을 지키십니까?

당신은 아들의 승리를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당장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당신은 전쟁의 원인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을 뿌리채 뒤흔들 전쟁을 부르지 마소서.

 

두리요다나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두라를 향해 말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셨군요.

당신을 먹여살리는 사람들을 버리고

적과 손을 잡다니, 이보다 더한 죄는 없을 것입니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를 비난하는 것입니까?

 

나 또한 내 천성대로 행동할 뿐입니다.

내 천성은 창조주께서 내려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적을 보호할 수 없고

자신의 보호자를 시기하는 자는

더더욱 지켜줄 수 없습니다.

 

비두라는 절망 속에 머리를 흔들었고

다시 드리타라스트라 왕에게 말하였다.

 

왕이여, 내 충고를 무시한 자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씀해 주소서.

 

그리고 두리요다나에게 몸을 돌려 말하였다.

 

아이야, 나는 바보가 아니란다.

허나 자신의 복을 빌어주는 이의 충고를

무시하는 자가 바보지.

이 세상에는 입 발린 말만 해대는

사악한 자들이 수없이 많느니라.

하지만 쓰리되 이로운 말을 하는 이는

드문 법이지.

그런 자야 말로 진정한 친구니라.

그들은 듣기 좋든 싫든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덕행을 기준으로 행동하고 말하느니라.

 

두리요다나가 큰 소리로 웃었다.

 

늙은이는 화장터로나 가시지요.

우리에게 뭘 해주었다고 우리를 막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비두라는 두리요다나를 무시한 채

판다바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왕이여, 여기 두 눈에 독이 넘쳐흐르는 

다섯 마리의 성난 구렁이를 보소서.

더 이상 이 아이들을 자극해서는 안됩니다.

눈앞에 와 있는 재앙을 비켜나가소서.

 

하지만 눈먼 왕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두리요다나는 다시 주사위로 눈을 돌렸고

샤쿠니에게 시합을 계속하라 지시했다.

 

유디스티라가 남은 모든 것을 걸었다.

마치 전부 잃고 말겠다는 작심한듯 하였다.

유디스티라는 고개를 떨구었다.

 

당연히 시합을 끝내야 하거늘

마음 속의 무언가가 계속해서 그를 자극했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크리슈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있었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디스티라는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게 되었다.

 

유디스티라는 동생들을 걸었다.

나쿨라, 사하데바, 아르주나, 비마를 차례로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을 걸었으나 역시 잃었다.

 

샤쿠니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아직 남은 게 있는 듯하구나.

저기 판찰라 왕국의 공주 드라우파디 말이다.

공주를 걸어 그대를 되찾는 것이 어떠한가?

 

유디스티라는 이를 갈았다.

마음은 이미 파도처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순간의 실수치고는 참으로 끔찍했다.

어찌하여 여기까지 와버렸단 말인가?

혼란에 빠진 유디스티라는 크리슈나를 향해

애타게 기도를 하며 샤쿠니를 바라보았다.

 

짙푸른 머리가 물결치고,

눈은 가을 연꽃을 닮은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몸에서는 백합 향기가 풍기고, 많은 재주를 가졌으며

아름답기로는 락슈미 여신과 같다.

우리를 위해 가장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드는 여인,

모두가 원하는 여인, 드라우파디를 건다.

 

유디스티라의 말에 판다바들은 경악했다.

모든 쿠루족 장로들이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비슈마와 드로나, 크리파는 온몸이 땀에

젖는 것을 느꼈다.

비두라는 그저 한숨을 쉬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드리타라스트라는 내심 기뻐하면서

감정을 감추면서 대답을 재촉하였다.

 

그래, 이겼느냐? 어찌 되었느냐?

 

주사위는 어김없이 샤쿠니의 명령에 복종하였다.

두리요다나와 카르나는 크게 웃으며 손을 마주쳤다.

두리요다나가 비두라를 향해 말했다.

 

비두라여, 저 판다바들이 끔찍이도 아끼는

부인을 데려와 방청소를 시키시오.

 

비두라가 맞받아쳤다.

 

사악한 놈. 네가 함부로 입을 놀려

네 손으로 네 목을 옭아매는구나.

사슴이 호랑이를 건드리는 격이라는 걸

알지 못하느냐?

 

비두라는 군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드라우파디는 노예가 될 수 없소이다.

유디스티라가 드라우파디를 판돈으로 걸기 전에

이미 자신을 잃었기 때문이오.

공주를 내걸 위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오.

 

죽음을 앞두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처럼

멍청한 두리요다나는 주사위로 금은보화를

거머쥐었소.

 

그리고 드리타라스트라 왕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왕이여, 두리요다나를 막으소서.

이런 비겁한 행동은 비천한 자들에게나 어울립니다.

두리요다나로 인해 그 형제들은 물론

쿠루족 전체가 끔찍한 지옥에 떨어질 판입니다.

왕이여, 왕자를 막으소서.

 

두리요다나는 보란 듯이 큰소리로 웃더니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시종장에게 말했다.

 

드라우파디를 데려오라.

겁쟁이 비두라는 헛소리나 계속하시오.

 

판다바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드리타라스트라와 비슈마,

그리고 드로나 앞에서 유디스티라 또한 말이 없었다.

이제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라우파디가 모욕을 당할 판이다.

 

비두라를 빼고는 모두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만일 장로들 특히 드리타라스트라까지

두리요다나의 편을 들어버린다면 더더욱 절망적일 것이다.

 

유디스티라는 장로들의 지시를 어긴 적이 없었다.

그는 장로들의 지시를 창조주의 명령으로 여겼다.

 

이 끔찍한 일들은 모두 창조주에 의해

예정된 것이 틀림없었다.

유디스티라가 침묵을 지키는 모습에

형제들은 몸을 사렸다. 하지만 드라우파디가

모욕을 당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할 것이다.

 

시종장은 드라우파디 앞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왕비여, 주사위 놀이에 빠진 그대의 남편이

그대를 두리요다나에게 빼앗겼습니다.

어서 드리타라스트라 왕의 회당으로 납시소서.

저들이 하녀 짓을 시킬 것입니다.

 

드라우파디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체 어떤 사내가 자신의 아내를

놀이에 판돈으로 건단 말이오?

 

시종장이 가진 재산은 몰론

왕 자신과 동생들까지 모두 잃었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드라우파디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하였다.

 

연회장으로 돌아가 유디스티라에게 물어보시오.

나른 내놓을 때 그가 아직 내 주인이었는지를,

그 대답을 듣고 난 뒤에 그대를 따를 것이오.

 

빈손으로 돌아온 시종장을 보고

두리요다나가 소리쳤다.

 

공주는 어디 두고 혼자 왔느냐?

 

시종장이 공주의 말을 전하자 두리요다나가

공주에게 직접 와서 물어보라 하였다.

다시 드라우파디 앞에 선 시종장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공주여, 사람들이

그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 합니다.

이제 쿠루족의 멸망이 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군중들 앞으로 나가는 순간

유디스티라는 이 모든 부귀를 잃고 말 것입니다.

 

드라우파디는 괴로워하는 시종장을 보며 말했다.

 

창조주께서는 이 세상에

터럭만한 빈틈도 없이 질서를 내려주셨소.

행복과 불행이란

지혜로운 이와 어리석은 이 모두에게

골고루 찾아오는 것,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도덕이오.

도의를 지킨다면 우리에게

무한한 축복이 쏟아질 것이오.

도덕이 쿠루족을 저버리지 않기를,

어서 쿠루족 장로들에게 내가 한 말을 전하시오.

 

시종장이 머리를 조아리오 나와

드리타라스트라의 앞에 서서

드라우파디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기세등등한 두리요다나, 그리고 공범이나 다름없는

왕을 보며 사람들은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유디스티라가 입을 열었다.

 

드라우파디에게 가서 이르라.

지금 당장 이리로 오라 하라.

두리요다나의 명령이다.

 

판다바들은 장로들을 올려다 보았다.

장로들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판다바들은 언제라도 두리요다나와 그 형제들을

맞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유디스티라가 꼼짝도 하지 않으니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마는 분을 삭힐 수가 없었다.

독사처럼 숨을 쉬는 아르주나도 마찬가지였다.

 

두리요다나는 자신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빨리 가서 공주를 데려오거나, 이제

유디스티라의 명령까지 내려지지 않았는가.

 

시종장이 되물었다.

이번이 벌써 세번 째입니다.

가서 또 뭐라고 해야 합니까?

 

두리요다나가 씩씩거리더니

두샤샤나에게 데려오라고 말했다.

두샤샤나가 벌떡 일어나 드라우파디가 있는

곳으로 갔다.

 

공주여, 나오거라.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그대를 얻었다.

어서 나와 새로운 주인인 두리요다나에게 가자구나.

 

드라우파디가 창백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간다리의 방으로 달려갔다.

두샤샤나는 화를 내며 그녀를 쫓아가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무례하고 비열하구나. 감히 나를

군중 앞에 끌어가려 하다니, 내 홑겹의 옷을 입고

어찌 사람들 앞에 선단 말이냐.

 

드라우파디의 말에 두샤샤나가 비웃었다.

 

여인아, 네가 속옷만 입었든 발가벗었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너는 우리 것이고

이제 너는 정성을 다해 우리를 섬기며

시녀들과 함께 살게 될 것이다.

 

 

 

두샤샤나는 드라우파디를 회당으로 끌고가

두리요다나 앞에 팽개치듯 던졌다.

드리타라스트라가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판찰라의 공주가 여기에 왔느냐?

 

그 말에 드라우파디가 불꽃처럼 일어나더니

왕을 향해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로서는 내 남편에게 그 어떤 잘못이

있음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자가 나를 무참히 끌고오는 동안 어떻게

그리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단 말입니까?

당신들 마음도 저와 똑 같습니까?

당신들로 인해 고결한 쿠루족의 도덕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한 짓에

아무런 이의도 달지 않았으니 당신들의 위대함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이지기 못한 드라우파디가

땅에 엎드려 울었고,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판다바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통곡하는 드라우파디르 본 두샤샤나가 말했다.

 

종년아, 이 종년아!

 

두리요다나와 카르나, 샤쿠니가 박장대소하였고

모두가 비탄에 잠겼다.

 

비슈마가 고개를 저어 눈물을 삼키면서

드라우파디에게 말하였다.

 

여인아, 가진 것이 없는 자는 더 이상

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아내라면 남편의 명령에 복조해야

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도덕률은 미묘한 것이어서 절대로

희생되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남편은 샤쿠니와 시합을 벌였다.

하여 자기 자신과 그대를 잃었으니

공주여, 나 또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비슈마가 드리타라스트라 왕을 올려다 보았으나

왕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드라우파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왕께서 유디스티라를 초대한 탓에

주사위 놀이에 재주라고는 없는 그이가

사악한 자와 시합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찌 자신의 의지로 판돈을

걸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합당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일은

두고두고 현자들에게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바라타족의 지도자들이여, 내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대답을 주소서.

 

두샤샤나가 드라우파디에게 몹쓸 짓을 하자

비마는 분노가 폭발했고 유디스티라에게 말했다.

 

도박꾼들 집에는 어리석은 여인들이 많소.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여인을 판돈으로 걸지는 않소.

그런데 형님은 보석과 금, 무기와 갑옷,

가축들은 물론 우리 형제들까지 모두 잃고 말았소.

 

하지만 드라우파디를 내놓은 것은 용서할 수 없소.

우리를 남편으로 받드는 여인이 어찌하여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이오.

어찌하여 드라우파디가 저 천박한 자에게

몹쓸 짓을 당해야 하는 것이오.

가만히 있지 말고 변명이라도 해보시오.

 

비마는 샤하데바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형님의 손을 불로 지져버릴 것이다.

샤하데바야, 불을 가져오너라.

 

아르주나가 비마를 진정시켰다.

 

형님, 참으시오. 적들에게 좋은 짓일랑 하지 말고

부디 높은 덕을 향해 순종해야 하오.

형은 크샤트리아의 본본을 다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왕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오.

형님이 한 일은 만고에 빛날 것이오.

 

아르주나의 말에 비마가 마음을 가라앉히며

아르주나의 말의 옳음을 인정하였다.

 

유디스티라는 드리타라스트라와 비슈마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마침내 드리타라스트라의 또 다른 왕자인

비카르나(Vikarna)가 입을 열었다.

 

왕들이시여. 드라우파디의 질문에 답을 주소서.

우리 문제를 이 왕실 회의에서 결정하지 못한다면

모두 지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아버지, 비슈마, 비두라 그리고 쿠루족의 수장이신

당신들께서 어찌하여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

어서 드라우파디에게 답을 내려주소서.

 

유디스티라가 이 여인을 잃은 것입니까?

이제 이 여인은 카우라바의 몸종이 된 것입니까?

 

고통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비카르나가 입을 열었다.

 

답이 없으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겠습니다.

만인의 으뜸이여, 세상에는 빠지기 쉬운 악덕이

네 가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냥과 술, 여색과 도박이 그것이지요.

이들을 탐닉하게 되면 덕행은 내팽개치게 된다 했습니다.

하여 어느 한 가지에라도 빠져 행한 행동은

절대로 심각하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주사위 놀이에 빠져, 게다가 샤쿠니의 재촉에 떠밀려

유디스티라는 공주를 판돈으로 내놓았습니다.

이 여인은 판다바 모두의 부인이고

게다가 유디스티라는 이미 공주를 걸기 전에

자신을 잃은 뒤였습니다. 

주사위 놀이 역시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왕의 요청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데 나는

드라우파디는 판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카르나의 의견에 박수를 치는

동시에 샤쿠니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에 카르나가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흔들며

군중을 진정시켰다.

 

비카르나여, 그 동안 이 자리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많이 보아왔거늘

그대의 말 또한 그러하구나.

 

보라 쿠루족의 위대한 어른들이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이는 카우라바들이 드라우파디를 정정당당하게

얻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유디스티라는 정당하게 드라우파디를 걸었고,

또 정당하게 잃었다.

 

카르나는 드라우파디의 스와얌바라에서

전차몰이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몰차게

거부당했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거만한 공주가 대접받아야 할 순간이다.

카르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드라우파디를 저런 모습으로 회당에

끌고온 것은 죄가 될 수 없다.

저 여자는 이미 남편을 다섯이나 두었다.

그런 여인을 어떻게 정숙하다 할 수 있느냐.

저 여인은 천민이다.

 

이런 여인은 발가벗겨 사람들 앞에

끌고와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제 이 여인은 카우라바들의 노예가 되었으니

우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두샤사나, 공주의 옷을 벗기거라.

저 판다바들이 입고 있는 옷도 벗겨라.

저들은 이제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의무에 충실한 판다바들은

천천히 옷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두샤샤나가 드라우파디의 옷자락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크리슈나 뿐이었다.

드라우파디는 온 마음을 크리슈나에 집중에

두 손을 뻗어 울부짖었다.

 

크리슈나여! 모든 고통을 소멸케 하시는 이여!

쿠루들이 심연 속으로 가라안고 있나이다.

 

드와라카에 있던 크리슈나의 귀에 그녀의 비명이 들렸다.

크리슈나가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하스티라푸라 회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드라우파디에게 아무리 벗겨도 끝이 없는

옷을 입혀주었다.

두샤샤나는 그녀의 옷을 다 벗길 수 없었다.

이내 바닥에는 산처럼 많은 사리가 쌓였다.

 

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들고 말했다.

 

왕들이여,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맹세를 하겠거니와

앞으로도 이런 맹세는 없을 것입니다.

내 언젠가 저 악랄할 자의 가슴을 찢어내고

그 피를 마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내 조상들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왕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회당이 소라해지기 시작했다.

 

두샤샤나, 창피한 줄을 알아라.

 

비두라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말하였다.

 

드라우파디에게 대답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지금 신앙을 팽개치고 있습니다.

왕이여, 비카르나가 자신의 지식과 

판단에 따라 대답을 내렸으니

왕께서도 드라우파디의 질문에 답을 주소서.

 

하지만 기대를 저버린 채 눈먼 왕은 입을 다물었다.

비두라가 말을 이었다.

 

율법을 알면서도 대답하지 않은 자에게는

징벌이 내려질 것입니다.

 

프랄다(Prahalda)와 현자 앙기라샤(Angiradha)의

아들 사이에 있었던 고사를 들어주소서.

 

프랄다의 아들 비로차나(Virochana)가 신부를 놓고

수단바(Sudhanva)라는 현자와 다투었다.

두 사람은 프랄다에게 누가 떠 뛰어난지

말해달라 하였으나 프랄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수단바가 말했다.

 

대답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대답하면

머리를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오.

 

프랄다는 겁에 질려 천상의 현자

카슈야파(Kashyapa)를 불렀다.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거나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나이까?

 

카슈야파가 말하였다.

 

유혹이나 분노,

공포에 질려 알면서도 대답하지 않는 자는

바루나 신의 올가미로 몸이 칭칭 묶일 것이다.

거짓된 증언을 하는 사람도 같은 벌을 받게 되리라.

올가미 하나를 푸는데 일 년이 걸릴 것이니

진실을 아는 자는 반드시 진실을 말하여라.

 

큰 덕행이 죄의 화살에 신음하며

사람들 앞에 불려나왔을 때

그 화살을 빼주는 것이 사람들의 의무니라.

그렇지 않으면 그 화살이 그에게 꽂히라라.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 비난받지 않을 때

그 자리에 모인 자들이 죄악에 사로잡힐 것이니

때가 되면 슬픔이 그들을 짓누르리라.

 

카슈야파의 말에 프랄다가 아들에게 말했다.

 

수단바의 아버지 앙기라샤라 내 아버지보다 훌륭하듯

의심할 여지없이 그가 너보다 낫구나.

 

이에 수단바가 프랄다에게 축복을 내렸다.

 

비두라가 결론을 내렸다.

 

이제 신앙과 믿음에 대한 이 위대한 지침을

들었으니 응당 이루어져야 할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드라우파디 공주는 답을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회당에는 여전히 침묵만 흘렀다.

이에 장로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판단한

카르나가 말했다.

 

저 종년을 내실로 끌고 들어가라.

 

두샤샤나는 다시 드라우파디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고가기 시작했다.

드라우파디가 안간 힘을 쓰며 말하였다.

 

멈추어라. 아직 어른들에게 예를 갖추지 못했다.

나를 용서하소서. 이 비루하고 저열한 자가

나를 끌고 왔기에 이 지경이 되었을 뿐입니다.

쿠루 가문의 도덕률은 이 자리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남편 있는 여인이 군중 앞에 이런 꼴로

끌려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바람도 햇빛도 본 적이 없는 저를 

이제 세상 모든 남자들이 보게 되었군요.

 

고귀한 가문의 나는 판다바들의 아내이자

크리슈나의 친구입니다.

그런 내가 당신들 앞에 끌려 나왔습니다.

법륜왕의 아내인 내가, 법륜왕과 동일한 신분으로

태어난 내가 어찌하여 한갓

하녀 취급을 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비슈마가 드라우파디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쿠루족은 욕망과 어리석음의 노예가 되었으니

우리의 파멸이 멀지 않았구나.

그대와 그대의 남편들은 이런 고난 속에서도

덕망을 버리지 않았다.

유디스티라에게 답을 구하여라.

오직 그만이 그대에게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두리요다나는 비슈마의 말이 끝나자

일어나 드라우파디를 향해 말하였다.

 

나 또한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유디스티라에게 들어야 할 것 같구나.

인드라 신과 같이 오직 덕망만을 생각하는

유디스티라라고 했더냐?

 

그에게 자신의 행동이 옳았는지를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만약 그의 입에서 네 주인이 아닌 상황에서

너를 걸었으니 잘못되었다는 말이 나온다면

너를 풀어주겠다.

형제들 또한 잘못되었다고 똑같이 선언한다면

그들도 모두 풀어주겠다.

하지만 우선 그가 분별력을 잃었다고

먼저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한다.

여인아, 유디스티라가 결론을 내리면 너는 

우리나 판다바들 중 하나를 주인으로 섬겨야 한다.

 

사람들은 유디스티라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장내가 서서히 조용해지자

비마가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만일 고쉬하신 법륜왕이 우리의 주인이요,

스승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절대로 쿠루족을

용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허나 그는 우리가 가진 모든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덕목의 스승이자 우리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주인입니다.

 

그가 우리를 잃었다고 하면 우리는 잃은 것입니다.

허나 만일 잃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때는 드라우파디를 털끝이라도 건드린 자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오로지 덕행과 형님들에 대한 존경 때문에

이리 참고 앉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형님의 명령만 떨어진다면 내 이 손으로

저 왕자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말 것입니다.

 

비슈마와 드로나, 비두라가 분노한 비마를 진정시키자

카르나가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외쳤다.

 

당신들은 왕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언제나 왕을 비난하기만 했을 뿐

그의 번영을 빌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드라우파디에게 말했다.

 

노예의 아들과 아내는 언제나 주인을 따라야 한다.

그들이 가진 것은 모두 주인의 것이다.

드라우파디, 이제 그대는 자기 것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니 어서 왕의 내실로 가서 그들을 섬기거라.

너를 이런 놀이에 내놓지 않을 자를 만나

남편으로 따르거라.

네 남편들은 모두 노예가 되었으니

더 이상 네 주인들이 아니다.

 

만왕 앞에서 그대를 판돈으로 걸었으니

유디스티라는 인생과 남자됨이 헛된 것이라고

생가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비마가 카르나를 노려보았으나

유디스티라의 명령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덕을 행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를 붙잡았다.

 

두리요다나가  

허벅다리를 내보이며 드라우파디에게 말했다.

 

공주마마, 여기 새로운 주인님 무릎에 앉으시오.

 

거기까지였다. 비마가 폭발해버렸다.

 

두리요다나 듣거라. 내 너랑 싸워

그 놈의 다리몽둥이를 꺾어버리지 않고는

조상님들 볼 면목이 없다.

 

비마의 몸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비두라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왕들이여, 우리에게 닥친 위험을 똑똑히 보시오.

대재앙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소.

이게 우리의 운명이요.

 

두리요다나가 사악한 의도로 주사위 놀이를 벌였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한 여인을 놓고 다투고 있소.

이 왕국의 영화도 오늘로 끝이오.

쿠루족이 부정과 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죄악에 물들고 말았소.

 

왕들이여,

유디스티라는 자신을 판돈으로 걸어 잃은 뒤

드라우파디를 건 만큼 여인을 잃을 수는 없었소.

그러니 드라우파디는 노예가 될 수 없소.

 

두리요다나가 고통스러워하는 판다바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왕들이여, 나는 비마와 아르주나,

그리고 저 쌍둥이들의 말을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저들이 더 시앙 유디스티라가 주인이 아니라고

선언한다면 드라우파디를 풀어줄 것입니다.

 

아르주나가 맞받아쳤다.

 

주사위 놀이를 하기 전까지는

형님은 분명 우리의 주인이었습니다.

허나 이제 자기 자신까지 잃어버렸으니

쿠루족 모두에게 묻겠습니다.

지금 그가 누구의 주인인지.

 

바로 그 순간 옆에 있는

드리타라스트라의 기도실에서 표범이 울부짖었다.

뒤를 이어 당나귀가 울어댔다.

겁에 질린 새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불안감에 휩싸인 비슈마와 드로나가 소리쳤다.

 

진정하시오.

 

비두라는 최후의 재앙이 닥치기 전에

어서 조치를 취하라고 왕에게 거듭 요청했다.

드리타라스트라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두리요다나, 어리석구나. 쿠루족의 아내,

판다바들의 아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다니.

 

드리타라스트라는 자신들이 심상치 않은

위험에 처했음을 직감했다.

저들이 크리슈나와 함께 끔찍한 복수를 해온다면

그러나 침묵으로 너무 오랜 시간을 끌었다.

왕은 우선 드라우파디를 달래려고 하였다.

 

여인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마.

순결한 그대는 내 모든 며느리들 가운데

으뜸이니라.

 

드라우파디가 드리타라스트라를 올려보았다.

그리 몹쓸 짓을 당할 때는 잠자코 있더니

이제 와서 부드러운 척을 하다니.

 

하지만 이 상황을 벗어날 길은 지금 이 순간뿐이다.

그녀는 왕 앞에 머리를 숙인 뒤 말했다.

 

바라타족의 으뜸이시여. 제 청을 들어주시겠다면

유디스티라를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소서.

내 아들 프라티빈디야(Prativindua)의 아비입니다.

부디 왕족으로 태어나 왕족으로 자라난 그 아이를

노예의 후손이 되지 않게 하소서.

 

드리타라스트라가 대답했다.

 

여인이여, 그리하마.

또 다른 소망을 말해보러가.

 

다른 남편들 또한 풀어주시고,

그들의 전차와 무기 또한 돌려조서.

 

드리타라스트라는 이번에도 머뭇대지 않고

청을 허락한 뒤 세 번째 소망을 말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주가 말하였다.

 

왕이여, 탐욕은 덕행을 파멸케 한다 했습니다.

세 번째 말씀은 거두어 주소서.

크샤크트리아의 아내는 두 가지 이상의 소망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노예의 사슬에서 해방된 내 남편들이

스스로의 덕행으로 부귀영화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카르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위대한 영웅들이 여인에게 구원을 받았구나.

 

비마가 다시 분노하였으나 아르주나가 말렸다.

비마가 낮은 목소리로 유디스티라에게 말했다.

 

형님, 저들이 살아 있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소.

이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저 놈들을 다 죽여버리면 형님이

마음 편히 세상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이오.

 

유디스티라가 비마를 안으며 말했다.

 

진정하거라.

 

그리고 드리타라스트라를 향해 말했다.

 

왕이여, 주인이시여. 우리에게 명령을 내려주소서.

 

드리타라스트라가 대답했다.

 

유디스티라, 이제 마음을 풀고 돌아가거라.

 

드리타라스트라는 부디 두리요다나의 악행을

잊어버리고 다만 자신과 간다리 왕비가 보여준

친절만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유디스티라에게 자신이 주사위 놀이를

허락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자식들과

판다바들의 힘을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을 맺었다.

 

유디스티라, 너에겐 덕행이 있고,

비마에겐 용맹이 있고, 아르주나에게는 인내가 있다.

그리고 쌍둥이 형제에게는 웃어른에 대한

존경과 봉사의 마음이 있다.

자, 이제 가서 평화롭게 살거라.

왕국으로 돌아가라.

너희들과 내 아들 사이에 형제애가 넘치기를 바라노라.

죽을 때까지 덕만을 행할 수 있기를 바라노라.

 

판다바들은 왕 앞에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전차에 올라 인드라프라스타로 향했다.

비두라가 눈먼 왕을 인도하였고

왕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올렸다.

 

 

두샤샤나와 두리요다나는

카르나와 샤쿠니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했다.

 

애써 얻은 것을 전부 돌려준 것이 정말 아까웠다.

판다바들은 이미 돌아가버렸고,

모든 것이 원점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모든 것을 돌려준 눈먼 왕을 비난했다.

 

서둘러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을 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쪽이 곤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밀정들에 의하면 판다바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고 전해왔다.

언제라도 전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샤쿠니의 제안으로 두리요다나는

아버지 트리타라스트라를 만났다.

샤쿠니의 제안이란 다시 한번 더 도박판을 벌여

무엇인가를 따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 우리는 절대로 멈춰서는 안 될 일을

이미 시작해버렸습니다.

강한 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없애버려야만 합니다.

 

만약 판다바들을 멀리 보낼 수 있다면

자신은 동맹군을 조직하여 힘을 키우겠으며

판다바들로부터 빼앗은 엄청난 재산으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판다바와 카우라바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으니 한번 더 주사위 놀이를 하게 하고

주사위 놀이에서 진 쪽은 누가 되었건

십삼 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일년은 숲에서 나와도 되지만

그 대신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아야 하고

사람들 눈에 띄게 되면 또

열두 해를 숲에서 살게 하자는 조건이

두리요다나가 내건 판돈이었다.

 

드리타라스트라는 생각에 잠겼다.

또 다시 주사위 놀이라니

비두라와 비슈마는 어떻게 나올까?

주저하는 왕은 결국 두리요다나의 간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잠시 카우라바들이 세상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판다바들을 불러 결승전 한판으로

모든 것을 매듭짓자고 결정하였고

이 소식을 들은 쿠루족의 장로들은 모두가

거세게 반발하였다.

 

하지만 드리타라스트라는 장로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사자들을 보내 판다바들을

다시 데려오라고 명하였다.

 

간다리는 왕이 혼자 있는 틈을 타 왕을 만났다.

 

두리요다나가 태어날 때

비두라가 했던 충고를 잊으셨나요?

잘못된 행동으로 재앙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지 마소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이를 막으소서.

이제 두리요다나를 포기하셔야 합니다.

그 아이에 대한 애정이

이 왕국을 파멸케 할 것입니다.

 

드리타라스트라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그게 신의 뜻이라면 그리 되도록 해야 할 것이오.

판다바들을 다시 불러 시합을 하게 할 것이오.

 

간다리는 말문을 닫았다.

왕과 쿠루족을 구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판다바들이 먼 거리를 달려왔을 즈음,

놀랍게도 하스티나푸라에서

한 무리의 사자들이 쫓아왔다.

 

유디스티라여, 드리타라스트라 왕의 명을

전하겠소. 돌아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라는

말씀이 있었소이다.

 

유디스티라가 즉각 동생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가 나눠준 대로

자기의 행동에 따라 선과 악의 과실을 거둔다.

내가 다시 한번 더 주사위 놀이를 하든 말든

이미 저지른 과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저들이 나를 파멸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부름을 거역할 수가 없구나.

황금으로 만든 짐승이 없다는 사실을 잘알면서도

라마께서는 황금사슴에게 조롱을 당하였다.

대재앙이 임박하면 사람들은 제 정신을 잃는 법

그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유디스티라는 하스티라푸라로 말을 돌렸다.

이미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하였다.

장로들의 명을 받들어 갈등을 피하려 했지만

전쟁은 불가피해 보였다.

 

다섯 형제는 곧 하스티나푸라에 도착했다.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유디스티라는 샤쿠니와의

마지막 시합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샤쿠니가 말했다.

 

유디스티라,

왕께서는 그대의 재산을 돌려주셨다.

참으로 잘된 일이다.

이제 판돈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

만일 우리가 지면 기꺼이 숲으로 유배를 갈 것이다.

사슴가죽으로 몸을 가리고 십삼 년 동안

숲 속에서 살 것이다.

 

마지막 한 해는 작은 도시나 마을로 가서

살 수 있지만 만약 그대들이 눈에 띄면

다시 열두 해를 숲 속에서 유배생활을 할 것이다.

허나 만일 그대가 진다면

그대와 동생들은 물론 드라우파디까지

똑같은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즉 어느 편이 지든 왕국을 내놓아야 한다.

대신 십삼 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나면

돌려받을 수 있다.

 

판돈의 정체가 드러나자 모든 사람들은 놀랐다.

 

왕이여, 어서 이 일을 멈추라 하시오.

오로지 죽음과 파멸이 있을 뿐이오.

 

드리타라스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디스티라가 말하였다.

 

왕이여, 크샤트리아의 의무를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는 제가

어찌 당신의 명을 어기겠습니까?

 

시합이 재개되었다.

피할 수 없는 종막으로 치닫는 동안

회당의 모든 이들이 침묵을 지켰다.

마침내 샤쿠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허, 내가 이겼구나.

 

두리요다나가 큰소리로 웃으며

판다바들에게 사슴가죽을 가져다주라고 명했다.

판다바들이 고행자 차림으로 갈아입고

숲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자

두샤샤나가 큰소리로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말하였다.

 

다들 보시었소? 이제 두리요다나에게

만인지상의 권력이 주어졌소.

판다바들은 이렇게 정복당하고 말았소.

우리의 행동이 사악했건 말건

신들은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주었단 말이오.

 

두리요다나를 비웃은 자들은

이제 왕의 옷과 갑옷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오.

 

더구나 이 공주를 판다바들에게 주다니

드루파다 왕은 참으로 어리석었소.

드라우파디야, 숲속에서 저들을 섬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우리 중에 한 명을

고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마치 표범을 향해 달려가는 히말라야의 사자처럼

비마가 두샤샤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는구나.

남의 시력에 기대어 이겨놓고 그런 말을 하다니.

오늘은 네가 화살 같은 말로

우리의 가슴을 찔러댔다만 언젠가

내 그 심장을 구석구석 찔러 오늘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모두 함께 저승으로 보내주마.

 

유디스티라가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두리요다나가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뒤를 따르면서 비마의 걸음을 흉내냈다.

비마가 두리요다나를 향해 몸을 슬쩍 돌리더니

말했다.

 

이것으로 내 모든 걸 빼앗았다고 생각지는 마라.

내 반드시 돌아와 네 놈들을 죽일 것이다.

오늘 일을 우리는 모두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드리타라스트라는 여전히 말없이 앉아 있었고

비슈마와 비두라, 드로나 그리고 크리파는

죄책감과 슬픔에 눈물을 지으며

판다바들을 바라보았다.

 

연회장을 나가기 전 비마가 입을 열었다.

 

왕이여, 두리요다나와 그 형제들을

모조리 죽일 것입니다.

아르주나는 카르나를 처단할 것이고,

사하데바는 샤쿠니를 죽일 것입니다.

신들께서 내 말을 지켜줄 것입니다.

두리요다나를 때려 눕힌 뒤에

그 머리를 짓밟아버릴 것입니다.

 

아르주나가 덧붙였다.

 

십사 년이 지난 뒤에 이 말이 모두

사실임을 보게 될 것입니다.

두리요다나가 우리 왕국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 모든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아르주나는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유디스티라가 말하였다.

 

이제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왕이여, 그리고 장로들이여.

돌아오면 뵙도록 하지요.

내 당신들에게 절을 올리니

우리 형제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비두라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어머니, 존경하는 쿤티 왕비는

그대들과 함께 숲으로 가서는 안된다.

그대들이 떠나 있는 동안 내 집에 함께

머무시게 하라.

 

유디스티라는 고개를 끄뎍였고 비두라는

판다바들의 안녕을 빌어주며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추방되는 판다바들

 

 

인드라에게선 승리를, 야마라자에게는 인내를,

쿠베라에게는 자비를, 바루나에게는 절제를,

바유에게는 힘을, 대지로부터는 관용을,

그리고 태양신으로부터는 그치지 않는 힘을

선물 받기를 원하노라.

 

쿤티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크리슈나에게 기도했다.

 

크리슈나여, 어디 계십니까?

 

판다바들은 다우미야의 인도 아래

도시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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