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책에 실려 있는 주기율표 90가지의 원소의 기원은? 
원자들의 기원을 찾는 일은 20세기 물리학자들과 화학자들에게 주어졌던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였다. 20세기 과학자들은 그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 결과 우리는 원소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수소 원자의 수를 10,000이라고 한다면 헬륨은 약 1,000개, 산소는 6개, 탄소는 1개 정도 존재하며, 다른 모든 원소를 합한 것은 1개 이하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소의 이러한 존재비도 설명할 수 있었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에서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수소와 헬륨이 빅뱅의 과정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조지 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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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상상도. 수소와 헬륨은 빅뱅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자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결합하여 헬륨 원자핵과 소량의 리튬과 붕소(보론) 원자핵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주의 온도가 일정한 온도 이하로 내려가자 더 이상의 원자핵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에너지가 너무 작아져서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고 강한 상호작용으로 원자핵을 구성할 수 있는 거리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뱅에 의한 원소의 제조는 여기에서 끝나게 되었다. 가모와 알퍼는 이러한 내용을 1948년 4월1일에 [화학원소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 논문이 빅뱅 우주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논문이었다. 가모와 알퍼는 이 논문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 수의 비가 약 10:1이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철까지의 원소는 별의 핵융합에서 
그러나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외에도 많은 원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빅뱅의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없었다면 이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태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별이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과학자들 중에는 별이 내는 에너지가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하는 핵융합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프리츠 후터만스(Fritz Houtermans, 1903~1966)와 로버트 애트킨슨(Robert d'Escourt Atkinson)은 1929년에 별의 내부는 온도가 매우 높아 양성자들이 강한 상호작용으로 결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어 수소의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성자가 발견되기 이전이어서 중성자의 존재를 몰랐던 그들은 정확한 계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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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터만과 애트킨슨에 이어 별 내부에서의 핵융합 과정을 밝혀낸 사람은 한스 베테별의 물리학 핵융합 후터만스, 애트킨슨, 베테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별 내부에서 가벼운 수소가 헬륨 원자핵으로 변환하는 과정은 설명이 되었다. 그러나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합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헬륨 원자핵은 네 개의 핵자(양성자와 중성자)를 가지고 있다. 헬륨 원자핵이 양성자를 흡수하면 다섯 개의 핵자를 가진 원자핵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원자핵은 불안정해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헬륨 원자핵 두 개가 결합하면 여덟 개의 핵자를 가지는 원자핵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원자핵도 매우 불안정하다. 불안정한 원자핵들이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가는 통로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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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에서 철까지의 원소는 별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졌다. <출처: 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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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해결하여 별의 내부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는 과정을 밝혀내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은 정상 우주론을 제안했던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이었다. 호일은 헬륨 원자핵 두 개가 결합하여 불안정한 상태의 베릴륨 원자핵을 만들고, 여기에 다시 헬륨 원자핵이 결합하여 들뜬 상태의 탄소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예측했고, 그의 예측은 윌리엄 파울러(William Fowler, 1911~1995)의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핵융합을 통해 탄소 원자핵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자 탄소보다 큰 원자핵의 합성은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호일과 파울러, 부부였던 마가렛 버비지(E. Margaret Burbidge, 1919~)와 제프리 버비지(Geoffrey R. Burbidge, 1925~2010)는 1957년에 [별의 원소 합성]이라는 제목의 104 페이지나 되는 긴 논문을 통해 무거운 원자핵이 합성되는 과정을 밝혔다. 별의 내부에서는 여러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더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별의 내부 온도와 밀도가 더 높아야 한다. 질량이 큰 별에서는 중력에 의한 응축에 의해 핵융합에 필요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별 내부에서의 핵융합 반응으로는 철의 원자핵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 수 없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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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폭발의 잔해인 게성운.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로 생겼다. <출처: 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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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핵이 핵융합을 통해 더 큰 원자핵이 되는 것은 더 커질수록 에너지가 낮은 상태 즉 더 안정한 상태의 원자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핵이 커짐에 따라 더 안정한 에너지 상태가 되는 것은 원자번호가 26인 철의 원자핵까지뿐이다. 철 원자핵보다 커지면 오히려 에너지 상태가 높은 원자핵이 된다. 철 원자핵보다 큰 원자핵들은 핵분열을 통해 더 안정한 원자핵이 되려고 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정상적인 핵융합 과정을 통해서는 철의 원자핵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우주에는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원자핵 합성 과정이 남아있다. 그것은 초신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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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기원 
20세기 과학자들은 원소의 기원에 대해 이만큼 밝혀냈다. 물론 이러한 과학적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학에서는 한 이론이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을 칭찬한다.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의 주장이나 이론을 반대하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을 권장해 왔기 때문이다. 원소의 기원에 관한 이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변해갈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기원에 대해 이만큼 많은 것을 밝혀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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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