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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에너지는 언제나 흩어지려고 한다

작성자유토피아|작성시간18.05.18|조회수215 목록 댓글 0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자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제2법칙에 의하면 무언가를 짓는 것보다 부수는 것이 훨씬 쉽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의 주름과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것도 제2법칙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노화 현상이란 인간의 세포나 유전자의 기능이 서서히 저하됨에 따라 늙어가는 현상이다. 노화, 부식, 부패, 붕괴, 분해 등과 같은 현상들은 제2법칙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열역학 법칙은 다른 모든 법칙에 우선하는 최상위의 법칙이다······. 만일 당신이 세운 이론이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난다면,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포기할 것을 권한다. 그런 이론을 고집해봐야 처절한 실패만이 돌아올 뿐이다.”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분산’을 뜻하며, 자연현상에서 에너지는 늘 분산되려고 할 뿐 한곳으로 집중되지 않는다. 그릇에 뜨거운 물을 놓아두면 열에너지는 그릇과 공기 중으로 분산되며, 그에 따라 물의 온도는 낮아진다. 물의 온도를 다시 높이려면 불로 데워야 한다. 이때 물과 그릇의 온도는 불꽃보다 높이 올라갈 수 없다. 즉 불의 열은 물로, 물의 열은 그릇과 공기 중으로 퍼진다. 이처럼 에너지는 언제나 흩어지려고 하며, 흩어진 에너지는 다시 모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사물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점차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는 여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을 확립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생물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유로운 에너지를 섭취함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주위의 질서를 파괴하고 그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생명체도 죽음이라는 평형상태, 즉 공기나 흙으로 환원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말이 된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 예를 들어, 자동차와 컴퓨터 같은 물체도 모두 어떤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변환된 에너지의 한 형태일 뿐이다.

세계는 점점 다양한 형태로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지구의 천연자원은 수십 억 년에 걸쳐 여러 가지 형태로 축적된 태양에너지에서 비롯되었다. 현대 문명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물질을 열에너지나 기계적 에너지의 형태로 바꾸면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으로부터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많은 비용이 들면서 에너지의 변형, 교환과 관련된 비용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자원의 생산과 소비는 그것을 둘러싼 환경에서 또 다른 무질서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환경이란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를 뜻한다.

실제로 인류 역사에서 자원의 고갈로 인해 융성했던 문명이 몰락하거나 위기에 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경우, 건축과 전쟁으로 상당한 나무를 소모한 결과 기근과 전염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숲이 사라지면 토양이 척박해지고, 홍수 등 자연재해의 위험에 보다 많이 노출되는 건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었던 고대에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무를 벌채할 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일수록 소모되는 자원의 양이 많았고 결국 주변을 황폐화시켜 역병 등에 시달리게 된다. 당나라 때인 8세기경 중국에서도 인구 증가와 전쟁으로 나무가 부족해지자 석탄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전염병 발생이라는 악순환은 산업혁명을 통해 에너지원의 근본적인 대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오늘날에는 또 다른 문제인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너지의 손실이 없는 영구기관을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영구기관을 찾는 인류의 여정은 고대로부터 시작되었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영구기관은 900년 경 독일의 바이에른 지방에서 시도되었다. 1150년에 인도의 철학자 바스카라는 기발한 영구기관을 만들었다. 그는 바퀴의 테두리에 무거운 추를 달아서 불균형을 유도하여 영원히 돌아가는 장치를 만들었다. 바이에른의 장인과 바스카라의 작품을 비롯하여 후대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영구기관들은 동일한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바퀴를 한 번만이라도 돌릴 수 있다면 영원한 운동이 가능하다”는 원리이다.

수많은 발명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자극을 받은 물리학자들은 열기관의 특성을 신중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영구기관을 세밀하게 분석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열역학 법칙들이다. 열역학은 세 개의 기본법칙에 기초하고 있다. 물질과 에너지는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는 열역학 제1법칙과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제2법칙, 절대온도 0K(영하 273도)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제3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에너지를 얻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라고 했을 때, 위에 열거한 세 개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제1법칙 결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길 수도 없다.
제2법칙 언제나 에너지의 낭비가 있기 때문에 비길 수도 없다.
제3법칙 절대온도 0도 이하로 내려갈 수 없으므로 도중에 게임을 그만둘 수도 없다.

영구기관은 1종과 2종의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1종 영구기관은 열역학 제1법칙에 위배되는 기관으로, 투입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설계된 기관이다. 이런 장치들은 제작자가 에너지원을 은밀한 곳에 숨기고 있거나, 제작자가 외부에서 에너지가 유입되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경우이다.

2종 영구기관은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법칙)을 만족하지만 제2법칙에는 위배된다. 2종 영구기관은 열효율이 100퍼센트로서 열 손실이 전혀 없어야 한다. 열기관의 효율은 열기관이 외부에서 한 일과 내부에서 받아들인 열량의 비로 결정되는데, 열이 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이나 저항으로 인해 그만큼의 열손실이 생긴다. 따라서 제2종 영구기관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이 아니라 감소하는 쪽으로 기계를 작동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제2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 19세기까지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자 급기야 프랑스와 미국 특허청은 영구운동기계의 특허 출원을 금지했다.

루트비히 볼츠만

루트비히 볼츠만

오스트리아의 빈에는 시립공동묘지가 있다. 이곳은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스트라우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다.

그런데 S=klogW라는 수식이 새겨진 이상한 묘비가 있다. 이 묘비의 주인공은 엔트로피의 개념을 창안하고 원자라는 개념을 통계역학 관점에서 확립한 위대한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다. 볼츠만은 1906년에 건강이 몹시 악화되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이탈리아로 휴가를 갔다가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에서 자살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그가 평생 동안 주장해 왔던 이론은 그가 죽은 지 3개월 후부터 사실로 입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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