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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표준모형을 넘어서: <최종 이론의 꿈>

작성자유토피아|작성시간21.07.25|조회수540 목록 댓글 0

우주의 기본 구성 단위인 입자

 

우주 만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성 원소에 대한 의문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물질의 기본 구성 단위에 대한 이해는 엄청난 발전을 하였다.

그것은 “표준모형(Standard Model)” 이론의 뼈대가 되는 “기본 소립자(elementary particle)”로서 원자의 1억 분의 1 정도 크기이다. 이것은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작은 기본 단위이고 일부 이론 물리학자는 “초끈(superstring)”이라는 이보다 훨씬 작은 단위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자연의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

 

그러면 표준모형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것은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하나의 통일된 개념으로 통합하려는 통일장 이론(unification theory)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에서 비롯되었다. 표준모형은 중력을 제외한 세 종류의 힘을 통합해 한꺼번에 설명하는 이론이다. 전자기력은 전기를 띤 핵과 전자를 결합해 원자를 구성하는 힘이고 이 원자들이 역시 전자기력에 의해 뭉쳐 물질을 구성한다. 19세기까지는 중력과 전자기력만이 자연에 존재하는 힘으로 알고 있었고, 원자핵 안에서만 존재하는 약력과 강력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19세기 말 방사능 붕괴의 발견과 20세기 초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출현으로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약력과 강력의 성질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약력은 핵의 붕괴와 융합에 관여하는 힘이고 소립자들이 접촉하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아주 약한 힘으로서 우리가 직접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원자로 안에서 일어나는 무거운 핵의 붕괴와 태양 속에서 수소 핵이 융합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 그리고 지구 내부의 물질이 방사능 붕괴를 하면서 내놓는 에너지가 일으키는 화산과 지진 같은 현상으로 간접적으로 약력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강력은 쿼크라는 소립자를 묶어 핵 속에 존재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매우 강한 힘이고, 그리고 이 양성자와 중성자들을 결합해 핵을 구성하는 힘이기도 하다. 강력은 약력과 전자기력보다도 강한 힘으로서 약력에 의해 핵이 붕괴할 때 강력으로 축척된 에너지를 발생시켜 물을 데우고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핵 발전의 원동력이다.

 

다른 종류의 힘을 통합하려는 노력

 

인류가 자연계의 서로 다른 종류 힘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뉴턴이 태양계의 운동과 지구상에서 물체의 운동을 하나의 통합된 관점에서 설명하기 위해 중력 혹은 만유인력을 고안해낸 것이 이러한 노력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서로 다른 힘들을 통합한 이는 1870년대 맥스웰이다. 그는 전기력과 자기력을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 전자기력으로 통합하였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중력 이론을 완성한 후, 그를 포함한 물리학자들이 그 당시에 알려져 있던 힘인 전자기력과 중력을 통합하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자 시도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통일장 이론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전자기력과 중력을 통합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힘의 통합”이라는 개념은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 되었다.

 

양자장론에 의한 힘의 세기를 계산하다

 

원자 세계에 대한 양자역학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중력, 전자기력과 더불어 약력과 강력이라는 새로운 기본 힘을 알게 되면서 1950년 무렵 네 종류의 힘이 하나의 근본 힘에서 분리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힘이라는 것이 전기장과 같이 필드(field)라는 마당 혹은 장(場)에서 비롯되었다는 더욱 심오한 이해를 가지게 되면서 이 모든 힘을 장의 이론(field theory)으로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전 장 이론은 20세기 초 탄생한 양자역학과 합쳐져 양자장론으로 발전하였다. 양자전기역학(quantumelectrodynamics, QED)은 맥스웰이 완성한 고전 전자기학을 양자화하여 전자기력을 소숫점 10자리 이하까지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이론이다. 물론 이렇게 계산된 전자기력은 매우 정밀한 실험 결과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함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전하를 가진 전자나 쿼크 입자들 사이의 전자기력을, 이를 매개하는 가상 광자의 교환을 통해 상호작용을 다루는 양자장론의 성공적인 첫 시도였다. 이 양자장론은 1948년경 파인만(Richard Feynman), 도모나가(朝永振一?), 다이슨(Freeman Dyson), 슈윙거(JulianSchwinger) 등이 개발하였다. 다이슨을 제외한 세 명은 이 공로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

 

1911년 러더퍼드는 방사능 붕괴에서 나오는 알파선을 이용하여 원자의 중심에 핵이 존재함을 발견하였고 보어는 원자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의 발전과 더불어 원자의 구조를 알아내기 시작하면서 전자, 양전자와 그리고 핵 속에 존재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발견하였고 입자는 이에 대응하는 반입자가 존재함을 알게 됨으로써 기본 입자에 대한 이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처음에는 핵의 방사능 붕괴나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에서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하기 시작하여 원자의 구조와 물질의 기본 구성 입자를 밝혀내었다. 1930년대부터 가속기가 등장하면서 매우 다양한 여러 소립자를 관측하게 되었다. 기본 구성 입자가 너무 많아지자 당혹스러웠지만 그것들의 질량과 성질로부터 그룹으로 나누어 분류되고 그것을 통해 규칙적인 대칭성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 많은 소립자들도 전자, 뮤온, 타우라는 세 종류의 가벼운 입자와 이에 대응하는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즉 여섯 개의 경입자(혹은 렙톤)와 여섯 개의 쿼크가 기본 구성 입자임을 알게 되었다. 총 12종류의 입자는 모두 스핀이 2분의 1이라는 성질을 가지는데 디랙 입자 혹은 페르미온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경입자는 모두 약력 전하를 가지나 강력 전하는 없고, 전자, 뮤온, 타우는 전기 전하를 가져 전자기력을 느끼지만, 중성미자는 전기 전하가 없어 전자기력을 느끼지 않는다. 쿼크는 약력 전하와 전기 전하를 가져 전자기력과 약력을 느끼면서, 특히 색소 전하를 가지고 있어 매우 큰 강력에 의해 업 쿼크와 다운 쿼크가 서로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어 그 속에 갇혀 있다. 나머지 쿼크는 탄생하는 순간 붕괴하여 다른 입자로 변하여 사라진다.

 

표준모형의 배경과 게이지 대칭성

 

어떤 사물에 변화를 주었을 때 그것이 원래 형태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면 이 변화에 대해 대칭적이라고 한다. 즉, 어떤 변환에 대해 변하지 않는 성질이 있으면 “대칭성(symmetry)”이 있다고 한다. 물리학의 운동 법칙인 뉴턴 역학은 우주의 어떤 곳에서도 성립하므로 공간 이동에 대한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동일하게 성립하므로 시간의 이동에 대해서도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 물리학에서 발견한 가장 놀랍고 근본적인 자연의 대칭성이 바로 게이지 대칭성(gauge symmetry)이다. 그리고 이것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의 뿌리가 된다. 이것은 “게이지”라는 변환을 하였을 때, 물리법칙은 변함이 없고 이에 해당하는 변하지 않는 물리적 양이 존재하는 대칭성을 말한다. 그러면 도대체 “게이지 변환”이 무엇일까?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위치마다 볼 수는 없으나 추상적인 공간의 회전 각도에 해당하는 “위상각(phase)”의 변환을 의미한다. “게이지 대칭성“은 각 시공간에서 서로 같은 혹은 서로 다른 임의의 위상 변화가 생겨도 변하지 않는 내부에 숨어있는 성질에 관한 대칭성이다.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라 선뜻 감이 안 올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원자의 세계에서 물질과 파동의 운동 법칙을 설명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위상각의 변환, 즉 게이지 변환을 시키면 그 식이 매우 다르게 바뀌지만, 그것의 해는 변환 전의 해와 동일한 물리적인 상황을 기술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바뀌지 않는 물리량은 파동함수 절대값의 크기가 된다. 어쩌면 이것도 어려운 설명일지 모르겠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유사한 어떤 상황을 예로 들면, 바둑판 위에 돌이 놓일 수 있는 위치, 즉 가로 19선과 세로 19선이 교차하는 361개 각 지점마다 전통 방식의 금고문을 여는 다이얼이 놓여 있다고 하자. 그런데 게이지 변환은 측정하려는 기준의 변환이다. 이 기준은 돌아가기 시작하는 지점의 각도에 해당하며 각 다이얼마다 0도나 90도처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 경우 게이지 변환은 각 다이얼을 임의로 다르게 돌려 기준을 바꾸는 것에 해당한다. 여기서 각 다이얼을 돌려 기준을 바꾸어놓더라도 이렇게 기준이 바뀐 것을 다른 다이얼이 공유한다면 물리적 상황은 전혀 영향을 바뀌지 않고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즉 각 다이얼을 임의로 돌려 기준을 바꾸어놓더라도 다른 다이얼들도 이에 따라 그 만큼에 해당하는 기준점이 달라진다면 사실상 모든 다이얼의 기준점이 달라졌을(게이지 변환) 뿐이지 상황은 그대로(게이지 대칭성 유지)라는 것이다. 여기서 상황은 각 다이얼의 기준이 다르더라도 각 기준으로부터 얼마나 회전시켰는지가 의미 있음을 말한다. 즉 모든 다이얼끼리 인터넷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특정 다이얼의 기준이 바뀌게 된 만큼 다른 다이얼도 동시에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그 효과는 상쇄되어 원래 그대로 됨을 말한다. 따라서 기준점이 변화되는 것은 위상각을 바꾸는 게이지 변환에 해당하고 인터넷 선을 통해 이 효과가 보정되어 게이지 대칭성이 유지된 셈이다. 따라서 게이지 대칭성은 모든 우주 공간의 임의 장소마다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지더라도 그 기준으로부터 측정값의 변화만이 의미가 있고 달라진 기준의 차이는 그만큼 보정만 해주면 게이지 변환에 대해 게이지 대칭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물리 현상의 예를 들면 전압(혹은 전위차)은 두 지점 사이의 전위(전기 포텐셜)의 차이로서 전하에 작용하는 전기력은 전기장에 의해 생기고 전기장은 단지 전위차에 의해 결정되지 두 지점의 전위를 측정하는 기준에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즉 두 지점의 전위를 측정한 값은 각 지점의 전위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두 지점 간의 전기력과 전기장은 전위차에 의해 주어진다. 따라서 게이지 대칭성은 입자가 전기 전하를 가지면 서로 상호작용하는 전기력이 자연히 존재해야 됨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20세기 초 독일의 헤르만 바일(HermannWeyl)이라는 수학자가 자연에 이러한 게이지 대칭성이 존재함을 파악하였다. 그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원리를 추상적인 공간으로 확장해 게이지 대칭성의 개념을 도입하고 전자기력을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을 유도해낼 수 있음을 보였다. 바일은 최초로 게이지 대칭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서로 다른 힘을 통합하려는 노력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위대한 학자이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게이지 대칭성이 유지되려면 앞서 예를 든 경우에서 게이지 변환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인터넷 선에 해당하는 매개체가 자연에도 존재해야 하는데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게이지 장(gauge field)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게이지 대칭성과 게이지 장의 개념은 이미 맥스웰 방정식에 숨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맥스웰 방정식의 전기장과 자기장의 적분 형태인 포텐셜(potential)이 게이지 장에 해당한다. 결국 게이지 대칭성을 믿으면 맥스웰 방정식이 의미하는 전자기파 즉 “빛”이 존재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게이지 대칭성이 표준모형을 완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자.

게이지 대칭성이 등장한 당시 물리학계는 슈윙거, 파인만, 도모나가, 세 학자가 전자기학에 양자역학을 적용하여 1948년경 양자전기역학(QED)을 만들었고 이것이 재규격화가 가능한 이론임을 보이는 데 성공하여 들뜬 분위기였다. 여기서 재규격화는 양자장론이나 통계물리학 등에서 스스로 반복적 구조를 가지는 계에서 필요한 도구이다. 대부분의 양자장론에서 섭동 이론으로 계산한 고차원에서의 결과가 발산하기 때문에 실제 측정된 값으로 유한하게 만드는 방법이 재규격화이다. 아무튼 물리학자인 C. N. 양(C. N. Yang, 楊振寧)과 로버트 밀스(Robert Mills)가 게이지 대칭성을 이용하여 양자전기역학을 일반화시켜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려는 노력으로 “양-밀스 이론”을 1954년 탄생시켰다. 마치 바일이 게이지 대칭성을 이용해 전자기학 이론을 유도해낸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양-밀스 이론은 이론적으로는 멋지고 흥미롭지만 실제 자연 현상과는 어긋난 점이 존재했다. 이 모순은 게이지 장의 질량에서 비롯된다. 양-밀스 이론의 게이지 장 매개 입자, 즉 게이지 보손(boson)이 전자기장의 게이지 보손인 빛처럼 질량이 없으면 양-밀스 상호작용 즉 약력의 세기가 전자기력보다 더 커지므로 이것은 실험 결과와 달라서 게이지 보손이 큰 질량을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질량이 큰 보손 입자가 가상 입자로서 주고받으면 그만큼 일어나기 힘들어 상호작용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지 보손이 질량을 가지면 이 이론의 게이지 대칭성이 깨어져 문제가 된다. 수학적으로 양-밀스 이론이 매력적이었지만 이러한 모순으로 자연을 설명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나중에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라는 현상이 알려지면서 게이지 보손이 질량을 가지더라도 이 이론의 게이지 대칭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법이 발견되어 양-밀스 이론은 부활하게 된다. 그리고 1971년 엇호프트(Gerardus 't Hooft)가 양-밀스 이론의 재규격화가 가능함을 증명하여 1999년 펠트만(Martinus Veltman)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가 직접 언급했듯이 이 업적은 이휘소 박사의 게이지 이론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밀스 이론의 문제는 게이지 보손이 질량을 가진다면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고 재규격화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발적 대칭성 깨짐” 현상의 발견으로 이 이론의 게이지 대칭성을 유지하면서도 게이지 보손이 질량을 가질 수 있고 재규격화가 가능하게 되었다.1) 즉 양-밀스 이론이 이것으로 인해 재고되어 표준모형의 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현상은 사실 아주 낮은 온도에서 금속의 전기저항이 거의 없어지는 초전도 현상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1957년 바딘(John Bardeen), 쿠퍼(Leon N. Cooper), 슈리퍼(J. Robert Schrieffer)의 BCS이론은 초전도 현상의 원리를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두 개의 전자는 물성의 격자 진동에 의해 쿠퍼 쌍을 이루는데 이 효과로부터 초전도 현상을 설명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보손(boson)으로 이루어진 계가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으면, 더 이상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아무런 물리적 저항 없이 가장 낮은 에너지의 다른 상태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가 되면 보손들의 스핀 방향이 모두 같아져야 하는데 이것이 일종의 대칭성이 깨진 상태이다. 상온에서는 각 보손의 스핀이 제멋대로 향하고 있는 계의 스핀은 어떤 특정한 방향이 없으므로 회전 대칭성을 가지게 된다. 온도를 낮추게 되면 “보스 응축(Bose condensation)”이 일어나면서 차츰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게 되고,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는 모든 보손들의 스핀 방향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계의 스핀이 특정한 방향으로 생겨나면서 더 이상 대칭성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때 생긴 특정한 방향은 물리적인 이유로 인한 것은 아니므로 어느 방향이 될지는 알 수 없다. 360도의 어떤 방향도 가장 낮은 에너지가 가능한 상태였는데 어떤 특정한 하나의 방향이 정해진 셈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칭성이 깨지는 현상을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라고 한다. 이 아이디어를 입자 물리학에 처음 도입한 것은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와 제프리 골드스톤(JeffreyGoldstone) 등이었다. 이들은 1960년과 1961년에 걸쳐 보스 응축 상태를 이용해 대칭성이 깨지는 현상을 연구했다. 곧이어 이것을 게이지 이론에 관련지어서 논한 것이 입자 물리학자가 아니라 응집물질 물리학자인 필립 앤더슨(Philip W. Anderson)의 1963년 논문이었다. 난부 요이치로는 입자 물리학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의 메커니즘을 발견한 업적으로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것은 우리 주변에서 친숙한 자석을 가지고도 설명이 된다. 자석은 철, 니켈, 크롬과 같이 전이 금속의 원소들로 이뤄져 있으며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가 되면 원자의 최외각에 하나만 존재하는 전자의 스핀이 모든 원자들에서 한 방향을 가리키면서 자석이 된다. 자석이 되기 전에는 전자의 스핀이 제각각 다른 방향을 향하므로 전체 스핀의 방향성이 없었는데 이 금속 물체를 회전시켜도 스핀의 방향은 여전히 일정한 방향이 없는 상태 그대로다. 그러나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는 자석을 회전시키면 스핀 방향이 달라진다. 즉 회전 대칭성이 깨진 것이다. 이렇듯 가장 에너지가 낮을 때 대칭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졌다”라고 한다. 이처럼 가장 낮은 에너지의 여러 상태들은 회전 변환에 대해 동일하므로 360도 회전 대칭성이 존재한다고 간주할 수 있고, 자연 현상에서는 여러 동일한 스핀 방향에서 특정한 하나의 방향을 택하므로 이것을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졌다고 볼 수 있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일상에서 겪는 유사한 상황으로 비유해 그 개념을 느껴보도록 하자. 우리는 가끔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이나 행사의 만찬을 큰 원탁에서 할 때가 있다. 물 잔, 와인 잔, 포크, 나이프, 접시 등 여러 식기들이 미리 가지런히 놓여 있는 테이블에 착석하게 되면, 자신이 사용할 물 잔으로 왼쪽과 오른쪽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물론 서양식 식기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는 이는 우측의 물 잔과 와인 잔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잔을 집어 들어야 할지 머뭇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한 사람이 잔을 집어 사용하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은 이에 따라 어떤 잔을 사용할지 자연히 정해짐을 경험한다. 이것은 왼쪽과 오른쪽의 물 잔이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의 두 가지 가능한 상태의 좌우 대칭으로 있다가 한 사람이 둘 중의 하나를 택하는 순간 대칭성이 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예를 들면, 첫 번째로 원탁에 착석하는 사람은 원탁 둘레의 어느 자리에 앉아도 된다. 착석 전에 원탁은 360도 원형 대칭을 유지하다가 어떤 한 사람이 임의의 좌석에 앉는 순간 그 원탁은 더 이상 그 대칭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깨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예로서 주사위 6면에 보통의 주사위와는 다르게 동일한 점의 개수가 새겨져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주사위는 어떤 면을 보더라도 항상 같은 개수의 점이 나타나므로 6면의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탁자 위에 던져놓으면 6면 중에 반드시 한 면이 위로 향하면서 그 대칭성은 깨어지게 된다.

 

힉스 메커니즘의 탄생과 힉스 입자

 

게이지 대칭성을 이용하여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려던 노력은 “양-밀스 이론”이 자연 현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발견되어 난관에 부딪혔다가 자발적 대칭성 깨짐으로 다시 돌파구를 찾아낸 셈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자연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즉 진공 상태의 게이지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는 현상을 도입하여 양-밀스 이론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1963년 앤더슨이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게이지 이론에 관련지어서 논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는데 응집물질 물리학자답게 비상대론적인 접근이었고 입자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1964년 벨기에의 앙글레르(Francois Englert)와 브라우트(Robert Brout), 그리고 영국의 힉스(Peter Higgs)가 서로 독립적으로 스핀이 없는, 즉 스핀 0인 스칼라 장이 우주 공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함을 도입하여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는 과정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스칼라 장이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지고, 전자기력과 약력의 물리 법칙은 게이지 대칭성이 그대로 유지된 채로 자연 현상은 대칭성이 깨진 것처럼 보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게이지 장 혹은 게이지 보손에 질량을 주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진공 상태의 게이지 대칭성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통해 게이지 입자에 진공 에너지 기댓값에 비례하는 질량이 부여되는 과정을 “힉스 메커니즘(Higgs mechanism)”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네 종류의 스칼라 장으로부터 세 성분은 약력의 게이지 보손에 흡수되어 질량을 가지게 하고 나머지 한 성분은 스핀 0인 중성의 입자로 살아남아 질량을 가진 “힉스 입자(Higgsparticle)”가 된다.

물리 법칙은 게이지 대칭성이 그대로 유지된 채로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스칼라 장의 게이지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는 힉스 메커니즘의 근본 개념을 간단한 수식을 사용해 이해해보도록 하자.2)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란 방정식에는 대칭성이 있더라도 대칭성이 없는 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x^4+x^2=0이라는 식의 해는 x=0이라는 하나만 존재하고 x축에 대해 좌우 대칭적이다. 이 경우는 방정식과 그것의 해 모두가 x와 -x를 바꾸는 변환, 즉 x축에 대해 좌우 대칭적이다.

 

하지만, 부호가 바뀐 x^4-x^2=0이라는 방정식의 해는 x=0뿐만 아니라 x=1과 x=-1도 있다. 방정식 x^4-x^2=0은 여전히 x와 -x를 바꾸는 변화에 대해 대칭적이지만, 만일 우리가 x=0이 아니라, x=-1 혹은 x=1이라는 두 해 중에서 하나만을 해로 선택한다면 해의 x축에 대한 좌우 대칭성이 사라진다. 여기서 x가 스칼라 장이고 방정식은 자연의 기본 법칙이며 선택한 해는 좌우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진 진공 에너지 상태의 현상이다. 즉 자연 현상에서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원래의 자연 법칙에는 이 방정식과 같이 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비유한 예이다.

힉스 입자가 2012년 제네바에 위치한 CERN 연구소의 LHC 가속기를 사용한 국제 공동 연구진의 실험 장치에서 발견됨으로써 힉스 메커니즘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이에 따라 그 다음해인 2013년에 타계한 브라우트를 제외하고 앙글레르와 힉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사실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힉스와 벨기에의 앙글레르와 브라우트가 제출한 2편의 논문만이 아니라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키블(Tom Kibble), 구랄닉(Gerald Guralnik), 하겐(C. R. Hagen)도 독립적으로 한 편의 논문을 거의 동시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노벨상 심의위원회에서는 그들을 수상자로 선택하지 않았다.

 

질량의 의미와 기원

 

힉스 메커니즘의 발견으로 질량이 없던 입자들의 질량을 부여하는 방법이 개발된 셈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스칼라 장의 진공 상태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어지면서 힉스 입자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입자들과 상호작용하여 질량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힉스 입자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입자의 질량은 크고 빛은 전혀 상호작용을 안 해 질량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해오던 질량의 의미를 바꾸어놓았다. 일반인들은 질량이란 저울을 사용해 측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는 서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이 존재한다. 지구상 물체의 무게는 지구와 그 물체 간의 만유인력으로 인해 지구의 중력이 그 물체를 잡아당김에 의해 생긴다. 지구가 물체에 비해 워낙 커서 마치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지구 중력에 의한 물체의 무게가 질량 크기에 비례함을 이용해, 이 무게를 저울로 측정함으로써 질량을 측정하게 된다.

그러면 무중력 상태에 있는 우주인은 자신의 체중이나 물체의 질량을 어떻게 측정할까? 중력이 없으니 위에서 말한 저울을 이용해 측정할 수 없다. 우선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뉴턴의 물체의 운동 법칙인 ‘힘=질량×가속도’라는 식을 모두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이 힘과 질량의 관계식으로부터 어떤 일정한 힘을 물체에 가했을 때 질량이 클수록 시간에 따라 변하는 속도인 가속도가 작고, 그 반대로 질량이 작을수록 가속도가 커진다는 사실에 의거해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질량을 물리학자들은 관성질량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관성이 속도가 변하지 않는 성질, 즉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같은 속도로 움직이려는 경향을 의미하므로, 어떤 힘을 받은 물체는 질량이 클수록 속도가 변하지 않으려는 관성의 성질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관성질량을 바탕으로 무중력 상태에서는 미국 NASA가 제작한 우주 저울을 사용해, 그 위에 섰을 때 바닥에서 인체에 작은 힘을 가해 가속도를 알아냄으로써 체중을 측정한다.

 

한편 물리학에서 질량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E=mc^2이라는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로서 널리 알려진 식이 성립한다. 이것은 질량이 곧 에너지 덩어리임을 말해주고 핵분열에서 질량의 감소가 생기며 그 감소한 질량만큼 에너지가 방출됨을 뜻한다. 이것은 1938년 독일 과학자 프리츠 슈트라스만과 오토 한의 실험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에너지가 낮은 중성자, 즉 열중성자를 우라늄-235에 충돌시키자 우라늄이 바륨과 크립톤으로 분열되며 그 과정에서 2~3개의 중성자와 함께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이는 인간이 핵반응에서 질량 감소로 방출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량의 의미가 있는데 일반 상대론에 의하면 질량이 공간의 휘어짐을 결정하는 기하학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일반 상대론의 예측대로 개기일식이 일어난 순간 먼 우주에서 오는 빛이 태양을 지나면서 휘어짐을 관측했다. 빛은 공간에서 최단 거리를 움직인다. 태양의 질량이 워낙 커서 주위의 공간이 약간 휘어져 있다면 빛도 이 휘어진 공간을 따라 최단거리를 움직이므로 실제 태양 주위에서 휘어진 것으로 관측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 상대론은 실험적으로 검증되었다. 따라서 질량은 공간을 휘게 하는 요인이고 동시에 운동 중인 물체의 관성질량이기도 하여 이들 사이의 차이점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힉스 메커니즘에 의하면 질량은 힉스 입자와 상호작용하는 세기와 관련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질량의 의미에 대하여 아주 새로운 관점의 이해를 제공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기본 단위인 입자의 질량이 우주의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스칼라 장이 자발적으로 깨어져 생긴 힉스 입자가 부여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입자가 질량을 가지게 되는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함박눈이 쌓인 산의 비탈면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과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여기서 쌓인 눈은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는 힉스 장에 해당하고 사람은 입자에 비유된다. 스키 바닥은 눈과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스키를 탄 사람이 빨리 내려가고, 눈 위를 걷는 사람은 눈 속에 발이 빠짐을 반복하면서 비교적 천천히 내려갈 것이다. 동일한 상황에서 눈과의 상호작용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내려가고 빠른 속도로 내려간 사람은, 만약 본인이 스키를 신고 있는지 모른다면, 다른 사람보다 가볍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예를 바탕으로 힉스 장과 상호작용이 큰 입자가 질량이 크다는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힉스 메커니즘은 입자의 질량이 각자 서로 다르게 부여되는 과정을 설명해도 왜 각 입자들이 특정한 값이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힉스 입자와 입자의 상호작용 크기가 왜 입자마다 다르고 어떤 특정한 값으로 주어졌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즉 질량을 결정하는 기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그러므로 표준모형은 전자, 뮤온, 타우 등 각 기본 입자의 절대적 질량 크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이것이 표준모형의 한계이면서 난제로 남아 있다.

 

표준모형의 완성과 개요

 

20세기 초 바일이 게이지 대칭성의 존재를 파악한 후 1948년경 재규격화가 가능한 양자전기역학이 등장하였고, 이 게이지 대칭성을 이용하여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려는“양-밀스 이론”이 1954년 나왔으나, 자연 현상과 모순되고 재규격화가 어려워 난관에 부딪혔다가 1964년 힉스 메커니즘의 등장으로 약력과 전자기력을 같이 통합하는 이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맥스웰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합하여 전자기 이론을 만든 후 두 번째로 성공한 통합 이론으로서 1967년에 만들어진 “전기약력 이론(Electroweak Theory)” 혹은 “와인버그-살람 이론”이라 부른다. 이 이론은 강력을 포함해 입자 물리학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되었으며 1970년대 글래쇼(SheldonLee Glashaw), 와인버그(Steven Weinberg), 살람(AbdusSalam)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이들은 게이지 이론에 근거하여 약력과 전자기력을 동시에 설명하는 와인버그-살람 이론을 만들었고, 와인버그-살람 모델이 표준모형으로 발전하여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이 업적으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통합된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에서 힉스 메커니즘에 의해 진공의 스칼라 장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어져 강력, 약력, 전자기력의 개별적 힘에 대응되는 게이지 대칭성에 따라 서로 다른 게이지 보손을 매개하여 힘의 크기가 달라짐을 설명한다. 온도와 에너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높아지면 원래 게이지 대칭성이 다시 살아나 이 힘들은 더 이상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게이지 군, 즉 하나의 게이지 대칭성으로 기술된다. 한편 높은 온도에서는 가능한 바닥 에너지의 진공 상태가 오직 하나만 남아 게이지 대칭성은 자발적으로 깨지지 않고 유지가 된다. 온도에 따라 진공의 상태가 바뀌는 것을 물리학자들은 상전이라고 부른다. 물이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되는 과정의 상전이와 동일한 의미이다.

 

표준모형은 강력을 다루는 양자색소역학(QCD)과, 약력과 전자기력을 다루는 와인버그-살람 이론으로 이루어졌다. 이 표준모형에 따르면, 전자와 중성미자 등의 경입자 혹은 렙톤은 기본 입자나, 하드론은 쿼크로 이루어진 입자로서 기본 입자가 아니다. 그리고 기본 입자들은 게이지 보손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게이지 보손은 이 이론의 게이지 대칭성으로 설명한다. 표준모형의 게이지 대칭성 가운데 전자기력과 약력에 해당하는 1차원과 3차원의 게이지 대칭성으로 원래 네 종류의 질량이 없는 게이지 보손이 있었는데, 힉스 메커니즘에 의하여 깨지면서 전기 전하가 없는 1차원과 3차원의 게이지 보손 성분이 서로 혼합되면서 약력의 W+, W-, Z0 게이지 보손이 질량을 가지게 되고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지 않는 전자기력의 광자 게이지 보손은 계속 질량이 없는 상태로 남는다. 따라서 전자기력은 매개 입자가 가벼워 먼 곳까지 작용을 하지만 약력은 매개 입자가 매우 무거워 힘의 크기가 약하고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존재한다. 강력은 쿼크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워낙 강해 하드론에 속박되어 간접적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고 힉스 메커니즘에 의해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지 않고 남아 강력의 8개의 글루온 게이지 보손들은 질량을 가지지 않는다. 표준모형은 힉스 메커니즘을 제외하고 1980년대에 실험적으로 모두 검증되었다. 힉스 메커니즘은 앞에서 말했듯이 2012년 힉스 입자가 발견되며 검증되었는데 그로써 표준모형이 완전히 실험적으로 검증되었다.

 

표준모형의 실험적 검증

 

2012년 이전까지 표준모형은 여러 수많은 실험 결과와 비교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함을 보여주었다. 와인버그와 살람을 비롯한 여러 이론학자들은 양자전기역학처럼 이 이론도 재규격화가 가능하리라 믿었지만 그것을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이용하여 1971년 엇호프트가 양-밀스 이론의 재규격화가 가능함을 증명하였고 1999년 펠트만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한편 실험적으로 이 이론을 증명하기는 요원해 보였다. 전자기-약력의 통합된 이론을 실험적으로 확실히 증명하려면 페르미 이론과 같은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실험적 현상을 찾아내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W나 Z 보손을 직접 발견하든지, 적어도 Z 보손이 생성된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했다. 실제로 W나 Z 보손이 발견된 것은 와인버그가 논문을 발표된 지 16년이 지난 1983년이다.

 

전기약력 이론의 타당성 여부는 실험적으로 두 번에 걸쳐 확인되었다. 첫 번째는 1973년 CERN 연구소에서 수행된 거품 상자의 가가멜(Gargamelle) 검출기에서 중성미자가 산란될 때 중성 보손류가 일어남을 발견한 것이다. 두 번째는 1983년 CERN 연구소에서 UA1과 UA2 실험에서 원형 가속기를 사용하여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을 일으켜 W와 Z 게이지 보손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표준모형을 최종적으로 검증하려면 와인버그-살람 모형에서 힉스 메커니즘이 실제로 일어났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반드시 힉스 입자를 발견해야만 했다.

 

힉스 입자를 보기 위해서는 이 입자를 만들어야 한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물이 튀어 오르게 하듯, 엄청난 에너지를 아주 작은 공간에 모아 힉스 장을 요동시키면 힉스 입자가 생성될 수 있다. 힉스 입자가 만들어지려면 최소한 힉스 입자의 질량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 목적으로 CERN 연구소에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LHC(거대 강입자 충돌기) 시설을 건설하였다. 이 가속기를 이용해 양성자들을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하여 두 양성자 빔을 서로 충돌시키면 힉스 입자를 만들 수 있었다. 이 LHC는 2009년에 가동되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성자와 양성자 충돌을 일으켰다. 가동한 지 3년 만에 2012년 7월 4일 ATLAS 실험과 CMS 실험이 힉스 입자의 발견을 보고했다. 표준모형이 실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그림1>우주의 기원과 현상을 설명하는 표준모형

 

 

표준모형의 한계

 

표준모형의 완성으로 우주는 기본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측정한 거의 모든 결과들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처럼 기대 이상의 성공적인 표준모형이지만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궁극의 이론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한다. 많은 한계가 있고 중력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표준모형이 궁극의 이론을 근사하는 단지 유효 이론이며, 더 높은 에너지에서는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한다.3)

 

몇 가지 실험 결과들은 표준모형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1998년 슈퍼카미오칸데(Super-Kamiokande) 실험은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대기에서 충돌하여 만드는 중성미자에서 일어나는 진동 변환을 관측하였다. 그 결과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존재함을 밝힌 것으로 가지타(梶田隆章)와 그리고 태양 중성미자의 진동 변환을 관측한 맥도날드(Arthur B. McDonald)가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표준모형에서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0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중성미자의 아주 작은 질량의 존재는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소 메커니즘(seesaw mechanism)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으며 그리고 표준모형의 확장 또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한편,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로 설명할 수 있는 우주의 물질은 전체에서 고작 5%밖에 되지 않는다. 천문학에서 얻은 큰 성과 중 하나가 암흑 물질의 존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팽창 속도에 깊이 관여하는 암흑 에너지 발견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물질을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던 표준모형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설명하지 못한다.4) 뒤에서 논의하겠지만 암흑 에너지와 우주의 진공 에너지를 연결하는 시도는 둘 사이의 엄청난 차이로 실패했다. 그러므로 이것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 그 이론은 표준모형을 포함하는 더 큰 이론이 되어야겠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표준모형에서 암흑 물질로 간주할 수 있는 입자는 중성미자밖에 없는데, 중성미자는 전체 암흑 물질의 소량만을 차지한다.

 

그리고 표준모형에는 다음과 같이 여러 이론적 결함들이 있다. 우선 표준모형이 너무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표준모형에 필요한 19개의 변수들은 예측할 수 없어 일일이 측정해 정해줘야 한다. 즉, 왜 이들 변수들이 하필 그 값을 가지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기본 입자들의 질량이 바로 대표적인 변수이다. 비록 힉스 메커니즘에 의해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방법은 있지만 각 기본 입자의 질량은 예측하지 못한다. “어떤 값이 됐든 상관이 없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변수의 값이 조금만 달라도 우주에 생명체가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19개나 되는 많은 변수들이 아무렇게나 우연히 결정된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뜻이다. 변수의 개수가 19개나 되는 것도 골치인데, 이 값들이 하필 지금과 같이 정해졌다는 상황은 표준모형이 완전한 궁극의 이론이 아닐 거라는 의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리고 표준모형은 “세대 간의 격차와 세대의 개수”를 설명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기본 입자는 비슷한 종류끼리 묶을 수 있는 세 계층의 세대가 있고 희한하게도 세대가 올라갈수록 입자들의 질량은 엄청나게 커진다. 그 이유를 표준모형은 설명해내지 못한다. 표준모형은 왜 세대의 개수가 3인지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냥 실험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또 표준모형은 전하의 양자화를 설명하지 못한다. 폴 디랙(Paul Dirac)이 전하의 양자화를 설명하려면 자기 홀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였으나 표준모형은 자기 홀극을 포함하지 않는다.

 

다음은 더욱 심각하다. 표준모형은 진공 에너지를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은 우주상수 문제라고 불린다. 진공에는 양자요동에 의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주장이다. 이는 카시미르(Casimir) 효과를 통해 실제로 증명되었다. 우주상수는 진공 에너지의 밀도인데 아인슈타인이 팽창하지 않는 우주 모형을 얻기 위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이것을 추가하면서 도입되었다. 나중에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아인슈타인은 이 항의 도입을 철회하였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우주상수가 없어도 되지만, 양자장론에서는 우주상수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 진공 에너지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는 암흑 에너지의 최근 발견으로 우주상수 존재의 예측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진공 에너지 밀도 즉 우주상수의 예측 값인데, 이것이 측정된 암흑 에너지의 밀도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진공 에너지 밀도는 무한대이거나 중력을 고려하면 플랑크 에너지와 유사해야 하는데, 관측된 값은 이보다 훨씬 작다. 즉 암흑 에너지로부터 실제 측정된 우주상수가 양자론적인 예측 값보다 너무나 작다. 우주상수는 공간 그 자체의 에너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우주론에서는 암흑 에너지에 속하고, 우주의 팽창에 기여한다. 물리학자들은 이 결과를 보고 입을 모아 역사상 가장 틀린 예측이라고 부른다. 양자장론과 표준모형에 이르러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아직 왜 우주상수가 예측한 값보다 아주 작은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표준모형의 또 다른 한계는 강력과 관련이 있다. 약력과 전자기력은 하나의 힘이 분화한 것으로 표준모형은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표준모형에서 강력은 여전히 따로 노는 상호작용이다. 물리학자들은 전자기약력처럼 강력 또한 전자기약력과 합쳐진 어떤 단일 상호작용의 분화일 것으로 믿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표준모형에서는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앞에서 기술한 한계들은 표준모형을 어떻게든 수정과 확장을 하면 되거나 혹은 그냥 설명할 수 없는 문제로 간주해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중력 문제는 양자장론의 뿌리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양자장론에 어떻게든 중력을 도입하려고 해도 결국 재규격화가 불가능하다. 즉, 중력을 포함하여 섭동 이론에 고리를 하나라도 포함한 파인만 다이어그램을 계산하면 결코 재규격화할 수 없는 무한대가 발생한다.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경우 재규격화 가능성이 이론의 틀을 잡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논리를 중력에다 적용하면 도리어 중력을 기술하기 위해 필요한 항들이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심지어 중력이 약력보다 엄청나게 작은 힘인데도 그렇다.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는 표준모형은 우리와 가장 친숙한 힘을 결코 포함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놀라울 정도로 모든 측정 결과들을 잘 설명하는 표준모형이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입자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에 안주하지 않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더욱 궁극적인 이론과 법칙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실험 학자들은 표준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현상, 입자와 에너지를 관측하고자 기존의 방법과 원리를 뛰어넘는 관측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암흑 물질

 

암흑 물질(Dark matter)은 우주에 널리 분포하는 물질로서, 전자기파 즉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면서 질량을 가지는 물질이다. 즉 빛을 방출이나 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광학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질량에 의한 중력 효과는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dark’는 검은색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모른다는 미지의 뜻도 있으니 어쩌면 “미지의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놀랍게도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총합의 약 26%가 이 암흑 물질로서 존재한다. 암흑 물질의 중력 효과로 항성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함으로써 은하의 형성과 은하들의 분포에 관여하여 우주의 구조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5)

암흑 물질 존재의 증거는 은하 내부의 항성 및 성단의 관측된 회전 운동의 속도 분포에서 왔다. 암흑 물질이 없는 상황에서 회전 속도 분포는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하여 작아져야 하는데, 실제 관측된 회전 속도 분포는 거리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 회전 속도 분포를 설명하려면 중심에는 관측된 질량 분포보다 더 많은 질량이 존재하고 광학적으로는 관측이 되지 않는 암흑 물질이 분포함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곳에 존재하는 암흑 물질이 서로 쌍소멸하면서 발생하는 감마선을 관측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잠시 은하의 회전 속도 분포와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질량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좀 더 쉽게 얘기해보자. 인공위성은 지구 주위를 회전하지 않으면 나무 위의 사과가 땅에 떨어지듯이 지표로 추락해야 한다. 물론 달도 지구 주위를 돌지 않고 멈추면 지구로 이끌려와야 하고 지구도 태양 주위로 돌지 않으면 태양에 이끌려가야 한다. 이처럼 우리 은하도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고 있는데 회전 중심 방향으로 힘이 존재해야지만 회전 운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실에 물체를 매달아 돌리면 줄에 느껴지는 팽팽함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물체를 줄을 통해 회전 중심으로 당기는 힘이다. 만약 줄을 끊어버리면 물체는 더 이상 회전하지 않고 그냥 곧장 날아가버린다. 따라서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회전할 수 있는 것은 지구가 인공위성을 당기는 힘, 즉 중력이 있기 때문이다. 달의 회전도 지구가 달을 중력으로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인공위성을, 지구가 달을 끌어당기는 중력은 사실 만유인력에서 연유한다. 만유인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나 천체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말한다. 그런데 인공위성이 지구에 비해 질량이 엄청나게 작아 끌려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인 만유인력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우리 은하도 중심을 향한 중력이 존재하고 회전한다. 관측한 우리 은하의 항성과 물질의 질량을 알아내면 은하 중심으로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의 크기를 알 수 있고 회전 속도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관측한 은하의 회전 속도는 광학적으로 관측한 은하 내부의 질량 분포로 예상되는 중력에 해당하는 회전 속도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추가적인 중력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은하 내부에 존재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암흑 물질이다.

 

암흑 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광학적으로 관측할 수 없다. 하지만 우주에는 광학적으로 관측할 수 없는 존재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태양 규모 정도 혹은 그보다 작은 항성은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갈색왜성이 되는데, 갈색왜성은 빛을 발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할 수 없다. 태양보다 훨씬 큰 항성의 경우 핵융합이 중지되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는데, 이들 역시 빛을 방출하지 않아 광학적으로 관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 중성자별, 블랙홀과 같이 매우 무거운 존재들은 암흑 물질에서 배제할 수 있다. 이들 존재는 광학적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반 상대론에 의한 빛의 굴절 현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존재의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블랙홀은 직접적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매우 강한 중력으로 인하여 주변의 물질이 빨려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엑스선을 관측하여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또한 은하와 은하 사이에 분포하는 성간 물질도 빛을 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를 통해 성간 물질을 확인하기도 한다.

 

또 다른 암흑 물질 존재의 증거는 중력 렌즈 효과에서 온다. 이 효과에서는 퀘이저와 같은 매우 먼 광원에서 온 빛이 은하단을 거치면서 굴절되어 지구에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은하단의 보이는 상이 은하단에 포함된 질량에 비례하여 왜곡되게 된다. 이를 통해 유추한 은하단의 질량이 직접적으로 관측되는 질량보다 더 크므로, 은하단에 포함된 암흑 물질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현재 암흑 물질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총알 성단의 질량 분포다. 이 성단에서 중력 렌즈 효과로 유추한 질량 분포는 찬드라 우주 망원경이 엑스선으로 관측한 질량 분포와 일치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암흑 물질이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중력 렌즈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밤에 수영장 바닥에 전등 빛이 켜져 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물이 투명해서 수영장에 물이 채워져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어 수면에서 빛의 굴절이 달라짐에 따라 물이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암흑 물질의 존재도 이와 비슷하게 별에서 나온 빛이 암흑 물질을 통과하면서 중력에 의해 빛이 굴절되는 중력 렌즈 현상으로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2>

은하의 회전 속도 곡선, 중력 렌즈, 우주의 거대 구조 형성 등의 증거들로 미루어볼 때, 우주 전체의 26%이고 우주 질량의 85~90%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은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오직 중력의 영향만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암흑 물질의 후보로는 어떤 것이 가능할까? 여러 간접적인 정보와 이론을 바탕으로 몇 가지 가능한 후보를 추측할 수 있다. 주로 거론되는 암흑 물질 후보는 윔프(WIMP,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 액시온, 비활성 (sterile) 중성미자, 그리고 초대칭 이론의 수많은 초대칭 짝입자이다. 이 암흑 물질 후보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한다. 초기 우주에서 우주 팽창으로 인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우주를 구성했던 기본 입자들이 느리게 움직이게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매우 빠르게 임의의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당시 입자가 다른 입자와 충돌 없이 자유롭게 움직인 거리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입자들끼리 부딪히기 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즉 자유 흐름 길이(free streaminglength)에 따라 암흑 물질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자유 흐름 길이가 원시 은하 크기보다 훨씬 큰 중성미자와 같이 가벼우면서 아주 많이 존재하는 “뜨거운 암흑 물질(HDM, hot dark matter)”, 자유 흐름 길이가 원시 은하 크기와 비슷하고 질량이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따뜻한 암흑 물질(WDM, warm dark matter)”, 그리고 자유 흐름 길이가 원시 은하보다 훨씬 작은 윔프(WIMP,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와 같은 무거운 “차가운 암흑 물질(CDM, cold dark matter)”이 그것이다.

 

현재의 암흑 물질 탐색 연구는 대부분 차가운 암흑 물질 입자를 찾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명 ΛCDM 모형이라고도 부르는 우주론의 표준모형이 차가운 암흑 물질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Λ”는 우주상수 (암흑 에너지), “CDM”은 저온 암흑 물질을 뜻한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유력한 가설로 거론되고 있다. 차가운 암흑 물질 후보에는 윔프뿐만 아니라, 초대칭 짝입자 중에서 가장 가벼운 입자나 액시온 등도 있다. R 반전성을 보존하는 가장 가벼우면서 안정된 초대칭 짝입자로서 “뉴트랄리노”가 차가운 암흑 물질의 여러 성질을 만족시킨다. 그 밖에도 차가운 암흑 물질의 성질을 만족하는 다양한 가상 입자 모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페체이 퀸 이론에서 강한 상호작용의 CP 대칭성 문제를 풀기 위하여 도입하는 액시온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액시온은 빅뱅 과정 중에 엄청나게 많이 생성된다. 하지만 우주 급팽창에 이은 질량 생성 과정 중에 상당한 양의 운동 마찰력이 생기게 되어 모든 원시 액시온으로부터 운동 에너지를 흡수해간다. 이에 따라 우주가 원시 액시온의 매우 차가운 응축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원시 액시온의 질량에 따라, 액시온 이론은 우주에서의 암흑 물질 문제를 적절하게 설명한다. 비활성 중성미자는 일반적 중성미자의 미세한 질량을 설명하기 위하여 대통일 이론(Grand Unified Theory)의 시소 메커니즘(seesaw mechanism)에서 도입하는 입자다. 만약 비활성 중성미자가 매우 무겁다면 일반적 중성미자는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원리이다. 일반 중성미자도 한때 암흑 물질의 후보였다. 중성미자는 우주에 매우 많이 존재하므로, 중성미자가 약간의 질량을 가지기만 해도 암흑 물질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너무 가벼운 입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측한 우주의 거대 구조를 만들 수 없어 암흑 물질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암흑 에너지

 

암흑 에너지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미지의 에너지이다. 우주의 팽창이 밝혀진 후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한 고전적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팽창으로 점점 멀어지는 은하단들 간의 상대속도는 이들 사이의 중력으로 인한 감속 효과로 점점 줄어들어야 하고, 따라서 우주의 팽창 속도는 점점 줄어들어야 한다.6) 하지만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니 예상과는 다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에너지를 암흑 에너지라고 불렀다.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면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이 원래보다 더 빨간색으로 보인다는 도플러 효과가 일어나야 하는데 1998년 초신성에서 오는 빛을 관측하던 두 실험 그룹에서 이 효과를 실제로 확인하였다. 이 경우 백색왜성이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하여 특정 질량에 도달하면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해 탄생하는 1a 초신성은 일정한 절대등급을 가지는데 이 때문에 거리를 재는 표준 광원으로 사용된다. 이 우주의 가속 팽창을 관측하여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우주의 진화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2011년 이 업적에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

 

앞에서 질량의 의미를 언급할 때 질량이 에너지와 동등함을 아인슈타인 식을 소개하여 설명한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 논문에서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은하 간의 중력으로 우주가 점점 수축하여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당한 양의 우주상수를 도입해서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우주, 즉 정상 우주를 만들어내었다. 이 우주상수가 암흑 에너지에 해당한다. 아인슈타인과 당시의 학자들은 우주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22년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이 팽창하는 우주를 처음 제시하였고, 1927년 르메트르(Georges Lemaitre)는 관측된 은하의 속도와 거리로부터 도플러 효과를 적용해 우주 팽창 이론을 독립적으로 제시하였다. 1929년 허블이 은하에서 오는 빛의 적색편이 즉 도플러 효과를 관측하여 우주 팽창을 발견하였다. 아인슈타인이 정상 우주를 위해 생각해냈던 우주상수가 현재는 도리어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 팽창이 발견된 후 그는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이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우주상수는 암흑 에너지처럼 중력의 인력에 반대되는 척력으로서 가속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암흑 에너지의 한 가지 후보이다. 하지만 진공 에너지 밀도로서 우주상수의 예측 값은 무한대이거나 플랑크 에너지와 유사한데, 암흑 에너지의 실제 관측된 값은 이에 비해 훨씬 작다. 암흑 에너지의 정체가 정말 우주상수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더 멀리 있는 초신성의 빛을 더 많이 관측하여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 대실수가 큰 업적으로 평가되는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암흑 물질 탐색 노력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앞다투어 관측을 시도하고 있다. 우주의 약 25%를 설명하는 암흑 물질은 그것의 질량에 해당하는 중력으로 은하를 형성하고 은하들끼리 묶어 은하단을 구성할 정도로 은하 크기 이상의 공간에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광학적 직접 관측이 안 되므로 그것들의 정체를 알아내기가 매우 힘들다. 다음은 현재 우리 인간이 암흑 물질의 실체를 알아내려는 여러 시도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지구상에서의 암흑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표적을 준비하여 직접 검출하는 방법이다. 암흑 물질이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지 않지만, 보통의 물질과 매우 약한 상호작용은 있을 거라고 추측하면 지구상에서도 암흑 물질을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우리 은하의 암흑 물질을 이루는 입자가 검출기 표적에 부딪혀 발생하는 미세한 신호를 검출하려는 여러 시도가 1980년대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DAMA실험 그룹이 암흑 물질의 입자를 검출하였고, 그 관측 결과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암흑 물질이 지구에 도달하는 속도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효과와 일치하여 암흑 물질에 해당하는 입자를 관측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결과는 타 실험에서는 재현되지 못했다. 이처럼 암흑 물질을 관측했다고 하나 다른 실험에서는 부정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알지 못하는 다른 배경 잡음 현상을 암흑 물질로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이 방법으로는 아직까지 명확한 암흑 물질의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둘째, 지구상에서 직접 검출하는 대신에 천문학적인 관측에 의한 것이다. 태양과 같은 항성의 중심이나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암흑 물질 입자가 중력에 의해 이끌려오면 쌍소멸하면서 발생하는 특정 영역의 감마선을 관측하려는 노력을 수행 중이다. 역시 암흑 물질의 존재에 해당하는 신호를 간접 확인했다는 실험 결과가 존재하지만, 확실한 결과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셋째, 입자가속기에서 인위적으로 암흑 물질 입자를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여 관측한다. 즉 암흑 물질의 후보 입자 중 하나인 초대칭 짝입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대칭 짝입자가 기존의 다른 물질과 매우 약하게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입자 검출기에서 관측되지 않는 이른바 “잃어버린 에너지”가 존재를 찾는다. 이 방법에서도 아직까지 암흑 물질의 신호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표준모형을 넘어서

 

표준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이론이 이론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 이론들의 검증 과정으로 여러 실험에서 이론이 예측하는 현상을 관측하고자 노력해왔다.7)

강력과 전자기약력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만든 대통일 이론(GUT; Grand Unified Theory)이 있다. 이 이론은 기존의 게이지 대칭성에 해당하는 게이지 군을 확장시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가장 단순한 대통일 이론은 양성자 붕괴 탐색 실험에서 붕괴를 찾지 못해 기각되고 말았다. 다른 게이지 군에 의거한 여러 대통일 이론이 제시되었는데 그중 일부는 중성미자의 매우 작은 질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표준모형의 확장으로 다른 대표적인 것이 초대칭(supersymmetry) 이론이다. 이 이론은 모든 페르미온이 그에 대응하는 보손 짝을 가지고 있고 보손들도 페르미온 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대응되는 입자들을 가리켜 초대칭 짝입자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로렌츠 군의 대칭성을 크게 확장한 새로운 종류의 대칭성인 초대칭성이 생긴다. 입자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반면에 표준모형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LHC 가속기를 사용한 실험에서 아직도 초대칭 짝입자가 발견되지 않아 이 이론이 틀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두터워지고 있다. 하지만 부정된 것은 사실 제일 간단한 초대칭 이론이고 그보다 더 복잡한 초대칭 이론은 아직 검증이 되지 못했다.

 

다음은 모든 것의 이론, 즉 궁극의 이론이라는 초끈 이론 혹은 M 이론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론들은 중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만 초끈 이론은 중력의 문제까지 다루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전에는 입자를 점으로 간주하였지만 이 이론은 입자를 진동하는 끈이라고 한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양-밀스 이론 이전에 원래 강력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되었다. 그런데 원래 끈 이론은 10차원 혹은 26차원에서만 모순이 없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스핀 2 입자를 내포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아 결국 잊혀졌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 스핀 2 입자가 알고 보니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이 끈 이론에는 중력이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력을 계산하면 더 이상 무한대를 만들지 않는다. 최초로 중력을 올바르게 기술하는 양자 이론이 탄생한 셈이다. 보손만을 설명하던 끈 이론에 초대칭 이론까지 추가되어 페르미온까지 설명할 수 있는 초끈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고, 여러 종류의 초끈 이론을 통합하여 M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다.

 

표준모형을 확장한 위의 이론들은 실험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키는 LHC 가속기도 검증을 위한 에너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단순한 대통일 이론만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한 양성자 붕괴 탐색 결과를 통해 부정되었을 뿐이다. 최근 발견한 중성미자의 아주 작은 질량의 존재는 표준모형을 벗어난 현상으로서 대통일 이론의 존재를 시사하는 간접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입자 영역을 찾아

 

끝으로 표준모형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입자들의 영역과 관련해 최근의 이론적 발전과 실험적 노력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에서 암흑 물질을 관측하려는 여러 시도에 대해 기술하였는데 최근 이론 학자들은 표준모형과 동떨어져 관측할 수 없는 입자들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표준모형에서 다루는 일반 물질의 구성 입자와 암흑 물질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입자들 사이에 서로 통로가 있어, 이 통로를 통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 즉 숨겨진 힘 덕분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숨겨진 게이지 대칭성에 의해 관측할 수 없는 힘이 존재하는데 이 상호작용이 보이는 입자들과 보이지 않는 입자들 사이에 통로를 제공한다는 이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이러한 숨겨진 힘과 관련된 암흑 광자, 암흑 보손, 암흑 힉스 등 새로운 입자를 탐색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엄청난 발전을 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직전일지 모른다.

 

김수봉 성균관대학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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